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성인 실종, 통계도 없다

입력 2008.03.15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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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들어 성인들의 실종 사건도 번번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인의 실종사건은 통계조차 관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창화 기자입니다.

<리포트>

일가족 4명이 희생된 서울 창전동 모녀 살인사건,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지만 유가족들은 아직도 믿기질 않습니다.

실종 신고 뒤 생사를 알기까지 20일 남짓은 그야말로 악몽같았습니다.

<녹취>유가족: "별의 별 생각이 다 드는 거예요. 이거 뭐 납치돼 가지고 성매매 이런 데 끌려간 거 아닌가, 이런 생각부터 해 가지고 별 생각이 드는데..."

지난해 12월 19일 서울에서는 한 60대 할머니가 빌린 돈을 받으러 나갔다 실종됐습니다.

넉 달이 다 됐지만, 경찰은 아직 이렇다할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가족들이 직접 발로 뛰며 할머니의 행적을 좇고 있습니다.

<녹취>박OO(실종 할머니 딸): "일 못하고 엄마 찾고 행방 아는데 신경을 쓰느라고 모든 계획했던 것들은 지금 미뤄져 있어요."

대부분 성인실종 사건의 경우, 상황 판단이 가능한 어른이라는 이유로 경찰 수사로 바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또 많은 인물을 상대로 휴대전화 내역을 따져보는 것도 현실적으로 버겁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영장을 받아서 해당 (통신회사) 직원에 보내서 자료를 받는데 시간이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빨리 이뤄지지 않습니다."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가출 실종 신고 건수는 모두 6만여 건, 이 가운데 14세 미만 실종 어린이 만 5천여 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관리하고 있지만, 20세 이상 성인 실종에 대해서는 통계조차 따로 없는 실정입니다.

범죄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수사에 나서는데, 지난해 수사가 이뤄진 성인 실종사건은 670여 건에 그칠 정도로 미미합니다.

전문가들은 초동 수사의 치밀함과 실종자 명단과 보호시설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그리고 전담반 구성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전제 하에서 단순 실종이라기 보다는 범죄적 실종의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사건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구요."

성인 실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족한 사이, 애타는 가족들은 오늘도 시민들을 상대로 전단지를 돌리고, 불의의 사고로 의식을 잃지는 않았는지 보호시설에 있는 건 아닌지 이곳저곳을 뛰어 다니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창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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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성인 실종, 통계도 없다
    • 입력 2008-03-15 21:04:05
    뉴스 9
<앵커 멘트> 최근들어 성인들의 실종 사건도 번번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인의 실종사건은 통계조차 관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창화 기자입니다. <리포트> 일가족 4명이 희생된 서울 창전동 모녀 살인사건,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지만 유가족들은 아직도 믿기질 않습니다. 실종 신고 뒤 생사를 알기까지 20일 남짓은 그야말로 악몽같았습니다. <녹취>유가족: "별의 별 생각이 다 드는 거예요. 이거 뭐 납치돼 가지고 성매매 이런 데 끌려간 거 아닌가, 이런 생각부터 해 가지고 별 생각이 드는데..." 지난해 12월 19일 서울에서는 한 60대 할머니가 빌린 돈을 받으러 나갔다 실종됐습니다. 넉 달이 다 됐지만, 경찰은 아직 이렇다할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가족들이 직접 발로 뛰며 할머니의 행적을 좇고 있습니다. <녹취>박OO(실종 할머니 딸): "일 못하고 엄마 찾고 행방 아는데 신경을 쓰느라고 모든 계획했던 것들은 지금 미뤄져 있어요." 대부분 성인실종 사건의 경우, 상황 판단이 가능한 어른이라는 이유로 경찰 수사로 바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또 많은 인물을 상대로 휴대전화 내역을 따져보는 것도 현실적으로 버겁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영장을 받아서 해당 (통신회사) 직원에 보내서 자료를 받는데 시간이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빨리 이뤄지지 않습니다."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가출 실종 신고 건수는 모두 6만여 건, 이 가운데 14세 미만 실종 어린이 만 5천여 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관리하고 있지만, 20세 이상 성인 실종에 대해서는 통계조차 따로 없는 실정입니다. 범죄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수사에 나서는데, 지난해 수사가 이뤄진 성인 실종사건은 670여 건에 그칠 정도로 미미합니다. 전문가들은 초동 수사의 치밀함과 실종자 명단과 보호시설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그리고 전담반 구성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전제 하에서 단순 실종이라기 보다는 범죄적 실종의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사건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구요." 성인 실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족한 사이, 애타는 가족들은 오늘도 시민들을 상대로 전단지를 돌리고, 불의의 사고로 의식을 잃지는 않았는지 보호시설에 있는 건 아닌지 이곳저곳을 뛰어 다니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창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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