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권리 외면한 ‘황당한 비공개’

입력 2008.02.1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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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시행 10년을 맞은 정보공개 제도의 현주소를 진단해보는 시간, 오늘은 마지막으로 KBS탐사보도팀이 정보공개를 청구하면서 겪은 황당한 비공개 사례를 통해 법개정이 왜 절실한 지 짚어봅니다.

임장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2월 KBS 탐사보도팀은 17대 국회의원들의 해외 방문외교와 관련된 계획서와 결과 보고서, 지출 영수증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의 해외 방문이 '외교'보다는 '외유'에 가깝다는 일각의 비판이 타당한 지 검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국회는 '모두 공개'하겠다고 답했지만 11장짜리 요약표가 전부였습니다.

검증에 필요한 자료인 결과 보고서와 영수증은 사본제출은 거부하고 열람만 허용했습니다.

<녹취> 김성원(당시 국회사무처 국제국장): "저희가 (취재)의도를 모르지 않습니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고 그래서 (문서를) 출력해 주기는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법 이전에 직무상..."

취재진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8개월 만에 1심 재판에서 이겼지만, 자료는 아직도 건네받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5월 취재진은 인천공항의 귀빈실 이용 내역을 공항공사에 청구했습니다.

세금으로 지어진 귀빈실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취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자료가 이미 폐기됐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녹취> 정진호(인천국제공항공사 의전팀장) "2004년부터 달라고 하면 문서가 없는데, 폐기해 버렸는데 어떡합니까? (파기하셨다고요?) 그렇죠, 그렇죠."



취재진은 공항공사를 공공기록물 불법 폐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수사 결과, 해당 문서는 폐기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공항공사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정보공개법에 허위 답변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기 때문입니다.



재정경제부를 상대로 외환위기 당시의 IMF 자금 요청 의향서 등을 정보공개 청구했지만 역시 비공개결정이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IMF 홈페이지엔 이미 문서가 공개돼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당시 서명했던 공무원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우겼습니다.

<녹취> 재경부 관계자: "만일 (문서를) 공개하면 그 분들(임창렬 부총리 등)이 서명을 한 것이 그대로 나가게 되지 않습니까? (그분들이 제 3자예요?) 그럼 당사자입니까?"

이런 부당한 관행을 없애기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가 악의적 비공개에 대한 처벌조항 등이 담긴 정보공개법 개정초안을 마련했지만,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인터뷰> 안성진(행자부 지식행정팀장): "여러 부처에서 반대가 많이 들어왔습니다. 현 정부에서는 어렵고, 새 정부가 들어와야 추진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보공개 10년, 공공정보의 주인을 국민으로 바꾸는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장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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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 권리 외면한 ‘황당한 비공개’
    • 입력 2008-02-18 21:36:05
    뉴스 9
<앵커 멘트> 시행 10년을 맞은 정보공개 제도의 현주소를 진단해보는 시간, 오늘은 마지막으로 KBS탐사보도팀이 정보공개를 청구하면서 겪은 황당한 비공개 사례를 통해 법개정이 왜 절실한 지 짚어봅니다. 임장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2월 KBS 탐사보도팀은 17대 국회의원들의 해외 방문외교와 관련된 계획서와 결과 보고서, 지출 영수증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의 해외 방문이 '외교'보다는 '외유'에 가깝다는 일각의 비판이 타당한 지 검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국회는 '모두 공개'하겠다고 답했지만 11장짜리 요약표가 전부였습니다. 검증에 필요한 자료인 결과 보고서와 영수증은 사본제출은 거부하고 열람만 허용했습니다. <녹취> 김성원(당시 국회사무처 국제국장): "저희가 (취재)의도를 모르지 않습니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고 그래서 (문서를) 출력해 주기는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법 이전에 직무상..." 취재진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8개월 만에 1심 재판에서 이겼지만, 자료는 아직도 건네받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5월 취재진은 인천공항의 귀빈실 이용 내역을 공항공사에 청구했습니다. 세금으로 지어진 귀빈실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취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자료가 이미 폐기됐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녹취> 정진호(인천국제공항공사 의전팀장) "2004년부터 달라고 하면 문서가 없는데, 폐기해 버렸는데 어떡합니까? (파기하셨다고요?) 그렇죠, 그렇죠." 취재진은 공항공사를 공공기록물 불법 폐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수사 결과, 해당 문서는 폐기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공항공사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정보공개법에 허위 답변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기 때문입니다. 재정경제부를 상대로 외환위기 당시의 IMF 자금 요청 의향서 등을 정보공개 청구했지만 역시 비공개결정이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IMF 홈페이지엔 이미 문서가 공개돼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당시 서명했던 공무원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우겼습니다. <녹취> 재경부 관계자: "만일 (문서를) 공개하면 그 분들(임창렬 부총리 등)이 서명을 한 것이 그대로 나가게 되지 않습니까? (그분들이 제 3자예요?) 그럼 당사자입니까?" 이런 부당한 관행을 없애기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가 악의적 비공개에 대한 처벌조항 등이 담긴 정보공개법 개정초안을 마련했지만,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인터뷰> 안성진(행자부 지식행정팀장): "여러 부처에서 반대가 많이 들어왔습니다. 현 정부에서는 어렵고, 새 정부가 들어와야 추진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보공개 10년, 공공정보의 주인을 국민으로 바꾸는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장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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