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 ‘부정선거 근거없다’ 전달받고도…올여름 어떤 말 오갔나
입력 2024.12.17 (17:03)
수정 2024.12.1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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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 직후 선관위 서버 복사와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다는 폭로가 나왔던 여인형 방첩사령관. 김용현 전 장관 다음으로, 이번 비상계엄과 관련해 군에서는 두 번째로 구속된 핵심 인물입니다. 앞서 여 사령관은 올여름 자신의 비서실장을 통해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자료 수집을 지시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여 사령관에게 보고된 문건에는 부정선거 의혹이 왜 근거가 없는지 조목조목 정리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부정선거 근거 없다" 전달받고도, 왜?
여인형 방첩사령관 요구로 작성된 ‘부정선거 의혹’ 정리 문건
올여름쯤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정성우 방첩사 1처장에 부정선거 관련 의혹이 대체 무엇인지 관련 자료를 조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당시 통상적으로 지시해 오던 현안에 대한 내용 파악 정도로 생각해, 정 처장은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문건으로 전달했습니다. 당시 작성된 방첩사 내부 문건을 KBS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을 통해 더는 소모적 논쟁은 불필요' '자유민주주의 및 선거 시스템이 고도화된 현 대한민국 사회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주장' '객관성이 결여된 무리한 의혹을 지속 제기하는 집단의 일방적 주장과는 거리를 둘 필요' '건전한 언론, 시민의 보편적 관점에서는 부정선거 의혹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 |
모두 문건에 적혀있는 내용들입니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데 대한 비판을 분명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특히 의혹을 제기한 측이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120건 넘는 관련 소송도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는 근거도 제시했습니다. 검찰 역시 이 문건을 압수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 요구로 작성된 ‘부정선거 의혹’ 정리 문건
■ 문건이 작성된 건 올해 여름…여인형 "당시 윤 대통령 '계엄' 언급해"
공교롭게도 이 문건이 작성된 올해 여름은 여당의 패배로 끝난 총선 직후입니다. 그리고 여인형 사령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 '계엄'을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고 확인한 시점과도 일치합니다. 여 사령관은 '당시 윤 대통령이 시국에 대해 걱정하면서 계엄을 언급했고, 자신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바 있습니다.
앞서 한 방첩사 관계자는 KBS 취재진에 "여인형과 방첩사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호소한 적이 있습니다. 비상계엄과 관련한 여 사령관의 행동은 방첩사 내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여 사령관의 주장과 계엄 전후의 행적들도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이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던 정황은 담화문에도 나타날 뿐만 아니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측근들에 의해서도 폭로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의문이 남습니다. 그 여름 세 사람의 만남에서 어떤 말들이 오갔을까요. 자신의 비서실장을 통해 부정선거 의혹에 근거가 없음을 확인하고도 왜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해 체포 명단을 불러줬고, 왜 선관위 서버 복사를 지시한 걸까요. 방첩사 내부의 반대 목소리에는 왜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걸까요. 아니면 혹시 아래로부터의 목소리가 윗선 어딘가에서 왜곡됐던 걸까요.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정리한 당시 문건은 '여론조사의 아버지'인 조지 갤럽의 다음과 같은 말로 마무리됩니다.
미국은 오늘과 같은 정치 상황에서 자기 당의 후보가 열세에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면, 그 정당은 '불유쾌한 사실을 공표하고 있는 여론조사 기관이 믿을 수 없다는 방법을 썼다'던가, '표본의 크기가 지나치게 작다'던가, '누가 뒤에서 숫자놀음을 하고 있다'던가, '열세인 후보자를 지지하는 집단을 조사에서 제외했다'는 식으로 혹독한 비판을 퍼붓는다. -조지 갤럽, The Sophisticated Poll Watcher's Guid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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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2-17 17:03:19
- 수정2024-12-17 17:12:32
비상계엄 선포 직후 선관위 서버 복사와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다는 폭로가 나왔던 여인형 방첩사령관. 김용현 전 장관 다음으로, 이번 비상계엄과 관련해 군에서는 두 번째로 구속된 핵심 인물입니다. 앞서 여 사령관은 올여름 자신의 비서실장을 통해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자료 수집을 지시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여 사령관에게 보고된 문건에는 부정선거 의혹이 왜 근거가 없는지 조목조목 정리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부정선거 근거 없다" 전달받고도, 왜?
올여름쯤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정성우 방첩사 1처장에 부정선거 관련 의혹이 대체 무엇인지 관련 자료를 조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당시 통상적으로 지시해 오던 현안에 대한 내용 파악 정도로 생각해, 정 처장은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문건으로 전달했습니다. 당시 작성된 방첩사 내부 문건을 KBS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을 통해 더는 소모적 논쟁은 불필요' '자유민주주의 및 선거 시스템이 고도화된 현 대한민국 사회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주장' '객관성이 결여된 무리한 의혹을 지속 제기하는 집단의 일방적 주장과는 거리를 둘 필요' '건전한 언론, 시민의 보편적 관점에서는 부정선거 의혹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 |
모두 문건에 적혀있는 내용들입니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데 대한 비판을 분명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특히 의혹을 제기한 측이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120건 넘는 관련 소송도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는 근거도 제시했습니다. 검찰 역시 이 문건을 압수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 문건이 작성된 건 올해 여름…여인형 "당시 윤 대통령 '계엄' 언급해"
공교롭게도 이 문건이 작성된 올해 여름은 여당의 패배로 끝난 총선 직후입니다. 그리고 여인형 사령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 '계엄'을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고 확인한 시점과도 일치합니다. 여 사령관은 '당시 윤 대통령이 시국에 대해 걱정하면서 계엄을 언급했고, 자신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바 있습니다.
앞서 한 방첩사 관계자는 KBS 취재진에 "여인형과 방첩사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호소한 적이 있습니다. 비상계엄과 관련한 여 사령관의 행동은 방첩사 내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여 사령관의 주장과 계엄 전후의 행적들도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이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던 정황은 담화문에도 나타날 뿐만 아니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측근들에 의해서도 폭로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의문이 남습니다. 그 여름 세 사람의 만남에서 어떤 말들이 오갔을까요. 자신의 비서실장을 통해 부정선거 의혹에 근거가 없음을 확인하고도 왜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해 체포 명단을 불러줬고, 왜 선관위 서버 복사를 지시한 걸까요. 방첩사 내부의 반대 목소리에는 왜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걸까요. 아니면 혹시 아래로부터의 목소리가 윗선 어딘가에서 왜곡됐던 걸까요.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정리한 당시 문건은 '여론조사의 아버지'인 조지 갤럽의 다음과 같은 말로 마무리됩니다.
미국은 오늘과 같은 정치 상황에서 자기 당의 후보가 열세에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면, 그 정당은 '불유쾌한 사실을 공표하고 있는 여론조사 기관이 믿을 수 없다는 방법을 썼다'던가, '표본의 크기가 지나치게 작다'던가, '누가 뒤에서 숫자놀음을 하고 있다'던가, '열세인 후보자를 지지하는 집단을 조사에서 제외했다'는 식으로 혹독한 비판을 퍼붓는다. -조지 갤럽, The Sophisticated Poll Watcher's Guid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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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진 기자 jin2@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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