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의심 사고 뒤 ‘술 타기’ 재연…음주 측정 없이 보낸 경찰

[앵커]

음주 운전이 들통날 상황에 놓였을 때 급하게 술을 마셔 경찰 단속을 방해하는 행위, 이른바 '술 타기'라고 하는데요.

최근 김호중 씨 사례에서 불거진 이같은 편법이, 경찰의 미흡한 초동 조치를 틈타 다시 재연됐습니다.

오정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밤중 시내 도로에서 승용차와 경차가 부딪히며 불꽃이 번쩍입니다.

이 사고로 경차 운전자가 숨지고 동승자는 크게 다쳤습니다.

승용차 운전자인 50대 남성은 시속 150km 넘게 차를 몰았는데, 경찰은 음주 감지기로 음주 반응을 확인하고도 이 남성을 그냥 보내줬습니다.

병원 먼저 가고 싶단 말에 정확한 음주 측정을 미루고 구급차에 태운 겁니다.

병원으로 이송된 지 1시간여 만에, 아무런 제지 없이 병원 문을 나선 이 남성은 곧장 편의점으로 갔습니다.

맥주를 사 마시기 위해서였습니다.

[편의점 주인/음성변조 : "모자를 쓰고 들어오셔서 계속 고개를 숙이고 계시더라고요. (맥주) 작은 걸 두 개인가 샀을 겁니다."]

동료 차를 얻어 타고 집으로 가던 남성은 또 다른 편의점 앞에 다시 차를 세웠고, 맥주 한 캔을 또 마셨습니다.

뒤늦게 쫓아온 경찰이 음주 측정을 했지만 남성은 사고를 낸 뒤 이미 술을 연거푸 마신 상태.

결국 이때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 0.084%는 증거로 쓰이지 못했고, 검찰은 한참 낮은 0.036%를 적용해 남성을 재판에 부쳤습니다.

[진태규/전주덕진경찰서 교통과장 : "음주 최종 시점을 피의자가 번복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위드마크 공식에 의해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경찰은 지침대로 음주 측정을 하지 않았던 점을 사과하고, 당시 출동한 파출소 직원들을 감찰 조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신재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