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곳곳에 깊은 상흔”…2025 러-우 전쟁의 향방은?

입력 2024.12.30 (15:36) 수정 2024.12.3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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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의 공세작전이 이어지면서,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힘겨운 방어전이 계속되고 전쟁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종전을 주장해 온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과연 이 전쟁의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오늘 월드 이슈에선 우크라이나 현지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금철영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알아봅니다.

지난주 크리스마스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습했는데요.

크리스마스까지, 굳이 이렇게 러시아가 대규모 공습을 단행한 이유, 어디에 있다고 봐야 할까요?

[기자]

크리스마스와 같은 공휴일에 대규모 공습을 했다는 것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전쟁 피로감을 높이려는 러시아의 전략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러시아는 지난 20일, 외교공관과 은행, 호텔 등이 있는 우크라이나 키이우 중심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한 데 이어서, 과거 대규모 전쟁 중에도 유럽 국가들끼리 전투를 자제했던 25일에도 대규모 공습을 가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처럼 율리우스력에 따라 매년 1월 7일에 성탄절을 기념해 왔는데, 지난해부터 유럽 국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그레고리력에 따라 12월 25일에 성탄절을 기념하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의 이번 공습은 우크라이나의 25일 성탄절 기념일 변경을 무시하겠다는 의도도 있어 보입니다.

[앵커]

현지에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전쟁에 대한 생각을 많이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현재 전황에 대한 평가 등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기자]

취재진이 현지에서 전쟁이 이 상태로 끝나기를 원하는지 물으면 '절대 이 대로 끝나선 안 된다'고 말하는 이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종전 협상 추진을 천명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의 전반적인 전쟁 수행 의지는 비교적 높아 보였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북부 지역 최전선인 벨라루스 국경 16킬로미터 지점까지 취재했는데, 촬영은 불허됐지만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은 물론 곳곳에 벙커와 요새 증축 등 방어가 강화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지역에는 지난 1986년 사고가 났던 체르노빌 원전도 있는데요.

다큐멘터리 제작차 2011년 이곳에서 취재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원전 내부와 중앙통제실까지 취재할 수 있었던 그때와 달리, 제한된 외곽 취재만 가능했습니다.

체르노빌 원전은 2022년 러시아 침공 때 일시 점령당했다 우크라이나 군이 탈환했는데, 이곳 역시 러시아의 재침공에 대비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방사능 수치도 매우 불안정했는데요.

사고 원전의 오른쪽은 정상, 왼쪽은 기준치의 5배, 그리고 러시아 군이 주둔하기도 했던 고준위 방사능 오염지역인 이른바 '붉은 숲'은 기준치 30배를 초과하는 방사능이 측정됐습니다.

[앵커]

이제 새해가 시작되고 2월이 되면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 전쟁이 만 3년이 되는데요.

전선이 고착되기도 했지만,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 양측 모두 전후방 구분이 없어졌다는데, 현지에서 직접 본 상황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기자]

실업률이 치솟고 물가가 2배 이상 올라서 국민들의 생활이 궁핍해졌고 무엇보다 에너지 인프라의 파괴로, 전력난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 장기간 계속된 공습으로 도심 대형 건물을 중심으로 방공호가 계속 설치되고 있고, 하루에도 두세 차례 이어지는 공습경보로 방공호로 대피하는 게 일상이 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이 있었던 키이우 인근 부차와 이르핀 지역도 둘러봤는데, 파괴된 건물들 상당수가 여전히 방치된 상태로 있었습니다.

무너졌던 학교들은 국제기구의 도움으로 재건돼 수업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학교 안에는 대규모 지하 방공호가 마련돼 있어 공습과 같은 상황에서도 수업할 수 있도록 설계가 돼 있습니다.

[앵커]

다음 달 20일이면 종전을 주장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게 되는데요.

3년 가까이 계속돼 온 러-우 전쟁의 향방, 2025년에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을까요?

[기자]

종전 협상 추진이 선언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조기에 전쟁이 끝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선 전쟁 피로감과 함께 빼앗긴 영토를 다시 회복하기는 힘들다는 인식이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확실한 '안전보장' 없이는 휴전할 수 없다는 입장 역시 강경합니다.

다만 나토가입은 물론 현재로선 유럽연합 가입도 어렵습니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북한군 투입 이후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가 국제전으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해, 안전보장 해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완충지대를 설정해서 일종의 평화유지군이 주둔하는 방안 등 다양한 안들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입장이 현재로선 평행선을 이루고 있어,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미국이 어떤 중재안을 낼지가 관건이라고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월드이슈였습니다.

촬영기자:신봉승 고형석/영상편집:김주은 구자람/통역:테티아나 보디아니츠카/자료조사:소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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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30 15:36:49
    • 수정2024-12-30 15: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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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공세작전이 이어지면서,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힘겨운 방어전이 계속되고 전쟁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종전을 주장해 온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과연 이 전쟁의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오늘 월드 이슈에선 우크라이나 현지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금철영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알아봅니다.

지난주 크리스마스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습했는데요.

크리스마스까지, 굳이 이렇게 러시아가 대규모 공습을 단행한 이유, 어디에 있다고 봐야 할까요?

[기자]

크리스마스와 같은 공휴일에 대규모 공습을 했다는 것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전쟁 피로감을 높이려는 러시아의 전략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러시아는 지난 20일, 외교공관과 은행, 호텔 등이 있는 우크라이나 키이우 중심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한 데 이어서, 과거 대규모 전쟁 중에도 유럽 국가들끼리 전투를 자제했던 25일에도 대규모 공습을 가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처럼 율리우스력에 따라 매년 1월 7일에 성탄절을 기념해 왔는데, 지난해부터 유럽 국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그레고리력에 따라 12월 25일에 성탄절을 기념하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의 이번 공습은 우크라이나의 25일 성탄절 기념일 변경을 무시하겠다는 의도도 있어 보입니다.

[앵커]

현지에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전쟁에 대한 생각을 많이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현재 전황에 대한 평가 등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기자]

취재진이 현지에서 전쟁이 이 상태로 끝나기를 원하는지 물으면 '절대 이 대로 끝나선 안 된다'고 말하는 이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종전 협상 추진을 천명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의 전반적인 전쟁 수행 의지는 비교적 높아 보였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북부 지역 최전선인 벨라루스 국경 16킬로미터 지점까지 취재했는데, 촬영은 불허됐지만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은 물론 곳곳에 벙커와 요새 증축 등 방어가 강화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지역에는 지난 1986년 사고가 났던 체르노빌 원전도 있는데요.

다큐멘터리 제작차 2011년 이곳에서 취재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원전 내부와 중앙통제실까지 취재할 수 있었던 그때와 달리, 제한된 외곽 취재만 가능했습니다.

체르노빌 원전은 2022년 러시아 침공 때 일시 점령당했다 우크라이나 군이 탈환했는데, 이곳 역시 러시아의 재침공에 대비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방사능 수치도 매우 불안정했는데요.

사고 원전의 오른쪽은 정상, 왼쪽은 기준치의 5배, 그리고 러시아 군이 주둔하기도 했던 고준위 방사능 오염지역인 이른바 '붉은 숲'은 기준치 30배를 초과하는 방사능이 측정됐습니다.

[앵커]

이제 새해가 시작되고 2월이 되면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 전쟁이 만 3년이 되는데요.

전선이 고착되기도 했지만,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 양측 모두 전후방 구분이 없어졌다는데, 현지에서 직접 본 상황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기자]

실업률이 치솟고 물가가 2배 이상 올라서 국민들의 생활이 궁핍해졌고 무엇보다 에너지 인프라의 파괴로, 전력난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 장기간 계속된 공습으로 도심 대형 건물을 중심으로 방공호가 계속 설치되고 있고, 하루에도 두세 차례 이어지는 공습경보로 방공호로 대피하는 게 일상이 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이 있었던 키이우 인근 부차와 이르핀 지역도 둘러봤는데, 파괴된 건물들 상당수가 여전히 방치된 상태로 있었습니다.

무너졌던 학교들은 국제기구의 도움으로 재건돼 수업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학교 안에는 대규모 지하 방공호가 마련돼 있어 공습과 같은 상황에서도 수업할 수 있도록 설계가 돼 있습니다.

[앵커]

다음 달 20일이면 종전을 주장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게 되는데요.

3년 가까이 계속돼 온 러-우 전쟁의 향방, 2025년에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을까요?

[기자]

종전 협상 추진이 선언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조기에 전쟁이 끝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선 전쟁 피로감과 함께 빼앗긴 영토를 다시 회복하기는 힘들다는 인식이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확실한 '안전보장' 없이는 휴전할 수 없다는 입장 역시 강경합니다.

다만 나토가입은 물론 현재로선 유럽연합 가입도 어렵습니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북한군 투입 이후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가 국제전으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해, 안전보장 해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완충지대를 설정해서 일종의 평화유지군이 주둔하는 방안 등 다양한 안들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입장이 현재로선 평행선을 이루고 있어,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미국이 어떤 중재안을 낼지가 관건이라고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월드이슈였습니다.

촬영기자:신봉승 고형석/영상편집:김주은 구자람/통역:테티아나 보디아니츠카/자료조사:소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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