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85cm 지진해일’ 묵호항…실제 수위는 1미터 넘었다

입력 2024.01.11 (20:10) 수정 2024.01.1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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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일본 노토반도 강진으로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난 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우리나라 해안에 지진해일이 발생한 건 31년 만입니다. 1993년 7월 일본 북해도 남서 외해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들이닥쳤고, 이로 인해 선박 19척이 전파되는 등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번 지진해일은 가시적인 피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기상청의 예측이 어긋났고, 정확한 예측 정보가 지자체에 제공되지 않으면서 재난경보 시스템도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지진해일 발생 당시(1월 1일) 동해시 묵호항의 해수면 최대 수위지진해일 발생 당시(1월 1일) 동해시 묵호항의 해수면 최대 수위

■ 묵호항 '20cm 미만' → '45cm' → '67cm' → '85cm'… '실측 101cm'

기상청은 지난 1일 오후 4시 35분 '지진해일정보(1보)'를 통해 강릉과 양양에 0.2m, 고성과 포항에 최대 0.3m의 해수면 상승을 예보했습니다. 도달 예상시각은 오후 6시 반부터 7시 반 사이 쯤이었습니다.

기상청이 오후 6시 51분에 발표한 '지진해일정보(2보)'에서는 숫자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동해 묵호항 45cm를 비롯해 속초 30cm 등 해수면 '예측 수위'에 비해 '관측 수위'가 올라간 겁니다.

오후 8시 6분에 발표한 지진해일정보(3보)에서 동해 묵호항의 해수면 수위는 67cm까지 올라갔고, 다음날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된 묵호항의 수위는 최고 85cm였습니다.

지진해일 높이가 50cm를 넘으면 '지질해일 주의보'가 발령됩니다. 이번 지진해일도 최종적으론 주의보를 발령할 수준이었지만, 주의보 발령 없이 넘어간 겁니다.

더구나 기상청이 발표한 지진해일 높이와 실제 '해수면 수위'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조위관측소를 운영하는 국립해양조사원이 묵호항에서 관측한 최대 해수면 수위가 101cm로 확인된 겁니다. 속초 54cm, 강릉 남항진 52cm 등 지진해일 발생 당시 동해안의 해수면 상승 정도는 기상청 발표보다 전반적으로 더 높았습니다.

이같은 차이가 난 이유는 기상청이 실측된 해수면 수위에서 '조수(밀물·썰물)'로 인한 수위 상승을 빼는 방식으로 해수면 수위를 보정했기 때문입니다.

순수한 지진해일의 영향만을 분석하기 위해서라면 기상청의 방식이 맞을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해수면 수위'를 예보와 관측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홍태경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실제 해안선에 밀어닥치는 파고의 높이가 피해와 직결되기 때문에 지진해일 자체의 높이 뿐 아니라 조석 간만의 차, 기타 기상현상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파고의 높낮이 변화까지 반영을 해야만 실질적인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기상청은 조수의 영향을 반영한 '총수위' 개념의 도입 여부를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긴급재난문자 발송도 혼선…경보체계 개선 필요

이번 지진해일과 관련해, 행정안전부는 지진 발생 1시간 뒤인 1일 오후 5시 11분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습니다. 이어 동해안 인접 지자체 13곳이 모두 24건의 재난문자를 보냈습니다.

박우진 행정안전부 지진방재관리과장은 "기상청 예보가 지진해일 특보 발령 기준에는 미달했지만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해변가 안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지진해일이 온다는 것을 국민분들에게 알려드려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박 과장은 또 "해안가 지자체에 재난문자 등을 통해서 주민분들에게 지진해일 발생을 알려드리고 해안가 접근을 자제하도록 조치할 것을 수차례 요청하고 독려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강릉시와 울산시는 규정상 '주의보' 수준이 아니라는 이유로 재난문자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실제 해수면 수위는 주의보 수준까지 올라갔지만 기상청의 지진해일 예측이 이에 못미쳤기 때문에 재난문자가 제대로 전파되지 않은 셈입니다.

정확하지 않은 도달 예상시점 때문에 결과적으로 재난문자가 적절한 시점에 나가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강원도 동해시는 지난 1일 오후 5시 54분에 재난문자를 보냈는데, 기상청의 도달 시점 예측보다는 빨랐지만 실제로는 이미 해수면 수위가 상승할 무렵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본 등에서 추가 강진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지진해일 예보의 정확성을 더 높여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광희 부산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지질해일 예보의 정확성 향상을 위해서는 "수심 자료뿐만이 아니라 조금 더 촘촘하게 지진해일을 관측할 수 있는 장비들이 추가로 설치돼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하태민 강원대 건설융합학부 교수도 "조수의 영향이 지진해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가차원의 연구가 진행되다가 예산 부족으로 중단된 상태"라면서 "예측모델 개선 등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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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1 20:10:18
    • 수정2024-01-11 20: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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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일본 노토반도 강진으로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난 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우리나라 해안에 지진해일이 발생한 건 31년 만입니다. 1993년 7월 일본 북해도 남서 외해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들이닥쳤고, 이로 인해 선박 19척이 전파되는 등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번 지진해일은 가시적인 피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기상청의 예측이 어긋났고, 정확한 예측 정보가 지자체에 제공되지 않으면서 재난경보 시스템도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지진해일 발생 당시(1월 1일) 동해시 묵호항의 해수면 최대 수위
■ 묵호항 '20cm 미만' → '45cm' → '67cm' → '85cm'… '실측 101cm'

기상청은 지난 1일 오후 4시 35분 '지진해일정보(1보)'를 통해 강릉과 양양에 0.2m, 고성과 포항에 최대 0.3m의 해수면 상승을 예보했습니다. 도달 예상시각은 오후 6시 반부터 7시 반 사이 쯤이었습니다.

기상청이 오후 6시 51분에 발표한 '지진해일정보(2보)'에서는 숫자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동해 묵호항 45cm를 비롯해 속초 30cm 등 해수면 '예측 수위'에 비해 '관측 수위'가 올라간 겁니다.

오후 8시 6분에 발표한 지진해일정보(3보)에서 동해 묵호항의 해수면 수위는 67cm까지 올라갔고, 다음날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된 묵호항의 수위는 최고 85cm였습니다.

지진해일 높이가 50cm를 넘으면 '지질해일 주의보'가 발령됩니다. 이번 지진해일도 최종적으론 주의보를 발령할 수준이었지만, 주의보 발령 없이 넘어간 겁니다.

더구나 기상청이 발표한 지진해일 높이와 실제 '해수면 수위'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조위관측소를 운영하는 국립해양조사원이 묵호항에서 관측한 최대 해수면 수위가 101cm로 확인된 겁니다. 속초 54cm, 강릉 남항진 52cm 등 지진해일 발생 당시 동해안의 해수면 상승 정도는 기상청 발표보다 전반적으로 더 높았습니다.

이같은 차이가 난 이유는 기상청이 실측된 해수면 수위에서 '조수(밀물·썰물)'로 인한 수위 상승을 빼는 방식으로 해수면 수위를 보정했기 때문입니다.

순수한 지진해일의 영향만을 분석하기 위해서라면 기상청의 방식이 맞을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해수면 수위'를 예보와 관측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홍태경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실제 해안선에 밀어닥치는 파고의 높이가 피해와 직결되기 때문에 지진해일 자체의 높이 뿐 아니라 조석 간만의 차, 기타 기상현상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파고의 높낮이 변화까지 반영을 해야만 실질적인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기상청은 조수의 영향을 반영한 '총수위' 개념의 도입 여부를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긴급재난문자 발송도 혼선…경보체계 개선 필요

이번 지진해일과 관련해, 행정안전부는 지진 발생 1시간 뒤인 1일 오후 5시 11분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습니다. 이어 동해안 인접 지자체 13곳이 모두 24건의 재난문자를 보냈습니다.

박우진 행정안전부 지진방재관리과장은 "기상청 예보가 지진해일 특보 발령 기준에는 미달했지만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해변가 안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지진해일이 온다는 것을 국민분들에게 알려드려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박 과장은 또 "해안가 지자체에 재난문자 등을 통해서 주민분들에게 지진해일 발생을 알려드리고 해안가 접근을 자제하도록 조치할 것을 수차례 요청하고 독려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강릉시와 울산시는 규정상 '주의보' 수준이 아니라는 이유로 재난문자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실제 해수면 수위는 주의보 수준까지 올라갔지만 기상청의 지진해일 예측이 이에 못미쳤기 때문에 재난문자가 제대로 전파되지 않은 셈입니다.

정확하지 않은 도달 예상시점 때문에 결과적으로 재난문자가 적절한 시점에 나가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강원도 동해시는 지난 1일 오후 5시 54분에 재난문자를 보냈는데, 기상청의 도달 시점 예측보다는 빨랐지만 실제로는 이미 해수면 수위가 상승할 무렵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본 등에서 추가 강진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지진해일 예보의 정확성을 더 높여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광희 부산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지질해일 예보의 정확성 향상을 위해서는 "수심 자료뿐만이 아니라 조금 더 촘촘하게 지진해일을 관측할 수 있는 장비들이 추가로 설치돼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하태민 강원대 건설융합학부 교수도 "조수의 영향이 지진해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가차원의 연구가 진행되다가 예산 부족으로 중단된 상태"라면서 "예측모델 개선 등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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