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임상 가장한 억대 리베이트 성행

입력 2007.09.17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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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제약사들의 교묘한 상술이 도를 넘어 성행하고 있습니다.

KBS가 확보한 한 유명 국내 제약사의 영업장부를 보면 수억원의 사례비가 임상실험을 가장해 의사에게 편법 지급되고 있습니다.

김원장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7월 출시된 비만치료제입니다.

출시하자마자 개원의들을 상대로 영업이 집중됐습니다.

해당 제약사의 영업장부입니다.

이 비만치료제를 처방해주기로 약속한 인천의 한 의원에게 천5백만 원이 지급됩니다.

전국 528곳의 개원의들에게 작게는 수십만원에서 크게는 천만원이 넘는 현금이 각각 지급됩니다.

대신 해당 의사들로부터 만4천여 명의 환자들에게 이 약을 처방해준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이 약 한 품목을 위해 제약사가 지급하거나, 이미 지급한 사례비가 두달만에 7억 원을 넘었습니다.

또 다른 항진균제 영업장부입니다.

이번엔 각 영업사원별로 처방을 약속받은 실적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수도권 김 모 영업사원의 경우, 올 한해 12곳의 병원에서 440건의 처방을 새로 약속받고 1,320만 원을 사례비로 지급키로 했습니다.

덕분에 이 영업사원이 올린 해당 약품의 매출은 올해만 1억 원을 넘었습니다.

이런식으로 올 한해 이 향진균제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전국 700여 곳의 병의원에 모두 9억8천만 원이 지급됩니다.

대신 3만2천여 건의 처방을 약속받았습니다.

해당 의사가 처방한 약의 매출액보다 사례비가 더 많은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 같은 사례비지급은 시판후재조사, PMS라는 이름으로 진행됩니다.

해당약의 시판이 이미 허가됐지만, 다시 약의 효능을 재조사하는 것으로 의사들에게 이 조사에 대한 사례비를 지급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우기석(제약사 마케팀총괄팀장) : "개량신약을 발매하면서 후발주자로서 또 다국적제약사의 오리지날약과 경쟁을 하기위해, 약물에 대한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받기위해 의사들에게 정당한 댓가를 지급하며 pms 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약을 써주는 조건으로 제약사가 의사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합법적인 리베이트인 셈입니다.

합법적인데도 취재진이 만난 의사들 대부분 자신이 수백, 수천만 원을 받고 해당 약품의 부작용을 조사중이라는 사실은 숨기려 했습니다.

<녹취> 성형외과 병원 의사 : "저는 모릅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없습니다."

특히 상당수의 시판후재조사 사례비가 약 사용 시작과 함께 우선 지급됩니다.

돈을 미리 받은 의사들은 해당 약을 사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회사의 탈모치료제 영업장부입니다.

수백 수천만 원의 사례비가 대부분 약정 후 한두 달 안에 입금됐습니다.

회사측은 영업사원들에게 '선지급이 영업에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선지급을 통한 적극적인 영업을 재촉합니다.

이 회사 비만치료제의 경우 사례비 7억 원 중 4억 8천만 원이 선지급 됐습니다.

돈을 받은 의사들도 형식은 임상실험이지만, 사실상 영업댓가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인터뷰> 안과 병원 의사 : "(일종의 리베이트 개념으로 받으시는 것 아닙니까?) 말하자면 그렇죠 이걸 영업입니까, 임상실험입니까 할 때 더 영업 쪽에 가깝죠."

현행법은 일부 신약에 대해 이같은 시판후 재조사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례비가 지급된 의약품들은 한결같이 재조사 의무대상도 아니였습니다.

따라서 재조사 결과를 식약청에 보고할 의무도 없습니다.

<녹취> 식약청 의약품관리팀 담당자 : "(3만2천 건에 대한 PMS를 했어도 제약회사가 식약청에 보고 안해도 되는 거네요?) 보고할 대상(부작용)이 없으면 그렇죠"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의사들은 자연스럽게 해당 약에 익숙해집니다.

제약사들이 재조사 대상 품목도 아닌 약들을 거액을 들여 굳이 다시 조사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녹취> 피부과 병원 의사 : "문제는 개업의들에게 (제약사들이) 이것을 리베이트식으로 이용하고 있는 거예요. 실제로 pms라는게 크게 필요 없는 약조차도 한단 말이예요."

해당 제약사는 모든 시판후재조사가 합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제약사는 거액을 들여 조사한 십만 건의 '시판후 재조사'결과에 대한 부작용을 단 한 건도 식약청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의사들에게 지급된 사례비만큼 소비자들은 비싼 약값을 치를 수 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김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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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임상 가장한 억대 리베이트 성행
    • 입력 2007-09-17 21:13:25
    뉴스 9
<앵커 멘트> 제약사들의 교묘한 상술이 도를 넘어 성행하고 있습니다. KBS가 확보한 한 유명 국내 제약사의 영업장부를 보면 수억원의 사례비가 임상실험을 가장해 의사에게 편법 지급되고 있습니다. 김원장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7월 출시된 비만치료제입니다. 출시하자마자 개원의들을 상대로 영업이 집중됐습니다. 해당 제약사의 영업장부입니다. 이 비만치료제를 처방해주기로 약속한 인천의 한 의원에게 천5백만 원이 지급됩니다. 전국 528곳의 개원의들에게 작게는 수십만원에서 크게는 천만원이 넘는 현금이 각각 지급됩니다. 대신 해당 의사들로부터 만4천여 명의 환자들에게 이 약을 처방해준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이 약 한 품목을 위해 제약사가 지급하거나, 이미 지급한 사례비가 두달만에 7억 원을 넘었습니다. 또 다른 항진균제 영업장부입니다. 이번엔 각 영업사원별로 처방을 약속받은 실적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수도권 김 모 영업사원의 경우, 올 한해 12곳의 병원에서 440건의 처방을 새로 약속받고 1,320만 원을 사례비로 지급키로 했습니다. 덕분에 이 영업사원이 올린 해당 약품의 매출은 올해만 1억 원을 넘었습니다. 이런식으로 올 한해 이 향진균제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전국 700여 곳의 병의원에 모두 9억8천만 원이 지급됩니다. 대신 3만2천여 건의 처방을 약속받았습니다. 해당 의사가 처방한 약의 매출액보다 사례비가 더 많은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 같은 사례비지급은 시판후재조사, PMS라는 이름으로 진행됩니다. 해당약의 시판이 이미 허가됐지만, 다시 약의 효능을 재조사하는 것으로 의사들에게 이 조사에 대한 사례비를 지급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우기석(제약사 마케팀총괄팀장) : "개량신약을 발매하면서 후발주자로서 또 다국적제약사의 오리지날약과 경쟁을 하기위해, 약물에 대한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받기위해 의사들에게 정당한 댓가를 지급하며 pms 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약을 써주는 조건으로 제약사가 의사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합법적인 리베이트인 셈입니다. 합법적인데도 취재진이 만난 의사들 대부분 자신이 수백, 수천만 원을 받고 해당 약품의 부작용을 조사중이라는 사실은 숨기려 했습니다. <녹취> 성형외과 병원 의사 : "저는 모릅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없습니다." 특히 상당수의 시판후재조사 사례비가 약 사용 시작과 함께 우선 지급됩니다. 돈을 미리 받은 의사들은 해당 약을 사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회사의 탈모치료제 영업장부입니다. 수백 수천만 원의 사례비가 대부분 약정 후 한두 달 안에 입금됐습니다. 회사측은 영업사원들에게 '선지급이 영업에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선지급을 통한 적극적인 영업을 재촉합니다. 이 회사 비만치료제의 경우 사례비 7억 원 중 4억 8천만 원이 선지급 됐습니다. 돈을 받은 의사들도 형식은 임상실험이지만, 사실상 영업댓가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인터뷰> 안과 병원 의사 : "(일종의 리베이트 개념으로 받으시는 것 아닙니까?) 말하자면 그렇죠 이걸 영업입니까, 임상실험입니까 할 때 더 영업 쪽에 가깝죠." 현행법은 일부 신약에 대해 이같은 시판후 재조사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례비가 지급된 의약품들은 한결같이 재조사 의무대상도 아니였습니다. 따라서 재조사 결과를 식약청에 보고할 의무도 없습니다. <녹취> 식약청 의약품관리팀 담당자 : "(3만2천 건에 대한 PMS를 했어도 제약회사가 식약청에 보고 안해도 되는 거네요?) 보고할 대상(부작용)이 없으면 그렇죠"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의사들은 자연스럽게 해당 약에 익숙해집니다. 제약사들이 재조사 대상 품목도 아닌 약들을 거액을 들여 굳이 다시 조사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녹취> 피부과 병원 의사 : "문제는 개업의들에게 (제약사들이) 이것을 리베이트식으로 이용하고 있는 거예요. 실제로 pms라는게 크게 필요 없는 약조차도 한단 말이예요." 해당 제약사는 모든 시판후재조사가 합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제약사는 거액을 들여 조사한 십만 건의 '시판후 재조사'결과에 대한 부작용을 단 한 건도 식약청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의사들에게 지급된 사례비만큼 소비자들은 비싼 약값을 치를 수 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김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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