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골 수재민의 밤

입력 2006.07.21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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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집중호우에 따른 수해는 남부지방에도 있었습니다.
마을의 절반이 휩쓸려간 지리산의 한 산골마을 주민들은 아직도 수마 공포에 몸서리를 치고 있습니다. 천현수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수마가 할퀴고 간 지리산 자락의 산골마을, 새벽 안개가 걷히자마자 여기서도 복구작업이 벌어집니다.

전기와 전화가 겨우 복구돼 외부와 연락은 가능해졌습니다.

폭우가 그친 뒤 사흘 만입니다.

그러나 마을의 절반인 12가구는 수해의 심한 상처가 그대로입니다.

<인터뷰>권을현 (수해주민): "수리가 어디 됐습니까? 지붕이 새고 있고 천정은 남은 게 없습니다."

급류에 떠내려가다 구조된 황소는 외양간을 잃고 비를 맞고 있습니다.

<녹취>김진배 (수해주민): "제발 부탁입니다. 하느님 이제 비 좀 그만 내리게 해주십시오."

주민들은 비가 그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고 있습니다.

복구도 잠시, 해가 짧은 지리산 골짜기에는 밤이 금방 찾아옵니다.

산골 수해마을 주민들은 밤이 되면 두려움 이 더 커집니다. 언제 큰 비가 내려서 마을을 휩쓸고 지나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을 잊고 이웃을 위로도 할 겸 식사는 마을회관에서 함께 합니다.

수해 때문에 먹을거리를 구하지 못해 콩나물국에 된장, 풋고추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흘 만에 처음 받아보는 밥상입니다.

<인터뷰>임을숙 (수해주민): "오늘 처음 먹는 밥입니다. 굶었어요. 여러 날. 밥이 안 넘어갔어요."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집중호우의 악몽을 주민들은 아직 털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김진득 (수해주민): "오늘이 3일째인가? 정신이 없는 거지"

밤이 깊어 다시 이부자리를 펴보지만 수재민들은 집중호우가 또 오지는 않을지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KBS 뉴스 천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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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산골 수재민의 밤
    • 입력 2006-07-21 21:20:32
    뉴스 9
<앵커 멘트> 집중호우에 따른 수해는 남부지방에도 있었습니다. 마을의 절반이 휩쓸려간 지리산의 한 산골마을 주민들은 아직도 수마 공포에 몸서리를 치고 있습니다. 천현수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수마가 할퀴고 간 지리산 자락의 산골마을, 새벽 안개가 걷히자마자 여기서도 복구작업이 벌어집니다. 전기와 전화가 겨우 복구돼 외부와 연락은 가능해졌습니다. 폭우가 그친 뒤 사흘 만입니다. 그러나 마을의 절반인 12가구는 수해의 심한 상처가 그대로입니다. <인터뷰>권을현 (수해주민): "수리가 어디 됐습니까? 지붕이 새고 있고 천정은 남은 게 없습니다." 급류에 떠내려가다 구조된 황소는 외양간을 잃고 비를 맞고 있습니다. <녹취>김진배 (수해주민): "제발 부탁입니다. 하느님 이제 비 좀 그만 내리게 해주십시오." 주민들은 비가 그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고 있습니다. 복구도 잠시, 해가 짧은 지리산 골짜기에는 밤이 금방 찾아옵니다. 산골 수해마을 주민들은 밤이 되면 두려움 이 더 커집니다. 언제 큰 비가 내려서 마을을 휩쓸고 지나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을 잊고 이웃을 위로도 할 겸 식사는 마을회관에서 함께 합니다. 수해 때문에 먹을거리를 구하지 못해 콩나물국에 된장, 풋고추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흘 만에 처음 받아보는 밥상입니다. <인터뷰>임을숙 (수해주민): "오늘 처음 먹는 밥입니다. 굶었어요. 여러 날. 밥이 안 넘어갔어요."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집중호우의 악몽을 주민들은 아직 털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김진득 (수해주민): "오늘이 3일째인가? 정신이 없는 거지" 밤이 깊어 다시 이부자리를 펴보지만 수재민들은 집중호우가 또 오지는 않을지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KBS 뉴스 천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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