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서울 출근자 85% 알고보니 ‘김골라 하차율’ [취재후]

입력 2023.11.01 (15:41) 수정 2023.11.0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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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김골라'라고 불리는 김포골드라인의 출근길이 혼잡한 건 유명합니다. 높은 객차 내 밀집도로 인해 호흡곤란을 겪고 쓰러지는 승객이 '매일'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입니다.

근본적으로는 김포골드라인이 처음부터 2량짜리 '경전철'로 도입됐기 때문인데요. 신도시 이주에 따른 교통 수요 급증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광역교통대책의 실패 사례로 꼽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난달 30일 김기현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포골드라인을 찾아가 김포시의 서울 편입 추진을 발표한 것은 우연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김포에서 서울로 힘겹게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서울 편입'의 명분으로 삼으려 한 걸 수 있습니다.


실제 김기현 대표는 당시 "출퇴근 통학, 이것이 서울하고 직접 공유되고 있는 곳, 그런 분들은 서울시 편입을 하는 것을 저희들은 방향을 원칙으로 삼고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기자들에게 이런 점들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발언 내용은 이렇습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

김포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김포는 경기 남부에도 연접되어 있지 않고, 북쪽으로 연접돼 있다는 게 유일하게 일산대교 유료도로 하나 만으로만, 교량 하나로만 (김포와 경기 북부가) 연결이 돼 있어서 ...실질적으로 이 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인구의 85% 정도가 서울로 출퇴근을 한다니까 그런 특수성을 담아서 이야기를 하니까 저희가 수긍을 하는 거고요.


이와 관련해 김병수 김포시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비슷한 취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김병수 김포시장 /
김포는 서울에 붙어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물류, 출퇴근도 81.5%를 서울에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인구나 구성 모든 이동이 서울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김포시에서 출퇴근하는 인구의 85%가 서울로 출퇴근한다는 유 정책위의장의 발언은 모든 출퇴근이 81.5%라는 김병수 김포시장의 발언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포시 주민의 85%가 서울로 출근" 기사 쏟아져

국민의힘이 김포시 서울 행정구역 편입 추진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된 뒤 주요 언론들은 '85%'라는 높은 서울 출퇴근 비율에 주목했습니다.

조선일보는 1일 사설에서 "김포시 주민의 85%가 서울로 출근하는 등 위성도시와 서울은 단일한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고 썼습니다.

세계일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김포시 인구 85%가 서울로 출퇴근하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립 과정에서 서울시와 합의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던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요구는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김포시 홈페이지에 따르면 올해 9월 현재 김포시 인구는 48만 5천여 명입니다. 김포시 인구의 85%가 서울로 출퇴근한다면 10명 중 8명 이상, 어림잡아 41만 명의 김포시민이 매일 서울로 가는 셈입니다. 언뜻 생각해봐도 비현실적인 숫자로 보입니다.

김포시 자료를 토대로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자(24만 8천900명)로 모수를 줄여 계산해봐도 21만 명이 매일 서울로 출근한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그러나 국가통계 중에서도 조사 범위가 가장 광범위하고 공신력이 높은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김포시에서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인원은 6만 명 정도입니다.

김포시 인구 중 서울로 통근하거나 통학하는 비율은 12.7%로, 경기도에 있는 31개 시군구 가운데 11번째입니다.

[연관 기사] 통근자가 많아 김포를 서울로? 경기도에서 10위권 [팩트체크K]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06324&ref=A



이밖에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라는 통계도 확인해 봤습니다.

여기서 2023년 시군구 타지역 통근 취업자 자료를 보면, 김포시 취업자 26만 5천 명 중 거주지(김포) 외 타지역 통근자는 11만 5천 명이었습니다.

김포시 전체 취업자의 43%가 김포가 아닌 지역에 취업했다는 건데, 여기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경기지역과 인천까지 포함됩니다.

아무리 높게 잡으려 해도 국민의힘과 김포시청이 주장한 85%~81.5%라는 숫자와는 차이가 큽니다.

자료: 김포시자료: 김포시

■ '김포 주민 80% 서울 출근' 어떻게 나왔나?

그렇다면 김포→서울 출퇴근 비율이 80%가 넘는다는 수치는 어떻게 나온 걸까.

취재팀이 김포시에 문의한 결과, 해당 숫자는 김포골드라인 탑승객의 서울 하차 인원 비율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2023년 10월 16일 출근시간대(7시~9시)에 김포골드라인을 탑승했던 1만 3천여 명 가운데 81.5%인 1만 1천여 명이 행정구역상 '서울'인 '김포공항역'에서 하차했다는 겁니다.


김포골드라인은 출발 종점부터 9개 역은 '김포', 도착종점은 '김포공항'인 서울 1개 역으로 구성된 단일 노선입니다. 쉽게 말해 김포에서 출발해 서울에 도착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는 노선입니다.

김포공항역에서 내린 김포골드라인 승객이 공항철도나 서해선, 버스 등으로 환승해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나온 수치가 '김포→서울 출퇴근 비율 80% 이상'이라는 통계입니다. 이 수치를 김포시장이 직접 발표하고, 국민의힘이 재인용하면서 많은 언론을 통해 재확산됐습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정책이라는 것은 분석과 연구에 기반한 정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근거에 의해 왜 필요한지가 설득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단순히 주민이 원한다는 주장이 정책의 근거가 될 수 없는 데다가 주민이 원한다는 근거도 제대로 조사되지 않은 것 같다"라고 꼬집었습니다.


■국민의힘, "출퇴근만 가지고 서울 편입 추진 하지 않아"

김포의 서울 출·퇴근자 비율이 잘못됐다는 지적에 대해 국민의힘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 추진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경기도의 서울 출퇴근 인구 문제가 아니라, 김포시가 경기도와 연접해있지 않고 서울이랑 붙어있다는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경기도의 분도 과정에서 김포는 경기북도와 경기도에 모두 연접하지 못하는 대신 서울과는 붙어있다"면서 "그 이유에 더해 김포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으니 그것까지 논의하자는 이야기"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단순히 출퇴근 인구가 그렇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김포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김포시는 아래로 인천, 위로는 한강과 맞닿아 있어 경기도와의 지리적 연결성이 약한 반면, 서울과는 직접 닿아 있는 특수성이 있다는 설명인데, ' 서울 생활권인 다른 지역도, 원하면 서울 편입을 추진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입장과는 일정 부분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김포의 서울 편입'은 일단 관심 끌기에 성공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제 이 이슈를 총선용 '서울 메가시티' 정책으로 까지 확장하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확한 통계 분석과 주민·지자체 의견 청취 등이 그 시작점이 돼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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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포→서울 출근자 85% 알고보니 ‘김골라 하차율’ [취재후]
    • 입력 2023-11-01 15:41:42
    • 수정2023-11-01 17:35:21
    취재후·사건후

이른바 '김골라'라고 불리는 김포골드라인의 출근길이 혼잡한 건 유명합니다. 높은 객차 내 밀집도로 인해 호흡곤란을 겪고 쓰러지는 승객이 '매일'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입니다.

근본적으로는 김포골드라인이 처음부터 2량짜리 '경전철'로 도입됐기 때문인데요. 신도시 이주에 따른 교통 수요 급증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광역교통대책의 실패 사례로 꼽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난달 30일 김기현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포골드라인을 찾아가 김포시의 서울 편입 추진을 발표한 것은 우연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김포에서 서울로 힘겹게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서울 편입'의 명분으로 삼으려 한 걸 수 있습니다.


실제 김기현 대표는 당시 "출퇴근 통학, 이것이 서울하고 직접 공유되고 있는 곳, 그런 분들은 서울시 편입을 하는 것을 저희들은 방향을 원칙으로 삼고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기자들에게 이런 점들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발언 내용은 이렇습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

김포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김포는 경기 남부에도 연접되어 있지 않고, 북쪽으로 연접돼 있다는 게 유일하게 일산대교 유료도로 하나 만으로만, 교량 하나로만 (김포와 경기 북부가) 연결이 돼 있어서 ...실질적으로 이 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인구의 85% 정도가 서울로 출퇴근을 한다니까 그런 특수성을 담아서 이야기를 하니까 저희가 수긍을 하는 거고요.


이와 관련해 김병수 김포시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비슷한 취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김병수 김포시장 /
김포는 서울에 붙어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물류, 출퇴근도 81.5%를 서울에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인구나 구성 모든 이동이 서울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김포시에서 출퇴근하는 인구의 85%가 서울로 출퇴근한다는 유 정책위의장의 발언은 모든 출퇴근이 81.5%라는 김병수 김포시장의 발언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포시 주민의 85%가 서울로 출근" 기사 쏟아져

국민의힘이 김포시 서울 행정구역 편입 추진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된 뒤 주요 언론들은 '85%'라는 높은 서울 출퇴근 비율에 주목했습니다.

조선일보는 1일 사설에서 "김포시 주민의 85%가 서울로 출근하는 등 위성도시와 서울은 단일한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고 썼습니다.

세계일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김포시 인구 85%가 서울로 출퇴근하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립 과정에서 서울시와 합의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던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요구는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김포시 홈페이지에 따르면 올해 9월 현재 김포시 인구는 48만 5천여 명입니다. 김포시 인구의 85%가 서울로 출퇴근한다면 10명 중 8명 이상, 어림잡아 41만 명의 김포시민이 매일 서울로 가는 셈입니다. 언뜻 생각해봐도 비현실적인 숫자로 보입니다.

김포시 자료를 토대로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자(24만 8천900명)로 모수를 줄여 계산해봐도 21만 명이 매일 서울로 출근한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그러나 국가통계 중에서도 조사 범위가 가장 광범위하고 공신력이 높은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김포시에서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인원은 6만 명 정도입니다.

김포시 인구 중 서울로 통근하거나 통학하는 비율은 12.7%로, 경기도에 있는 31개 시군구 가운데 11번째입니다.

[연관 기사] 통근자가 많아 김포를 서울로? 경기도에서 10위권 [팩트체크K]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06324&ref=A



이밖에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라는 통계도 확인해 봤습니다.

여기서 2023년 시군구 타지역 통근 취업자 자료를 보면, 김포시 취업자 26만 5천 명 중 거주지(김포) 외 타지역 통근자는 11만 5천 명이었습니다.

김포시 전체 취업자의 43%가 김포가 아닌 지역에 취업했다는 건데, 여기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경기지역과 인천까지 포함됩니다.

아무리 높게 잡으려 해도 국민의힘과 김포시청이 주장한 85%~81.5%라는 숫자와는 차이가 큽니다.

자료: 김포시
■ '김포 주민 80% 서울 출근' 어떻게 나왔나?

그렇다면 김포→서울 출퇴근 비율이 80%가 넘는다는 수치는 어떻게 나온 걸까.

취재팀이 김포시에 문의한 결과, 해당 숫자는 김포골드라인 탑승객의 서울 하차 인원 비율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2023년 10월 16일 출근시간대(7시~9시)에 김포골드라인을 탑승했던 1만 3천여 명 가운데 81.5%인 1만 1천여 명이 행정구역상 '서울'인 '김포공항역'에서 하차했다는 겁니다.


김포골드라인은 출발 종점부터 9개 역은 '김포', 도착종점은 '김포공항'인 서울 1개 역으로 구성된 단일 노선입니다. 쉽게 말해 김포에서 출발해 서울에 도착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는 노선입니다.

김포공항역에서 내린 김포골드라인 승객이 공항철도나 서해선, 버스 등으로 환승해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나온 수치가 '김포→서울 출퇴근 비율 80% 이상'이라는 통계입니다. 이 수치를 김포시장이 직접 발표하고, 국민의힘이 재인용하면서 많은 언론을 통해 재확산됐습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정책이라는 것은 분석과 연구에 기반한 정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근거에 의해 왜 필요한지가 설득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단순히 주민이 원한다는 주장이 정책의 근거가 될 수 없는 데다가 주민이 원한다는 근거도 제대로 조사되지 않은 것 같다"라고 꼬집었습니다.


■국민의힘, "출퇴근만 가지고 서울 편입 추진 하지 않아"

김포의 서울 출·퇴근자 비율이 잘못됐다는 지적에 대해 국민의힘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 추진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경기도의 서울 출퇴근 인구 문제가 아니라, 김포시가 경기도와 연접해있지 않고 서울이랑 붙어있다는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경기도의 분도 과정에서 김포는 경기북도와 경기도에 모두 연접하지 못하는 대신 서울과는 붙어있다"면서 "그 이유에 더해 김포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으니 그것까지 논의하자는 이야기"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단순히 출퇴근 인구가 그렇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김포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김포시는 아래로 인천, 위로는 한강과 맞닿아 있어 경기도와의 지리적 연결성이 약한 반면, 서울과는 직접 닿아 있는 특수성이 있다는 설명인데, ' 서울 생활권인 다른 지역도, 원하면 서울 편입을 추진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입장과는 일정 부분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김포의 서울 편입'은 일단 관심 끌기에 성공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제 이 이슈를 총선용 '서울 메가시티' 정책으로 까지 확장하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확한 통계 분석과 주민·지자체 의견 청취 등이 그 시작점이 돼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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