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중선거구제, 취지는 어디가고…

입력 2006.01.09 (22:17)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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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는 5월 지방선거에서 처음 도입되는 중선거구제가 그 의의를 잃고 있습니다.

선거구 획정이 거대 양당의 나눠먹기식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김양순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새벽 5시 45분 어둠 속에서 뒷문으로 들어온 대구시 의원들이 손전등을 켜고 회의를 합니다.

안건은 올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안, 국회 선거구 획정 위원회가 4명씩 뽑도록 정해놓은 시도 의원 선거구를 쪼개 2명씩 뽑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통과에 3분 남짓,일사천리입니다.

경남도 의원들은 주차장에 세워놓은 버스 안에서 의사봉을 두드렸습니다.

선거구 분할 반대 시위에 의사당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한 이른바 차치기입니다.

<인터뷰>박남현(열린 우리당 경남도당) : "그 안에서 본회의를 할 거라는 생각은 저희들 상식에서는 좀 어렵지 않나..."

이렇게 남의 눈을 피해가면서 몰래할 만한 까닭이 있습니다. 자신들의 당선이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한 선거구에서 2명만 뽑게 될 경우 영남은 한나라당이, 호남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독식할 수 있고, 나머지 지역에선 양당이 각각 한 명씩 나눠갖는다는 계산입니다.

<인터뷰>강 황(대구시의회 의장) : "당 적인 차원에서 중앙당에서 이런 지시와 명령을 가지고 우리를 압박하고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때문에.."

실제로 서울과 대전,경기도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담합해 4인 선거구를 남김없이 쪼개 2인으로 바꿨고 전남에선 4인 선거구 25개를 7개로 줄여 거의 없애다시피 했습니다.

소수 정당 기회 확대와 지역 감정 해소라는 중선거구제 도입 취지는 양당의 의석 욕심 앞에 발붙일 땅이 없습니다.

<녹취>권영길(민주노동당 대표) : "거대 양당과 토호세력들이 멋대로 선거구역 획정하는 것을 인정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습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한나라당을 제외한 여야 3당은 뒤늦게 선거구 획정을 중앙선관위가 하도록 관련법을 고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미 대부분 시도 의회가 선거구 획정을 마친 상태고 획정 시한도 이달까지로 촉박해 다시 고치겠다는 건 빈말로 들립니다.

KBS 뉴스 김양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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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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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는 5월 지방선거에서 처음 도입되는 중선거구제가 그 의의를 잃고 있습니다. 선거구 획정이 거대 양당의 나눠먹기식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김양순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새벽 5시 45분 어둠 속에서 뒷문으로 들어온 대구시 의원들이 손전등을 켜고 회의를 합니다. 안건은 올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안, 국회 선거구 획정 위원회가 4명씩 뽑도록 정해놓은 시도 의원 선거구를 쪼개 2명씩 뽑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통과에 3분 남짓,일사천리입니다. 경남도 의원들은 주차장에 세워놓은 버스 안에서 의사봉을 두드렸습니다. 선거구 분할 반대 시위에 의사당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한 이른바 차치기입니다. <인터뷰>박남현(열린 우리당 경남도당) : "그 안에서 본회의를 할 거라는 생각은 저희들 상식에서는 좀 어렵지 않나..." 이렇게 남의 눈을 피해가면서 몰래할 만한 까닭이 있습니다. 자신들의 당선이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한 선거구에서 2명만 뽑게 될 경우 영남은 한나라당이, 호남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독식할 수 있고, 나머지 지역에선 양당이 각각 한 명씩 나눠갖는다는 계산입니다. <인터뷰>강 황(대구시의회 의장) : "당 적인 차원에서 중앙당에서 이런 지시와 명령을 가지고 우리를 압박하고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때문에.." 실제로 서울과 대전,경기도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담합해 4인 선거구를 남김없이 쪼개 2인으로 바꿨고 전남에선 4인 선거구 25개를 7개로 줄여 거의 없애다시피 했습니다. 소수 정당 기회 확대와 지역 감정 해소라는 중선거구제 도입 취지는 양당의 의석 욕심 앞에 발붙일 땅이 없습니다. <녹취>권영길(민주노동당 대표) : "거대 양당과 토호세력들이 멋대로 선거구역 획정하는 것을 인정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습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한나라당을 제외한 여야 3당은 뒤늦게 선거구 획정을 중앙선관위가 하도록 관련법을 고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미 대부분 시도 의회가 선거구 획정을 마친 상태고 획정 시한도 이달까지로 촉박해 다시 고치겠다는 건 빈말로 들립니다. KBS 뉴스 김양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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