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는 1년 내내 건설 중

입력 2007.05.2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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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반면에 세계 2위의 산유국인 러시아는 넘쳐나는 오일달러로 도시의 외관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이 취약하기 때문에 돈이 오로지 부동산에 몰리고 있는데요.

수도 모스크바의 아파트 값이 지난 한해에만 무려 80%가 뛰는 등 그야말로 부동산 광풍이 몇 년 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신성범 특파원이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모스크바는 1년 내내 공사장입니다. 어디를 가나 인부들이 땅을 파고 크레인이 움직이는 건설현장입니다.

중심가와 가까운 강변에서는 모스크바의 잿빛풍경을 바꿀 역사가 진행 중입니다. 페데라치야 빌딩 공사현장... 지하 4층에 지상 93층과 62층짜리 초고층 빌딩을 나란히 짓고 있습니다.

내년 완공예정인 93층 건물은 높이가 450미터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빌딩입니다. 벌써 입주를 시작한 사무실은 연간 임대료가 평당 3만 3천 달러, 3천만원이 넘습니다.

<인터뷰> 알렉산드로프('미락스'건설 분양담당) : "가격기준은 파리, 뉴욕, 런던 수준입니다. 런던은 못 따라잡았지만 도쿄는 제쳤습니다."

아파트는 더 비쌉니다. 270 평방미터,80평형 모델 하우스에 들어서자 모스크바 전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거실과 침실은 물론 화장실까지 모두 유럽에서 수입한 최신제품으로 치장했습니다. 가장 평수가 작다는 이 80평짜리가 400만 달러, 37억원입니다.

그러나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더 비싸 62층에 있는 아파트는 평방미터당 2만 5천 달러, 평당 8천 만원이 넘습니다. 그래도 300여 채의 아파트가 다 짓기도 전에 동이 났습니다.

<인터뷰> 알렉산드로프('미락스'건설 분양담당) : "입주자들은 대기업의 사장과 임원, 고위공무원이나 저명인사들입니다."

모스크바 북서쪽 강변, 그림같은 풍경에 성같은 아파트가 서있습니다. '알뤼 파루사', '분홍 돛배'라는 의미 그대로 분홍색으로 단장한 40층이 넘는 고층 아파트 단지입니다.

모스크바에서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는 고급 아파트, 이른바 엘리트 아파트의 원조격입니다. 3년 전 분양할 때 가격이 평당 2천만원, 800여채의 아파트가 완공전에 다 팔렸습니다.

<인터뷰> 에카테리나('돈스트로이'부동산개발) : "가격이 끝없이 올라도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에 몰리고 있습니다."

모스크바의 부동산 가격은 말 그대로 하루가 다릅니다. 부와 권력, 사람이 집중된데다 가스와 석유, 천연자원으로 벌어들인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폭발적인 가격인상으로 이어졌습니다.

모스크바의 아파트 가격은 현재 평균이 평당 천 3백만원대입니다.

지난 2000년 평방미터당 천달러이던 것과 비교하면 8년 새 네 배 넘게 뛰었습니다. 그랜드 파크 단지는 전형적인 중산층 아파트라고 선전하는 곳입니다.

<녹취> "여기가 큰방이고 저쪽이 작은방, 저 뒤에는 주방이 있습니다."

러시아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방 3개짜리 26평 아파트입니다.

<인터뷰> 마리나('미엘'부동산) : "가격은 한 평에 1,270 달러부터 1,660 달러까지 다양합니다."

그러나 분양중이라는 아파트가 전기와 가스만 연결돼 있을 뿐 전등조차 달려있지 않습니다.

러시아의 아파트 분양방법은 한국과 다릅니다. 새로 지은 아파트는 벽과 기둥뿐입니다. 가구는 물론 내부공사와 실내장식 모두 아파트를 산 사람이 자기 돈을 들여 해야 합니다.

내부공사에만 평방미터당 천 달러에서 3천 달러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이런 추가비용까지 감안하면 실제 가격은 분양가를 훨씬 뛰어넘습니다. 자재를 사고 인부를 고용해 몇 달 동안 공사를 해야 합니다.

<인터뷰> 세르게이('그랜드 파크' 관리소장) : "1차와 2차 분양분 16동은 이미 매진됐고 3차분 2동을 지으면서 팔고 있습니다."

인구 천2백 만 명의 모스크바, 수요에 비해 항상 공급이 딸리는데다 돈 있는 사람은 늘었지만 부동산외에 투자 대상이 없습니다.

<인터뷰> 에카테리나('돈스트로이'부동산개발) : "대다수가 주식, 신탁보다 부동산이 수익성이 좋고 위험부담도 적다고 생각합니다."

모스크바 시내 남쪽의 아파트 단지. 꼭대기에는 세 개 층을 하나로 튼 펜트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100평이 넘는 이 아프트의 주인은 오한도씨, 고려인 3세입니다. 오씨는 소련시절 최고위층을 치료하던 내각 병원 의사 출신으로 개인사업으로 재산을 모았습니다.

이 아파트는 8년 전 가격이 평당 천만 원으로 당시 모스크바에서 가장 비쌌습니다. 러시아에서도 부동산세를 올리고 다주택에는 누진세를 매겨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우선 공급이 급하다는 여론에 밀리고 있습니다.

부동산 바람은 사무실과 상가도 예외는 아닙니다.

중심지 아르바트 거리에는 한국기업이 21층짜리 백화점과 호텔을 짓고 있습니다. 백화점은 올 여름 개장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한창입니다.

<인터뷰> 오인택(롯데건설 이사) : "러시아에서 공사를 하는 데는 각종 인허가에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평균 임대료가 평당 800만원, 다른 백화점보다 비싸게 책정했지만 러시아 상인들이 몰려 이미 분양이 끝났습니다.

<인터뷰> 나상규(롯데쇼핑 팀장) : "쇼핑몰이 3배 늘었습니다. 이유는 소득수준이 높아져서 해외로 나가던 쇼핑객들이 이제는 안나갑니다."

위험한 만큼 이익이 많은 모스크바 부동산 시장을 노리고 외국 회사들이 앞 다투어 진출하고 있습니다.

오일달러가 모스크바의 풍경을 바꾸고 있습니다. 시장이 과열됐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다르게 값이 뛰는 부동산 바람은 그칠 기미가 없습니다.

만성적인 공급부족에 이례적인 경제성장과 소득 향상, 그리고 취약한 금융제도와 주식시장이 부동산 광풍의 진원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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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모스크바는 1년 내내 건설 중
    • 입력 2007-05-20 07:24:46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반면에 세계 2위의 산유국인 러시아는 넘쳐나는 오일달러로 도시의 외관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이 취약하기 때문에 돈이 오로지 부동산에 몰리고 있는데요. 수도 모스크바의 아파트 값이 지난 한해에만 무려 80%가 뛰는 등 그야말로 부동산 광풍이 몇 년 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신성범 특파원이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모스크바는 1년 내내 공사장입니다. 어디를 가나 인부들이 땅을 파고 크레인이 움직이는 건설현장입니다. 중심가와 가까운 강변에서는 모스크바의 잿빛풍경을 바꿀 역사가 진행 중입니다. 페데라치야 빌딩 공사현장... 지하 4층에 지상 93층과 62층짜리 초고층 빌딩을 나란히 짓고 있습니다. 내년 완공예정인 93층 건물은 높이가 450미터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빌딩입니다. 벌써 입주를 시작한 사무실은 연간 임대료가 평당 3만 3천 달러, 3천만원이 넘습니다. <인터뷰> 알렉산드로프('미락스'건설 분양담당) : "가격기준은 파리, 뉴욕, 런던 수준입니다. 런던은 못 따라잡았지만 도쿄는 제쳤습니다." 아파트는 더 비쌉니다. 270 평방미터,80평형 모델 하우스에 들어서자 모스크바 전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거실과 침실은 물론 화장실까지 모두 유럽에서 수입한 최신제품으로 치장했습니다. 가장 평수가 작다는 이 80평짜리가 400만 달러, 37억원입니다. 그러나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더 비싸 62층에 있는 아파트는 평방미터당 2만 5천 달러, 평당 8천 만원이 넘습니다. 그래도 300여 채의 아파트가 다 짓기도 전에 동이 났습니다. <인터뷰> 알렉산드로프('미락스'건설 분양담당) : "입주자들은 대기업의 사장과 임원, 고위공무원이나 저명인사들입니다." 모스크바 북서쪽 강변, 그림같은 풍경에 성같은 아파트가 서있습니다. '알뤼 파루사', '분홍 돛배'라는 의미 그대로 분홍색으로 단장한 40층이 넘는 고층 아파트 단지입니다. 모스크바에서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는 고급 아파트, 이른바 엘리트 아파트의 원조격입니다. 3년 전 분양할 때 가격이 평당 2천만원, 800여채의 아파트가 완공전에 다 팔렸습니다. <인터뷰> 에카테리나('돈스트로이'부동산개발) : "가격이 끝없이 올라도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에 몰리고 있습니다." 모스크바의 부동산 가격은 말 그대로 하루가 다릅니다. 부와 권력, 사람이 집중된데다 가스와 석유, 천연자원으로 벌어들인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폭발적인 가격인상으로 이어졌습니다. 모스크바의 아파트 가격은 현재 평균이 평당 천 3백만원대입니다. 지난 2000년 평방미터당 천달러이던 것과 비교하면 8년 새 네 배 넘게 뛰었습니다. 그랜드 파크 단지는 전형적인 중산층 아파트라고 선전하는 곳입니다. <녹취> "여기가 큰방이고 저쪽이 작은방, 저 뒤에는 주방이 있습니다." 러시아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방 3개짜리 26평 아파트입니다. <인터뷰> 마리나('미엘'부동산) : "가격은 한 평에 1,270 달러부터 1,660 달러까지 다양합니다." 그러나 분양중이라는 아파트가 전기와 가스만 연결돼 있을 뿐 전등조차 달려있지 않습니다. 러시아의 아파트 분양방법은 한국과 다릅니다. 새로 지은 아파트는 벽과 기둥뿐입니다. 가구는 물론 내부공사와 실내장식 모두 아파트를 산 사람이 자기 돈을 들여 해야 합니다. 내부공사에만 평방미터당 천 달러에서 3천 달러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이런 추가비용까지 감안하면 실제 가격은 분양가를 훨씬 뛰어넘습니다. 자재를 사고 인부를 고용해 몇 달 동안 공사를 해야 합니다. <인터뷰> 세르게이('그랜드 파크' 관리소장) : "1차와 2차 분양분 16동은 이미 매진됐고 3차분 2동을 지으면서 팔고 있습니다." 인구 천2백 만 명의 모스크바, 수요에 비해 항상 공급이 딸리는데다 돈 있는 사람은 늘었지만 부동산외에 투자 대상이 없습니다. <인터뷰> 에카테리나('돈스트로이'부동산개발) : "대다수가 주식, 신탁보다 부동산이 수익성이 좋고 위험부담도 적다고 생각합니다." 모스크바 시내 남쪽의 아파트 단지. 꼭대기에는 세 개 층을 하나로 튼 펜트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100평이 넘는 이 아프트의 주인은 오한도씨, 고려인 3세입니다. 오씨는 소련시절 최고위층을 치료하던 내각 병원 의사 출신으로 개인사업으로 재산을 모았습니다. 이 아파트는 8년 전 가격이 평당 천만 원으로 당시 모스크바에서 가장 비쌌습니다. 러시아에서도 부동산세를 올리고 다주택에는 누진세를 매겨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우선 공급이 급하다는 여론에 밀리고 있습니다. 부동산 바람은 사무실과 상가도 예외는 아닙니다. 중심지 아르바트 거리에는 한국기업이 21층짜리 백화점과 호텔을 짓고 있습니다. 백화점은 올 여름 개장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한창입니다. <인터뷰> 오인택(롯데건설 이사) : "러시아에서 공사를 하는 데는 각종 인허가에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평균 임대료가 평당 800만원, 다른 백화점보다 비싸게 책정했지만 러시아 상인들이 몰려 이미 분양이 끝났습니다. <인터뷰> 나상규(롯데쇼핑 팀장) : "쇼핑몰이 3배 늘었습니다. 이유는 소득수준이 높아져서 해외로 나가던 쇼핑객들이 이제는 안나갑니다." 위험한 만큼 이익이 많은 모스크바 부동산 시장을 노리고 외국 회사들이 앞 다투어 진출하고 있습니다. 오일달러가 모스크바의 풍경을 바꾸고 있습니다. 시장이 과열됐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다르게 값이 뛰는 부동산 바람은 그칠 기미가 없습니다. 만성적인 공급부족에 이례적인 경제성장과 소득 향상, 그리고 취약한 금융제도와 주식시장이 부동산 광풍의 진원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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