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동의 없는 물 공급 협약…“주민 무시”

입력 2024.04.16 (19:10) 수정 2024.04.16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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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의령군과 부산시가 정부의 취수원 다변화 사업을 위해 상생 협약을 맺었다는 소식, 어제(15일) 전해드렸는데요.

그런데 협약 과정에서 정작 주민 동의가 없었고, 의회 보고 절차까지 누락되면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도에 박기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국 최대 옥수수 재배지인 의령군 낙서면, 이곳 낙서면과 지정면 낙동강 변이 취수지역에 포함된 건 지난해 말입니다.

의령 낙동강 물 22만 톤에다, 합천 황강물, 창녕 낙동강 물 등 하루 90만 톤을 경남과 부산에 보내는 것이 환경부의 새 계획입니다.

주민들의 가장 큰 걱정은 지하수위 저하.

강둑 너머로는 최소 천 동이 넘는 비닐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부분 지하수 관정을 파서 농사용 물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수막 재배 작물인 옥수수와 양상추가 대부분을 차지해, 지하수 없이는 사실상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윤일근/의령군 낙서면 : "(지하수 펌프를) 안 돌리면 작물이 그냥 쉽게 얼어 죽어요. 강변 여과수를 한다는 것은 우리 농민들한테는 칼만 안 들었지. 죽으란 소리 하고 똑같아요."]

이 같은 반대 속에도 부산시와 상생 협약을 맺은 의령군, 의령군은 취수원 다변화 사업에 협조하고, 부산시는 상생 지원금과 의령지역 농산물을 우선 구매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농업 피해 예방과 보상 협력 방안도 담았습니다.

[오태완/의령군수/지난 12일 : "큰 대국을 모시듯이 부산시를 잘 모실테니까. 저희들 의령군도 늘 어여삐 여겨서…."]

하지만 정작 피해가 우려되는 취수지역 주민들의 의견 수렴이나 동의 절차는 없었습니다.

주민들이 협약 철회를 요구하는 이윱니다.

[손환식/의령군 낙서면 : "군수 마음대로 협약식을 했다고 하는 것은 우리 주민들을 무시해도 이만저만 무시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내일 당장이라도 군수실로 바로 쳐들어갈 겁니다."]

또, 의회 동의 절차도 없었습니다.

[김규찬/의령군의회 의장 : "(강변) 여과수로 부산시에 물을 주겠다. 이런 말 한마디조차 없는데 뭐 아는 게 있습니까?"]

취수 지역인 창녕과 합천, 취수 영향 지역 포함을 요구하는 거창까지 3곳 주민들은 취수원 다변화 사업을 여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

피해 주민에 대한 지원과 정당한 의견 수렴 노력이 없다면, 정부의 취수원 다변화 사업은 이번에도 '말로만 상생'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KBS 뉴스 박기원입니다.

촬영기자:최현진/그래픽:백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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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민 동의 없는 물 공급 협약…“주민 무시”
    • 입력 2024-04-16 19:10:59
    • 수정2024-04-16 22:11:46
    뉴스7(창원)
[앵커]

의령군과 부산시가 정부의 취수원 다변화 사업을 위해 상생 협약을 맺었다는 소식, 어제(15일) 전해드렸는데요.

그런데 협약 과정에서 정작 주민 동의가 없었고, 의회 보고 절차까지 누락되면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도에 박기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국 최대 옥수수 재배지인 의령군 낙서면, 이곳 낙서면과 지정면 낙동강 변이 취수지역에 포함된 건 지난해 말입니다.

의령 낙동강 물 22만 톤에다, 합천 황강물, 창녕 낙동강 물 등 하루 90만 톤을 경남과 부산에 보내는 것이 환경부의 새 계획입니다.

주민들의 가장 큰 걱정은 지하수위 저하.

강둑 너머로는 최소 천 동이 넘는 비닐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부분 지하수 관정을 파서 농사용 물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수막 재배 작물인 옥수수와 양상추가 대부분을 차지해, 지하수 없이는 사실상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윤일근/의령군 낙서면 : "(지하수 펌프를) 안 돌리면 작물이 그냥 쉽게 얼어 죽어요. 강변 여과수를 한다는 것은 우리 농민들한테는 칼만 안 들었지. 죽으란 소리 하고 똑같아요."]

이 같은 반대 속에도 부산시와 상생 협약을 맺은 의령군, 의령군은 취수원 다변화 사업에 협조하고, 부산시는 상생 지원금과 의령지역 농산물을 우선 구매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농업 피해 예방과 보상 협력 방안도 담았습니다.

[오태완/의령군수/지난 12일 : "큰 대국을 모시듯이 부산시를 잘 모실테니까. 저희들 의령군도 늘 어여삐 여겨서…."]

하지만 정작 피해가 우려되는 취수지역 주민들의 의견 수렴이나 동의 절차는 없었습니다.

주민들이 협약 철회를 요구하는 이윱니다.

[손환식/의령군 낙서면 : "군수 마음대로 협약식을 했다고 하는 것은 우리 주민들을 무시해도 이만저만 무시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내일 당장이라도 군수실로 바로 쳐들어갈 겁니다."]

또, 의회 동의 절차도 없었습니다.

[김규찬/의령군의회 의장 : "(강변) 여과수로 부산시에 물을 주겠다. 이런 말 한마디조차 없는데 뭐 아는 게 있습니까?"]

취수 지역인 창녕과 합천, 취수 영향 지역 포함을 요구하는 거창까지 3곳 주민들은 취수원 다변화 사업을 여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

피해 주민에 대한 지원과 정당한 의견 수렴 노력이 없다면, 정부의 취수원 다변화 사업은 이번에도 '말로만 상생'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KBS 뉴스 박기원입니다.

촬영기자:최현진/그래픽:백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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