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보다보면 하루가 훌쩍”…‘쇼츠 중독’에 ‘디지털 디톡스’ 등장

입력 2024.03.25 (18:26) 수정 2024.03.2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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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무 생각 없이 긴 시간 동안 온라인 동영상에 빠진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특히, 짧은 길이의 SNS 동영상인 '쇼츠'에 빠진 사람들이 늘자, 잠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중단하는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이 문제 취재한 사회부 여소연 기자 나와있습니다.

여 기자, 최근 다양한 방법의 '디지털 디톡스'가 유행이라고요?

[기자]

네, 디지털 디톡스는 말 그대로 디지털 기기로부터 해독된다는 의미입니다.

취재를 위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체험형 전시장이었는데요.

이곳에 들어가면 먼저 반납함에 휴대전화를 맡겨야 합니다.

맡기고 나면 전시장에 준비된 책을 읽거나 퀴즈를 푸는 등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 혼자 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른바 '금욕상자'라는 건데요.

상자 안에 휴대전화를 넣고 시간을 입력하면, 설정한 시간 동안 상자를 열 수 없습니다.

이 밖에도 인터넷에선 다양한 방식의 디지털 디톡스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앵커]

디지털 기기가 일상이 된 건 오래전 일인데, 최근 들어 이런 움직임이 생겨난 이유는 뭘까요.

[기자]

취재를 하면서 많은 시민들, 특히 디지털 노출이 많은 20~30대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조절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의견이 많았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서민석/서울 성북구 : "이게 진짜 아무 생각을 안 하게 만들어가지고 시간 개념 자체가 사라지는…"]

[정아현/서울 중구 : "말로 그냥 '아, 이거 찾아볼까' 하면 쇼츠에 떠요. 그게 제일 무서워요. 친구랑 또 카톡 하다 보면 그 내용도 쇼츠로 또 뜨니까…"]

[김가은/경기 안산시 : "짧은 영상으로 '이거 하나만 보고 하자' 이런 마인드로 보다가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이처럼 '쇼츠'가 유행하면서 시청 부담이 줄고, 이 때문에 휴대전화를 더 자주 보게 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실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쇼츠 영상을 본 적이 있고 그중 30%는 시청 시간이 전년보다 더 늘었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짧은 영상을 반복적으로 보는 게 중독에 더 취약하다는 의미인가요?

[기자]

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이른바 '팝콘 브레인'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뇌가 빠르게 튀어 오르는 팝콘처럼 짧은 영상에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짧은 시간 안에 적은 에너지로 강한 자극을 얻을 수 있다 보니, 중독성을 지닌다는 겁니다.

전문가 설명 조금 더 들어보겠습니다.

[이현이/경기남부스마트쉼센터 소장 : "만족을 지연할 수 있는 능력을 우리가 키워야 되는데 짧은 것을 계속 추구하다 보면 긴 문장이나 긴 영상에 굉장히 지루함을 느끼죠."]

[앵커]

그럼 디지털 중독,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기자]

네, 디지털 기기는 술이나 마약과 달리 일상생활에서 완전히 분리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인데요.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사용자가 스스로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취재를 하면서 국내에 유일하게 전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스마트폰 과의존 상담기관을 찾았는데요.

영상을 보느라 해야할 일을 못한 경험이 있다면, 이곳에서는 일단 스스로 디지털 과의존 상태라는 걸 인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본인이 언제 어떤 디지털 콘텐츠를 보는지 분석하고 무엇부터 줄여나가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하면 좋습니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들은 이미 SNS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현상을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는데요.

미국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중독성 있는 알고리즘을 사용해 청소년 성장에 해를 끼쳤다며 지난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영국은 모든 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개별적인 상담과 치료를 넘어 사회적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촬영기자:정준희/영상편집: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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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인사이트] “보다보면 하루가 훌쩍”…‘쇼츠 중독’에 ‘디지털 디톡스’ 등장
    • 입력 2024-03-25 18:26:08
    • 수정2024-03-25 18: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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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무 생각 없이 긴 시간 동안 온라인 동영상에 빠진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특히, 짧은 길이의 SNS 동영상인 '쇼츠'에 빠진 사람들이 늘자, 잠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중단하는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이 문제 취재한 사회부 여소연 기자 나와있습니다.

여 기자, 최근 다양한 방법의 '디지털 디톡스'가 유행이라고요?

[기자]

네, 디지털 디톡스는 말 그대로 디지털 기기로부터 해독된다는 의미입니다.

취재를 위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체험형 전시장이었는데요.

이곳에 들어가면 먼저 반납함에 휴대전화를 맡겨야 합니다.

맡기고 나면 전시장에 준비된 책을 읽거나 퀴즈를 푸는 등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 혼자 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른바 '금욕상자'라는 건데요.

상자 안에 휴대전화를 넣고 시간을 입력하면, 설정한 시간 동안 상자를 열 수 없습니다.

이 밖에도 인터넷에선 다양한 방식의 디지털 디톡스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앵커]

디지털 기기가 일상이 된 건 오래전 일인데, 최근 들어 이런 움직임이 생겨난 이유는 뭘까요.

[기자]

취재를 하면서 많은 시민들, 특히 디지털 노출이 많은 20~30대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조절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의견이 많았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서민석/서울 성북구 : "이게 진짜 아무 생각을 안 하게 만들어가지고 시간 개념 자체가 사라지는…"]

[정아현/서울 중구 : "말로 그냥 '아, 이거 찾아볼까' 하면 쇼츠에 떠요. 그게 제일 무서워요. 친구랑 또 카톡 하다 보면 그 내용도 쇼츠로 또 뜨니까…"]

[김가은/경기 안산시 : "짧은 영상으로 '이거 하나만 보고 하자' 이런 마인드로 보다가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이처럼 '쇼츠'가 유행하면서 시청 부담이 줄고, 이 때문에 휴대전화를 더 자주 보게 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실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쇼츠 영상을 본 적이 있고 그중 30%는 시청 시간이 전년보다 더 늘었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짧은 영상을 반복적으로 보는 게 중독에 더 취약하다는 의미인가요?

[기자]

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이른바 '팝콘 브레인'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뇌가 빠르게 튀어 오르는 팝콘처럼 짧은 영상에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짧은 시간 안에 적은 에너지로 강한 자극을 얻을 수 있다 보니, 중독성을 지닌다는 겁니다.

전문가 설명 조금 더 들어보겠습니다.

[이현이/경기남부스마트쉼센터 소장 : "만족을 지연할 수 있는 능력을 우리가 키워야 되는데 짧은 것을 계속 추구하다 보면 긴 문장이나 긴 영상에 굉장히 지루함을 느끼죠."]

[앵커]

그럼 디지털 중독,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기자]

네, 디지털 기기는 술이나 마약과 달리 일상생활에서 완전히 분리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인데요.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사용자가 스스로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취재를 하면서 국내에 유일하게 전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스마트폰 과의존 상담기관을 찾았는데요.

영상을 보느라 해야할 일을 못한 경험이 있다면, 이곳에서는 일단 스스로 디지털 과의존 상태라는 걸 인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본인이 언제 어떤 디지털 콘텐츠를 보는지 분석하고 무엇부터 줄여나가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하면 좋습니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들은 이미 SNS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현상을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는데요.

미국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중독성 있는 알고리즘을 사용해 청소년 성장에 해를 끼쳤다며 지난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영국은 모든 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개별적인 상담과 치료를 넘어 사회적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촬영기자:정준희/영상편집: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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