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앗아간 ‘어버이날’

입력 2007.05.08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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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다음은 어버이날에 일어난 안타까운 사고소식입니다.

불이난 집안에 있는 할머니와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10대소년이 불길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아버지는 구했짐잔 할머니와 어머니는 끝내 숨졌습니다.

최혜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네 식구가 살던 52살 장모씨의 집에서 불길이 치솟은 것은 가족이 모두 잠든 오늘 새벽 0시 반쯤.

매캐한 연기에 잠을 깬 장씨의 14살 아들은 함께 자고 있던 할머니를 흔들어 깨웠지만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방 안까지 불길이 닥치자 창문을 깨고 할머니를 구하려고 했지만 나이 어린 장 군에게는 너무도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장 군은 급한 마음에 이웃 집을 찾아가 119에 첫 번째 신고 전화를 겁니다.

<녹취> 이웃주민 : "119에 전화해야 된다고 피가 막 나면서 와서 그래서 알았어."

다시 집으로 달려온 장 군은 안방 앞에서 신음하는 아버지를 마당으로 대피시킨 뒤 119에 두 번째 전화를 걸었습니다.

<녹취> 장모군(신고 당시 통화 내용) : "(지금 가고 있어요. 사람이 어때요?) 한 명 밖에 못 구조했어요. (한 명 밖에 못 구조했어요?) 아빠밖에요.(예?) 아빠밖에 못했다고요. 응급차로 데려가야 돼요. (엄마는) 방에서 자고 있다가 변을 당한 것 같아요."

온 몸에 화상을 입은 장 군은 불 속에서 가족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10여 분 동안 홀로 사투를 벌였지만 할머니와 어머니는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장 군과 장 군의 아버지도 심한 화상을 입어 위독한 상태입니다.

어버이날 할머니와 부모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려던 장 군의 작은 희망도 화마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KBS 뉴스 최혜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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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마가 앗아간 ‘어버이날’
    • 입력 2007-05-08 21:12:49
    뉴스 9
<앵커 멘트> 다음은 어버이날에 일어난 안타까운 사고소식입니다. 불이난 집안에 있는 할머니와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10대소년이 불길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아버지는 구했짐잔 할머니와 어머니는 끝내 숨졌습니다. 최혜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네 식구가 살던 52살 장모씨의 집에서 불길이 치솟은 것은 가족이 모두 잠든 오늘 새벽 0시 반쯤. 매캐한 연기에 잠을 깬 장씨의 14살 아들은 함께 자고 있던 할머니를 흔들어 깨웠지만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방 안까지 불길이 닥치자 창문을 깨고 할머니를 구하려고 했지만 나이 어린 장 군에게는 너무도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장 군은 급한 마음에 이웃 집을 찾아가 119에 첫 번째 신고 전화를 겁니다. <녹취> 이웃주민 : "119에 전화해야 된다고 피가 막 나면서 와서 그래서 알았어." 다시 집으로 달려온 장 군은 안방 앞에서 신음하는 아버지를 마당으로 대피시킨 뒤 119에 두 번째 전화를 걸었습니다. <녹취> 장모군(신고 당시 통화 내용) : "(지금 가고 있어요. 사람이 어때요?) 한 명 밖에 못 구조했어요. (한 명 밖에 못 구조했어요?) 아빠밖에요.(예?) 아빠밖에 못했다고요. 응급차로 데려가야 돼요. (엄마는) 방에서 자고 있다가 변을 당한 것 같아요." 온 몸에 화상을 입은 장 군은 불 속에서 가족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10여 분 동안 홀로 사투를 벌였지만 할머니와 어머니는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장 군과 장 군의 아버지도 심한 화상을 입어 위독한 상태입니다. 어버이날 할머니와 부모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려던 장 군의 작은 희망도 화마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KBS 뉴스 최혜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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