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트럼프는 왜 ‘그린란드’를 노리나?

입력 2025.01.13 (15:19) 수정 2025.01.1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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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시각으로 오는 20일 제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최근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미국에 넘기라고 압박하고 나섰죠.

상대 국가의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 이런 언급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 월드이슈에서 자세히 짚어봅니다.

국제부 금철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을 보면 그린란드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경우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시사까지 했는데, 주권 침해로 볼 수 있는 이런 발언을 내놓는 이유 무엇일까요?

[기자]

처음에는 그린란드를 미국에 '팔아라'고 했다가, 기자들이 지난 7일 무력 사용은 배제하지 않겠냐고 질문하자 '확언할 수 없다'고 했었죠.

한발 더 나아간 것이죠.

최근 트럼프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까지 그린란드를 방문했는데, 그린란드를 미국의 이익 관점에서 트럼프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 세계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데는 성공했다고 봅니다.

최소한 이 지역을 사거나 뺏지는 못해도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일단 안보적 측면에서 미국의 머리 위에 있는 그린란드의 통제권을 명확히 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한반도 면적의 거의 10배 가까운 이 땅에는 미군이 4백 명 정도 주둔 중입니다.

그린란드 북서부 공군기지가 있는데, 냉전 시대부터 미사일 방어를 위한 허브 역할을 해왔습니다.

미국의 북미 방공사령부 노라드(NORAD)가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의 궤적을 추적하는 방공레이더 시스템이 있습니다.

덴마크가 최근 "땅은 못 팔지만 미군 주둔을 확대하는 안은 논의할 수 있다"고 한 것도 '미국의 안보 측면에서 기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됩니다.

[앵커]

최근 북극항로 개척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협력하기로 했다는 발표에 대한 대응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이건 또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얼음이 녹아 북극항로가 열리게 되면 그린란드가 파나마 운하에 준하는 전략적 허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린란드에 원유는 물론 반도체 생산 등에 꼭 필요한 희토류가 대량으로 매장돼 있다고는 하지만 개발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도로 보시는 거처럼 만약 북극항로가 열리고 미국의 머리 위로 중국과 러시아의 상선이 부쩍 출몰하게 되면, 상선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과 러시아 군함이 출현하는 횟수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그린란드의 군사 안보적 가치는 커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또 북극항로를 오가는 미국의 상선들도 그린란드에 대한 미군의 통제권이 강화되면 안전한 항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제권 강화 시도는 계속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북극항로가 열리면 우리나라 여수에서 러시아 항구나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가는 거리와 시간이 대폭 줄어들게 되는데, 이럴 경우 동북아 물류 이동에 큰 변화가 생기고 미국의 항로 보호 전략도 바뀌게 됩니다.

[앵커]

자칫 국가 간 분쟁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이런 노골적 발언, 트럼프 당선인이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사퇴 발표 전 트럼프를 만났을 때 '51번째 미국 주지사'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어요.

이건 또 어떤 의도인지 궁금합니다.

[기자]

캐나다와 덴마크는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의 회원국입니다.

그런데 그린란드에 이어 캐나다까지 주권 침해성 발언을 한 것이죠.

NATO 조약 제5조는 '회원국 하나가 공격받으면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돼 있습니다.

집단안보 조항이죠.

따라서 미국이 자국이 포함된 조약을 정면으로 어겨가면서 무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집권 9년 차인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1기 때 미국 정부와 사이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사퇴 전 트럼프 당선인의 별장인 마러라고를 찾았다가 51번째 미국 주지사'라는 조롱을 받았죠.

캐나다는 광대한 영토에 인구가 4천만 명 이상인 G7 국가입니다.

하지만 상비군은 7만 명, 예비군은 3만 명에 불과해 유사시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기 쉬운 구조입니다.

트럼프의 캐나다 길들이기는 마약 통제와 대중국 관세 정책 등에서 미국에 호응하라는 메시지도 있지만, 그린란드를 포함해 북미 안보 새판짜기에 앞선 기선잡기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편집:이은빈 구자람/자료조사:이장미/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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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이슈] 트럼프는 왜 ‘그린란드’를 노리나?
    • 입력 2025-01-13 15:19:26
    • 수정2025-01-13 15: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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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각으로 오는 20일 제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최근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미국에 넘기라고 압박하고 나섰죠.

상대 국가의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 이런 언급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 월드이슈에서 자세히 짚어봅니다.

국제부 금철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을 보면 그린란드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경우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시사까지 했는데, 주권 침해로 볼 수 있는 이런 발언을 내놓는 이유 무엇일까요?

[기자]

처음에는 그린란드를 미국에 '팔아라'고 했다가, 기자들이 지난 7일 무력 사용은 배제하지 않겠냐고 질문하자 '확언할 수 없다'고 했었죠.

한발 더 나아간 것이죠.

최근 트럼프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까지 그린란드를 방문했는데, 그린란드를 미국의 이익 관점에서 트럼프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 세계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데는 성공했다고 봅니다.

최소한 이 지역을 사거나 뺏지는 못해도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일단 안보적 측면에서 미국의 머리 위에 있는 그린란드의 통제권을 명확히 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한반도 면적의 거의 10배 가까운 이 땅에는 미군이 4백 명 정도 주둔 중입니다.

그린란드 북서부 공군기지가 있는데, 냉전 시대부터 미사일 방어를 위한 허브 역할을 해왔습니다.

미국의 북미 방공사령부 노라드(NORAD)가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의 궤적을 추적하는 방공레이더 시스템이 있습니다.

덴마크가 최근 "땅은 못 팔지만 미군 주둔을 확대하는 안은 논의할 수 있다"고 한 것도 '미국의 안보 측면에서 기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됩니다.

[앵커]

최근 북극항로 개척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협력하기로 했다는 발표에 대한 대응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이건 또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얼음이 녹아 북극항로가 열리게 되면 그린란드가 파나마 운하에 준하는 전략적 허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린란드에 원유는 물론 반도체 생산 등에 꼭 필요한 희토류가 대량으로 매장돼 있다고는 하지만 개발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도로 보시는 거처럼 만약 북극항로가 열리고 미국의 머리 위로 중국과 러시아의 상선이 부쩍 출몰하게 되면, 상선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과 러시아 군함이 출현하는 횟수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그린란드의 군사 안보적 가치는 커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또 북극항로를 오가는 미국의 상선들도 그린란드에 대한 미군의 통제권이 강화되면 안전한 항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제권 강화 시도는 계속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북극항로가 열리면 우리나라 여수에서 러시아 항구나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가는 거리와 시간이 대폭 줄어들게 되는데, 이럴 경우 동북아 물류 이동에 큰 변화가 생기고 미국의 항로 보호 전략도 바뀌게 됩니다.

[앵커]

자칫 국가 간 분쟁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이런 노골적 발언, 트럼프 당선인이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사퇴 발표 전 트럼프를 만났을 때 '51번째 미국 주지사'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어요.

이건 또 어떤 의도인지 궁금합니다.

[기자]

캐나다와 덴마크는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의 회원국입니다.

그런데 그린란드에 이어 캐나다까지 주권 침해성 발언을 한 것이죠.

NATO 조약 제5조는 '회원국 하나가 공격받으면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돼 있습니다.

집단안보 조항이죠.

따라서 미국이 자국이 포함된 조약을 정면으로 어겨가면서 무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집권 9년 차인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1기 때 미국 정부와 사이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사퇴 전 트럼프 당선인의 별장인 마러라고를 찾았다가 51번째 미국 주지사'라는 조롱을 받았죠.

캐나다는 광대한 영토에 인구가 4천만 명 이상인 G7 국가입니다.

하지만 상비군은 7만 명, 예비군은 3만 명에 불과해 유사시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기 쉬운 구조입니다.

트럼프의 캐나다 길들이기는 마약 통제와 대중국 관세 정책 등에서 미국에 호응하라는 메시지도 있지만, 그린란드를 포함해 북미 안보 새판짜기에 앞선 기선잡기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편집:이은빈 구자람/자료조사:이장미/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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