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뉴스] 필리핀 며느리의 ‘정선 아리랑’

입력 2007.01.03 (09:11) 수정 2007.01.0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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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나라 농촌에 시집 온 외국인 여성이 만 4천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농촌 총각과 외국여성의 결혼이 보편화됐다는 뜻이죠,네, 최근 이런 책이 나왔는데요,

제목이 ‘특별한 며느리의 행복찾는 농촌살이‘입 니다.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을까요? 지금부터 알아볼까요?

10명의 외국인 며느리들의 얘기가 담겨있다구요? 그중에서도 특히 눈여겨볼 분이 누구입니까?

<리포트>

그렇습니다. 오늘 만나볼 이 며느리! 아리랑의 고장 정선군에서 가장 유명한 며느리가 아닐까 하는데요.

한국 생활 4년차의 필리핀 며느리 로마세나 리사씨의 장기는 노래! 특기는 청국장 만들기!

정선 아리랑으로 각종 노래 대회를 휩쓸며 한국을 배워가고 있는 특별한 며느리, 로마세나 리사씨를 소개합니다.

정선군에 위치한 조그만 마을 덕천리.어디선가 들려오는 구성진 가락을 따라가면, 큰 눈에 조금은 가무잡잡한 피부로 멋지게 정선 아리랑을 부르는 로마세나 리사씨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예사롭지 않은 노래 실력에 걸맞게 얼마 전 리사씨는 외국인 노래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마을 최고의 유명인사가 되었는데요.

며느리의 노래 실력을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바로 시어머니입니다.

<인터뷰>박옥분(시어머니) : “아이고, 자랑을 좀 해야지.이게 뭔지 알기나 하오. 이게 저기 며느리가 정선 아리랑 대회 가서 노래를 해가지고 상 탄 거요.”

며느리 자랑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시어머니, 이번에는 불편한 다리로 거실에 놓인 세탁기를 향해 가는데요.

<인터뷰>박옥분(시어머니) : “내가 보기에는 우리 며느리가 제일 잘하는데 상을 안줘. 기다렸는데 맨 꼴찌로 리사 부르더라고.”

며느리가 상품으로 받은 세탁기를 거실에 놔둘 정도로 시어머니에게는 노래 잘하는 며느리가 큰 자랑거리입니다. 리사씨는 2002년 종교단체를 통해 지금의 남편 최지윤씨를 처음 만났는데요.

타국에서의 생활에 주변에서는 결혼을 말렸지만, 남편의 믿음직한 모습에 타국행을 선택했다는 리사씨.

하지만 자신만만하던 그녀의 한국 생활은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았다고 합니다.

<인터뷰>로마세나 리사 : “한국 말이 힘들어요. 너무 어려워요, 한국말. 옛날에는 한국 음식을 못 먹었어요.”

준비 없이 이뤄진 한국 생활..결국 2년 전 부부에게는 큰 위기가 닥쳤는데요. 힘든 친정을 돕기 위해 리사씨가 공장에 취직을 하면서 5개월 동안 연락을 끊고 잠적한 것입니다.

<인터뷰>최지윤(남편) : “심정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죠. 온갖 생각을 다하면서 (만나러 갔죠)”

<인터뷰>로마세나 리사 : “미안합니다, 진짜.”

2년 전 얘기만 나오면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리사씨. 하지만 그 때의 짧은 위기가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무엇보다도 리사씨의 마음을 위로하고 한국의 가족들과 이어준 것이 바로 정선 아리랑입니다.

남편에게 어깨 너머로 배워 외로울 때마다 불렀던 정선 아리랑은 가족들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과도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이제 마을의 스타가 된 리사씨의 마을 회관을 방문하는 날은 순식간에 작은 동네 잔치가 됩니다.

<인터뷰>김종덕(정선군 덕천리 이장) : “자, 오늘 기분도 좋은데 리사 질부 정선 아리랑 한마디 하지, 뭐.”

<인터뷰>정금녀 : “아유, 너무 잘해서 재미가 나요.”

<인터뷰>김순배 : “외국 사람은 이 곡조가 잘 안넘어 간단 말이요. 그런데 잘하는 거지요.”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지 4년 째.

처음에는 냄새 맡기조차 고역이었던 청국장도 이제는 척척 끓여내고 제일 좋아하는 음식으로 김치를 꼽을 만큼 여느 한국 며느리 못지않은 모습인데요.

<인터뷰>로마세나 리사 : “맛이 괜찮아요. 옛날에는 시어머니가 만들어서 냄새가 너무 안 좋아요. 그런데 청국장 한번 해보니까 맛이 좋아요.”

어렵기만 하던 한국어 실력도 많이 늘었습니다.

<인터뷰>로마세나 리사 : “잡숴 아버지, 말랑말랑 (두부요리)했어요.”

여전히 서툰 실력에 가끔 어른들에게 실수도 하지만,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알기에 가족들에게는 그것마저도 귀엽기만 합니다.

<인터뷰>박옥분(시어머니) : “상 차려 놓으면 (우리한테는)밥 먹어요 이러고, 너는 안 먹냐고 하면 (자신에게는)안 잡숴요, 그래..”

이제는 편안해 보이는 두 사람. 하지만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달랐던 두 사람이 이렇게 마주보고 웃을 수 있게 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는데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언어나 요리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지만 체계적인 지원이부족해 아쉬웠다는 리사씨 부부.

자신들은 4년 만에 행복을 찾았지만, 다른 부부들은 그 시간을 좀 더 줄일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들의 의견이 올해는 꼭 정책에 반영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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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마뉴스] 필리핀 며느리의 ‘정선 아리랑’
    • 입력 2007-01-03 08:31:38
    • 수정2007-01-03 09: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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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나라 농촌에 시집 온 외국인 여성이 만 4천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농촌 총각과 외국여성의 결혼이 보편화됐다는 뜻이죠,네, 최근 이런 책이 나왔는데요, 제목이 ‘특별한 며느리의 행복찾는 농촌살이‘입 니다.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을까요? 지금부터 알아볼까요? 10명의 외국인 며느리들의 얘기가 담겨있다구요? 그중에서도 특히 눈여겨볼 분이 누구입니까? <리포트> 그렇습니다. 오늘 만나볼 이 며느리! 아리랑의 고장 정선군에서 가장 유명한 며느리가 아닐까 하는데요. 한국 생활 4년차의 필리핀 며느리 로마세나 리사씨의 장기는 노래! 특기는 청국장 만들기! 정선 아리랑으로 각종 노래 대회를 휩쓸며 한국을 배워가고 있는 특별한 며느리, 로마세나 리사씨를 소개합니다. 정선군에 위치한 조그만 마을 덕천리.어디선가 들려오는 구성진 가락을 따라가면, 큰 눈에 조금은 가무잡잡한 피부로 멋지게 정선 아리랑을 부르는 로마세나 리사씨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예사롭지 않은 노래 실력에 걸맞게 얼마 전 리사씨는 외국인 노래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마을 최고의 유명인사가 되었는데요. 며느리의 노래 실력을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바로 시어머니입니다. <인터뷰>박옥분(시어머니) : “아이고, 자랑을 좀 해야지.이게 뭔지 알기나 하오. 이게 저기 며느리가 정선 아리랑 대회 가서 노래를 해가지고 상 탄 거요.” 며느리 자랑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시어머니, 이번에는 불편한 다리로 거실에 놓인 세탁기를 향해 가는데요. <인터뷰>박옥분(시어머니) : “내가 보기에는 우리 며느리가 제일 잘하는데 상을 안줘. 기다렸는데 맨 꼴찌로 리사 부르더라고.” 며느리가 상품으로 받은 세탁기를 거실에 놔둘 정도로 시어머니에게는 노래 잘하는 며느리가 큰 자랑거리입니다. 리사씨는 2002년 종교단체를 통해 지금의 남편 최지윤씨를 처음 만났는데요. 타국에서의 생활에 주변에서는 결혼을 말렸지만, 남편의 믿음직한 모습에 타국행을 선택했다는 리사씨. 하지만 자신만만하던 그녀의 한국 생활은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았다고 합니다. <인터뷰>로마세나 리사 : “한국 말이 힘들어요. 너무 어려워요, 한국말. 옛날에는 한국 음식을 못 먹었어요.” 준비 없이 이뤄진 한국 생활..결국 2년 전 부부에게는 큰 위기가 닥쳤는데요. 힘든 친정을 돕기 위해 리사씨가 공장에 취직을 하면서 5개월 동안 연락을 끊고 잠적한 것입니다. <인터뷰>최지윤(남편) : “심정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죠. 온갖 생각을 다하면서 (만나러 갔죠)” <인터뷰>로마세나 리사 : “미안합니다, 진짜.” 2년 전 얘기만 나오면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리사씨. 하지만 그 때의 짧은 위기가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무엇보다도 리사씨의 마음을 위로하고 한국의 가족들과 이어준 것이 바로 정선 아리랑입니다. 남편에게 어깨 너머로 배워 외로울 때마다 불렀던 정선 아리랑은 가족들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과도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이제 마을의 스타가 된 리사씨의 마을 회관을 방문하는 날은 순식간에 작은 동네 잔치가 됩니다. <인터뷰>김종덕(정선군 덕천리 이장) : “자, 오늘 기분도 좋은데 리사 질부 정선 아리랑 한마디 하지, 뭐.” <인터뷰>정금녀 : “아유, 너무 잘해서 재미가 나요.” <인터뷰>김순배 : “외국 사람은 이 곡조가 잘 안넘어 간단 말이요. 그런데 잘하는 거지요.”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지 4년 째. 처음에는 냄새 맡기조차 고역이었던 청국장도 이제는 척척 끓여내고 제일 좋아하는 음식으로 김치를 꼽을 만큼 여느 한국 며느리 못지않은 모습인데요. <인터뷰>로마세나 리사 : “맛이 괜찮아요. 옛날에는 시어머니가 만들어서 냄새가 너무 안 좋아요. 그런데 청국장 한번 해보니까 맛이 좋아요.” 어렵기만 하던 한국어 실력도 많이 늘었습니다. <인터뷰>로마세나 리사 : “잡숴 아버지, 말랑말랑 (두부요리)했어요.” 여전히 서툰 실력에 가끔 어른들에게 실수도 하지만,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알기에 가족들에게는 그것마저도 귀엽기만 합니다. <인터뷰>박옥분(시어머니) : “상 차려 놓으면 (우리한테는)밥 먹어요 이러고, 너는 안 먹냐고 하면 (자신에게는)안 잡숴요, 그래..” 이제는 편안해 보이는 두 사람. 하지만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달랐던 두 사람이 이렇게 마주보고 웃을 수 있게 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는데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언어나 요리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지만 체계적인 지원이부족해 아쉬웠다는 리사씨 부부. 자신들은 4년 만에 행복을 찾았지만, 다른 부부들은 그 시간을 좀 더 줄일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들의 의견이 올해는 꼭 정책에 반영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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