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방어도 불가”…불법 도박 사이트 ‘발칵’, 왜?

입력 2024.07.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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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절대로 가입 받으시면 안 됩니다."

지난 25일 불법 도박 관련 '텔레그램' 대화방에 올라온 긴급 공지 내용입니다.

'○○ 대총연합'이라는 이름의 이 대화방은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에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수수료를 받는 조직원, 이른바 '총판'과 이들을 지휘하는 '본사' 1,400여 명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이 대화방에 들어가기 위해선 총판들만 접근 가능한 관리자 사이트를 인증해야 할 만큼 비밀스럽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영향력이 상당한 곳에 이런 공지가 올라온 겁니다.

지난 25일 텔레그램 ‘OO 대총연합’ 대화방에 올라온 공지지난 25일 텔레그램 ‘OO 대총연합’ 대화방에 올라온 공지

운영자는 "청소년들의 자진 신고 및 시민단체에서 (도박 사이트 광고) 배너가 많이 등록된 순서로 신고가 들어가 있는 상태"라면서 신고 접수된 불법 도박 사이트 목록을 공유했습니다.

이 목록은 시민단체 '도박없는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것들입니다. 앞서 지난 5월부터 '도박없는학교'는 불법 도박 사이트가 사용한 계좌를 수집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해당 은행에 불법 거래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해오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계좌가 가장 많이 이용된 것으로 집계된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와 이른바 '핫라인'을 구축해 계좌 지급 정지 시스템을 마련했고, 실제로 수집된 모든 계좌가 지급 정지됐습니다.

그동안 도박없는학교는 청소년 불법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도박 사이트들의 자금줄을 끊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는데, 실제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지난 25일 텔레그램 ‘OO 대총연합’ 대화방에 올라온 공지지난 25일 텔레그램 ‘OO 대총연합’ 대화방에 올라온 공지

■"방어 불가…계좌 노출 주의" 신신당부…신고자 색출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불법 도박 조직들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 대화방 운영자는 "(불법 도박) 사이트 내에서 쪽지 등으로 유저(이용자)들에게 계좌가 노출되어서는 어떠한 방어를 할 수가 없다"며 "계좌가 노출되는 이미지(캡처) 등이 찍혀선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습니다.

이에 불법 도박 사이트 가입자가 계좌를 문의하면 고객센터나 쪽지로 안내하지 않고, 가입자 휴대전화로 문자로 계좌번호를 알려주는 업체도 생기고 있습니다.

동시에 계좌를 신고한 이들에 대한 색출 작업도 시작했습니다.

대화방 운영자는 도박없는학교 조호연 교장의 접속 ID와 휴대전화 번호, 계좌 번호, 생년월일로 추정되는 정보를 공유하면서 현재 운영 중인 사이트에서 차단하라고 밝혔습니다. 또, 조 교장과 함께 활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3명의 개인정보도 함께 공개됐습니다.

이미 업계에선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외부에 신고하는 이른바 '블랙 유저'를 걸러내는 서비스인데요. 이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계좌번호 등 96만여 건을 바탕으로 '블랙 리스트'를 만든 겁니다.


■금융당국·경찰 '전방위' 압박…"신속함이 생명"

조호연 교장은 제보를 통해 범죄 이용 계좌를 찾아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정부의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현재 금융당국은 불법 도박 조직들의 자금줄인 '가상계좌'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가상계좌는 불법 도박 조직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거래 수단인데요. 금감원은 도박없는학교가 수집한 계좌 내역을 토대로 가상계좌를 발급한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와 이들과 계약한 저축· 지방은행까지 범위를 확대해 실태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경찰도 상호금융권에 대한 수사에 나선 상태입니다. 서울경찰청은 '신협이 PG사를 통해 수만 개의 가상계좌를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을 방조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호연 교장은 "그동안 은행들은 PG사에 가상계좌 발급 권한을 넘겨주고 사고가 나면 몰랐다는 식으로 꼬리를 잘라왔다"면서 "PG사 역시 가맹점의 일탈이라면서 책임을 미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번 고발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경찰의 신속한 수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연관 기사]
①‘총판’이 모으고 ‘불법OTT’가 뿌리고…‘청소년 도박’ 근절 언제? [탐사K]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72360
②교실 파고든 ‘학생 총판’…청소년 도박 근절, 언제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76668
③[단독] 불법 도박 통로된 ‘가상계좌’…금감원 조사 착수 [탐사K]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82469
④“간편한 무통장 송금”…청소년 불법 도박에 ‘악용’ [탐사K]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98367
⑤가상계좌 악용한 청소년 도박 확인…금감원 관리 강화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16727
⑥마음만 먹으면 중학생이 제작 ‘뚝딱’…불법 개설 업체도 활개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56847
⑦“‘불법 도박’ 이용 계좌 추적…은행에 ‘도박 방조상’ 수여할 것”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58639
⑧불법 온라인 도박 ‘자금줄’ 정조준…“‘계좌 동결’ 최우선 추진”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99350
⑨‘가상계좌’ 막히자 변칙 거래로 도박 유인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04954
⑩“은행들, 수익에 몰두해 불법 방조”…카뱅 “관리감독 강화”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04955
⑪“이 목소리는 누구?”…불법 도박 사이트 직원을 찾습니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11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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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방어도 불가”…불법 도박 사이트 ‘발칵’, 왜?
    • 입력 2024-07-29 11:00:23
    심층K

"미성년자 절대로 가입 받으시면 안 됩니다."

지난 25일 불법 도박 관련 '텔레그램' 대화방에 올라온 긴급 공지 내용입니다.

'○○ 대총연합'이라는 이름의 이 대화방은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에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수수료를 받는 조직원, 이른바 '총판'과 이들을 지휘하는 '본사' 1,400여 명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이 대화방에 들어가기 위해선 총판들만 접근 가능한 관리자 사이트를 인증해야 할 만큼 비밀스럽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영향력이 상당한 곳에 이런 공지가 올라온 겁니다.

지난 25일 텔레그램 ‘OO 대총연합’ 대화방에 올라온 공지
운영자는 "청소년들의 자진 신고 및 시민단체에서 (도박 사이트 광고) 배너가 많이 등록된 순서로 신고가 들어가 있는 상태"라면서 신고 접수된 불법 도박 사이트 목록을 공유했습니다.

이 목록은 시민단체 '도박없는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것들입니다. 앞서 지난 5월부터 '도박없는학교'는 불법 도박 사이트가 사용한 계좌를 수집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해당 은행에 불법 거래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해오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계좌가 가장 많이 이용된 것으로 집계된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와 이른바 '핫라인'을 구축해 계좌 지급 정지 시스템을 마련했고, 실제로 수집된 모든 계좌가 지급 정지됐습니다.

그동안 도박없는학교는 청소년 불법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도박 사이트들의 자금줄을 끊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는데, 실제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지난 25일 텔레그램 ‘OO 대총연합’ 대화방에 올라온 공지
■"방어 불가…계좌 노출 주의" 신신당부…신고자 색출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불법 도박 조직들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 대화방 운영자는 "(불법 도박) 사이트 내에서 쪽지 등으로 유저(이용자)들에게 계좌가 노출되어서는 어떠한 방어를 할 수가 없다"며 "계좌가 노출되는 이미지(캡처) 등이 찍혀선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습니다.

이에 불법 도박 사이트 가입자가 계좌를 문의하면 고객센터나 쪽지로 안내하지 않고, 가입자 휴대전화로 문자로 계좌번호를 알려주는 업체도 생기고 있습니다.

동시에 계좌를 신고한 이들에 대한 색출 작업도 시작했습니다.

대화방 운영자는 도박없는학교 조호연 교장의 접속 ID와 휴대전화 번호, 계좌 번호, 생년월일로 추정되는 정보를 공유하면서 현재 운영 중인 사이트에서 차단하라고 밝혔습니다. 또, 조 교장과 함께 활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3명의 개인정보도 함께 공개됐습니다.

이미 업계에선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외부에 신고하는 이른바 '블랙 유저'를 걸러내는 서비스인데요. 이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계좌번호 등 96만여 건을 바탕으로 '블랙 리스트'를 만든 겁니다.


■금융당국·경찰 '전방위' 압박…"신속함이 생명"

조호연 교장은 제보를 통해 범죄 이용 계좌를 찾아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정부의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현재 금융당국은 불법 도박 조직들의 자금줄인 '가상계좌'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가상계좌는 불법 도박 조직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거래 수단인데요. 금감원은 도박없는학교가 수집한 계좌 내역을 토대로 가상계좌를 발급한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와 이들과 계약한 저축· 지방은행까지 범위를 확대해 실태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경찰도 상호금융권에 대한 수사에 나선 상태입니다. 서울경찰청은 '신협이 PG사를 통해 수만 개의 가상계좌를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을 방조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호연 교장은 "그동안 은행들은 PG사에 가상계좌 발급 권한을 넘겨주고 사고가 나면 몰랐다는 식으로 꼬리를 잘라왔다"면서 "PG사 역시 가맹점의 일탈이라면서 책임을 미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번 고발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경찰의 신속한 수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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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교실 파고든 ‘학생 총판’…청소년 도박 근절,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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