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현장]목숨 건 불법 이민 지중해를 건너라

입력 2005.12.16 (11:56) 수정 2005.12.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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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프리카 인들의 유러피언 드림을 아십니까? 가난과 질병, 내전에 지친 아프리카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 유럽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위험천만한 나룻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거나 국경선 철책을 넘어 목숨을 건 불법이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김철우 순회특파원이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스페인 남동부의 항구도시 알 메리아.

지중해 연안의 평화로운 시골 부두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긴급 출동한 구급 대원들이 맞은 사람들은 유럽으로 불법이민을 감행한 아프리카 인들입니다.

무표정한 사람들. 공포에 어린 시선. 추위에 떠는 아낙네의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오랜 뱃 길에 기진맥진한 사람들.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배 곳곳에 누워 있습니다.

적십자 요원이 찬 바닷물에 흠뻑 젖은 20대 여성의 몸을 담요로 감싸 녹여보지만 추위에 정신을 잃은 불법 이민자의 생기는 쉽게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꿈에만 그리던 유럽 땅을 살아서 밟은 것에 대해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인터뷰> 무하마드 하산(불법 이민자) : "농대를 졸업한 농업 기술자인데요, 돈을 벌려고 유럽에 왔고 이렇게 도착해서 너무 기쁩니다."

미래에 대한 손톱만큼의 희망조차 가질 수 없었던 아프리카 젊은이들에겐 유럽은 약속의 땅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불법 이민자 : "여기에 온 모든 사람과 같이 새 삶을 찾아서 왔고 일 자리 찾아서 왔습니다."

사흘 전 어둠이 짖게 깔린 밤 11시쯤.. 아프리카 각지에서 모인 이들이 조그만 나룻배에 몸을 싣고 모로코 나도르항을 출발했습니다.

시속 100킬로미터에 달하는 강풍과 파도로 좌초 위기에 빠졌던 보트 피플들은 스페인 해안 경찰에 가까스로 구조됐습니다.

<인터뷰> 엔리케 가르베리(해안경찰 책임자) : "불법이민자 중 한명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구조를 요청해서 위험에 처한 것을 알게 됐어요."

모로코에서 불법이민을 시도한 아프리카인 70여명을 구조한 선박입니다.

이 가운데 20 여명은 높은 파도에 휩쓸려 숨졌습니다. 결국 한 구의 시신만 수습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불법 이민자가 밝힌 뒷얘기는 가히 충격적입니다.

위험천만인 불법 이민의 길에 오르는데도 이른바인간 밀수업자들에게 평생 번 돈을 지불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무사 두비아(불법 이민자) : "하지란 사람이 이민 희망자를 모은다고 해서 가봤더니 1200유로를 달라고 했어요.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많은 돈을 줬나요?) 여기있는 사람 대부분 그 정도 돈을 주고 배를 탔어요."

이들의 도움 없이는 배를 타는 것 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불법 이민자 : "선장한테 2000유로를 주고 배에 타는데, 6미터 정도 길이의 작은 배에 30명이 타고 유럽에 밀입국을 시도해요."

구호 조치를 끝낸 스페인 해안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국적과 밀입국의 목적 등을 조사하지만,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불법 이민자들 대부분 본국으로 강제 송환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서류도 갖고있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 조사와 이민국 심사를 거쳐 이들의 앞날은 결정됩니다.

또 다른 스페인 남부 지역 알 헤히라 항구. 취재진을 현재 스페인 최남단 따리파에 있습니다.

제 뒤로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북아프리카 대륙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곳 해상로가 불법 이민자들이 사용하는 통로입니다.

대척점인 북아프리카의 최북단 도시 세우타.

이 곳 해변은 인근 모로코와 알제리 등에서 밀입국한 불법 이민자들이 이용하는 단골 코스입니다.

수면이 잔잔한 데다 유럽 대륙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라파엘 무니오스(에스테파니에) : "불법 이민자들이 이곳에 많이 들어와 있어요. 먹을 것을 찾으러 일자리를 구하러 와요."

불법 이민자들과 단속에 나선 경찰들이 거리 곳곳에서 숨박꼭질을 벌이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세우타와 모로코 국경 지역을 찾았습니다.

국경 검문소를 지나 6미터 높이의 철조망이 두겹으로 길다랗게 늘어서 있습니다.

예전 3미터 높이의 철책선 울타리가 두배로 높아졌습니다.

석달 전 새벽 5백 여명의 불법이민자들이 이곳 철조망을 넘은 이후 취해진 조칩니다.

<인터뷰> 오수만 오하메드 아메드(목격자) : "저기 보초병이 서있는 철조망 근처에서 나무를 잘라 만든 사다리를 만든 뒤 높은 철책선을 넘어갔어요."

건너편 모로코 국경마을 우에드 다우에트. 무장군인들이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습니다.

불법 이민자들의 잦은 통과로 국경 수비대 병력이 3배 이상 충원됐습니다.

불법 이민자들이 철조망을 통과하기 전 숨어지내는 요우네크 숲 곳곳에는 군 병력 임시 막사가 들어섰습니다.

불법 이민자들의 국경선 접근을 막기위해 중장비를 동원해 참호도 파고, 헬기까지 출동하는 등 긴장감이 감돕니다.

세우타 산중턱의 불법 이민자 수용소에는 650명이 수용돼 있습니다.

지중해가 한 눈에 들어오는 수용소 운동장에선 축구경기가 한창입니다.

일단 자유의 땅에 진입했다는 안도감에 밝은 표정들입니다.

<인터뷰> 무사 루노(불법 이민자) : "사막을 건너 어렵게 이곳에 왔어요. 우리 가족도 이런 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수용소에선 기초 스페인어를 가르치거나 심리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폭증하는 불법 이민자들로 수용소는 이미 수용 한도를 넘어섰습니다.

석달 전만해도 이곳은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교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9월 말 200 여 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한꺼번에 수용돼 이처럼 침실로 바뀌었습니다. 수용소 간이 병원에는 모로코 국경지역 철책선 넘다 다친 사람들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쟘바 티스코(불법 이민자) : "아프리카가 훨씬 좋지않은 여건입니다. 이제 다리만 낳으면 되고, 여기에 온 것에 만족합니다."

전쟁과 기아, 가난의 대물림을 피해 목숨을 걸고 불법 이민을 감행하는 한해 80 여 만명의 아프리카 사람들.

유럽인들에게 눈부신 태양과 낭만의 바다로 여겨지는 지중해가 이들에게는 쉽게 건너지 못할 죽음의 바다가 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그러나 목숨을 담보로 한 이들의 유러피언 드림이 과연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까요?

당장 주린 배는 채워질지 모르지만 유럽인들의 냉대와 차별, 또 상대적인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지구촌의 새로운 갈등요인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프랑스에서 일어난 소요사태도 그런 경우이겠습니다만 이번에는 호주에서 백인과 중동계 청년들 간에 인종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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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현장]목숨 건 불법 이민 지중해를 건너라
    • 입력 2005-12-16 10:58:51
    • 수정2005-12-16 13:10:20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아프리카 인들의 유러피언 드림을 아십니까? 가난과 질병, 내전에 지친 아프리카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 유럽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위험천만한 나룻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거나 국경선 철책을 넘어 목숨을 건 불법이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김철우 순회특파원이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스페인 남동부의 항구도시 알 메리아. 지중해 연안의 평화로운 시골 부두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긴급 출동한 구급 대원들이 맞은 사람들은 유럽으로 불법이민을 감행한 아프리카 인들입니다. 무표정한 사람들. 공포에 어린 시선. 추위에 떠는 아낙네의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오랜 뱃 길에 기진맥진한 사람들.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배 곳곳에 누워 있습니다. 적십자 요원이 찬 바닷물에 흠뻑 젖은 20대 여성의 몸을 담요로 감싸 녹여보지만 추위에 정신을 잃은 불법 이민자의 생기는 쉽게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꿈에만 그리던 유럽 땅을 살아서 밟은 것에 대해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인터뷰> 무하마드 하산(불법 이민자) : "농대를 졸업한 농업 기술자인데요, 돈을 벌려고 유럽에 왔고 이렇게 도착해서 너무 기쁩니다." 미래에 대한 손톱만큼의 희망조차 가질 수 없었던 아프리카 젊은이들에겐 유럽은 약속의 땅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불법 이민자 : "여기에 온 모든 사람과 같이 새 삶을 찾아서 왔고 일 자리 찾아서 왔습니다." 사흘 전 어둠이 짖게 깔린 밤 11시쯤.. 아프리카 각지에서 모인 이들이 조그만 나룻배에 몸을 싣고 모로코 나도르항을 출발했습니다. 시속 100킬로미터에 달하는 강풍과 파도로 좌초 위기에 빠졌던 보트 피플들은 스페인 해안 경찰에 가까스로 구조됐습니다. <인터뷰> 엔리케 가르베리(해안경찰 책임자) : "불법이민자 중 한명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구조를 요청해서 위험에 처한 것을 알게 됐어요." 모로코에서 불법이민을 시도한 아프리카인 70여명을 구조한 선박입니다. 이 가운데 20 여명은 높은 파도에 휩쓸려 숨졌습니다. 결국 한 구의 시신만 수습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불법 이민자가 밝힌 뒷얘기는 가히 충격적입니다. 위험천만인 불법 이민의 길에 오르는데도 이른바인간 밀수업자들에게 평생 번 돈을 지불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무사 두비아(불법 이민자) : "하지란 사람이 이민 희망자를 모은다고 해서 가봤더니 1200유로를 달라고 했어요.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많은 돈을 줬나요?) 여기있는 사람 대부분 그 정도 돈을 주고 배를 탔어요." 이들의 도움 없이는 배를 타는 것 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불법 이민자 : "선장한테 2000유로를 주고 배에 타는데, 6미터 정도 길이의 작은 배에 30명이 타고 유럽에 밀입국을 시도해요." 구호 조치를 끝낸 스페인 해안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국적과 밀입국의 목적 등을 조사하지만,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불법 이민자들 대부분 본국으로 강제 송환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서류도 갖고있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 조사와 이민국 심사를 거쳐 이들의 앞날은 결정됩니다. 또 다른 스페인 남부 지역 알 헤히라 항구. 취재진을 현재 스페인 최남단 따리파에 있습니다. 제 뒤로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북아프리카 대륙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곳 해상로가 불법 이민자들이 사용하는 통로입니다. 대척점인 북아프리카의 최북단 도시 세우타. 이 곳 해변은 인근 모로코와 알제리 등에서 밀입국한 불법 이민자들이 이용하는 단골 코스입니다. 수면이 잔잔한 데다 유럽 대륙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라파엘 무니오스(에스테파니에) : "불법 이민자들이 이곳에 많이 들어와 있어요. 먹을 것을 찾으러 일자리를 구하러 와요." 불법 이민자들과 단속에 나선 경찰들이 거리 곳곳에서 숨박꼭질을 벌이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세우타와 모로코 국경 지역을 찾았습니다. 국경 검문소를 지나 6미터 높이의 철조망이 두겹으로 길다랗게 늘어서 있습니다. 예전 3미터 높이의 철책선 울타리가 두배로 높아졌습니다. 석달 전 새벽 5백 여명의 불법이민자들이 이곳 철조망을 넘은 이후 취해진 조칩니다. <인터뷰> 오수만 오하메드 아메드(목격자) : "저기 보초병이 서있는 철조망 근처에서 나무를 잘라 만든 사다리를 만든 뒤 높은 철책선을 넘어갔어요." 건너편 모로코 국경마을 우에드 다우에트. 무장군인들이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습니다. 불법 이민자들의 잦은 통과로 국경 수비대 병력이 3배 이상 충원됐습니다. 불법 이민자들이 철조망을 통과하기 전 숨어지내는 요우네크 숲 곳곳에는 군 병력 임시 막사가 들어섰습니다. 불법 이민자들의 국경선 접근을 막기위해 중장비를 동원해 참호도 파고, 헬기까지 출동하는 등 긴장감이 감돕니다. 세우타 산중턱의 불법 이민자 수용소에는 650명이 수용돼 있습니다. 지중해가 한 눈에 들어오는 수용소 운동장에선 축구경기가 한창입니다. 일단 자유의 땅에 진입했다는 안도감에 밝은 표정들입니다. <인터뷰> 무사 루노(불법 이민자) : "사막을 건너 어렵게 이곳에 왔어요. 우리 가족도 이런 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수용소에선 기초 스페인어를 가르치거나 심리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폭증하는 불법 이민자들로 수용소는 이미 수용 한도를 넘어섰습니다. 석달 전만해도 이곳은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교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9월 말 200 여 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한꺼번에 수용돼 이처럼 침실로 바뀌었습니다. 수용소 간이 병원에는 모로코 국경지역 철책선 넘다 다친 사람들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쟘바 티스코(불법 이민자) : "아프리카가 훨씬 좋지않은 여건입니다. 이제 다리만 낳으면 되고, 여기에 온 것에 만족합니다." 전쟁과 기아, 가난의 대물림을 피해 목숨을 걸고 불법 이민을 감행하는 한해 80 여 만명의 아프리카 사람들. 유럽인들에게 눈부신 태양과 낭만의 바다로 여겨지는 지중해가 이들에게는 쉽게 건너지 못할 죽음의 바다가 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그러나 목숨을 담보로 한 이들의 유러피언 드림이 과연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까요? 당장 주린 배는 채워질지 모르지만 유럽인들의 냉대와 차별, 또 상대적인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지구촌의 새로운 갈등요인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프랑스에서 일어난 소요사태도 그런 경우이겠습니다만 이번에는 호주에서 백인과 중동계 청년들 간에 인종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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