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없는 유한양행에 ‘회장님’…창업주 손녀의 호소 [뉴스in뉴스]

입력 2024.03.19 (12:39) 수정 2024.03.1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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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다" 라는 신념으로, 지난 반 세기 평사원 출신에서 대표를 선임해 온 이 회사, 여러분들 잘 아시죠 유한양행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기업인으로 손꼽히는 고 유일한 박사의 유산 유한양행이 최근 기업 지배구조를 놓고 극심한 내분에 휩싸였습니다.

박대기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유한양행은 어떤 회사죠?

[기자]

독립운동가인 고 유일한 박사가 1926년에 창업한 제약사입니다.

시가총액이 6조원에 이를 정도로 지금도 상당히 큰 회사입니다.

유 박사는 1971년 타계하면서 자신의 주식을 전부 사회와 교육 발전을 위해 기부하고 딸에게는 땅 5천평만 물려주되 울타리를 치지 말고 학생이 드나들게 하라고 해서 깊은 감동을 줬습니다.

[앵커]

그런데 무슨 일이 벌어진건가요?

[기자]

직원들이 회사의 회장직 신설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일부 직원들은 트럭까지 빌려 시위에 나섰습니다.

회사가 최근 30년간 없었던 회장 직을 신설한다고 하자 항의하는 것입니다.

지난 금요일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벌어졌는데, 여기서 회사가 승리해 회장 직이 신설됐습니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이 경영진 비리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어 내홍이 끝나지 않은 상황입니다.

[앵커]

회장직 신설을 주주들은 찬성한건데 직원들이 회장직 신설에 반발하고 나선 이유는?

[기자]

유일한 박사 일가가 진짜로 경영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대표와 이사회 의장이 된 사람들은 모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내부 승진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사회의장의 경우 6년간 대표를 지내고 다시 6년간 이사회 의장을 지낸 뒤에 또 회장까지 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일부 직원들이 제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럴때 이사회가 중심을 잡고 대표를 견제해야 하는데 같은 편이 된게 아니냐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회사측 입장은?

[기자]

특정인을 회장을 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는 입장입니다.

이번에도 회장 직은 일단 공석으로 뒀습니다.

[앵커]

공석으로 두려면 왜 굳이 회장직을 신설했을까 여전히 의구심이 드네요?

[기자]

회사가 성장하면서 외부에서 사장급의 우수 연구인력을 초빙해야 하고 계열사도 많은데, 그 전체를 관할하려면 회장직이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또 앞으로 회장이 되려면 대표이사가 돼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해서 현 이사회 의장이 회장이 되는 것을 쉽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앵커]

유한양행은 우리나라 기업의 모범이었습니다.

창업주가 가족에게도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환원했는데 임원 일부가 사유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 문제의 핵심인 것 같네요.

창업주 손녀 유일링 박사 주총에도 참석했던데 입장은?

[기자]

말씀하신 그 점을 일부 직원들이 우려하고 있고, 유일한 박사의 손녀도 KBS와의 인터뷰에서 우려되는 부분을 말했습니다.

[유일링/고 유일한 박사 손녀 : "사유화는 모르겠지만, 2개의 직책(회장, 부회장)을 신설하는 것은 분명히 제 할아버지가 의도했을 것보다 권력을 집중시킬 것입니다. 제 할아버지는 기업 경영에서 견제와 균형을 중시했습니다."]

[앵커]

유일링박사가 이사회를견제할힘은 전혀없는겁니까?

[기자]

이사회나 주총을 견제한다면 또 다른 의미에서 창업자의 뜻을 훼손할 수 있겠죠.

주주총회 의사 결정은 주주의 뜻에 따라서 이루어지는데 최대 주주 유한재단이 회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앵커]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중요하지만 이번일을계기로 오너없는 회사의 맹점도 드러난것 같아요?

[기자]

총수가 없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경영이 되려면 주주와 임직원 간에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요.

최대주주인 유한재단, 그리고 재단이 선임한 이사회, 마지막으로 실제 경영권을 행사하는 대표이사가 과연 서로 견제를 잘 하고 있을까하는 점이 문제입니다.

문제는 유한재단의 이사 중에는 현재의 유한양행 대표와 이사회 의장이 포함돼 있다는 점입니다.

서로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력이 되어 주인없는 회사의 주인 노릇을 하는게 아닐까, 그런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앵커]

전문경영인 체제가 ‘오너 경영’보다 반드시 낫다고 할 수는 물론 없다.

외국에서도 창업주의 후손이 최고경영자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많은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기업가치를 가장 높일 수 있는 경영형태는 총수의 자식이 물려받는 것보다 독립적인 이사회를 통한 경영이라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많은 한국 기업의 이사회는 총수 일가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고 유한양행도 이사회 독립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이사회의 독립성이 비단 유한양행만의 문제가 아니죠?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부르는 주식 저평가의 중요 원인입니다.

삼성전자 사외이사의 평균 연봉은 2억원이 넘습니다.

그런데도 지난해 이사회에서 안건 찬성 비율은 100%입니다.

현대차와 LG전자도 마찬가지였고 전체 대기업 사외이사가 안건의 99%에 찬성했습니다.

과연 독립적으로 총수를 견제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세계 반도체 산업의 강자인 타이완의 TSMC의 경우 이사회에 회사 출신보다 사외이사가 더 많습니다.

사외이사로 MIT 전 총장이나 다른 반도체 회사의 전 CEO 등 업계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있습니다.

최근 정부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는데 시장 반응은 크지 않습니다.

대주주가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휘두르고 이사회는 '거수기'인 구조부터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영상편집:이소현 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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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수 없는 유한양행에 ‘회장님’…창업주 손녀의 호소 [뉴스in뉴스]
    • 입력 2024-03-19 12:39:36
    • 수정2024-03-19 1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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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다" 라는 신념으로, 지난 반 세기 평사원 출신에서 대표를 선임해 온 이 회사, 여러분들 잘 아시죠 유한양행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기업인으로 손꼽히는 고 유일한 박사의 유산 유한양행이 최근 기업 지배구조를 놓고 극심한 내분에 휩싸였습니다.

박대기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유한양행은 어떤 회사죠?

[기자]

독립운동가인 고 유일한 박사가 1926년에 창업한 제약사입니다.

시가총액이 6조원에 이를 정도로 지금도 상당히 큰 회사입니다.

유 박사는 1971년 타계하면서 자신의 주식을 전부 사회와 교육 발전을 위해 기부하고 딸에게는 땅 5천평만 물려주되 울타리를 치지 말고 학생이 드나들게 하라고 해서 깊은 감동을 줬습니다.

[앵커]

그런데 무슨 일이 벌어진건가요?

[기자]

직원들이 회사의 회장직 신설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일부 직원들은 트럭까지 빌려 시위에 나섰습니다.

회사가 최근 30년간 없었던 회장 직을 신설한다고 하자 항의하는 것입니다.

지난 금요일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벌어졌는데, 여기서 회사가 승리해 회장 직이 신설됐습니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이 경영진 비리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어 내홍이 끝나지 않은 상황입니다.

[앵커]

회장직 신설을 주주들은 찬성한건데 직원들이 회장직 신설에 반발하고 나선 이유는?

[기자]

유일한 박사 일가가 진짜로 경영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대표와 이사회 의장이 된 사람들은 모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내부 승진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사회의장의 경우 6년간 대표를 지내고 다시 6년간 이사회 의장을 지낸 뒤에 또 회장까지 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일부 직원들이 제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럴때 이사회가 중심을 잡고 대표를 견제해야 하는데 같은 편이 된게 아니냐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회사측 입장은?

[기자]

특정인을 회장을 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는 입장입니다.

이번에도 회장 직은 일단 공석으로 뒀습니다.

[앵커]

공석으로 두려면 왜 굳이 회장직을 신설했을까 여전히 의구심이 드네요?

[기자]

회사가 성장하면서 외부에서 사장급의 우수 연구인력을 초빙해야 하고 계열사도 많은데, 그 전체를 관할하려면 회장직이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또 앞으로 회장이 되려면 대표이사가 돼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해서 현 이사회 의장이 회장이 되는 것을 쉽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앵커]

유한양행은 우리나라 기업의 모범이었습니다.

창업주가 가족에게도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환원했는데 임원 일부가 사유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 문제의 핵심인 것 같네요.

창업주 손녀 유일링 박사 주총에도 참석했던데 입장은?

[기자]

말씀하신 그 점을 일부 직원들이 우려하고 있고, 유일한 박사의 손녀도 KBS와의 인터뷰에서 우려되는 부분을 말했습니다.

[유일링/고 유일한 박사 손녀 : "사유화는 모르겠지만, 2개의 직책(회장, 부회장)을 신설하는 것은 분명히 제 할아버지가 의도했을 것보다 권력을 집중시킬 것입니다. 제 할아버지는 기업 경영에서 견제와 균형을 중시했습니다."]

[앵커]

유일링박사가 이사회를견제할힘은 전혀없는겁니까?

[기자]

이사회나 주총을 견제한다면 또 다른 의미에서 창업자의 뜻을 훼손할 수 있겠죠.

주주총회 의사 결정은 주주의 뜻에 따라서 이루어지는데 최대 주주 유한재단이 회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앵커]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중요하지만 이번일을계기로 오너없는 회사의 맹점도 드러난것 같아요?

[기자]

총수가 없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경영이 되려면 주주와 임직원 간에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요.

최대주주인 유한재단, 그리고 재단이 선임한 이사회, 마지막으로 실제 경영권을 행사하는 대표이사가 과연 서로 견제를 잘 하고 있을까하는 점이 문제입니다.

문제는 유한재단의 이사 중에는 현재의 유한양행 대표와 이사회 의장이 포함돼 있다는 점입니다.

서로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력이 되어 주인없는 회사의 주인 노릇을 하는게 아닐까, 그런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앵커]

전문경영인 체제가 ‘오너 경영’보다 반드시 낫다고 할 수는 물론 없다.

외국에서도 창업주의 후손이 최고경영자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많은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기업가치를 가장 높일 수 있는 경영형태는 총수의 자식이 물려받는 것보다 독립적인 이사회를 통한 경영이라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많은 한국 기업의 이사회는 총수 일가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고 유한양행도 이사회 독립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이사회의 독립성이 비단 유한양행만의 문제가 아니죠?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부르는 주식 저평가의 중요 원인입니다.

삼성전자 사외이사의 평균 연봉은 2억원이 넘습니다.

그런데도 지난해 이사회에서 안건 찬성 비율은 100%입니다.

현대차와 LG전자도 마찬가지였고 전체 대기업 사외이사가 안건의 99%에 찬성했습니다.

과연 독립적으로 총수를 견제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세계 반도체 산업의 강자인 타이완의 TSMC의 경우 이사회에 회사 출신보다 사외이사가 더 많습니다.

사외이사로 MIT 전 총장이나 다른 반도체 회사의 전 CEO 등 업계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있습니다.

최근 정부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는데 시장 반응은 크지 않습니다.

대주주가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휘두르고 이사회는 '거수기'인 구조부터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영상편집:이소현 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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