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평생직장이 사라지면서 안정된 공무원직에 대한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회사원 셋 중 한 명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러다보니 4년 동안 공무원시험에 낙방한 한 2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최영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최 기자, 공무원시험 열풍이 분다고 해야겠죠?
<리포트>
네, 요즘 같은 때 안정된 직장이야말로 최고의 직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무원시험에 너도나도 달려드는 것도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인데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멀쩡한 회사를 그만두거나 심지어 대학진학을 미루고 공부하는 고등학생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점점 열기를 더해가는 ‘공무원 시험 열풍’을 취재했습니다.
지난 22일, 대학을 졸업한 뒤 4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오던 28살 강 모씨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인터뷰>김흥식(대구 성서경찰서 경위): “(사망자가) 15회 정도 각종 공무원 시험에 낙방을 하고, 자신을 뒷바라지 하던 오빠에 대한 미안함, 자신에 대한 실망감 이런 게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아마...”
유가족들은 일본유학까지 다녀온 강 씨가 대학졸업 후 줄곧 공무원시험에 매달렸지만, 지난해 보다 점수가 더 떨어져 많이 우울해 했다고 진술했는데요, 평소에도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김흥식(대구 성서경찰서 경위): “ ‘오빠가 결혼하는데, 내가 걸림돌이 되는 거 아니냐’는 미안함을 한동안 표현을 했었고, 심리적으로 압박을 많이 받은 거 같아요.”
공무원시험 고시학원이 몰려있는 서울 노량진동은 경기가 안 좋을수록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고 합니다.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28살 최 모씨는 1년 넘게 한 평 반밖에 안 되는 고시원 방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언뜻 보기에 공무원과 어울리지 않는 외모. 하지만 최 씨는 공무원만큼 좋은 직업이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최00 (공무원 시험 준비생): “7급 시험, 올해는 그것만 먼저 보고, 내년까지 확실히 할 생각하고, 요새는 (공무원이) 돈보다도 일이 편하고, 자기 쉴 때 다 쉬고, 그런 걸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숙식비와 학원비는 한 달에 대략 백여만원정도 듭니다. 이렇게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녹취>최00(공무원 시험 준비생): “제가 아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 공무원에 관심이 있거나 다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학원에) 다른 일 하다 온 사람이 많더라고요, 직장 다니다 온 사람도 많고...”
지역도 예외가 아닙니다. 대구의 한 공무원 고시학원 강의실에는 이른 새벽부터 몰려든 수강생들로 가득했습니다. 이들 가운데는 직장생활을 했던 사람도 많았습니다.
<녹취>이00 (공무원 시험 준비생): “직업군인을 하다가 장기근무가 안돼서 (전역하고) 공무원 준비를 하게 됐습니다. 군인이 계속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할 수 있는 인원은 정해져 있으니까.”
1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박 모씨는 장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합니다.
<녹취>박00(공무원 시험 준비생): “막상 대학졸업을 하면 그만큼 기회가 없어요.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사회의 영향을 받다보면 (공무원으로) 마음이 바뀌게 되는 거죠.”
박씨가 3년 동안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는 집안의 반대도 심했습 니다.
<녹취>박00 (공무원 시험 준비생) : “집안에서도 처음에는 반대를 했지만, ‘공무원이 안정된 직장이다. 최고의 신부감이다’ 이런 말들이 들리니까 (허락하셨죠.)”
최근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조사한 결과 직장인 3명 가운데 1명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년을 보장하는 기업이 드물고, 또 경쟁도 치열하다보니 직장인들이 공무원 시험으로 내몰리는 것입니다.
<녹취>한00(공무원시험 준비 회사원): “지금하고 있는 일은 솔직히 말씀드려서, 제가 (공무원)시험을 보기 위한 경제적인 수단이에요.”
33살인 한 모씨는 생활비와 시험 준비에 필요한 돈을 직접 벌어야 합니다. 그래서 회사도 그만둘 수 없는 형편인데요,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고합니다.
<녹취>한00 (공무원시험 응시 회사원):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이 시간에 다른 수험생들은 열심히 공부할 텐데’ 이런 생각하면 일하기도 싫어지면서 마음이 불안하고, 바쁘죠.”
하지만 한 씨는 지원 자격이 되는 한 계속 공무원시험에 도전하겠다고 말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공무원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녹취>한00(공무원시험 응시 회사원): “임금도 못 받고 나온 직장도 있었고요, 주위 친구들이 남편이 실직을 한 경우도 많이 봤고, 이혼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요. 그럴 경우에도 본인 직업이 안정된다면 (되니까)...”
이렇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공시족’이라고 합니다. 요즘 이들 사이에서는 ‘708’이란 숫자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까지 돌 정도로 관심이 집중 돼 있는데요, 7월 8일에 있는 서울시공무원시험에 전국에서 무려 14만 4천여 명이 지원했습니다.
이 때문에 시험당일 새벽에 출발하는 영남지역 KTX열차표는 발매를 시작한지 단 2분 만에 입석까지 동이 나 버렸습니다. 철도공사는 서둘러 특별열차 1대를 증설했지만 역부족입니다.
<녹취>이00 (대구지역 응시생): “접속을 해서 보니까 일반석이 다 매진됐고, 좀 더 지나니까 특별석도 없고, 입석만 남았더라고요. 입석은 컴퓨터상으로 (예매가) 안 되거든요.”
이렇게 공무원시험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보니 최근 대학가에는 공무원시험 준비반까지 운영하는 곳도 생겼습니다.
<인터뷰>최일영(대학생): “요즘 말 많이 하잖아요. 사오정이다, 나이 50세도 못돼서 많이 잘리고, 심지어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가면 대기업에서는 퇴출당하는데...”
심지어 공무원시험을 대학가서 준비하면 늦다는 말도 나옵니다. 이 고시학원의 경 우 10여명의 고등학생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고3인 주현옥양은 대학진학을 미룬 채 지난해 여름방학부터 학원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주현옥(고등학생): “학교에서도 저는 내신공부는 안하고요, 이 공부를 위주로 하거든요. 학교 공부는 그렇게 신경 쓰지 않고, 일단 (공무원) 시험이 목표라서...”
다른 친구들이 한창 수능시험을 준비하고 있지만, 주양은 입시공부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주현옥(고등학생):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학생이고, 저보다 10년 정도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는데, 제가 그 사람들보다 더 빨리 공부를 시작했고, 또 붙으면 진급도 빨리 될 수 있고...”
취업대란에 고용불안까지 불안한 현실을 반영하듯,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싶어 합니다. 업무 평가제가 도입되면서 공무원사회도 술렁이고 있지만 여전히 공무원 시험 열풍은 뜨겁습니다.
평생직장이 사라지면서 안정된 공무원직에 대한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회사원 셋 중 한 명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러다보니 4년 동안 공무원시험에 낙방한 한 2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최영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최 기자, 공무원시험 열풍이 분다고 해야겠죠?
<리포트>
네, 요즘 같은 때 안정된 직장이야말로 최고의 직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무원시험에 너도나도 달려드는 것도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인데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멀쩡한 회사를 그만두거나 심지어 대학진학을 미루고 공부하는 고등학생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점점 열기를 더해가는 ‘공무원 시험 열풍’을 취재했습니다.
지난 22일, 대학을 졸업한 뒤 4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오던 28살 강 모씨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인터뷰>김흥식(대구 성서경찰서 경위): “(사망자가) 15회 정도 각종 공무원 시험에 낙방을 하고, 자신을 뒷바라지 하던 오빠에 대한 미안함, 자신에 대한 실망감 이런 게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아마...”
유가족들은 일본유학까지 다녀온 강 씨가 대학졸업 후 줄곧 공무원시험에 매달렸지만, 지난해 보다 점수가 더 떨어져 많이 우울해 했다고 진술했는데요, 평소에도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김흥식(대구 성서경찰서 경위): “ ‘오빠가 결혼하는데, 내가 걸림돌이 되는 거 아니냐’는 미안함을 한동안 표현을 했었고, 심리적으로 압박을 많이 받은 거 같아요.”
공무원시험 고시학원이 몰려있는 서울 노량진동은 경기가 안 좋을수록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고 합니다.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28살 최 모씨는 1년 넘게 한 평 반밖에 안 되는 고시원 방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언뜻 보기에 공무원과 어울리지 않는 외모. 하지만 최 씨는 공무원만큼 좋은 직업이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최00 (공무원 시험 준비생): “7급 시험, 올해는 그것만 먼저 보고, 내년까지 확실히 할 생각하고, 요새는 (공무원이) 돈보다도 일이 편하고, 자기 쉴 때 다 쉬고, 그런 걸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숙식비와 학원비는 한 달에 대략 백여만원정도 듭니다. 이렇게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녹취>최00(공무원 시험 준비생): “제가 아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 공무원에 관심이 있거나 다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학원에) 다른 일 하다 온 사람이 많더라고요, 직장 다니다 온 사람도 많고...”
지역도 예외가 아닙니다. 대구의 한 공무원 고시학원 강의실에는 이른 새벽부터 몰려든 수강생들로 가득했습니다. 이들 가운데는 직장생활을 했던 사람도 많았습니다.
<녹취>이00 (공무원 시험 준비생): “직업군인을 하다가 장기근무가 안돼서 (전역하고) 공무원 준비를 하게 됐습니다. 군인이 계속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할 수 있는 인원은 정해져 있으니까.”
1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박 모씨는 장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합니다.
<녹취>박00(공무원 시험 준비생): “막상 대학졸업을 하면 그만큼 기회가 없어요.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사회의 영향을 받다보면 (공무원으로) 마음이 바뀌게 되는 거죠.”
박씨가 3년 동안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는 집안의 반대도 심했습 니다.
<녹취>박00 (공무원 시험 준비생) : “집안에서도 처음에는 반대를 했지만, ‘공무원이 안정된 직장이다. 최고의 신부감이다’ 이런 말들이 들리니까 (허락하셨죠.)”
최근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조사한 결과 직장인 3명 가운데 1명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년을 보장하는 기업이 드물고, 또 경쟁도 치열하다보니 직장인들이 공무원 시험으로 내몰리는 것입니다.
<녹취>한00(공무원시험 준비 회사원): “지금하고 있는 일은 솔직히 말씀드려서, 제가 (공무원)시험을 보기 위한 경제적인 수단이에요.”
33살인 한 모씨는 생활비와 시험 준비에 필요한 돈을 직접 벌어야 합니다. 그래서 회사도 그만둘 수 없는 형편인데요,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고합니다.
<녹취>한00 (공무원시험 응시 회사원):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이 시간에 다른 수험생들은 열심히 공부할 텐데’ 이런 생각하면 일하기도 싫어지면서 마음이 불안하고, 바쁘죠.”
하지만 한 씨는 지원 자격이 되는 한 계속 공무원시험에 도전하겠다고 말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공무원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녹취>한00(공무원시험 응시 회사원): “임금도 못 받고 나온 직장도 있었고요, 주위 친구들이 남편이 실직을 한 경우도 많이 봤고, 이혼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요. 그럴 경우에도 본인 직업이 안정된다면 (되니까)...”
이렇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공시족’이라고 합니다. 요즘 이들 사이에서는 ‘708’이란 숫자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까지 돌 정도로 관심이 집중 돼 있는데요, 7월 8일에 있는 서울시공무원시험에 전국에서 무려 14만 4천여 명이 지원했습니다.
이 때문에 시험당일 새벽에 출발하는 영남지역 KTX열차표는 발매를 시작한지 단 2분 만에 입석까지 동이 나 버렸습니다. 철도공사는 서둘러 특별열차 1대를 증설했지만 역부족입니다.
<녹취>이00 (대구지역 응시생): “접속을 해서 보니까 일반석이 다 매진됐고, 좀 더 지나니까 특별석도 없고, 입석만 남았더라고요. 입석은 컴퓨터상으로 (예매가) 안 되거든요.”
이렇게 공무원시험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보니 최근 대학가에는 공무원시험 준비반까지 운영하는 곳도 생겼습니다.
<인터뷰>최일영(대학생): “요즘 말 많이 하잖아요. 사오정이다, 나이 50세도 못돼서 많이 잘리고, 심지어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가면 대기업에서는 퇴출당하는데...”
심지어 공무원시험을 대학가서 준비하면 늦다는 말도 나옵니다. 이 고시학원의 경 우 10여명의 고등학생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고3인 주현옥양은 대학진학을 미룬 채 지난해 여름방학부터 학원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주현옥(고등학생): “학교에서도 저는 내신공부는 안하고요, 이 공부를 위주로 하거든요. 학교 공부는 그렇게 신경 쓰지 않고, 일단 (공무원) 시험이 목표라서...”
다른 친구들이 한창 수능시험을 준비하고 있지만, 주양은 입시공부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주현옥(고등학생):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학생이고, 저보다 10년 정도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는데, 제가 그 사람들보다 더 빨리 공부를 시작했고, 또 붙으면 진급도 빨리 될 수 있고...”
취업대란에 고용불안까지 불안한 현실을 반영하듯,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싶어 합니다. 업무 평가제가 도입되면서 공무원사회도 술렁이고 있지만 여전히 공무원 시험 열풍은 뜨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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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따라잡기] 너도나도 ‘공무원 되기’ 열풍
-
- 입력 2007-05-29 08:32:11

<앵커 멘트>
평생직장이 사라지면서 안정된 공무원직에 대한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회사원 셋 중 한 명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러다보니 4년 동안 공무원시험에 낙방한 한 2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최영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최 기자, 공무원시험 열풍이 분다고 해야겠죠?
<리포트>
네, 요즘 같은 때 안정된 직장이야말로 최고의 직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무원시험에 너도나도 달려드는 것도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인데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멀쩡한 회사를 그만두거나 심지어 대학진학을 미루고 공부하는 고등학생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점점 열기를 더해가는 ‘공무원 시험 열풍’을 취재했습니다.
지난 22일, 대학을 졸업한 뒤 4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오던 28살 강 모씨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인터뷰>김흥식(대구 성서경찰서 경위): “(사망자가) 15회 정도 각종 공무원 시험에 낙방을 하고, 자신을 뒷바라지 하던 오빠에 대한 미안함, 자신에 대한 실망감 이런 게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아마...”
유가족들은 일본유학까지 다녀온 강 씨가 대학졸업 후 줄곧 공무원시험에 매달렸지만, 지난해 보다 점수가 더 떨어져 많이 우울해 했다고 진술했는데요, 평소에도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김흥식(대구 성서경찰서 경위): “ ‘오빠가 결혼하는데, 내가 걸림돌이 되는 거 아니냐’는 미안함을 한동안 표현을 했었고, 심리적으로 압박을 많이 받은 거 같아요.”
공무원시험 고시학원이 몰려있는 서울 노량진동은 경기가 안 좋을수록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고 합니다.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28살 최 모씨는 1년 넘게 한 평 반밖에 안 되는 고시원 방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언뜻 보기에 공무원과 어울리지 않는 외모. 하지만 최 씨는 공무원만큼 좋은 직업이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최00 (공무원 시험 준비생): “7급 시험, 올해는 그것만 먼저 보고, 내년까지 확실히 할 생각하고, 요새는 (공무원이) 돈보다도 일이 편하고, 자기 쉴 때 다 쉬고, 그런 걸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숙식비와 학원비는 한 달에 대략 백여만원정도 듭니다. 이렇게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녹취>최00(공무원 시험 준비생): “제가 아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 공무원에 관심이 있거나 다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학원에) 다른 일 하다 온 사람이 많더라고요, 직장 다니다 온 사람도 많고...”
지역도 예외가 아닙니다. 대구의 한 공무원 고시학원 강의실에는 이른 새벽부터 몰려든 수강생들로 가득했습니다. 이들 가운데는 직장생활을 했던 사람도 많았습니다.
<녹취>이00 (공무원 시험 준비생): “직업군인을 하다가 장기근무가 안돼서 (전역하고) 공무원 준비를 하게 됐습니다. 군인이 계속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할 수 있는 인원은 정해져 있으니까.”
1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박 모씨는 장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합니다.
<녹취>박00(공무원 시험 준비생): “막상 대학졸업을 하면 그만큼 기회가 없어요.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사회의 영향을 받다보면 (공무원으로) 마음이 바뀌게 되는 거죠.”
박씨가 3년 동안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는 집안의 반대도 심했습 니다.
<녹취>박00 (공무원 시험 준비생) : “집안에서도 처음에는 반대를 했지만, ‘공무원이 안정된 직장이다. 최고의 신부감이다’ 이런 말들이 들리니까 (허락하셨죠.)”
최근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조사한 결과 직장인 3명 가운데 1명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년을 보장하는 기업이 드물고, 또 경쟁도 치열하다보니 직장인들이 공무원 시험으로 내몰리는 것입니다.
<녹취>한00(공무원시험 준비 회사원): “지금하고 있는 일은 솔직히 말씀드려서, 제가 (공무원)시험을 보기 위한 경제적인 수단이에요.”
33살인 한 모씨는 생활비와 시험 준비에 필요한 돈을 직접 벌어야 합니다. 그래서 회사도 그만둘 수 없는 형편인데요,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고합니다.
<녹취>한00 (공무원시험 응시 회사원):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이 시간에 다른 수험생들은 열심히 공부할 텐데’ 이런 생각하면 일하기도 싫어지면서 마음이 불안하고, 바쁘죠.”
하지만 한 씨는 지원 자격이 되는 한 계속 공무원시험에 도전하겠다고 말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공무원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녹취>한00(공무원시험 응시 회사원): “임금도 못 받고 나온 직장도 있었고요, 주위 친구들이 남편이 실직을 한 경우도 많이 봤고, 이혼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요. 그럴 경우에도 본인 직업이 안정된다면 (되니까)...”
이렇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공시족’이라고 합니다. 요즘 이들 사이에서는 ‘708’이란 숫자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까지 돌 정도로 관심이 집중 돼 있는데요, 7월 8일에 있는 서울시공무원시험에 전국에서 무려 14만 4천여 명이 지원했습니다.
이 때문에 시험당일 새벽에 출발하는 영남지역 KTX열차표는 발매를 시작한지 단 2분 만에 입석까지 동이 나 버렸습니다. 철도공사는 서둘러 특별열차 1대를 증설했지만 역부족입니다.
<녹취>이00 (대구지역 응시생): “접속을 해서 보니까 일반석이 다 매진됐고, 좀 더 지나니까 특별석도 없고, 입석만 남았더라고요. 입석은 컴퓨터상으로 (예매가) 안 되거든요.”
이렇게 공무원시험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보니 최근 대학가에는 공무원시험 준비반까지 운영하는 곳도 생겼습니다.
<인터뷰>최일영(대학생): “요즘 말 많이 하잖아요. 사오정이다, 나이 50세도 못돼서 많이 잘리고, 심지어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가면 대기업에서는 퇴출당하는데...”
심지어 공무원시험을 대학가서 준비하면 늦다는 말도 나옵니다. 이 고시학원의 경 우 10여명의 고등학생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고3인 주현옥양은 대학진학을 미룬 채 지난해 여름방학부터 학원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주현옥(고등학생): “학교에서도 저는 내신공부는 안하고요, 이 공부를 위주로 하거든요. 학교 공부는 그렇게 신경 쓰지 않고, 일단 (공무원) 시험이 목표라서...”
다른 친구들이 한창 수능시험을 준비하고 있지만, 주양은 입시공부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주현옥(고등학생):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학생이고, 저보다 10년 정도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는데, 제가 그 사람들보다 더 빨리 공부를 시작했고, 또 붙으면 진급도 빨리 될 수 있고...”
취업대란에 고용불안까지 불안한 현실을 반영하듯,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싶어 합니다. 업무 평가제가 도입되면서 공무원사회도 술렁이고 있지만 여전히 공무원 시험 열풍은 뜨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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