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학력 만능주의, ‘겉치레 학벌 폐해’ 심각

입력 2007.07.2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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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신정아씨의 가짜 학력 파문은 우리 사회의 학력 만능주의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다시한번 돌아보게 하고 있습니다.

실력보다는 간판과 겉치레를 앞세우는 풍조가 여전해 학벌폐해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박석호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우리 나라와 일본의 결혼정보업체가 최근에 미혼 남녀를 상대로 공동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결혼 상대를 선택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학력을 중시한다는 응답은 우리 나라가 61.6 % 로, 일본의 30 % 보다 두 배나 많았습니다.

자녀가 자신보다 좋은 학교에 갔으면 좋겠다는 응답도 우리 나라는 79 %로 일본 41 %의 두 배에 가까웠습니다.

<인터뷰> 이미경(결혼정보업체 홍보팀장) : "유학을 갔다왔다고 하면, 집에 돈이 좀 있겠구나, 명문대를 나왔다고 하면 집안 분위기가 좋겠구나 하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

이같은 간판에 대한 욕망은 지식인 사회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미국 시카고대학이 1999년부터 2003년 사이 미국 박사학위 취득자를 출신 학교별로 분석한 결과, 서울대가 1,655 명으로 미국 버클리 대학에 이어 2 위, 해외 대학 가운데서는 1위였습니다.

물론 전 세계의 학문이 집적되는 강국이다보니 학계의 미국행은 자연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학위 지상주의와 학계의 사대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제기됩니다.

<인터뷰> 하재근(학벌없는 사회 사무처장) : "선진 학문을 배우기 위해서 가는 경우는 적고, 단지 학력, 간판을 위해서, 주류 사회 편입을 목적으로 유학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이같은 학력 중시 세태, 특히 외국 학위의 절대시 풍조는 외국 학위 위조 등 가짜 학력 사태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취임 이틀만에 사퇴한 박금성 서울경찰청장 (2000년), 오상현 전 손해보험협회장도 사퇴했고 (2004년), 의원직을 상실한 이상락 전 국회의원(2004년), 당선이 무효된 이훈구 양천구청장 (2006년 9월)에 이르기까지 많은 인사들이 수십년 공들여온 전문직을 바탕으로 최정상에 서려던 순간 학력 위조와 허위기재 등으로 꿈을 접어야만 했습니다.

또 거침없이 달려온 한 여교수의 추락, 인기 영어강사의 실망스런 학력위조 파문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창남(성공회대 교수) : "우리 사회가 급속한 근대화 과정에서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 '증'을 요구하게 되고, 그래서 증을 고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사회 전체의 신뢰는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신뢰가 낮은 사회에서는 다시 혈연이나 지연 등을 통해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상대만을 골라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그럴수록 신뢰 수준은 계속 낮아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됩니다.

최근 자신의 학력이 고졸이라고 밝힌 만화가 이현세 씨.

대학 중퇴라고 말하고 다닌 25년 동안 가슴을 짓눌러온 돌덩이를 이제야 내려놓는다며 본 모습을 찾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현세(만화가) : "사실을 밝히기 무척 힘들었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 결심할 수 밖에 없었다."

간판으로 치장한 학력 만능주의를 벗으면 우리 사회도 좀 더 시원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KBS 뉴스 박석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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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학력 만능주의, ‘겉치레 학벌 폐해’ 심각
    • 입력 2007-07-20 21: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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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신정아씨의 가짜 학력 파문은 우리 사회의 학력 만능주의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다시한번 돌아보게 하고 있습니다. 실력보다는 간판과 겉치레를 앞세우는 풍조가 여전해 학벌폐해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박석호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우리 나라와 일본의 결혼정보업체가 최근에 미혼 남녀를 상대로 공동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결혼 상대를 선택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학력을 중시한다는 응답은 우리 나라가 61.6 % 로, 일본의 30 % 보다 두 배나 많았습니다. 자녀가 자신보다 좋은 학교에 갔으면 좋겠다는 응답도 우리 나라는 79 %로 일본 41 %의 두 배에 가까웠습니다. <인터뷰> 이미경(결혼정보업체 홍보팀장) : "유학을 갔다왔다고 하면, 집에 돈이 좀 있겠구나, 명문대를 나왔다고 하면 집안 분위기가 좋겠구나 하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 이같은 간판에 대한 욕망은 지식인 사회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미국 시카고대학이 1999년부터 2003년 사이 미국 박사학위 취득자를 출신 학교별로 분석한 결과, 서울대가 1,655 명으로 미국 버클리 대학에 이어 2 위, 해외 대학 가운데서는 1위였습니다. 물론 전 세계의 학문이 집적되는 강국이다보니 학계의 미국행은 자연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학위 지상주의와 학계의 사대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제기됩니다. <인터뷰> 하재근(학벌없는 사회 사무처장) : "선진 학문을 배우기 위해서 가는 경우는 적고, 단지 학력, 간판을 위해서, 주류 사회 편입을 목적으로 유학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이같은 학력 중시 세태, 특히 외국 학위의 절대시 풍조는 외국 학위 위조 등 가짜 학력 사태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취임 이틀만에 사퇴한 박금성 서울경찰청장 (2000년), 오상현 전 손해보험협회장도 사퇴했고 (2004년), 의원직을 상실한 이상락 전 국회의원(2004년), 당선이 무효된 이훈구 양천구청장 (2006년 9월)에 이르기까지 많은 인사들이 수십년 공들여온 전문직을 바탕으로 최정상에 서려던 순간 학력 위조와 허위기재 등으로 꿈을 접어야만 했습니다. 또 거침없이 달려온 한 여교수의 추락, 인기 영어강사의 실망스런 학력위조 파문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창남(성공회대 교수) : "우리 사회가 급속한 근대화 과정에서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 '증'을 요구하게 되고, 그래서 증을 고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사회 전체의 신뢰는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신뢰가 낮은 사회에서는 다시 혈연이나 지연 등을 통해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상대만을 골라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그럴수록 신뢰 수준은 계속 낮아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됩니다. 최근 자신의 학력이 고졸이라고 밝힌 만화가 이현세 씨. 대학 중퇴라고 말하고 다닌 25년 동안 가슴을 짓눌러온 돌덩이를 이제야 내려놓는다며 본 모습을 찾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현세(만화가) : "사실을 밝히기 무척 힘들었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 결심할 수 밖에 없었다." 간판으로 치장한 학력 만능주의를 벗으면 우리 사회도 좀 더 시원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KBS 뉴스 박석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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