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수 없는 ‘그 가정’…쉼터서도 내몰리는 ‘가정 밖 청소년’ [취재후]

입력 2024.05.23 (16:10) 수정 2024.05.2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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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KBS는 우리 사회의 돌봄 문제를 연속 보도했습니다. '가정 밖 청소년'과 '자립준비청년'에 주목했습니다. 폭력과 학대 피해로 '그 가정'을 탈출한 가정 밖 청소년이 쉼터에서도 가정에서도 떠밀려 마땅히 오갈 곳 없는 현실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 "집안일 못하면 옷걸이로 때린 부모"… 거리로 나온 아이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커가는 화목한 '가정'.

누군가에겐 '그 가정'은 폭력에 못 이겨 벗어나고 싶은 곳이 됩니다.


올해로 17살이 된 아라. 어릴 때부터 가정 내 폭력에 시달렸습니다. 아라는 초등학교 때부터 집안일을 하지 못하면 '벌'을 준다는 명목으로 맞았고, 부모로부터 돌봄 받지 못한 채 방치됐습니다. 폭력임을 인지한 건 중학교 1학년. 아라는 학교 선생님의 도움으로 '가정폭력' 신고를 한 뒤에야 가정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집안을 부모님 퇴근 시간까지 다 끝내놓지 않으면 좀 맞았거든요. 쇠로 된 옷걸이 같은 거로 때리시기도 했고 배를 좀 발로 차거나 머리를 이렇게 잡아가지고 벽에 쾅쾅 두들기시고"

- 17살 아라(가명)/가정 밖 청소년 -


19살 연호는 폭력뿐만 아니라, 가정 내 성폭력으로 인해 집을 나왔습니다. 집을 나온 연호는 보육시설에 들어갔지만, 그 곳에서도 구성원 간 폭력이 계속 이어져 쉼터를 떠돌아야 했습니다.

"(가정 밖으로 나온 건) 힘듦을 좀 끊어내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 동생 사촌 언니까지 같이 살았어요. 그런데 중학교 1학년 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성폭력이 있었고 성폭력에 견디지 못해서 집을 나왔어요."

- 19살 연호(가명)/가정 밖 청소년 -

'가정 밖 청소년'
가정 내 갈등과 학대, 폭력, 방임, 가정해체, 가출 등의 이유로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9세 이상 24세 이하 청소년
※ 출처: 여성가족부

■ 머물 수 있는 '쉼터' 있지만, 그마저도 135곳뿐

가정으로 나온 청소년들은 가정ㆍ학교ㆍ사회로 복귀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상담ㆍ주거ㆍ학업ㆍ자립 등을 지원하는 시설인 '청소년 쉼터'를 찾습니다.

청소년 쉼터 경험이 있는 가정 밖 청소년의 비율은 85.5%에 달할 정도로 높습니다.


쉼터에선 가정 밖 청소년들이 '주거'를 일시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가정 밖을 나와 급히 잘 곳을 찾을 땐 일시 쉼터를 이용하고, 더 오랜 기간 쉼터에서 머물러야 하는 경우엔 단기, 중장기 쉼터로 옮겨가게 됩니다.

쉼터 내부의 규율 등을 잘 지키고 적응할 수 있는 청소년만이 쉼터에서 오랫동안 머물 수 있습니다.


전국에 '청소년 쉼터'는 모두 135곳, 동시에 입소 가능한 정원은 1,350명 뿐입니다. 5만 6천 명으로 추정되는 가정 밖 청소년 규모를 감안하면 쉼터 정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정원뿐 아니라, 일부 지역에선 청소년 쉼터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지역별로 편차도 큽니다.

■ 쉼터 들어가도 문턱은 여전히 높아…밀려나는 아이들

쉼터를 들어갔다 하더라도, 들어가고 싶어도 아이들에게 쉼터의 문턱은 여전히 높습니다. KBS 취재진은 쉼터를 경험한 가정 밖 청소년들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쉼터에서 겪는 어려움뿐만 아니라, 입소 조건이 까다로운 현실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쉼터의 현실 ①] 부모로 향하는 '연락'


아라는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쉼터를 찾았지만, 이곳에서도 불편함은 이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쉼터에 들어갈 경우, 쉼터 관계자가 부모에게 쉼터 입소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폭력 '가해자'가 부모가 된 청소년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부모한테 연락하잖아요. 가해 보호자한테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이제 발설을 하시는 거니까….

"가정 밖에서도 가해자의 부모가 가장 위험 요소인 것 같아요. 쉼터에 가서도 경찰은 가해 부모 얘기를 들어주고 쉼터에 가서도 선생님들은 가해자인 부모한테 전화하고. 제도가 이상해요."

- 17살 아라(가명)/가정 밖 청소년 -

[쉼터의 현실 ②] '정신병력'으로 인한 '차별'

부모의 폭력으로 집을 떠난 15살 해솔이는 쉼터 여섯 곳을 전전했습니다. 마지막 쉼터는 해솔이의 정신병력을 문제 삼았고, 해솔이는 쉼터에서 쫓겨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쉼터는 가정폭력 수사 중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부모에게 연락까지 했습니다.

"자해하고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나가줘야겠다라고…."

"단지 힘든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사실 그랬던 건데 납득이 안됐어요.(가정폭력)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부모님한테 연락해서 데려가라고 했다는 거는 문제가 좀 많이 크다고 생각해요."

- 15살 해솔(가명)/가정 밖 청소년 -

[쉼터의 현실 ③] 내부의 '폭력'


쉼터 내부의 폭력도 쉼터를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가정 밖 청소년들이 여러 명 함께 모여있는 단체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단체 생활을 하다 겪는 쉼터 내부의 폭력도 다반사입니다. 이런 폭력을 견디다 못해 거리로 나옵니다.

"20대 형들도 많고 이제 10대 형들도 많았어서 제대로 눈치 보면서 좀 살았어요. 그리고 형들이 다 무서워가지고 단체생활이다 보니까. 형들이 또 이제 괴롭히기도 하고"

- 14살 A 군/ 남자 쉼터 거주 경험 있는 가정 밖 청소년-

■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성 착취·치안 위협까지

이렇게 쉼터 밖 사각지대로 내몰린 아이들은 다양한 위협에 직면합니다.

연호는 일시 쉼터에 입소했지만, 가장 길게 머물 수 있는 기간인 7일을 모두 채운 뒤엔 3일 동안은 다른 어떤 쉼터에 입소할 수 없는 규칙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쉼터로 입소할 수 없는 3일의 시간 동안 연호는 미성년자가 머물 수 있는 숙박시설인 호스텔 등을 떠돌았습니다.

"모텔 같은 경우는 아예 출입이 안 되는데 대신 출입을 만약에 하게 됐을 경우에는 카드 키가 있잖아요. 근데 호스텔이나 이런 데는 카드 키가 없어요. 거기에 머물렀을 때 문을 따고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러한 위험이 있었던 것 같고"

-연호(가명)/가정 밖 청소년-

나이가 어린 10대 여성 청소년들은 성착취 위협에 직면해 어려움을 겪습니다. 오갈 데 없는 현실에, 숙식을 제공해준다는 일명 '헬퍼'의 말에 시작된 연락으로 성착취 피해에 놓이게 되는 겁니다.

"(헬퍼) 집에서 조금 성매매도 강요받고 강제로 성매매 성착취도 8개월 동안 당하면서 몸이 완전히 망가지고 좀 소변을 못 가릴 정도로 찢어지고 열이 나고 그래서 누워 있을 때도 누워서 울고만 있을 때도 당했었고"

-고유(가명)/가정 밖 청소년-

가정 밖 청소년 주거권 등 인권상황 실태조사(2023, 국가인권위) 中

■ 가정 밖 청소년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가정 밖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청소년 쉼터'가 있더라도, '중복 지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쉼터의 까다로운 입소 조건으로 인해 쉼터 밖으로 내몰린 '가정 밖 청소년'들을 위한 돌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쉼터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있는 건, 서울에 있는 시립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나무'

일시지원센터는 쉼터보다 '장벽'이 낮습니다. 쉼터와 달리 보호자 연락을 하지 않아, 가해 부모로부터 더 안전하게 청소년이 보호받을 수 있고, 쉼터와 같은 거주시설이 아니라 입소 절차가 없어 이용이 자유롭습니다. 이곳에서 보다 편하게 가정 밖 청소년들이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친구가 최근에 극단적 선택을 했어요. 제가 집에 혼자 있기를 힘들어하니까 저는 여기서 잠을 잤었어요. 그래서 긴급하게 지원을 해줄 수 있는 곳은 나무 밖에 없어요."
-연호(가명)/가정 밖 청소년-

"편하게 먹고 싶은 거 먹고, 털어놓고 싶은 거 털어놓고, 아프면 같이 병원 가주고…."
- 아라(가명)/가정 밖 청소년-

연호와 아라를 포함해 3년 동안 이 센터에서 1만 2,666건의 청소년을 지원했습니다.

센터에선 가정 밖 청소년이 ① 가정 밖 혹은 시설 밖 청소년들에게 일상회복을 위한 주간 보호 및 긴급 일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② 직접 거리로 나가 위기 청소년을 조기 발견할 뿐만 아니라, ③ 탈시설 한 가정 밖 청소년들을 위해 월 20만 원 상당의 생필품을 지원합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올해 초 쉼터와 "대상자가 중복된다"며, 내년부터 일시지원센터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KBS 취재가 시작되자 서울시는 센터를 계속 운영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센터장은 "쉼터 외에도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이런 센터가 없어지기보단,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쉼터를 이용했다가 중단했거나, 거부한 청소년들 같은 경우에는 사실은 어쨌든 지원을 받아야 되긴 하지만 거리로 나오는 상황은 맞잖아요. 센터는 서비스 중복이 아니라 서비스를 보완하고 있고 체계밖 청소년들을 주요 대상으로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있어요"

-홍경희 센터장/시립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누구와 함께, 어디서, 어떻게 살지’ 선택하고 결정하는 선택권은 아동ㆍ청소년에게 있습니다. 쉼터를 선택하지 않은, 혹은 선택할 수 없는 가정 밖 청소년들에게도 꾸준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5월 가정의달, KBS '탈가정' 기획 다시보기]

[연관 기사]
시설 퇴소했지만 현실은 냉혹…자립준비청년의 홀로서기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64186
“10명 중 2명은 연락두절”…자립 전부터 지원 나서야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64189
‘가정 밖 청소년’ 5만여 명…상황 비슷하지만 복지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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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이용 어려운데”…서울시 ‘일시지원센터’는 불과 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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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갈 수 없는 ‘그 가정’…쉼터서도 내몰리는 ‘가정 밖 청소년’ [취재후]
    • 입력 2024-05-23 16:10:49
    • 수정2024-05-23 16:31:35
    취재후·사건후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KBS는 우리 사회의 돌봄 문제를 연속 보도했습니다. '가정 밖 청소년'과 '자립준비청년'에 주목했습니다. 폭력과 학대 피해로 '그 가정'을 탈출한 가정 밖 청소년이 쉼터에서도 가정에서도 떠밀려 마땅히 오갈 곳 없는 현실에 대해 들어봤습니다.<br />

■ "집안일 못하면 옷걸이로 때린 부모"… 거리로 나온 아이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커가는 화목한 '가정'.

누군가에겐 '그 가정'은 폭력에 못 이겨 벗어나고 싶은 곳이 됩니다.


올해로 17살이 된 아라. 어릴 때부터 가정 내 폭력에 시달렸습니다. 아라는 초등학교 때부터 집안일을 하지 못하면 '벌'을 준다는 명목으로 맞았고, 부모로부터 돌봄 받지 못한 채 방치됐습니다. 폭력임을 인지한 건 중학교 1학년. 아라는 학교 선생님의 도움으로 '가정폭력' 신고를 한 뒤에야 가정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집안을 부모님 퇴근 시간까지 다 끝내놓지 않으면 좀 맞았거든요. 쇠로 된 옷걸이 같은 거로 때리시기도 했고 배를 좀 발로 차거나 머리를 이렇게 잡아가지고 벽에 쾅쾅 두들기시고"

- 17살 아라(가명)/가정 밖 청소년 -


19살 연호는 폭력뿐만 아니라, 가정 내 성폭력으로 인해 집을 나왔습니다. 집을 나온 연호는 보육시설에 들어갔지만, 그 곳에서도 구성원 간 폭력이 계속 이어져 쉼터를 떠돌아야 했습니다.

"(가정 밖으로 나온 건) 힘듦을 좀 끊어내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 동생 사촌 언니까지 같이 살았어요. 그런데 중학교 1학년 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성폭력이 있었고 성폭력에 견디지 못해서 집을 나왔어요."

- 19살 연호(가명)/가정 밖 청소년 -

'가정 밖 청소년'
가정 내 갈등과 학대, 폭력, 방임, 가정해체, 가출 등의 이유로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9세 이상 24세 이하 청소년
※ 출처: 여성가족부

■ 머물 수 있는 '쉼터' 있지만, 그마저도 135곳뿐

가정으로 나온 청소년들은 가정ㆍ학교ㆍ사회로 복귀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상담ㆍ주거ㆍ학업ㆍ자립 등을 지원하는 시설인 '청소년 쉼터'를 찾습니다.

청소년 쉼터 경험이 있는 가정 밖 청소년의 비율은 85.5%에 달할 정도로 높습니다.


쉼터에선 가정 밖 청소년들이 '주거'를 일시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가정 밖을 나와 급히 잘 곳을 찾을 땐 일시 쉼터를 이용하고, 더 오랜 기간 쉼터에서 머물러야 하는 경우엔 단기, 중장기 쉼터로 옮겨가게 됩니다.

쉼터 내부의 규율 등을 잘 지키고 적응할 수 있는 청소년만이 쉼터에서 오랫동안 머물 수 있습니다.


전국에 '청소년 쉼터'는 모두 135곳, 동시에 입소 가능한 정원은 1,350명 뿐입니다. 5만 6천 명으로 추정되는 가정 밖 청소년 규모를 감안하면 쉼터 정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정원뿐 아니라, 일부 지역에선 청소년 쉼터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지역별로 편차도 큽니다.

■ 쉼터 들어가도 문턱은 여전히 높아…밀려나는 아이들

쉼터를 들어갔다 하더라도, 들어가고 싶어도 아이들에게 쉼터의 문턱은 여전히 높습니다. KBS 취재진은 쉼터를 경험한 가정 밖 청소년들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쉼터에서 겪는 어려움뿐만 아니라, 입소 조건이 까다로운 현실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쉼터의 현실 ①] 부모로 향하는 '연락'


아라는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쉼터를 찾았지만, 이곳에서도 불편함은 이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쉼터에 들어갈 경우, 쉼터 관계자가 부모에게 쉼터 입소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폭력 '가해자'가 부모가 된 청소년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부모한테 연락하잖아요. 가해 보호자한테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이제 발설을 하시는 거니까….

"가정 밖에서도 가해자의 부모가 가장 위험 요소인 것 같아요. 쉼터에 가서도 경찰은 가해 부모 얘기를 들어주고 쉼터에 가서도 선생님들은 가해자인 부모한테 전화하고. 제도가 이상해요."

- 17살 아라(가명)/가정 밖 청소년 -

[쉼터의 현실 ②] '정신병력'으로 인한 '차별'

부모의 폭력으로 집을 떠난 15살 해솔이는 쉼터 여섯 곳을 전전했습니다. 마지막 쉼터는 해솔이의 정신병력을 문제 삼았고, 해솔이는 쉼터에서 쫓겨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쉼터는 가정폭력 수사 중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부모에게 연락까지 했습니다.

"자해하고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나가줘야겠다라고…."

"단지 힘든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사실 그랬던 건데 납득이 안됐어요.(가정폭력)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부모님한테 연락해서 데려가라고 했다는 거는 문제가 좀 많이 크다고 생각해요."

- 15살 해솔(가명)/가정 밖 청소년 -

[쉼터의 현실 ③] 내부의 '폭력'


쉼터 내부의 폭력도 쉼터를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가정 밖 청소년들이 여러 명 함께 모여있는 단체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단체 생활을 하다 겪는 쉼터 내부의 폭력도 다반사입니다. 이런 폭력을 견디다 못해 거리로 나옵니다.

"20대 형들도 많고 이제 10대 형들도 많았어서 제대로 눈치 보면서 좀 살았어요. 그리고 형들이 다 무서워가지고 단체생활이다 보니까. 형들이 또 이제 괴롭히기도 하고"

- 14살 A 군/ 남자 쉼터 거주 경험 있는 가정 밖 청소년-

■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성 착취·치안 위협까지

이렇게 쉼터 밖 사각지대로 내몰린 아이들은 다양한 위협에 직면합니다.

연호는 일시 쉼터에 입소했지만, 가장 길게 머물 수 있는 기간인 7일을 모두 채운 뒤엔 3일 동안은 다른 어떤 쉼터에 입소할 수 없는 규칙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쉼터로 입소할 수 없는 3일의 시간 동안 연호는 미성년자가 머물 수 있는 숙박시설인 호스텔 등을 떠돌았습니다.

"모텔 같은 경우는 아예 출입이 안 되는데 대신 출입을 만약에 하게 됐을 경우에는 카드 키가 있잖아요. 근데 호스텔이나 이런 데는 카드 키가 없어요. 거기에 머물렀을 때 문을 따고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러한 위험이 있었던 것 같고"

-연호(가명)/가정 밖 청소년-

나이가 어린 10대 여성 청소년들은 성착취 위협에 직면해 어려움을 겪습니다. 오갈 데 없는 현실에, 숙식을 제공해준다는 일명 '헬퍼'의 말에 시작된 연락으로 성착취 피해에 놓이게 되는 겁니다.

"(헬퍼) 집에서 조금 성매매도 강요받고 강제로 성매매 성착취도 8개월 동안 당하면서 몸이 완전히 망가지고 좀 소변을 못 가릴 정도로 찢어지고 열이 나고 그래서 누워 있을 때도 누워서 울고만 있을 때도 당했었고"

-고유(가명)/가정 밖 청소년-

가정 밖 청소년 주거권 등 인권상황 실태조사(2023, 국가인권위) 中

■ 가정 밖 청소년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가정 밖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청소년 쉼터'가 있더라도, '중복 지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쉼터의 까다로운 입소 조건으로 인해 쉼터 밖으로 내몰린 '가정 밖 청소년'들을 위한 돌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쉼터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있는 건, 서울에 있는 시립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나무'

일시지원센터는 쉼터보다 '장벽'이 낮습니다. 쉼터와 달리 보호자 연락을 하지 않아, 가해 부모로부터 더 안전하게 청소년이 보호받을 수 있고, 쉼터와 같은 거주시설이 아니라 입소 절차가 없어 이용이 자유롭습니다. 이곳에서 보다 편하게 가정 밖 청소년들이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친구가 최근에 극단적 선택을 했어요. 제가 집에 혼자 있기를 힘들어하니까 저는 여기서 잠을 잤었어요. 그래서 긴급하게 지원을 해줄 수 있는 곳은 나무 밖에 없어요."
-연호(가명)/가정 밖 청소년-

"편하게 먹고 싶은 거 먹고, 털어놓고 싶은 거 털어놓고, 아프면 같이 병원 가주고…."
- 아라(가명)/가정 밖 청소년-

연호와 아라를 포함해 3년 동안 이 센터에서 1만 2,666건의 청소년을 지원했습니다.

센터에선 가정 밖 청소년이 ① 가정 밖 혹은 시설 밖 청소년들에게 일상회복을 위한 주간 보호 및 긴급 일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② 직접 거리로 나가 위기 청소년을 조기 발견할 뿐만 아니라, ③ 탈시설 한 가정 밖 청소년들을 위해 월 20만 원 상당의 생필품을 지원합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올해 초 쉼터와 "대상자가 중복된다"며, 내년부터 일시지원센터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KBS 취재가 시작되자 서울시는 센터를 계속 운영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센터장은 "쉼터 외에도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이런 센터가 없어지기보단,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쉼터를 이용했다가 중단했거나, 거부한 청소년들 같은 경우에는 사실은 어쨌든 지원을 받아야 되긴 하지만 거리로 나오는 상황은 맞잖아요. 센터는 서비스 중복이 아니라 서비스를 보완하고 있고 체계밖 청소년들을 주요 대상으로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있어요"

-홍경희 센터장/시립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누구와 함께, 어디서, 어떻게 살지’ 선택하고 결정하는 선택권은 아동ㆍ청소년에게 있습니다. 쉼터를 선택하지 않은, 혹은 선택할 수 없는 가정 밖 청소년들에게도 꾸준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5월 가정의달, KBS '탈가정' 기획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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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2명은 연락두절”…자립 전부터 지원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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