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아침]‘인면수심’ 삼촌 부부, 조카 학대

입력 2005.12.12 (09:1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있을 수 있을까요?

교통사고로 졸지에 고아가 된 조카를 데려온 뒤, 유산의 대부분을 탕진하고 상습적으로 폭행까지 한 인면수심의 삼촌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와 오빠를 잃고, 입양된 삼촌 집에서 정말 말로 하기도 어려운 학대를 받았다고 하니, 아이의 상처가 얼마나 크겠습니까?

최영철 기자? 현재 아이는 어디서 어떻게 하고 있나요?

<리포트>

부모를 잃고 보상금 조로 받은 유산을 물려받은 조카를 입양한 뒤 유산을 상당부분 가로채고 상습적으로 폭행까지 해 온 삼촌 부부가 지난 9일 구속됐습니다.

<인터뷰> 장호식(해당 경찰서 계장) : "이 사건은 피해 학생의 부모가 2001년 2월 11일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됐습니다. 교통사고 보상금 등 약 9억 원 중에서 약 6억 원을 피해 학생의 삼촌이 피해자를 양육한다는 조건으로 (돈을)받게 되었고 그 돈을 개인 채무 변제, 주식 투자 등으로 잃게 되자 그때부터 피해 학생을 학대해 온 사건입니다."

지금 나오는 화면은 최 양의 진술서인데요.

이를 보면 밥을 빨리 못 먹는다고 폭행을 당하는가 하면, 입안에 행주를 넣고 테이프로 입을 막기도 하고, 구토한 음식을 핥아먹게 하는 등 학대를 일삼았다고 적혀 있습니다. 심지어 흉기로 위협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삼촌으로서 믿기 힘든 행동을 한 것으로 진술하고 있습니다.

삼촌 부부가 최 양에게 학대를 시작한 것은 최 양 앞으로 남은 유산이 떨어지면서 부터였는데, 부모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최 양 앞으로 나온 보상금 9억3천여만 원이 불행의 시작이었습니다.

현재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최 양의 삼촌을 어렵게 만나 심경을 들어봤습니다.

<녹취> 최 양 삼촌 : "어른으로서 자식이 잘못하면 체벌이나 욕을 할 수 잇어요. 당연하게...군대의 가혹한 처벌이나 학대나 매질이 아니라 자식한테 훈계하는 거예요. 얼굴 예쁘고 공부 잘하고 인사성도 밝고 모범생으로 자랐습니다. 저희 부부가 그렇게 만들었거든요."

최 양의 삼촌은 아동 학대 혐의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녹취> 최 양 삼촌 : "학대라는 것이 밥을 안 주는 것이 학대고 찬 곳에서 재우는 게 학대지. 일반적인 구타와 가혹행위를 학대라고 하는데 밥을 많이 먹으라고 한 것이 학대라는 얘기 들어보셨어요?"

최 양의 비운의 사연을 돌이켜보면요.

지난 2001년, 최 양은 자신의 생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외식을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부모와 오빠를 잃었습니다.

그 뒤 최 양은 삼촌 집에 입양됐는데요.

조카의 유산 대부분은 삼촌의 주식투자와 빚으로 탕진됐고, 이 때부터 삼촌 부부의 이른바 잔혹 행위는 시작됐는데요.

최 양은 삼촌의 폭행과 학대를 피해 몇 차례나 친구 집으로 피신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 "그때가 (새벽)한 시가 넘었었죠."

그때 막 울면서 얘기를 하데요.

수시로 맞는다고 하고 머리카락을 잡힌 채 끌려다니기도 하고 심지어 딸을 칼로도 위협하기도 했다고 하대요.

제가 보니까 팔목 위에 세 군데하고 엉덩이에 무엇으로 때렸는지 자국이 퍼렇게 있더라고요.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최 양은 이 같은 학대를 견디다 못해 가출을 거듭하다 외사촌에게 사실을 털어놨고, 한 보호기관으로 넘겨져서야 삼촌의 학대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최 양은 아동학대예방센터에 보호 중이지만 삼촌 부부가 재산을 상당부분 탕진해 1년 내에 친권자를 찾지 못할 경우 빈털터리로 혼자 남겨져야 할 처집니다.

<녹취> 최 양 외사촌 : "(아이가) 밤에 왔더라고요. 새벽에 몇 번이나 처음에는 우리도 아이한테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 안 해봤겠어요? 생떼 쓰면서 (집에) 안 가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내요? (그러면 이번에 안 거네요?) 우리하고 아이를 아예 단절시켰다니까...전화도 못 받게 하고 이사도 가버리고, 전화 번호도 모르고..."

현재 최 양은 학대 후유증으로 불안과 우울증세를 보여 약물과 심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백기령(정신병원 원장) : "현재 상태는 매우 불안해 하고요. 미래에 대해 불확실 하니까 앞으로 어떻게 될까 걱정이고 심지어 잠이 안온다고 새벽에 혼자 깨서 조용히 있는다든가 약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어서 당분간 약물 치료를 권했습니다."

육체적 상처보다 정신적 상처가 큰 모습인데요.

<인터뷰> 문희영(대리 / 아동보호종합센터) : "삼촌과 숙모 얘기만 하면 극도로 불안해 하고요. 위축된 모습을 나타내는데 얘기하거나 만나기를 싫어한다고 다시는 만나기 싫다면서 삼촌에 대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다시는 삼촌 집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최 양.

삼촌 부부는 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까지 겪은 악몽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린 나이에 큰 고통을 겪은 최 양의 상처가 빨리 아물기만을 바랄뿐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여자의 아침]‘인면수심’ 삼촌 부부, 조카 학대
    • 입력 2005-12-12 08:09:47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있을 수 있을까요? 교통사고로 졸지에 고아가 된 조카를 데려온 뒤, 유산의 대부분을 탕진하고 상습적으로 폭행까지 한 인면수심의 삼촌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와 오빠를 잃고, 입양된 삼촌 집에서 정말 말로 하기도 어려운 학대를 받았다고 하니, 아이의 상처가 얼마나 크겠습니까? 최영철 기자? 현재 아이는 어디서 어떻게 하고 있나요? <리포트> 부모를 잃고 보상금 조로 받은 유산을 물려받은 조카를 입양한 뒤 유산을 상당부분 가로채고 상습적으로 폭행까지 해 온 삼촌 부부가 지난 9일 구속됐습니다. <인터뷰> 장호식(해당 경찰서 계장) : "이 사건은 피해 학생의 부모가 2001년 2월 11일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됐습니다. 교통사고 보상금 등 약 9억 원 중에서 약 6억 원을 피해 학생의 삼촌이 피해자를 양육한다는 조건으로 (돈을)받게 되었고 그 돈을 개인 채무 변제, 주식 투자 등으로 잃게 되자 그때부터 피해 학생을 학대해 온 사건입니다." 지금 나오는 화면은 최 양의 진술서인데요. 이를 보면 밥을 빨리 못 먹는다고 폭행을 당하는가 하면, 입안에 행주를 넣고 테이프로 입을 막기도 하고, 구토한 음식을 핥아먹게 하는 등 학대를 일삼았다고 적혀 있습니다. 심지어 흉기로 위협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삼촌으로서 믿기 힘든 행동을 한 것으로 진술하고 있습니다. 삼촌 부부가 최 양에게 학대를 시작한 것은 최 양 앞으로 남은 유산이 떨어지면서 부터였는데, 부모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최 양 앞으로 나온 보상금 9억3천여만 원이 불행의 시작이었습니다. 현재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최 양의 삼촌을 어렵게 만나 심경을 들어봤습니다. <녹취> 최 양 삼촌 : "어른으로서 자식이 잘못하면 체벌이나 욕을 할 수 잇어요. 당연하게...군대의 가혹한 처벌이나 학대나 매질이 아니라 자식한테 훈계하는 거예요. 얼굴 예쁘고 공부 잘하고 인사성도 밝고 모범생으로 자랐습니다. 저희 부부가 그렇게 만들었거든요." 최 양의 삼촌은 아동 학대 혐의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녹취> 최 양 삼촌 : "학대라는 것이 밥을 안 주는 것이 학대고 찬 곳에서 재우는 게 학대지. 일반적인 구타와 가혹행위를 학대라고 하는데 밥을 많이 먹으라고 한 것이 학대라는 얘기 들어보셨어요?" 최 양의 비운의 사연을 돌이켜보면요. 지난 2001년, 최 양은 자신의 생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외식을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부모와 오빠를 잃었습니다. 그 뒤 최 양은 삼촌 집에 입양됐는데요. 조카의 유산 대부분은 삼촌의 주식투자와 빚으로 탕진됐고, 이 때부터 삼촌 부부의 이른바 잔혹 행위는 시작됐는데요. 최 양은 삼촌의 폭행과 학대를 피해 몇 차례나 친구 집으로 피신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 "그때가 (새벽)한 시가 넘었었죠." 그때 막 울면서 얘기를 하데요. 수시로 맞는다고 하고 머리카락을 잡힌 채 끌려다니기도 하고 심지어 딸을 칼로도 위협하기도 했다고 하대요. 제가 보니까 팔목 위에 세 군데하고 엉덩이에 무엇으로 때렸는지 자국이 퍼렇게 있더라고요.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최 양은 이 같은 학대를 견디다 못해 가출을 거듭하다 외사촌에게 사실을 털어놨고, 한 보호기관으로 넘겨져서야 삼촌의 학대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최 양은 아동학대예방센터에 보호 중이지만 삼촌 부부가 재산을 상당부분 탕진해 1년 내에 친권자를 찾지 못할 경우 빈털터리로 혼자 남겨져야 할 처집니다. <녹취> 최 양 외사촌 : "(아이가) 밤에 왔더라고요. 새벽에 몇 번이나 처음에는 우리도 아이한테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 안 해봤겠어요? 생떼 쓰면서 (집에) 안 가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내요? (그러면 이번에 안 거네요?) 우리하고 아이를 아예 단절시켰다니까...전화도 못 받게 하고 이사도 가버리고, 전화 번호도 모르고..." 현재 최 양은 학대 후유증으로 불안과 우울증세를 보여 약물과 심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백기령(정신병원 원장) : "현재 상태는 매우 불안해 하고요. 미래에 대해 불확실 하니까 앞으로 어떻게 될까 걱정이고 심지어 잠이 안온다고 새벽에 혼자 깨서 조용히 있는다든가 약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어서 당분간 약물 치료를 권했습니다." 육체적 상처보다 정신적 상처가 큰 모습인데요. <인터뷰> 문희영(대리 / 아동보호종합센터) : "삼촌과 숙모 얘기만 하면 극도로 불안해 하고요. 위축된 모습을 나타내는데 얘기하거나 만나기를 싫어한다고 다시는 만나기 싫다면서 삼촌에 대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다시는 삼촌 집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최 양. 삼촌 부부는 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까지 겪은 악몽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린 나이에 큰 고통을 겪은 최 양의 상처가 빨리 아물기만을 바랄뿐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