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뉴스] 멸치 vs 고등어 그리고 ‘어부지리’?

입력 2006.09.1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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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속초와 고성 등 동해안 백사장에 가면 요즘 진풍경 을 볼 수 있습니다.

은빛 멸치떼가 백사장에 널렸다고 합니다. 주민과 관광객들이 멸치 잡느라고 신이 났다고 하는데, 멸치를 쫓아 고등어떼까지 올라왔다고 하니까 ‘어부지리’ 라는 말, 이럴 때 써야겠죠?

이정민 아나운서~ 해안가가 물반 멸치반이라면 서요?

<리포트>

네. 지금 동해안 백사장 곳곳에서는 즉석 멸치회 잔치가 벌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다가 멸치를 잡아먹으려는 고등어 떼가 몰리면서 수 백 명의 낚시꾼들이 몰리고 있는데요. 지금 바로 동해안의 진풍경 속으로 떠나보시죠.

인근 주민은 물론 새벽바람을 맞으며 달려왔다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가을바다..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백사장으로 밀려나온 멸치떼를 잡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물반, 고기반 상황이 벌어지면서 인근 회사에서는 아예 대표 선수까지 선발해 멸치떼 잡기에 나섰을 정도인데요.

<인터뷰> 김오기(속초시):"열 다섯 명이 먹어야 되거든요. 그래서 망태기까지 들고 나와서 잡는 거예요. 많이 잡아야돼요"

멸치떼를 잡기 위한 준비물, 역시 철저합니다. 방수복은 기본이고요. 족대와 뜰채 등을 이용해 건져 올린 멸치가 어느새 양동이에 가득 찹니다. 잡는 모습이 마치 어린 시절, 개울가의 모습 그대로죠?

<인터뷰> 조판섭(서울시):"큰 기대를 걸고 왔어요. 오늘 안되면 내일까지 한번 해보려고요. 내일까지 한번 멋지게 놀아보고 가야죠."

<인터뷰> 박신규(충남 금산군):"안 와요.. 귀신같이 안 와요. 여기 있다가 줍는 수밖에 없어요. (바다)안에 들어가서 잡는다는 것은 힘든 거예요."

이리 뛰고 저리 뒹굴고, 물 밖으로 나온 멸치떼가 금새 모래밭을 뒤덮자, 먼저 줍는 게 임자. 경쟁하듯 멸치를 줍는데요.

웬만큼 잡았다싶으면 초고추장에 찍어 한 입.. 팔딱팔딱 뛰어오르는 멸치를 즉석에서 회로 먹는 기분.. 아무나 맛볼 수 없다고 하죠.

<인터뷰> 김명희(속초시):"요즘 아이들 말따라 죽이네요"

멸치잡이 풍경 뿐 아니라 요즘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진풍경.

이른 아침부터 방파제 곳곳에서 손맛을 즐기고 있는 수 백 명의 낚시꾼들입니다.

<인터뷰> 김성원(속초시):"멸치 따라 고등어가 들어오고요. 조금 있으면 고등어를 먹으려고 삼치가 들어와요. 그때는 낚시 손맛이 더 죽이죠. (멸치 떼가 고맙겠어요?) 당연하죠..요즘 심심하던 참에 잘됐고 또 여기 있다보면 짜증난 일도 여기에서 다 풀어요."

낚시대를 바다에 넣기만 해도 척척, 새끼 고등어가 올라온다고 하는데요. 탱탱한 고등어가 올라올 때마다 강태공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질 수밖에 없겠죠.

백사장의 멸치떼와 해안가의 고등어떼. 이 기이한 풍경의 원인은 뭘까요? 가을철이 되면서 따뜻한 수온을 찾아 남해쪽으로 이동중인 멸치떼가 천적인 고등어떼를 만나면서 해안으로 왔고, 고등어떼는 이를 따라 해안가까지 온 건데요.

<인터뷰> 이승일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고등어떼 같은 경우도 동한 난류를 따라 북상을 하게 됩니다. 이때 멸치 떼가 포식자인 고등어를 만나게 되면 고등어를 피하기 위해서 동해 연안까지 그들에 쫓겨서 해변 안으로 이동하게 되는 그런 현상이 발생합니다."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동해안 멸치떼 풍경.. 올해는 드물게도 일주일이 넘도록 멸치떼가 백사장으로 밀려오면서 진풍경이 이어지자 낚시점은 물론 인근 주민들은 반기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빈(속초시 청호동 어촌계장):"옛날에는 멸치 떼가 이렇게 밀려와도 해안에 관광객들이 오지를 않았어요. 지금은 거의 장관입니다. 은빛이 모래사장에서 나는 것이 참 멋있고, 관광객들이 많이 보고 갑니다."

초가을에만 나타나는 멸치떼와 고등어떼의 동해안 상륙.

쫓고 쫓기는 약육강식의 세계 그대로지만,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은 새로운 진풍경에 즐거운 가을맞이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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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마뉴스] 멸치 vs 고등어 그리고 ‘어부지리’?
    • 입력 2006-09-13 08: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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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속초와 고성 등 동해안 백사장에 가면 요즘 진풍경 을 볼 수 있습니다. 은빛 멸치떼가 백사장에 널렸다고 합니다. 주민과 관광객들이 멸치 잡느라고 신이 났다고 하는데, 멸치를 쫓아 고등어떼까지 올라왔다고 하니까 ‘어부지리’ 라는 말, 이럴 때 써야겠죠? 이정민 아나운서~ 해안가가 물반 멸치반이라면 서요? <리포트> 네. 지금 동해안 백사장 곳곳에서는 즉석 멸치회 잔치가 벌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다가 멸치를 잡아먹으려는 고등어 떼가 몰리면서 수 백 명의 낚시꾼들이 몰리고 있는데요. 지금 바로 동해안의 진풍경 속으로 떠나보시죠. 인근 주민은 물론 새벽바람을 맞으며 달려왔다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가을바다..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백사장으로 밀려나온 멸치떼를 잡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물반, 고기반 상황이 벌어지면서 인근 회사에서는 아예 대표 선수까지 선발해 멸치떼 잡기에 나섰을 정도인데요. <인터뷰> 김오기(속초시):"열 다섯 명이 먹어야 되거든요. 그래서 망태기까지 들고 나와서 잡는 거예요. 많이 잡아야돼요" 멸치떼를 잡기 위한 준비물, 역시 철저합니다. 방수복은 기본이고요. 족대와 뜰채 등을 이용해 건져 올린 멸치가 어느새 양동이에 가득 찹니다. 잡는 모습이 마치 어린 시절, 개울가의 모습 그대로죠? <인터뷰> 조판섭(서울시):"큰 기대를 걸고 왔어요. 오늘 안되면 내일까지 한번 해보려고요. 내일까지 한번 멋지게 놀아보고 가야죠." <인터뷰> 박신규(충남 금산군):"안 와요.. 귀신같이 안 와요. 여기 있다가 줍는 수밖에 없어요. (바다)안에 들어가서 잡는다는 것은 힘든 거예요." 이리 뛰고 저리 뒹굴고, 물 밖으로 나온 멸치떼가 금새 모래밭을 뒤덮자, 먼저 줍는 게 임자. 경쟁하듯 멸치를 줍는데요. 웬만큼 잡았다싶으면 초고추장에 찍어 한 입.. 팔딱팔딱 뛰어오르는 멸치를 즉석에서 회로 먹는 기분.. 아무나 맛볼 수 없다고 하죠. <인터뷰> 김명희(속초시):"요즘 아이들 말따라 죽이네요" 멸치잡이 풍경 뿐 아니라 요즘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진풍경. 이른 아침부터 방파제 곳곳에서 손맛을 즐기고 있는 수 백 명의 낚시꾼들입니다. <인터뷰> 김성원(속초시):"멸치 따라 고등어가 들어오고요. 조금 있으면 고등어를 먹으려고 삼치가 들어와요. 그때는 낚시 손맛이 더 죽이죠. (멸치 떼가 고맙겠어요?) 당연하죠..요즘 심심하던 참에 잘됐고 또 여기 있다보면 짜증난 일도 여기에서 다 풀어요." 낚시대를 바다에 넣기만 해도 척척, 새끼 고등어가 올라온다고 하는데요. 탱탱한 고등어가 올라올 때마다 강태공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질 수밖에 없겠죠. 백사장의 멸치떼와 해안가의 고등어떼. 이 기이한 풍경의 원인은 뭘까요? 가을철이 되면서 따뜻한 수온을 찾아 남해쪽으로 이동중인 멸치떼가 천적인 고등어떼를 만나면서 해안으로 왔고, 고등어떼는 이를 따라 해안가까지 온 건데요. <인터뷰> 이승일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고등어떼 같은 경우도 동한 난류를 따라 북상을 하게 됩니다. 이때 멸치 떼가 포식자인 고등어를 만나게 되면 고등어를 피하기 위해서 동해 연안까지 그들에 쫓겨서 해변 안으로 이동하게 되는 그런 현상이 발생합니다."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동해안 멸치떼 풍경.. 올해는 드물게도 일주일이 넘도록 멸치떼가 백사장으로 밀려오면서 진풍경이 이어지자 낚시점은 물론 인근 주민들은 반기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빈(속초시 청호동 어촌계장):"옛날에는 멸치 떼가 이렇게 밀려와도 해안에 관광객들이 오지를 않았어요. 지금은 거의 장관입니다. 은빛이 모래사장에서 나는 것이 참 멋있고, 관광객들이 많이 보고 갑니다." 초가을에만 나타나는 멸치떼와 고등어떼의 동해안 상륙. 쫓고 쫓기는 약육강식의 세계 그대로지만,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은 새로운 진풍경에 즐거운 가을맞이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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