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폐렴에 서울까지 330km 이송…의료 양극화 언제까지?

입력 2025.08.22 (09:52) 수정 2025.08.2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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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지난주 시작되면서 양극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 대형병원들은 대부분 70~80%가 복귀했지만 지방, 특히 필수과는 절반을 못 채운 곳들도 적지 않습니다.

지방엔 필수과 의사가 부족하다 보니 폐렴에 걸린 영아가 병원을 전전하다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서울까지 이송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진선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강원도 삼척에 사는 30대 부부.

생후 12개월, 건강했던 딸은 앞을 보지 못하고 제대로 몸을 가눌 수도 없습니다.

지난달 폐렴 치료를 받으러 병원을 찾았다가 심정지로 뇌에 손상을 입었습니다.

[아기 아빠/강원도 삼척시 : "평생을 삼척에 계속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후회된 적은 처음이거든요. (아이한테) 미안하죠. 어떤 사고도 아니고 오직 치료를 (늦게) 받다가 이렇게 된 거니까."]

아침 일찍 찾아간 삼척의료원에선 진료를 할 수 없다며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사설 구급차를 타고 강릉아산병원으로 갔지만, 소아 호흡기 전문의가 없었습니다.

다시 춘천 강원대병원으로 전원된 이후에도 아기 상태는 더 나빠졌습니다.

결국 밤늦게 서울의 '빅5' 병원 중 한 곳으로 실려 갔습니다.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삼척에서 서울까지 15시간 넘게 330km를 떠돈 셈입니다.

[아기 아빠/강원 삼척시 : "여기에 있는 사람도 사람이잖아요. 애기면 적어도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시스템은 돼야 하는데…."]

이처럼 소아과 기피와 전문의 이탈이 계속되면서 지방 의료는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전국 시군구 중에 14곳은 소아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습니다.

[최용재/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 : "(취약 지역은) 환자 숫자로 경영이나 돈에 신경 쓰지 않고 소방서처럼 그냥 근무하기만 하면 유지가 가능하게끔 만들어놔야 골든타임 이내에 아이를 돌보는 게 쉬워져요."]

의정 갈등은 마무리되고 있지만 비수도권과 필수과 의료는 정상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진선민입니다.

촬영기자:최상철/영상편집:이현모/그래픽:최창준 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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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아 폐렴에 서울까지 330km 이송…의료 양극화 언제까지?
    • 입력 2025-08-22 09:52:02
    • 수정2025-08-22 09:5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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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지난주 시작되면서 양극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 대형병원들은 대부분 70~80%가 복귀했지만 지방, 특히 필수과는 절반을 못 채운 곳들도 적지 않습니다.

지방엔 필수과 의사가 부족하다 보니 폐렴에 걸린 영아가 병원을 전전하다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서울까지 이송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진선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강원도 삼척에 사는 30대 부부.

생후 12개월, 건강했던 딸은 앞을 보지 못하고 제대로 몸을 가눌 수도 없습니다.

지난달 폐렴 치료를 받으러 병원을 찾았다가 심정지로 뇌에 손상을 입었습니다.

[아기 아빠/강원도 삼척시 : "평생을 삼척에 계속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후회된 적은 처음이거든요. (아이한테) 미안하죠. 어떤 사고도 아니고 오직 치료를 (늦게) 받다가 이렇게 된 거니까."]

아침 일찍 찾아간 삼척의료원에선 진료를 할 수 없다며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사설 구급차를 타고 강릉아산병원으로 갔지만, 소아 호흡기 전문의가 없었습니다.

다시 춘천 강원대병원으로 전원된 이후에도 아기 상태는 더 나빠졌습니다.

결국 밤늦게 서울의 '빅5' 병원 중 한 곳으로 실려 갔습니다.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삼척에서 서울까지 15시간 넘게 330km를 떠돈 셈입니다.

[아기 아빠/강원 삼척시 : "여기에 있는 사람도 사람이잖아요. 애기면 적어도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시스템은 돼야 하는데…."]

이처럼 소아과 기피와 전문의 이탈이 계속되면서 지방 의료는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전국 시군구 중에 14곳은 소아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습니다.

[최용재/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 : "(취약 지역은) 환자 숫자로 경영이나 돈에 신경 쓰지 않고 소방서처럼 그냥 근무하기만 하면 유지가 가능하게끔 만들어놔야 골든타임 이내에 아이를 돌보는 게 쉬워져요."]

의정 갈등은 마무리되고 있지만 비수도권과 필수과 의료는 정상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진선민입니다.

촬영기자:최상철/영상편집:이현모/그래픽:최창준 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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