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진단<말로만 폐지>

⊙앵커: 공기업의 개혁을 점검해 보는 순서, 오늘은 2번째로 퇴직금 누진제의 문제점을 살펴봅니다.
정부는 공기업의 퇴직금 누진제를 도덕적 해이의 대표적인 사례로 보고 올 연말까지 이를 폐지하도록 했지만 많은 공기업들이 그대로 놔두고 있거나 노사간 이면합의로 보상해 주고 있습니다.
김현석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입니다.
이 은행에서 30년을 근무하면 50개월치의 퇴직금을 받습니다.
이 같은 퇴직금 누진제를 없애라는 정부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없애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관계자: 퇴직금 누진제가 한 두 기관의 문제도 아니고 또 지금 노조와 협상 중이에요.
⊙기자: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서울은행과 한빛은행, 조흥은행과 대한생명 등 올 연말까지 누진제를 없애야 할 공공 금융기관 17곳이 누진제를 폐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까지 폐지하기로 했던 공기업 가운데 8곳도 아직까지 누진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국립대병원 9곳은 협상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경섭(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장): 퇴직금 누진제는 도덕적 해이의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에 연말까지 개선하지 않는 기관에 대해서는 예산과 또 공적자금 등을 일체 지원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기자: 그러나 이들 기관 노조들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반발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김진현(건강보험 평가원 노조위원장): 지금 국가가 어느 시기까지 무조건 도장을 찍어 와라 해서 하나의 실적챙기기 식으로 한다고 그러면 그걸 선뜻 노동조합에서 도장을 무조건 찍어라 하는 것은 굉장히 무리한...
⊙기자: 이런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등장하는 것이 이른바 이면합의입니다.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한 공기업 가운데에도 특별상여금이나 사내 복지기금 등의 명목으로 대신 보상해 주는 곳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임금 추가인상과 호봉 승급 등 각종 편법으로 퇴직금 누진제 폐지를 보존해 주다 적발된 공기업이 28곳이나 됩니다.
⊙김성식(LG 경제연구원): 민간기업의 경우에는 시장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에 퇴직금 누진제가 사라진 지 오래고 다른 편법으로 보완해 주는 것을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입니다.
⊙기자: 이런 눈가림식 구조조정으로 각종 비용과 부채만 오히려 늘어나 33개 주요 공기업의 부채가 지난 3년 동안 17%나 늘어났습니다.
KBS뉴스 김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