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현장] 무더위에 단수·단전…동물들 생존 비상

입력 2007.07.03 (09:01) 수정 2007.07.0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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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강원도에서 하나뿐인 동물원의 동물들이 지금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습니다.

무려 150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물도 없고, 전기마저 끊긴 우리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데요.

어떤 동물들은 식수가 없어 바닥에 고인 흙탕물로 연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현장으로 가봅니다.

구경하 기자~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해도 찜통더위 속에 고통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일텐데요.

아예 문을 닫은 상태인가요?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이 동물원은 물과 전기가 모두 끊긴 상태인데요.

다른 사람이 경영해서는 안 되는 놀이기구 시설을 위탁 운영하고 안전성 정기검사를 받지 않아 사업정지 처분까지 받았습니다.

지난 1996년 처음 문을 연 이 동물원은 강원도의 유일한 동물원으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강원도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생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취재했습니다.

지난 금요일, 강원도 치악산의 한 놀이공원.

한창 시끌벅적해야 할 시간이지만 관람객은커녕 직원들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수영장 역시 바닥이 드러났고 상점들도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일주일째 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서 동물원의 동물들도 기력을 모습인데요.

사나운 맹수들조차 제 힘을 잃었는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동물들이 목을 축일 물이 급해 보이지만, 우리 안의 수도들은 모두 무용지물입니다.
지친 호랑이는 바닥에 고인 흙탕물로 잠시나마 갈증을 해소합니다.

한쪽에선 사육사 몇 명이 방화수를 끌어다 우리 안에 뿌리느라 안간힘을 써봅니다.

<녹취>OO랜드 사육사: "단전되는 바람에 바닥 물이 완전히 마르지 않았습니까. 저 밑에 영화관에서 지금 전기를 빌려서 급수하는 거에요."

지난달 25일, 전기가 끊기면서 수돗물 공급까지 중단돼 버린 동물원.
운영업체가 석달째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수도와 전기 모두 끊긴 것입니다.

<녹취>한국전력공사 관계자: "(연체요금이) 3개월치 1,500만 원 조금 넘습니다. 완납해야 하고 (앞으로 3개월치) 보증금을 예치하면 다시 송전해 드립니다."

다행히 근처 자동차 극장에서 전기를 끌어와 동물원에 공급하고 있지만, 이 역시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습니다.

<녹취>인근 자동차극장 관계자: "OO랜드 변전실까지 땅속으로 매설되어 있으니까 거기다 전원 공급해주고, 저희가 쓰는 용량은 30kW 정도밖에 안 되는데 그 전원을 분담해서 쓰다 보니까 전력소모를 최대한 줄여야 하고..."

게다가 놀이공원 측은 해당 시로부터, 지난달 21일부터 8월 4일까지 사업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인데요.

<녹취>원주시청 관계자: "안전성 검사를 매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데 그거 안 받은 거 하고, (놀이시설이) 타인경영을 금지하는 시설인데, 다른 업체에 위탁을 시켰기 때문에 사업정지처분을 내린 거죠."

놀이공원의 한 관계자는 계속되는 운영난에서 벗어나고자 지난해 모 회사와 영업 제휴를 맺었지만, 그 이후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OO랜드 관계자: "놀이동산에 영어체험을 접목시켜서 운영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OOOO라는 회사와 영업적으로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5월 중순부터 자체 내부문제가 있었는지 놀이공원에는 관심이 없고 다들 한 명씩 떠나더라고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원 내에 입점한 상인들과 공연 관계자들 역시단전과 사업정지로 얻은 피해를 하소연합니다.

<녹취>서커스공연 입점 관계자: "올해 8월 4일까지 3개월 계약이 돼 있는데 이런 상황이 돼버리니까 저희로서는 손해가 한두 푼이 아니죠. 몇천만 원 손해보고 있는데 위탁업체와 싸울 수도 없는 상황이고..."

영업 위탁업체로부터 월급을 받지 못한 직원들마저 모두 자리를 떠나고 몇몇 사육사들만이 안타까운 동물들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녹취>00랜드 사육사: "임금 줄 형편이 못된다. 나가려면 나가라 그 식이었거든요. 급여 문제는 나중이고 지금 내가 정들이고 동물들을 돌봐온 상태여서 잘못된 게 있나 없나 확인할 겸 매일 출근을 해봤어요."

이 동물원에는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 등 동물 150여 마리가 있는데요,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상태입니다.

<인터뷰>이승현(원주녹색연합 사무국장): "동물원 안에 있는 동물 중에서 야생 동, 식물 보호법에 따라서 보호가 되어야 할 동물들이 있고요. 강원도가 관리 감독에 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에 OO랜드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동물원 운영을 차치하고라도 살아있는 동물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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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7-03 08:35:00
    • 수정2007-07-03 10: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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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강원도에서 하나뿐인 동물원의 동물들이 지금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습니다. 무려 150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물도 없고, 전기마저 끊긴 우리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데요. 어떤 동물들은 식수가 없어 바닥에 고인 흙탕물로 연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현장으로 가봅니다. 구경하 기자~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해도 찜통더위 속에 고통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일텐데요. 아예 문을 닫은 상태인가요?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이 동물원은 물과 전기가 모두 끊긴 상태인데요. 다른 사람이 경영해서는 안 되는 놀이기구 시설을 위탁 운영하고 안전성 정기검사를 받지 않아 사업정지 처분까지 받았습니다. 지난 1996년 처음 문을 연 이 동물원은 강원도의 유일한 동물원으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강원도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생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취재했습니다. 지난 금요일, 강원도 치악산의 한 놀이공원. 한창 시끌벅적해야 할 시간이지만 관람객은커녕 직원들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수영장 역시 바닥이 드러났고 상점들도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일주일째 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서 동물원의 동물들도 기력을 모습인데요. 사나운 맹수들조차 제 힘을 잃었는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동물들이 목을 축일 물이 급해 보이지만, 우리 안의 수도들은 모두 무용지물입니다. 지친 호랑이는 바닥에 고인 흙탕물로 잠시나마 갈증을 해소합니다. 한쪽에선 사육사 몇 명이 방화수를 끌어다 우리 안에 뿌리느라 안간힘을 써봅니다. <녹취>OO랜드 사육사: "단전되는 바람에 바닥 물이 완전히 마르지 않았습니까. 저 밑에 영화관에서 지금 전기를 빌려서 급수하는 거에요." 지난달 25일, 전기가 끊기면서 수돗물 공급까지 중단돼 버린 동물원. 운영업체가 석달째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수도와 전기 모두 끊긴 것입니다. <녹취>한국전력공사 관계자: "(연체요금이) 3개월치 1,500만 원 조금 넘습니다. 완납해야 하고 (앞으로 3개월치) 보증금을 예치하면 다시 송전해 드립니다." 다행히 근처 자동차 극장에서 전기를 끌어와 동물원에 공급하고 있지만, 이 역시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습니다. <녹취>인근 자동차극장 관계자: "OO랜드 변전실까지 땅속으로 매설되어 있으니까 거기다 전원 공급해주고, 저희가 쓰는 용량은 30kW 정도밖에 안 되는데 그 전원을 분담해서 쓰다 보니까 전력소모를 최대한 줄여야 하고..." 게다가 놀이공원 측은 해당 시로부터, 지난달 21일부터 8월 4일까지 사업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인데요. <녹취>원주시청 관계자: "안전성 검사를 매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데 그거 안 받은 거 하고, (놀이시설이) 타인경영을 금지하는 시설인데, 다른 업체에 위탁을 시켰기 때문에 사업정지처분을 내린 거죠." 놀이공원의 한 관계자는 계속되는 운영난에서 벗어나고자 지난해 모 회사와 영업 제휴를 맺었지만, 그 이후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OO랜드 관계자: "놀이동산에 영어체험을 접목시켜서 운영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OOOO라는 회사와 영업적으로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5월 중순부터 자체 내부문제가 있었는지 놀이공원에는 관심이 없고 다들 한 명씩 떠나더라고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원 내에 입점한 상인들과 공연 관계자들 역시단전과 사업정지로 얻은 피해를 하소연합니다. <녹취>서커스공연 입점 관계자: "올해 8월 4일까지 3개월 계약이 돼 있는데 이런 상황이 돼버리니까 저희로서는 손해가 한두 푼이 아니죠. 몇천만 원 손해보고 있는데 위탁업체와 싸울 수도 없는 상황이고..." 영업 위탁업체로부터 월급을 받지 못한 직원들마저 모두 자리를 떠나고 몇몇 사육사들만이 안타까운 동물들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녹취>00랜드 사육사: "임금 줄 형편이 못된다. 나가려면 나가라 그 식이었거든요. 급여 문제는 나중이고 지금 내가 정들이고 동물들을 돌봐온 상태여서 잘못된 게 있나 없나 확인할 겸 매일 출근을 해봤어요." 이 동물원에는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 등 동물 150여 마리가 있는데요,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상태입니다. <인터뷰>이승현(원주녹색연합 사무국장): "동물원 안에 있는 동물 중에서 야생 동, 식물 보호법에 따라서 보호가 되어야 할 동물들이 있고요. 강원도가 관리 감독에 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에 OO랜드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동물원 운영을 차치하고라도 살아있는 동물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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