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파괴, 사법권 침탈”…부장판사의 직언
입력 2024.12.17 (15:26)
수정 2024.12.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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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파괴 행위, 사법권 침탈."
비상계엄 이후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린 다음 날인 지난 10일, 전국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청주지방법원의 부장판사가 올린 글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글을 올린 인물은 청주지방법원 송경근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2기)입니다.
당시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되고, 전국 법관들이 모여 "모든 법관은 비상계엄 사태를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메시지를 던진 상황이었습니다.
송 부장판사는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물론, 사법부를 향해서도 강한 어조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는 "무슨 일만 있으면 '헌법주의자'임을 자처하던 국군통수권자가 벌인 이 지독한 헌법 파괴 행위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면서 "수많은 국민들의 숭고한 희생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겁탈당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국가 권력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함을 사명으로 하고 있는, 게다가 이 헌법 파괴 행위에 의해 사법권을 침탈당할 뻔했던 피해자이기도 한 사법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송 부장판사는 법관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중용'이라면서도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해 "불의와 비겁은 그냥 불의와 비겁이지, 더하고 덜한 것은 없다"면서 "방관해서는 안 되는 것을, 방관해서는 안 되는 때에, 방관해서는 안 되는 방법으로 방관하는 것도 불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사법부를 향해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전국법관대표회의를 향해 "이 무도한 헌법 파괴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책임 추궁을 통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수호하려는 소명에 함께 할 것임을 천명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요구하면서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이 글이 법원 내부망에 올라온 지 나흘 뒤인 지난 14일, 국회는 윤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을 가결했고 이후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대통령의 '내란 혐의'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45년 만의 비상계엄부터 대통령의 내란 혐의, 그리고 헌정사상 3번째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까지.
대한민국 사법부는 이제 그야말로 '사법부의 시간'을 맞았습니다. 사법부 안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사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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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 파괴, 사법권 침탈”…부장판사의 직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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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2-17 15:26:42
- 수정2024-12-17 15:30:37
"헌법 파괴 행위, 사법권 침탈."
비상계엄 이후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린 다음 날인 지난 10일, 전국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청주지방법원의 부장판사가 올린 글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글을 올린 인물은 청주지방법원 송경근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2기)입니다.
당시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되고, 전국 법관들이 모여 "모든 법관은 비상계엄 사태를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메시지를 던진 상황이었습니다.
송 부장판사는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물론, 사법부를 향해서도 강한 어조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는 "무슨 일만 있으면 '헌법주의자'임을 자처하던 국군통수권자가 벌인 이 지독한 헌법 파괴 행위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면서 "수많은 국민들의 숭고한 희생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겁탈당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국가 권력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함을 사명으로 하고 있는, 게다가 이 헌법 파괴 행위에 의해 사법권을 침탈당할 뻔했던 피해자이기도 한 사법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송 부장판사는 법관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중용'이라면서도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해 "불의와 비겁은 그냥 불의와 비겁이지, 더하고 덜한 것은 없다"면서 "방관해서는 안 되는 것을, 방관해서는 안 되는 때에, 방관해서는 안 되는 방법으로 방관하는 것도 불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사법부를 향해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전국법관대표회의를 향해 "이 무도한 헌법 파괴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책임 추궁을 통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수호하려는 소명에 함께 할 것임을 천명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요구하면서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이 글이 법원 내부망에 올라온 지 나흘 뒤인 지난 14일, 국회는 윤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을 가결했고 이후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대통령의 '내란 혐의'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45년 만의 비상계엄부터 대통령의 내란 혐의, 그리고 헌정사상 3번째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까지.
대한민국 사법부는 이제 그야말로 '사법부의 시간'을 맞았습니다. 사법부 안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사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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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근섭 기자 sks8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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