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스쿨존 사망’ 징역 5년 확정…유족 “고작 5년, 정의인가?”

[앵커]

2022년 서울 청담동 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내 9살 초등학생을 숨지게 한 운전자에 대해 징역 5년형이 확정됐습니다.

대법원은 지난해 스쿨존 음주 사고에 대한 양형기준을 크게 높였지만 이번 사건에는 적용되지 못했는데, 유족들은 현저하게 낮은 형량이라며 반발했습니다.

김태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도로 한편에 꽃들이 수북하고, 아이들의 손글씨가 적힌 추모 메모가 가득합니다.

2022년 12월 9살 초등학생 이모 군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스쿨존'입니다.

가해자는 41살 고모 씨.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 면허 취소 수준이었습니다.

[사고 목격자/음성변조/2022년 12월 : "차 문이 열려 있었는데 창문으로 술 냄새가 진짜 많이 났어요."]

고 씨는 사고를 낸 뒤 집까지 운전을 계속했고, 검찰은 음주운전과 뺑소니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고 씨가 20~30미터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즉시 현장으로 돌아온 점, 소극적으로나마 구호 조치를 한 점 등을 들어 뺑소니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하나의 교통사고에서 여러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별개의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도 고 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1심에서 선고된 징역 7년은 2심에서 징역 5년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습니다.

[피해 아동 아버지 : "대낮에 음주운전 하여 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학교 후문 앞에서 하늘나라로 보낸 죄가 고작 5년 형량을 받는 게 진정 정의입니까?"]

2020년 도입된 이른바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사망 사고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지난해 7월 이후 기소되는 스쿨존 음주 사망 사고에 대해 최대 징역 15년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대폭 상향했지만 기준 상향 전 기소된 이 사건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김태훈입니다.

촬영기자:최상철/영상편집:이태희/그래픽:서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