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국가폭력 보상 못 받는 97살 생존희생자

입력 2025.08.07 (21:47) 수정 2025.08.0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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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3으로 장애를 갖게 됐지만 희생자로 인정받지 못하다, 행정소송으로 처음으로 판정을 뒤집은 97살 할머니가 있습니다.

어렵게 생존 희생자로 인정받았지만 지난한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무슨 사연인지 안서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3 당시 경찰 고문으로 손목이 골절된 김옥선 씨의 아들은 후유장애 인정을 받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4·3위원회가 노인성 골절로 의심된다며 희생자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3년 간의 행정소송 끝에 지난 4월 결국 판단이 뒤집혔습니다.

[김필수/김옥선 씨 아들 : "참 눈물이 났습니다. 진짜로. 4·3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게 돼서 자식 된 도리로서 어머니한테 조금 갚았구나."]

노인성 골절로 치료받은 적 없다는 건강보험 기록과 주변인 진술 등을 토대로 피해를 입증한 건데, 행정소송으로 불인정 처분을 뒤집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오재영/변호사 : "당시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뚜렷이 기억하시는 김옥선 할머니의 진술과 그리고 주변 친척, 마을 주민들의 진술을 토대로."]

97살 김옥선 씨는 이제야 생존 희생자에게 지급되는 생활보조비 지원을 받게 됐는데, 4·3위원회의 잘못된 판단으로 3년이나 시간이 흘렀지만 소급 적용이 안 되는 처집니다.

[김필수/김옥선 씨 아들 : "행정에서 잘못했는데 그 부분은 인정을 안 하고 판결받은 그쪽(이후)으로만 해서 한다는 게 저희는 굉장히 아쉽고."]

제주도는 안타깝지만 조례에 따라 생활보조비는 신청이 들어와야만 지급하는 것이라며, 지급할 근거가 없다고 말합니다.

정부의 보상금 신청도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생존 희생자의 경우 직접 보상금을 청구해야 하는데 치매로 인해 의사소통이 어렵고, 자녀가 대신 위임장을 제출해야 하지만 이조차도 쓸 수 없다 보니, 결국 가족들이 법원의 성년후견인 인정을 받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가족관계증명서에 주민등록번호가 없고 실체도 없는 형제가 기재돼 있어 모든 가족 동의를 받아 후견인 지정 신청을 받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김필수/김옥선 씨 아들 : "판사님이 그걸 보시고 이거에 대한 걸 설명을 해라. (그런데) 그분에 대한 걸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국가 폭력으로 인해 응어리진 어머니의 한을 풀기 위해 또다시 법정에 선 아들.

이들에게 4·3의 회복은 산 넘어서 산입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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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 넘어 산”…국가폭력 보상 못 받는 97살 생존희생자
    • 입력 2025-08-07 21:47:18
    • 수정2025-08-07 21:51:35
    뉴스9(제주)
[앵커]

4·3으로 장애를 갖게 됐지만 희생자로 인정받지 못하다, 행정소송으로 처음으로 판정을 뒤집은 97살 할머니가 있습니다.

어렵게 생존 희생자로 인정받았지만 지난한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무슨 사연인지 안서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3 당시 경찰 고문으로 손목이 골절된 김옥선 씨의 아들은 후유장애 인정을 받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4·3위원회가 노인성 골절로 의심된다며 희생자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3년 간의 행정소송 끝에 지난 4월 결국 판단이 뒤집혔습니다.

[김필수/김옥선 씨 아들 : "참 눈물이 났습니다. 진짜로. 4·3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게 돼서 자식 된 도리로서 어머니한테 조금 갚았구나."]

노인성 골절로 치료받은 적 없다는 건강보험 기록과 주변인 진술 등을 토대로 피해를 입증한 건데, 행정소송으로 불인정 처분을 뒤집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오재영/변호사 : "당시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뚜렷이 기억하시는 김옥선 할머니의 진술과 그리고 주변 친척, 마을 주민들의 진술을 토대로."]

97살 김옥선 씨는 이제야 생존 희생자에게 지급되는 생활보조비 지원을 받게 됐는데, 4·3위원회의 잘못된 판단으로 3년이나 시간이 흘렀지만 소급 적용이 안 되는 처집니다.

[김필수/김옥선 씨 아들 : "행정에서 잘못했는데 그 부분은 인정을 안 하고 판결받은 그쪽(이후)으로만 해서 한다는 게 저희는 굉장히 아쉽고."]

제주도는 안타깝지만 조례에 따라 생활보조비는 신청이 들어와야만 지급하는 것이라며, 지급할 근거가 없다고 말합니다.

정부의 보상금 신청도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생존 희생자의 경우 직접 보상금을 청구해야 하는데 치매로 인해 의사소통이 어렵고, 자녀가 대신 위임장을 제출해야 하지만 이조차도 쓸 수 없다 보니, 결국 가족들이 법원의 성년후견인 인정을 받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가족관계증명서에 주민등록번호가 없고 실체도 없는 형제가 기재돼 있어 모든 가족 동의를 받아 후견인 지정 신청을 받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김필수/김옥선 씨 아들 : "판사님이 그걸 보시고 이거에 대한 걸 설명을 해라. (그런데) 그분에 대한 걸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국가 폭력으로 인해 응어리진 어머니의 한을 풀기 위해 또다시 법정에 선 아들.

이들에게 4·3의 회복은 산 넘어서 산입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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