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K] 시작된 공존…“외국인 치료·금융 지원해요”

입력 2025.03.06 (19:27) 수정 2025.03.06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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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단일 민족'이라는 신화를 간직하고 있던 한국.

하지만 이제는 도시든, 농촌이든 외국인, 혹은 '이주 배경'이 있는 이들을 보기가 어렵지 않게 됐습니다.

올해 1월 말 한국 체류 외국인 수는 2백 60만 명, 대구광역시 인구보다도 많습니다.

2023년에는 OECD 회원국 중 이민자 증가율이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외국인 인구 증가 속도는 가파릅니다.

전국에서도 외국인 수가 많지 않은 지역으로 꼽히는 광주, 하지만 변화의 흐름은 빠릅니다.

등록 외국인만 놓고 봐도 외국인 비율이 20%를 돌파한 동 지역이 있을 정도인데요.

이미 시작된 다문화 사회, 준비는 잘 되고 있을까요?

달라지고 있는 풍경을 직접 찾아봤습니다.

가정의학과, 정형외과 등을 진료 과목으로 하고 있는 광주 북구의 한 병원.

문을 여는 오전 9시부터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 상당수는 외국인입니다.

["어디가 안 좋으셔서 오신 거죠?"]

[프로노로브 로만/러시아 : "운동하다가 어깨를 삐끗했는데 그것 때문에 20주 넘게 제대로 잠도 못 자고 팔도 못 써요. 그래서 어깨 치료 받으러 왔어요."]

진료 접수처에는 러시아어로 적힌 접수증이 놓여 있습니다.

우리말이 서툰 환자들도 증상을 얘기하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외국인 환자들을 위해 병원에서 따로 통역사까지 채용한 덕분입니다.

[프로노로브 로만/러시아 : "제 말을 의사에게 제대로 전달해 줄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신뢰가 생기고, 덕분에 제 증상이 정확하게 전달돼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요."]

[김세르게이/우즈베키스탄 : "통역을 자세하게 해주고 필요한 부분만 진찰을 해주니까 이 병원을 다닙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난민 유입이 늘면서 외국인 대상 재활 치료에 집중한 병원.

이후 본격적인 외국인 전용 병원으로 방향성을 잡았습니다.

현재 병원에 등록된 외국인 환자는 천여 명에 이릅니다.

[손광진/○○○의원 원장 : "기존 인구는 줄면서 외국인분들은 늘어나는 거는 확실하고요. 그러다 보니까 오시는 환자분들이랑 좀 더 면담이나 이런 걸 자세하게 하려면은 옆에 누군가가 있는 게, 통역기나 이런 것도 물론 있을 수는 있겠지만은 당장 옆에서 설명해 주는 게 훨씬 빠르더라고요."]

광주시가 지정한 '외국인 주민 친화병원'은 이곳을 포함해 20곳.

건강보험이 적용 안 되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료비 일부를 지원하고 중대한 수술이 있을 경우 통역 활동가를 지원합니다.

[이정환/광주시 이주민지원팀장 : "(앞으로는) 건강 검진하는 의료기관과 협력을 해서 일자라든지 특정 기간을 정해서 요건별로 이렇게 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언어 장벽이 있는 이들에게 병원을 가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게 은행 일인데요.

외국인 주민 전용 금융 센터 역시 최근 문을 열었습니다.

금융 센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창구에서 근무하는 외국인들.

5개 언어권의 외국인들이 직접 일하며 금융 업무를 응대합니다.

8년 전 한국에 입국한 베트남 유학생 팜티만 씨, 그동안 한국 생활을 하며 어려움을 겪은 만큼, 전용 금융센터의 필요성을 더 느낍니다.

[팜티만/베트남 유학생 : "직접 은행에 가서 얘기하는 거 언어 때문에 좀 어려운 경우는 많아요. 그래서 은행에 직접 가서 하는 것보다는 베트남 커뮤니티 그런 거 있잖아요. 거기서 돈 (불법) 환전하거나 송금하거나 그런 경우를 많이 하거든요. 근데 안 좋은 거는 많이 사기를 당한 적이 있거든요."]

외국인들의 언어 장벽을 허물기 위해 동원한 건 AI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38개국 언어가 준비돼 있어서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합니다.

이 AI 시스템을 통해서 은행에서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는 외국인들을 찾아가 직접 은행 업무를 처리해 준다고 합니다.

제1금융권 대출 상품이 없어 고금리·불법 대출에 내몰렸던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대출 상품도 나왔습니다.

[고훈/외국인금융센터장 : "이분들이 금융에 접근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저희 센터를 만들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삶을 선택한 이들은 이런 변화가 반가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벽을 느끼는 때는 많습니다.

'전반적인 근로 환경이 열악하다', '외국인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부담스럽다', '한국어가 부족해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다'.

광주시 외국인주민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외국인들의 경험입니다.

[팜티만/베트남 유학생 : "외국인분들이 모두 다 한국 생활을 빨리 적응할 수 있게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광역시 최초로 신설한 광주 외국인주민과, 외국인 지원 방안을 담은 광주시 5개년 계획 의결. 다문화 사회를 위한 인프라와 정책은 분명 하나둘씩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공존을 위해선, 여전히 광주에서 지내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외국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찾아가는K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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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찾아가는K] 시작된 공존…“외국인 치료·금융 지원해요”
    • 입력 2025-03-06 19:27:58
    • 수정2025-03-06 21:56:16
    뉴스7(광주)
오랫동안 '단일 민족'이라는 신화를 간직하고 있던 한국.

하지만 이제는 도시든, 농촌이든 외국인, 혹은 '이주 배경'이 있는 이들을 보기가 어렵지 않게 됐습니다.

올해 1월 말 한국 체류 외국인 수는 2백 60만 명, 대구광역시 인구보다도 많습니다.

2023년에는 OECD 회원국 중 이민자 증가율이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외국인 인구 증가 속도는 가파릅니다.

전국에서도 외국인 수가 많지 않은 지역으로 꼽히는 광주, 하지만 변화의 흐름은 빠릅니다.

등록 외국인만 놓고 봐도 외국인 비율이 20%를 돌파한 동 지역이 있을 정도인데요.

이미 시작된 다문화 사회, 준비는 잘 되고 있을까요?

달라지고 있는 풍경을 직접 찾아봤습니다.

가정의학과, 정형외과 등을 진료 과목으로 하고 있는 광주 북구의 한 병원.

문을 여는 오전 9시부터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 상당수는 외국인입니다.

["어디가 안 좋으셔서 오신 거죠?"]

[프로노로브 로만/러시아 : "운동하다가 어깨를 삐끗했는데 그것 때문에 20주 넘게 제대로 잠도 못 자고 팔도 못 써요. 그래서 어깨 치료 받으러 왔어요."]

진료 접수처에는 러시아어로 적힌 접수증이 놓여 있습니다.

우리말이 서툰 환자들도 증상을 얘기하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외국인 환자들을 위해 병원에서 따로 통역사까지 채용한 덕분입니다.

[프로노로브 로만/러시아 : "제 말을 의사에게 제대로 전달해 줄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신뢰가 생기고, 덕분에 제 증상이 정확하게 전달돼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요."]

[김세르게이/우즈베키스탄 : "통역을 자세하게 해주고 필요한 부분만 진찰을 해주니까 이 병원을 다닙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난민 유입이 늘면서 외국인 대상 재활 치료에 집중한 병원.

이후 본격적인 외국인 전용 병원으로 방향성을 잡았습니다.

현재 병원에 등록된 외국인 환자는 천여 명에 이릅니다.

[손광진/○○○의원 원장 : "기존 인구는 줄면서 외국인분들은 늘어나는 거는 확실하고요. 그러다 보니까 오시는 환자분들이랑 좀 더 면담이나 이런 걸 자세하게 하려면은 옆에 누군가가 있는 게, 통역기나 이런 것도 물론 있을 수는 있겠지만은 당장 옆에서 설명해 주는 게 훨씬 빠르더라고요."]

광주시가 지정한 '외국인 주민 친화병원'은 이곳을 포함해 20곳.

건강보험이 적용 안 되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료비 일부를 지원하고 중대한 수술이 있을 경우 통역 활동가를 지원합니다.

[이정환/광주시 이주민지원팀장 : "(앞으로는) 건강 검진하는 의료기관과 협력을 해서 일자라든지 특정 기간을 정해서 요건별로 이렇게 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언어 장벽이 있는 이들에게 병원을 가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게 은행 일인데요.

외국인 주민 전용 금융 센터 역시 최근 문을 열었습니다.

금융 센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창구에서 근무하는 외국인들.

5개 언어권의 외국인들이 직접 일하며 금융 업무를 응대합니다.

8년 전 한국에 입국한 베트남 유학생 팜티만 씨, 그동안 한국 생활을 하며 어려움을 겪은 만큼, 전용 금융센터의 필요성을 더 느낍니다.

[팜티만/베트남 유학생 : "직접 은행에 가서 얘기하는 거 언어 때문에 좀 어려운 경우는 많아요. 그래서 은행에 직접 가서 하는 것보다는 베트남 커뮤니티 그런 거 있잖아요. 거기서 돈 (불법) 환전하거나 송금하거나 그런 경우를 많이 하거든요. 근데 안 좋은 거는 많이 사기를 당한 적이 있거든요."]

외국인들의 언어 장벽을 허물기 위해 동원한 건 AI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38개국 언어가 준비돼 있어서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합니다.

이 AI 시스템을 통해서 은행에서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는 외국인들을 찾아가 직접 은행 업무를 처리해 준다고 합니다.

제1금융권 대출 상품이 없어 고금리·불법 대출에 내몰렸던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대출 상품도 나왔습니다.

[고훈/외국인금융센터장 : "이분들이 금융에 접근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저희 센터를 만들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삶을 선택한 이들은 이런 변화가 반가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벽을 느끼는 때는 많습니다.

'전반적인 근로 환경이 열악하다', '외국인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부담스럽다', '한국어가 부족해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다'.

광주시 외국인주민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외국인들의 경험입니다.

[팜티만/베트남 유학생 : "외국인분들이 모두 다 한국 생활을 빨리 적응할 수 있게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광역시 최초로 신설한 광주 외국인주민과, 외국인 지원 방안을 담은 광주시 5개년 계획 의결. 다문화 사회를 위한 인프라와 정책은 분명 하나둘씩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공존을 위해선, 여전히 광주에서 지내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외국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찾아가는K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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