[단독] 뒤늦게 일어나 ‘책임회피’ 논의…“V에게 실시간 보고하라”

입력 2023.10.26 (06:18) 수정 2023.10.26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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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뒤늦게 참사를 인지한 뒤 대처는 어땠을까요.

구조에 전력 집중해야할 때, 책임 소재를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정무적 얘기까지 나눈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당시 경찰이 신속하게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이면에 경찰 책임을 최대한 회피하고, 지자체와 주최측에 책임을 묻겠다는 판단이 깔려있었던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이어서 김영훈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면서도, 사태 수습엔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던 윤희근 경찰청장.

[윤희근/경찰청장/지난해 11월 1일 : "무한 책임을 다시 한번 통감하면서 앞으로 이와 같은 비극적인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자정 넘어 참사 사실을 알고 서울로 향하던 윤 청장에게 새벽 0시 40분쯤 한 통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옵니다.

보낸 사람은 확인 불가.

내용은 "경찰이 주도적으로 신속 수사해 구청장급 이상에 안전 책임을 귀책시켜 초기 가닥을 명쾌히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윤 청장은 바로 "잘 알겠습니다"라고 깍듯하게 답합니다.

사건을 인지한 지 30분도 안 돼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지 방향부터 정한 건데 이는 실제 지시로 이어졌습니다.

5분 뒤, 홍보담당관에게 "즉시 수사본부 꾸려 지자체, 주최측 등 안전조치 책임 사실 확인 예정" 이란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대변인실은 새벽 1시쯤 거의 그대로 언론에 공지합니다.

희생자가 속출하던 새벽 3시 이후, 윤 청장은 이번엔 경찰은 책임을 회피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간부 2명에게 보냅니다.

"너무 많은 희생자가 나와 어디선가 책임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신속히 우리청 조치사항이 대통령(V) 등에게 실시간 보고돼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정무적 판단을 위한 글을 휴대전화 메모장에 저장하기도 했습니다.

"주최 측이 없어 경찰이 관리하지 않았고, 이동 통제 근거도 없다.", "책임 논쟁 때, 차분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먼저 주장하면 면피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도 적었습니다.

수사 드라이브로 주최 측 책임을 부각해야 한다던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의 논리와도 일치합니다.

[박성민/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지난 23일 서울서부지법 : "(경찰이 안전 확보 책임질 필요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

윤희근 청장은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보내와 참고하려고 메모했을 수 있다, 수사 지시는 청장으로서 일반적인 지시였다고 해명했습니다.

KBS 뉴스 김영훈입니다.

영상편집:김종선/그래픽:채상우 김정현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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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뒤늦게 일어나 ‘책임회피’ 논의…“V에게 실시간 보고하라”
    • 입력 2023-10-26 06:18:33
    • 수정2023-10-26 07:56:51
    뉴스광장 1부
[앵커]

뒤늦게 참사를 인지한 뒤 대처는 어땠을까요.

구조에 전력 집중해야할 때, 책임 소재를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정무적 얘기까지 나눈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당시 경찰이 신속하게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이면에 경찰 책임을 최대한 회피하고, 지자체와 주최측에 책임을 묻겠다는 판단이 깔려있었던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이어서 김영훈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면서도, 사태 수습엔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던 윤희근 경찰청장.

[윤희근/경찰청장/지난해 11월 1일 : "무한 책임을 다시 한번 통감하면서 앞으로 이와 같은 비극적인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자정 넘어 참사 사실을 알고 서울로 향하던 윤 청장에게 새벽 0시 40분쯤 한 통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옵니다.

보낸 사람은 확인 불가.

내용은 "경찰이 주도적으로 신속 수사해 구청장급 이상에 안전 책임을 귀책시켜 초기 가닥을 명쾌히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윤 청장은 바로 "잘 알겠습니다"라고 깍듯하게 답합니다.

사건을 인지한 지 30분도 안 돼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지 방향부터 정한 건데 이는 실제 지시로 이어졌습니다.

5분 뒤, 홍보담당관에게 "즉시 수사본부 꾸려 지자체, 주최측 등 안전조치 책임 사실 확인 예정" 이란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대변인실은 새벽 1시쯤 거의 그대로 언론에 공지합니다.

희생자가 속출하던 새벽 3시 이후, 윤 청장은 이번엔 경찰은 책임을 회피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간부 2명에게 보냅니다.

"너무 많은 희생자가 나와 어디선가 책임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신속히 우리청 조치사항이 대통령(V) 등에게 실시간 보고돼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정무적 판단을 위한 글을 휴대전화 메모장에 저장하기도 했습니다.

"주최 측이 없어 경찰이 관리하지 않았고, 이동 통제 근거도 없다.", "책임 논쟁 때, 차분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먼저 주장하면 면피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도 적었습니다.

수사 드라이브로 주최 측 책임을 부각해야 한다던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의 논리와도 일치합니다.

[박성민/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지난 23일 서울서부지법 : "(경찰이 안전 확보 책임질 필요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

윤희근 청장은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보내와 참고하려고 메모했을 수 있다, 수사 지시는 청장으로서 일반적인 지시였다고 해명했습니다.

KBS 뉴스 김영훈입니다.

영상편집:김종선/그래픽:채상우 김정현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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