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현장] 미얀마 양곤, 절망의 도시로 전락

입력 2008.05.11 (10:51) 수정 2008.05.1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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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얀마, 옛 버마가 대형 재난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희생자가 무려 10만 명을 웃돌고 이재민은 백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요.

재난 발생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미얀마 군사정권은 국제사회의 도움마저도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서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외신기자들의 취재가 극도로 제한되고 있는 절망의 땅, 미얀마 현지를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김개형, 신봉승, 김상민 순회 특파원이 들어갔습니다.


<리포트>

쏟아 붓는 폭우와 함께 지난 3일 미얀마 양곤에는 초속 53미터의 강풍이 몰아칩니다.

아름드리 나무는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양철 지붕은 날아가기 직전입니다. 열대성 태풍, 나르기스의 엄청난 위력을 절감한 듯 주민들은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합니다.

태풍이 휩쓸고 간 미얀마 서남부 지역, 수확을 앞둔 농경지는 흙탕물 바다로 변했습니다.

미얀마의 옛수도, 양곤의 거리에는 뿌리째 뽑혀나간 가로수와 전신주들이 뒤엉켜 쓰러져 있습니다. 도심 상가와 주택 상당수가 무너져 내리고 도로도 끊겼습니다.

<인터뷰> 올백(미얀마 체류자/전 스웨덴 외무장관) : "전기와 전화, TV, 라디오 모든 것이 멈췄고 암흑 상태나 마찬가지입니다. 빈민 지역은 피해가 더 커서 양철 지붕으로 된 집들은 다 날아가 버렸습니다."

곡창지대 이라와디를 비롯해 미얀마 서남부 5개 주가 삽시간에 폐허로 변한 것입니다.

인명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사망자가 10만명이 넘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고 이재민은 무려 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미얀마 이재민 : "모두 죽었어요. 저와 어린애만 살아남았어요. 다들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어요."

해발 5미터 안팎인 이라와디 삼각주에 강풍과 함께 몰아닥친 3~4 미터 높이의 파도가 초대형 참사를 낳았습니다.

미얀마 군사 정권의 안이한 대응도 피해를 키웠습니다. 태풍이 상륙하기 전, 그 위험을 경고하는 정보를 무려 41번이나 받았지만 주민을 대피시키는 등의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쓰러진 가로수와 전신주를 치우는 등 복구 작업이 벌어지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인구 5백만 명의 경제 중심시 양곤은 도시기반시설이 파괴되면서 전기와 물 공급조차 끊어졌습니다.

<인터뷰> 양곤 주민 : "물과 전기가 부족합니다. 물과 전기 없이 지낸지 벌써 3일째입니다."

식수 가격은 1주일 만에 3배 이상 치솟았고 식료품 값도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습니다. 주유소 앞은 태풍 전보다 3~4배 오른 휘발유를 사려는 인파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습니다.

양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라와디 지역은 기초 의약품이나 식수를 전달할 방법이 없어 질병이나 굶주림 등 또다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구호품을 실은 태국 군용기가 양곤 공항에 도착합니다.

태국과 인도 등 미얀마 주변국이 긴급 지원에 나선 것입니다.

세계 식량 계획 등 유엔도 양곤에서 이재민에게 식량 배분을 시작했습니다.

유럽연합은 3백만 달러의 긴급 지원을 약속했고 중국은 물론, 미얀마에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는 미국까지 구호 지원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부시(미 대통령) : "미국은 지원을 하고 있으며 미 해군 함대가 이재민 구호와 실종자 수색, 사태 안정 등을 위해 대기 중입니다."

지난 2004년 쓰나미 때 국제 사회의 지원을 거부한 미얀마 군정도 이번에는 국제 사회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구호 요원들은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해 태국 등지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라시드 카일코프(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장) : "미얀마 군정이 비자발급 규정을 완화 국제사회 지원을 수용하길 바랍니다."

대외적으로는 구호를 요청하고 있고 일부 지원을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구호 요원의 입국을 꺼리는 것입니다.

구호 인력과 원조 물자가 대규모로 유입될 경우 미얀마 군정의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선뜻 외국의 원조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미얀마 군정이 대형 참사에도 불구하고 피해가 심각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신헌법 찬반 투표(10일)를 예정대로 강행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녹취> 미얀마 국영 방송 : "피해가 심각한 지역의 신헌법 찬반 투표는 연기됩니다. 이들 지역에서는 오는 24일 투표가 이뤄질 것입니다."

민생은 뒷전으로 미룬 채 영구집권을 위한 국민투표에 몰두하는 형국입니다. 그러나 군정의 이런 행태가 체제 유지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망 실종자만 10만 여명. 대형 참사에다 생필품 가격 폭등까지 겹치면서 미얀마 국민들의 고통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군사 정권에 대한 민심이 최악인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격 입니다.

지난해 민주화 시위가 유혈 진압된데 이어 이번에는 초대형 재난 앞에 내몰린 사람들, 절망의 땅, 미얀마에서 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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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현장] 미얀마 양곤, 절망의 도시로 전락
    • 입력 2008-05-11 09:50:56
    • 수정2008-05-11 10:56:16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미얀마, 옛 버마가 대형 재난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희생자가 무려 10만 명을 웃돌고 이재민은 백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요. 재난 발생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미얀마 군사정권은 국제사회의 도움마저도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서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외신기자들의 취재가 극도로 제한되고 있는 절망의 땅, 미얀마 현지를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김개형, 신봉승, 김상민 순회 특파원이 들어갔습니다. <리포트> 쏟아 붓는 폭우와 함께 지난 3일 미얀마 양곤에는 초속 53미터의 강풍이 몰아칩니다. 아름드리 나무는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양철 지붕은 날아가기 직전입니다. 열대성 태풍, 나르기스의 엄청난 위력을 절감한 듯 주민들은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합니다. 태풍이 휩쓸고 간 미얀마 서남부 지역, 수확을 앞둔 농경지는 흙탕물 바다로 변했습니다. 미얀마의 옛수도, 양곤의 거리에는 뿌리째 뽑혀나간 가로수와 전신주들이 뒤엉켜 쓰러져 있습니다. 도심 상가와 주택 상당수가 무너져 내리고 도로도 끊겼습니다. <인터뷰> 올백(미얀마 체류자/전 스웨덴 외무장관) : "전기와 전화, TV, 라디오 모든 것이 멈췄고 암흑 상태나 마찬가지입니다. 빈민 지역은 피해가 더 커서 양철 지붕으로 된 집들은 다 날아가 버렸습니다." 곡창지대 이라와디를 비롯해 미얀마 서남부 5개 주가 삽시간에 폐허로 변한 것입니다. 인명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사망자가 10만명이 넘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고 이재민은 무려 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미얀마 이재민 : "모두 죽었어요. 저와 어린애만 살아남았어요. 다들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어요." 해발 5미터 안팎인 이라와디 삼각주에 강풍과 함께 몰아닥친 3~4 미터 높이의 파도가 초대형 참사를 낳았습니다. 미얀마 군사 정권의 안이한 대응도 피해를 키웠습니다. 태풍이 상륙하기 전, 그 위험을 경고하는 정보를 무려 41번이나 받았지만 주민을 대피시키는 등의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쓰러진 가로수와 전신주를 치우는 등 복구 작업이 벌어지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인구 5백만 명의 경제 중심시 양곤은 도시기반시설이 파괴되면서 전기와 물 공급조차 끊어졌습니다. <인터뷰> 양곤 주민 : "물과 전기가 부족합니다. 물과 전기 없이 지낸지 벌써 3일째입니다." 식수 가격은 1주일 만에 3배 이상 치솟았고 식료품 값도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습니다. 주유소 앞은 태풍 전보다 3~4배 오른 휘발유를 사려는 인파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습니다. 양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라와디 지역은 기초 의약품이나 식수를 전달할 방법이 없어 질병이나 굶주림 등 또다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구호품을 실은 태국 군용기가 양곤 공항에 도착합니다. 태국과 인도 등 미얀마 주변국이 긴급 지원에 나선 것입니다. 세계 식량 계획 등 유엔도 양곤에서 이재민에게 식량 배분을 시작했습니다. 유럽연합은 3백만 달러의 긴급 지원을 약속했고 중국은 물론, 미얀마에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는 미국까지 구호 지원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부시(미 대통령) : "미국은 지원을 하고 있으며 미 해군 함대가 이재민 구호와 실종자 수색, 사태 안정 등을 위해 대기 중입니다." 지난 2004년 쓰나미 때 국제 사회의 지원을 거부한 미얀마 군정도 이번에는 국제 사회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구호 요원들은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해 태국 등지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라시드 카일코프(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장) : "미얀마 군정이 비자발급 규정을 완화 국제사회 지원을 수용하길 바랍니다." 대외적으로는 구호를 요청하고 있고 일부 지원을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구호 요원의 입국을 꺼리는 것입니다. 구호 인력과 원조 물자가 대규모로 유입될 경우 미얀마 군정의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선뜻 외국의 원조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미얀마 군정이 대형 참사에도 불구하고 피해가 심각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신헌법 찬반 투표(10일)를 예정대로 강행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녹취> 미얀마 국영 방송 : "피해가 심각한 지역의 신헌법 찬반 투표는 연기됩니다. 이들 지역에서는 오는 24일 투표가 이뤄질 것입니다." 민생은 뒷전으로 미룬 채 영구집권을 위한 국민투표에 몰두하는 형국입니다. 그러나 군정의 이런 행태가 체제 유지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망 실종자만 10만 여명. 대형 참사에다 생필품 가격 폭등까지 겹치면서 미얀마 국민들의 고통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군사 정권에 대한 민심이 최악인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격 입니다. 지난해 민주화 시위가 유혈 진압된데 이어 이번에는 초대형 재난 앞에 내몰린 사람들, 절망의 땅, 미얀마에서 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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