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국제학술대회, 실적 부풀리기 악용

입력 2008.07.0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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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수 인력 육성사업인 BK21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KBS는 이를 심층 진단하는 연속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첫 순서로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무늬만 국제학술대회인 학회가 열리고 참가자들은 골프와 관광을 즐기는 허울뿐인 실태를 고발합니다.

유광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중앙아시아 중심부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쉬켄트에 있는 한 대학에서 국내 학회가 개최한 IT 분야 국제학술대회가 열렸습니다.

학회장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사회자와 발표자 7명 모두 한국인입니다.

또 다른 발표장도 8명 중 7명이 한국인입니다.

국제학술대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청중 대부분이 같은 발표자들이다보니 귀담아 듣는 사람도 없습니다.

이 방은 발표자 7명중 3명이 아예 나타나지 않아 1시간이나 일찍 끝났습니다.

<녹취> 사회자 교수 : "그냥 아예 안 와버리시니까.. (자료도 제출 안했습니까?) 없죠. 아마 이런 페이퍼들이 꽤 될 거예요."

논문을 전지에 붙여놓고 질의응답하는 포스터 발표는 더욱 엉터립니다.

논문이 아예 붙어있지 않거나, 저자가 자리를 지키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입니다.

<녹취> 참석 대학원생 : "학회 차원에서 뭔가 제재를 해야지 이러면 온 사람들만 바보되는 거죠."

동시에 7개 발표장에서 250여 명의 교수와 대학원생이 하루 150편씩 이틀에 걸쳐 논문 대부분을 이런 식으로 발표하고 있었습니다.

학회 이틀째, 호텔을 나선 사람들이 어디론가 향합니다.

뒤따라가 보니 골프장입니다.

<녹취> 학회 참석 교수 : "(오늘까지 학횐데 발표장에 계셔야 되는 거 아닌가요?)..피하는..(발표는 하셨습니까?)아 발표 당연히 했죠. (다른 사람 발표하는 것도 듣는 게 좋지 않습니까?)"

학술대회중인 이틀동안 40명이 골프를 쳤고 학회가 끝난 뒤 치려던 19명은 취재가 시작되자 예약을 취소했습니다.

또 다른 참가자들은 박물관 등 시내 관광에 나섰습니다.

<녹취> "동영상 다 편집해서 학회 홈페이지에 올릴게..."

<녹취> 대학원생 : "교수님이랑 같이 옵션투어 참가했어요."

<녹취> 교수 : "(학회장 썰렁하겠네요?)아마 주로 발표하는 분만 있을 거예요."

이번 학술대회에 제출된 논문은 모두 297편, 이 가운데 한국인 저자 논문은 219편으로 74%를 차지합니다.

26%인 외국인은 모두 우즈벡인들로 대부분 그들끼리 모여 학회공식 언어인 영어가 아닌 러시아말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녹취> 대회 주관 학회 관계자 : "한국의 IT 기술을 저개발 국가에 접목하려는 목적이기 때문에 어차피 한국과 우즈벡 사람들이 대부분 참석하는 것이 근본 목적이었기 때문에..."

학술대회가 끝난 다음날, 참가자들이 이번엔 기차를 탑니다.

2박 3일간의 실크로드 여행입니다.

도착 관광지에는 대형버스 다섯 대가 이들을 기다립니다.

사흘 학술대회 앞뒤로 관광일정을 붙여 최대 7박8일의 일정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이같은 관광은 학회시작 닷새 전부터 시작해 학회기간 내내, 그리고 학회가 끝난 뒤에도 계속됐습니다.

주관 학회는 논문을 모집하면서 BK 21 사업 실적에 국제학술대회 참가가 중요한 평가요소가 된다는 점을 홍보했습니다.

실제로 확인 결과 논문 가운데 61%가 BK21 사업단 소속 논문이었습니다.

<녹취> 학회참석 교수 : "말로는 국제학술대회니까 국제학술 대회 가서 발표했다, 이거는 사실 창피해요. 사실 학술대회라고 부르기도..."

무늬만 국제학술대회가 BK21 실적 부풀리기에 악용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유광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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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늬만 국제학술대회, 실적 부풀리기 악용
    • 입력 2008-07-07 21:02:03
    뉴스 9
<앵커 멘트> 우수 인력 육성사업인 BK21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KBS는 이를 심층 진단하는 연속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첫 순서로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무늬만 국제학술대회인 학회가 열리고 참가자들은 골프와 관광을 즐기는 허울뿐인 실태를 고발합니다. 유광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중앙아시아 중심부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쉬켄트에 있는 한 대학에서 국내 학회가 개최한 IT 분야 국제학술대회가 열렸습니다. 학회장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사회자와 발표자 7명 모두 한국인입니다. 또 다른 발표장도 8명 중 7명이 한국인입니다. 국제학술대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청중 대부분이 같은 발표자들이다보니 귀담아 듣는 사람도 없습니다. 이 방은 발표자 7명중 3명이 아예 나타나지 않아 1시간이나 일찍 끝났습니다. <녹취> 사회자 교수 : "그냥 아예 안 와버리시니까.. (자료도 제출 안했습니까?) 없죠. 아마 이런 페이퍼들이 꽤 될 거예요." 논문을 전지에 붙여놓고 질의응답하는 포스터 발표는 더욱 엉터립니다. 논문이 아예 붙어있지 않거나, 저자가 자리를 지키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입니다. <녹취> 참석 대학원생 : "학회 차원에서 뭔가 제재를 해야지 이러면 온 사람들만 바보되는 거죠." 동시에 7개 발표장에서 250여 명의 교수와 대학원생이 하루 150편씩 이틀에 걸쳐 논문 대부분을 이런 식으로 발표하고 있었습니다. 학회 이틀째, 호텔을 나선 사람들이 어디론가 향합니다. 뒤따라가 보니 골프장입니다. <녹취> 학회 참석 교수 : "(오늘까지 학횐데 발표장에 계셔야 되는 거 아닌가요?)..피하는..(발표는 하셨습니까?)아 발표 당연히 했죠. (다른 사람 발표하는 것도 듣는 게 좋지 않습니까?)" 학술대회중인 이틀동안 40명이 골프를 쳤고 학회가 끝난 뒤 치려던 19명은 취재가 시작되자 예약을 취소했습니다. 또 다른 참가자들은 박물관 등 시내 관광에 나섰습니다. <녹취> "동영상 다 편집해서 학회 홈페이지에 올릴게..." <녹취> 대학원생 : "교수님이랑 같이 옵션투어 참가했어요." <녹취> 교수 : "(학회장 썰렁하겠네요?)아마 주로 발표하는 분만 있을 거예요." 이번 학술대회에 제출된 논문은 모두 297편, 이 가운데 한국인 저자 논문은 219편으로 74%를 차지합니다. 26%인 외국인은 모두 우즈벡인들로 대부분 그들끼리 모여 학회공식 언어인 영어가 아닌 러시아말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녹취> 대회 주관 학회 관계자 : "한국의 IT 기술을 저개발 국가에 접목하려는 목적이기 때문에 어차피 한국과 우즈벡 사람들이 대부분 참석하는 것이 근본 목적이었기 때문에..." 학술대회가 끝난 다음날, 참가자들이 이번엔 기차를 탑니다. 2박 3일간의 실크로드 여행입니다. 도착 관광지에는 대형버스 다섯 대가 이들을 기다립니다. 사흘 학술대회 앞뒤로 관광일정을 붙여 최대 7박8일의 일정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이같은 관광은 학회시작 닷새 전부터 시작해 학회기간 내내, 그리고 학회가 끝난 뒤에도 계속됐습니다. 주관 학회는 논문을 모집하면서 BK 21 사업 실적에 국제학술대회 참가가 중요한 평가요소가 된다는 점을 홍보했습니다. 실제로 확인 결과 논문 가운데 61%가 BK21 사업단 소속 논문이었습니다. <녹취> 학회참석 교수 : "말로는 국제학술대회니까 국제학술 대회 가서 발표했다, 이거는 사실 창피해요. 사실 학술대회라고 부르기도..." 무늬만 국제학술대회가 BK21 실적 부풀리기에 악용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유광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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