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화폐단위 변경’ 논란 재점화
입력 2007.05.27 (21:56)
수정 2007.05.27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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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3천원 짜리 자장면 값을 3백원이나 30원으로 바꿀 것인가, 말 것인가?
고액권 발행 계획이 발표되면서, 이렇게 화폐단위 변경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박진영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외국 돈을 바꿔주는 은행의 환전창구, 유로나 달러로 바꾸려면 먼저, 만원권 한 뭉치는 찾아야 합니다.
100만 원을 찾아도 780유로 안팎, 1050달러 정도밖에 바꾸지 못할 만큼 화폐단위가 크게 차이 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조은성(회사원) : "커피 한 잔에 3~5유로 정도 하는데, 국내에서는 5천 원 정도 할 정도로 화폐단위가 다르니까 혼란스럽죠."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 여행객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공항에서 택시를 탈 경우 시내까지 요금이 보통 만원을 넘는데다가 화폐에 0이 많이 붙다 보니 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대영(택시기사) : "지금도 만원하고 천원하고 헷갈리는데, 10만 원 권이 나오면 0이 하나 더 붙으니까 더 헷갈릴 것 같아요."
지금 화폐도안과 비슷하다면 2년 뒤 나올 10만 원 고액권에는 앞뒤로 0이 모두 20개나 붙게 됩니다.
이렇게 화폐단위가 높고 경제 규모까지 커지면서 지난해 한국은행 금융결제망을 통해 거래된 금액은 3경 2천조 원에 이릅니다.
외국에서는 거의 쓰지도 않는 화폐단위입니다.
<인터뷰> 케리(미국인) : (화폐단위 '경'을 아십니까?) "아니오. 철자를 봐도 모르겠는데요."
실제로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큰 환율단위를 갖고 있을 정도로 화폐단위가 지나치게 높습니다.
화폐단위를 바꿔서 0의 숫자를 줄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예를 들어 100분의 1로 줄일 경우 3000원인 자장면 값은 30원, 800원인 지하철 요금은 8원이 됩니다.
<인터뷰> 배상근(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우리 경제규모가 급속히 커졌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화폐 단위 조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물가 오름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화폐단위를 바꿔 560원짜리 물건이 5원 60전이 될 경우 끝자리를 올려 6원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인터뷰> 최창규(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 "상인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가격을 조절하지 않겠습니까? 그 혼란 과정에서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죠."
검은 돈의 거래를 부추겨 부패가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화폐단위를 바꾸면 화폐뿐 아니라 현금지급기나 전산시스템, 각종 통계자료 등의 교체가 불가피 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나 한국은행은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는 작은 반면, 부작용은 크다고 보고, 화폐단위 변경에 소극적입니다.
<인터뷰> 이성태(한국은행 총재/지난 2일) : "화폐단위 변경은 고액권 발행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따라서 화폐단위 변경은 당분간 실시할 계획이 없습니다."
그러나 2년 뒤 고액권 발행과 함께 화폐단위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화폐단위가 더욱 높아지면서 그에 따른 불편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3천원 짜리 자장면 값을 3백원이나 30원으로 바꿀 것인가, 말 것인가?
고액권 발행 계획이 발표되면서, 이렇게 화폐단위 변경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박진영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외국 돈을 바꿔주는 은행의 환전창구, 유로나 달러로 바꾸려면 먼저, 만원권 한 뭉치는 찾아야 합니다.
100만 원을 찾아도 780유로 안팎, 1050달러 정도밖에 바꾸지 못할 만큼 화폐단위가 크게 차이 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조은성(회사원) : "커피 한 잔에 3~5유로 정도 하는데, 국내에서는 5천 원 정도 할 정도로 화폐단위가 다르니까 혼란스럽죠."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 여행객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공항에서 택시를 탈 경우 시내까지 요금이 보통 만원을 넘는데다가 화폐에 0이 많이 붙다 보니 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대영(택시기사) : "지금도 만원하고 천원하고 헷갈리는데, 10만 원 권이 나오면 0이 하나 더 붙으니까 더 헷갈릴 것 같아요."
지금 화폐도안과 비슷하다면 2년 뒤 나올 10만 원 고액권에는 앞뒤로 0이 모두 20개나 붙게 됩니다.
이렇게 화폐단위가 높고 경제 규모까지 커지면서 지난해 한국은행 금융결제망을 통해 거래된 금액은 3경 2천조 원에 이릅니다.
외국에서는 거의 쓰지도 않는 화폐단위입니다.
<인터뷰> 케리(미국인) : (화폐단위 '경'을 아십니까?) "아니오. 철자를 봐도 모르겠는데요."
실제로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큰 환율단위를 갖고 있을 정도로 화폐단위가 지나치게 높습니다.
화폐단위를 바꿔서 0의 숫자를 줄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예를 들어 100분의 1로 줄일 경우 3000원인 자장면 값은 30원, 800원인 지하철 요금은 8원이 됩니다.
<인터뷰> 배상근(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우리 경제규모가 급속히 커졌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화폐 단위 조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물가 오름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화폐단위를 바꿔 560원짜리 물건이 5원 60전이 될 경우 끝자리를 올려 6원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인터뷰> 최창규(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 "상인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가격을 조절하지 않겠습니까? 그 혼란 과정에서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죠."
검은 돈의 거래를 부추겨 부패가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화폐단위를 바꾸면 화폐뿐 아니라 현금지급기나 전산시스템, 각종 통계자료 등의 교체가 불가피 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나 한국은행은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는 작은 반면, 부작용은 크다고 보고, 화폐단위 변경에 소극적입니다.
<인터뷰> 이성태(한국은행 총재/지난 2일) : "화폐단위 변경은 고액권 발행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따라서 화폐단위 변경은 당분간 실시할 계획이 없습니다."
그러나 2년 뒤 고액권 발행과 함께 화폐단위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화폐단위가 더욱 높아지면서 그에 따른 불편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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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원 짜리 자장면 값을 3백원이나 30원으로 바꿀 것인가, 말 것인가?
고액권 발행 계획이 발표되면서, 이렇게 화폐단위 변경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박진영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외국 돈을 바꿔주는 은행의 환전창구, 유로나 달러로 바꾸려면 먼저, 만원권 한 뭉치는 찾아야 합니다.
100만 원을 찾아도 780유로 안팎, 1050달러 정도밖에 바꾸지 못할 만큼 화폐단위가 크게 차이 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조은성(회사원) : "커피 한 잔에 3~5유로 정도 하는데, 국내에서는 5천 원 정도 할 정도로 화폐단위가 다르니까 혼란스럽죠."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 여행객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공항에서 택시를 탈 경우 시내까지 요금이 보통 만원을 넘는데다가 화폐에 0이 많이 붙다 보니 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대영(택시기사) : "지금도 만원하고 천원하고 헷갈리는데, 10만 원 권이 나오면 0이 하나 더 붙으니까 더 헷갈릴 것 같아요."
지금 화폐도안과 비슷하다면 2년 뒤 나올 10만 원 고액권에는 앞뒤로 0이 모두 20개나 붙게 됩니다.
이렇게 화폐단위가 높고 경제 규모까지 커지면서 지난해 한국은행 금융결제망을 통해 거래된 금액은 3경 2천조 원에 이릅니다.
외국에서는 거의 쓰지도 않는 화폐단위입니다.
<인터뷰> 케리(미국인) : (화폐단위 '경'을 아십니까?) "아니오. 철자를 봐도 모르겠는데요."
실제로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큰 환율단위를 갖고 있을 정도로 화폐단위가 지나치게 높습니다.
화폐단위를 바꿔서 0의 숫자를 줄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예를 들어 100분의 1로 줄일 경우 3000원인 자장면 값은 30원, 800원인 지하철 요금은 8원이 됩니다.
<인터뷰> 배상근(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우리 경제규모가 급속히 커졌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화폐 단위 조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물가 오름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화폐단위를 바꿔 560원짜리 물건이 5원 60전이 될 경우 끝자리를 올려 6원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인터뷰> 최창규(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 "상인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가격을 조절하지 않겠습니까? 그 혼란 과정에서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죠."
검은 돈의 거래를 부추겨 부패가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화폐단위를 바꾸면 화폐뿐 아니라 현금지급기나 전산시스템, 각종 통계자료 등의 교체가 불가피 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나 한국은행은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는 작은 반면, 부작용은 크다고 보고, 화폐단위 변경에 소극적입니다.
<인터뷰> 이성태(한국은행 총재/지난 2일) : "화폐단위 변경은 고액권 발행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따라서 화폐단위 변경은 당분간 실시할 계획이 없습니다."
그러나 2년 뒤 고액권 발행과 함께 화폐단위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화폐단위가 더욱 높아지면서 그에 따른 불편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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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park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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