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따라잡기] 자살에 이르게한 ‘여드름 고민’

입력 2007.06.04 (09:40) 수정 2007.06.0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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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드름은 청춘의 상징이라고 하죠?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그 어떤 일보다 큰 고민이자 상처이기도 합니다.

최근 이 여드름 때문에 남자 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구경하 기자… 이 학생, 여드름 때문에 평소 고민이 깊었다구요?

<리포트>

네. 이 학생이 남긴 공책에는 평소 여드름으로 인해 많은 고민을 해왔고, 심지어 외모 때문에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지나친 외모에 대한 관심과 주변의 따돌림이 결국 한 학생의 목숨까지 잃게 한 이번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지난달 31일 밤 11시쯤, 서울 한강의 양화대교 전망대 위에서 17살 허 모 군이 강물로 뛰어들었습니다.

<녹취> 119 신고자: “뭐가 떠 있는 것 같아서 보니까 사람이 하체는 물에 들어가서 안 보이고 상체는 가슴 윗부분 정도만 물에 떠 있었어요.”

신고를 받고 급히 출동한 구조대가 허 군을 끌어 올려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허 군은 1시간 만에 숨졌습니다.

<인터뷰> 김주한(영등포소방서): “야간이고 어두워서 수중에서 구조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시간이 많이 경과 되어서 생명을 건질 수 없었습니다.”

평소 얼굴에 난 심한 여드름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해 왔다는 허 군… 허군의 죽음은 단순히 여드름에 대한 고민만은 아니었습니다.

여드름이 얼굴 전체로 퍼지면서 얼굴색깔마저 노랗게 변했다는 허 군, 이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허군은 늘 외톨이 신세였습니다.

<인터뷰> 허군 친구: “살색이 없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사람 피부가 아닐 정도에요...” “아이들이 가까이 오면 징그럽다고 그러고 그랬어요.”

고름이 생기는 화농성 여드름 때문에 고민해왔는데요, 이 때문에 활발하던 성격이 내성적으로 바뀌었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선생님: “자기 스스로 대인관계를 냉소적으로 받아들이고, 누구한테 아는 척했는데 그 사람이 모르는 척하고 냉담할 때”

외톨이. . 왕따. . 얼굴 전체를 뒤덮은 여드름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허 군은 일기장에 나마 자신의 심경을 고백해 왔지만 아무도 허 군의 외침을 듣지 못했습니다.

청춘의 상징이라는 여드름, 하지만 한참 외모에 민감한 사춘기 청소년들에게는 심각한 고민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인 17살 박 모군도 여드름 때문에 피부과를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박 군 역시 얼굴에 난 화농성 여드름 때문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00(17세): “친구들끼리 어디를 가더라도, (저만) 빼고 다른 장소로 가고. 왕따가 되는 거죠.”

평소 활달하고 애교가 많던 아들이었지만 이 여드름이 번지기 시작하면서 박 군은 어느새 거울만 바라보는 소심한 아들이 되어버렸습니다.

<인터뷰> 박 군 어머니: “이들이랑 웃고 떠들고 그래야 하는데, 거울만 보고 있어요. 밖에 나가지도 않고, 정신적으로 우울증도 될 수 있고 친구들도 많이 없어지는 것 같고 그래요.”

친구들과 멀어지고, 가족들과도 대화가 끊어지면서 박 군은 거울 속 자신만의 세계에 점점 갇혀버렸습니다.

<인터뷰> 박00(17세): “한동안 (피부가) 안 좋을 때는 친구들 안 만나고 거울 앞에만 한 시간 동안 있고. 나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 고민한 적도 있고요.”

여드름으로 인한 고민은 때로는 심한 우울증으로 이어집니다. 24살의 최 모양은 학창시절 앓았던 여드름 때문에 성인이 된 지금까지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00(24세): “사람들이 없는 곳에 살고 싶었어요. 무인도라도 있으면 혼자 가서 살고 싶다. 사람들이랑 마주치지 않는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중학교 때까지 무척이나 밝은 성격이었다는 그녀는 여드름이 심해진 뒤부터 자신의 성격이 변했다고 합니다.

세상의 시선이 두려웠던 그녀는 결국 심각한 우울증을 겪게 됐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최00(24세): “거울 보는 것도 싫어지고, 사람들하고 눈 맞추고 이야기하는 것도 싫어지고, 그래서 많이 스트레스받고 힘들고 우울증 증세까지...”

단순한 피부질환으로 시작해 정신적 병까지 앓았던 그녀는 결국 다니던 학교마저 휴학을 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신진봉(양. 한방클리닉 원장): “얼짱, 몸짱 이런 추세가 외모지상주의 문제가 되고, 이런 외모지상주의에 상대적으로 다들 예쁜데 나는 못 생겼으니까 콤플렉스가 생기니까 그것 때문에 우울증도 생길 수 있고 우울증이 심하면, 항상 우울증이 심하면, 항상 우울증은 중요한 게 자살이에요. ”

호주 의사협회가 연구한 결과 여드름으로 고민하는 청소년의 34%가 한번쯤 자살을 생각해봤다고 합니다.

그만큼 여드름은 청소년들에게는 단순한 피부병 이상의 심각한 고민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여드름이 심하거나 남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 청소년들은 서로 따돌리고 심한 경우 폭력까지 휘두른다고 합니다.

<인터뷰> 학생들: “외모가 많이 못 생기거나 사람들이랑 어울리지 못하면 왕따 당하고 그래요. 심하면 막 때리는 것도 있고, 놀리고, 피하고...” “저도 같이 왕따 될까봐 같이 있으면 약간 창피하고 그래요.”

여드름은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피부병입니다.

하지만 징그럽다고 뒤에서 수근대는 친구들과 여드름쯤이야 하며 무관심한 가족들 사이에서 당사자는 깊은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명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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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6-04 08:31:57
    • 수정2007-06-04 11: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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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드름은 청춘의 상징이라고 하죠?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그 어떤 일보다 큰 고민이자 상처이기도 합니다. 최근 이 여드름 때문에 남자 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구경하 기자… 이 학생, 여드름 때문에 평소 고민이 깊었다구요? <리포트> 네. 이 학생이 남긴 공책에는 평소 여드름으로 인해 많은 고민을 해왔고, 심지어 외모 때문에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지나친 외모에 대한 관심과 주변의 따돌림이 결국 한 학생의 목숨까지 잃게 한 이번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지난달 31일 밤 11시쯤, 서울 한강의 양화대교 전망대 위에서 17살 허 모 군이 강물로 뛰어들었습니다. <녹취> 119 신고자: “뭐가 떠 있는 것 같아서 보니까 사람이 하체는 물에 들어가서 안 보이고 상체는 가슴 윗부분 정도만 물에 떠 있었어요.” 신고를 받고 급히 출동한 구조대가 허 군을 끌어 올려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허 군은 1시간 만에 숨졌습니다. <인터뷰> 김주한(영등포소방서): “야간이고 어두워서 수중에서 구조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시간이 많이 경과 되어서 생명을 건질 수 없었습니다.” 평소 얼굴에 난 심한 여드름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해 왔다는 허 군… 허군의 죽음은 단순히 여드름에 대한 고민만은 아니었습니다. 여드름이 얼굴 전체로 퍼지면서 얼굴색깔마저 노랗게 변했다는 허 군, 이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허군은 늘 외톨이 신세였습니다. <인터뷰> 허군 친구: “살색이 없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사람 피부가 아닐 정도에요...” “아이들이 가까이 오면 징그럽다고 그러고 그랬어요.” 고름이 생기는 화농성 여드름 때문에 고민해왔는데요, 이 때문에 활발하던 성격이 내성적으로 바뀌었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선생님: “자기 스스로 대인관계를 냉소적으로 받아들이고, 누구한테 아는 척했는데 그 사람이 모르는 척하고 냉담할 때” 외톨이. . 왕따. . 얼굴 전체를 뒤덮은 여드름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허 군은 일기장에 나마 자신의 심경을 고백해 왔지만 아무도 허 군의 외침을 듣지 못했습니다. 청춘의 상징이라는 여드름, 하지만 한참 외모에 민감한 사춘기 청소년들에게는 심각한 고민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인 17살 박 모군도 여드름 때문에 피부과를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박 군 역시 얼굴에 난 화농성 여드름 때문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00(17세): “친구들끼리 어디를 가더라도, (저만) 빼고 다른 장소로 가고. 왕따가 되는 거죠.” 평소 활달하고 애교가 많던 아들이었지만 이 여드름이 번지기 시작하면서 박 군은 어느새 거울만 바라보는 소심한 아들이 되어버렸습니다. <인터뷰> 박 군 어머니: “이들이랑 웃고 떠들고 그래야 하는데, 거울만 보고 있어요. 밖에 나가지도 않고, 정신적으로 우울증도 될 수 있고 친구들도 많이 없어지는 것 같고 그래요.” 친구들과 멀어지고, 가족들과도 대화가 끊어지면서 박 군은 거울 속 자신만의 세계에 점점 갇혀버렸습니다. <인터뷰> 박00(17세): “한동안 (피부가) 안 좋을 때는 친구들 안 만나고 거울 앞에만 한 시간 동안 있고. 나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 고민한 적도 있고요.” 여드름으로 인한 고민은 때로는 심한 우울증으로 이어집니다. 24살의 최 모양은 학창시절 앓았던 여드름 때문에 성인이 된 지금까지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00(24세): “사람들이 없는 곳에 살고 싶었어요. 무인도라도 있으면 혼자 가서 살고 싶다. 사람들이랑 마주치지 않는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중학교 때까지 무척이나 밝은 성격이었다는 그녀는 여드름이 심해진 뒤부터 자신의 성격이 변했다고 합니다. 세상의 시선이 두려웠던 그녀는 결국 심각한 우울증을 겪게 됐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최00(24세): “거울 보는 것도 싫어지고, 사람들하고 눈 맞추고 이야기하는 것도 싫어지고, 그래서 많이 스트레스받고 힘들고 우울증 증세까지...” 단순한 피부질환으로 시작해 정신적 병까지 앓았던 그녀는 결국 다니던 학교마저 휴학을 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신진봉(양. 한방클리닉 원장): “얼짱, 몸짱 이런 추세가 외모지상주의 문제가 되고, 이런 외모지상주의에 상대적으로 다들 예쁜데 나는 못 생겼으니까 콤플렉스가 생기니까 그것 때문에 우울증도 생길 수 있고 우울증이 심하면, 항상 우울증이 심하면, 항상 우울증은 중요한 게 자살이에요. ” 호주 의사협회가 연구한 결과 여드름으로 고민하는 청소년의 34%가 한번쯤 자살을 생각해봤다고 합니다. 그만큼 여드름은 청소년들에게는 단순한 피부병 이상의 심각한 고민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여드름이 심하거나 남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 청소년들은 서로 따돌리고 심한 경우 폭력까지 휘두른다고 합니다. <인터뷰> 학생들: “외모가 많이 못 생기거나 사람들이랑 어울리지 못하면 왕따 당하고 그래요. 심하면 막 때리는 것도 있고, 놀리고, 피하고...” “저도 같이 왕따 될까봐 같이 있으면 약간 창피하고 그래요.” 여드름은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피부병입니다. 하지만 징그럽다고 뒤에서 수근대는 친구들과 여드름쯤이야 하며 무관심한 가족들 사이에서 당사자는 깊은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명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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