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전쟁 비밀 벙커를 가다!
입력 2008.08.31 (08:57)
수정 2008.08.3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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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그루지야 사태를 계기로 냉전 체제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만 냉전 체제가 인류에게 주는 가장 큰 공포는 바로 핵전쟁일 것입니다.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강대국들은 저마다 핵전쟁에 대비한 위기관리 체제를 갖춰놓았는데요.
미국의 경우, 정부는 물론 의회까지 통째로 옮길 수 있도록 대규모 지하 비밀 요새를 곳곳에 마련해 놓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비밀의 공간은 아니지만 주요 시설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한 핵전쟁 벙커를 이현주 특파원이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헬기로 1시간여 거리. 수영장과 온천 시설은 물론 방만 700개가 넘는 최고급 휴양시설이 나옵니다.
면적은 서울 대공원의 3배. 3개 코스의 골프장은 미 프로 골프 대회가 열렸을 정도로 최고를 자랑합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미국 수뇌부들이 단골이었다는 이곳은 전형적인 고급 휴양지입니다.
그러나 이는 겉으로 드러난 얼굴일 뿐, 이 호텔의 지하에는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얼굴이 있습니다.
고압전류 주의라는 경고문을 붙인, 평범해 보이는 안전문 너머의 세계입니다. 육중한 무게로 열리는 거대한 강철문과 함께 지하요새가 입을 벌립니다.
이른바, 핵전쟁 비밀 벙커. 핵전쟁이 났을 때 미국 상하원이 고스란히 옮겨져 이른바, 핵전쟁 비상 의회가 될 곳입니다.
<인터뷰> 린다 워즈(벙커 안내 총책임자):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정부 견제기능은 있어야 한다는 거죠. 특히 위기상황에서는 나라가 혼돈에 빠질수 있으니까요. 독재체제로 갈지도 모르구요.”
이 지하 요새 건설은 49년 전인 1959년 시작됐습니다. 마침 이 호텔이 짓기 시작한 신관 건물 공사로 철저히 위장한 채 2년 반 동안 계속됐습니다.
지하 20미터에, 핵충격을 견디도록 벽두께는 무려 1.5미터 쏟아 부은 콘크리트만 5 만톤이 넘습니다.
상하 양원 의원 535명을 비롯해 보좌관, 그리고 필요할 경우 의원의 가족 등, 천100명까지 수용할 지하 도시형 요새가 완공된 겁니다.
핵전쟁이 나면 모든 의원들이 처음 통과하는 문이 바로 이 철문입니다. 두께 약 50cm 무게는 25톤 한마디로 거대한 쇠덩어리입니다. 주변 50km에 핵폭탄이 투하돼도 끄떡없다는 얘깁니다.
문을 통과한 의원들은 예외 없이 옷을 모두 벗은 채 문 앞에 설치된 이 샤워기로 방사능 제거를 해야 합니다.
<인터뷰> 로버트 콘테(역사학자): “바로 이곳을 지나 기다란 샤워 터널을 지나는 거죠. 낙진은 이 샤워기가 떨어내주는 거구요.”
샤워가 끝나면 입고 온 넥타이와 정장은 모두 소각되고, 의원이든 보좌관이든 이른바 벙커 생활복으로 똑같이 갈아입어야 합니다.
<인터뷰> 로버트 콘테(역사학자): “이 창살문을 열고 옷을 받는 거죠.” (무슨 옷입니까?) “푸른 군복요, 일반 육군복 말입니다.”
옷을 갈아입은 의원들과 보좌진들은 숙소로 향합니다. 그런데 의원용 시설로 보기에는 너무나 옹색합니다. 신병 훈련소의 시설과 다름없습니다.
<인터뷰> “네, 실제로 육군공병대가 설계했죠. 완전 군작전용으로요.”
60개의 이층침대가 배치된 숙소는 18 곳에 분산돼 있습니다. 그 가운데 2곳은 여성용, 의원과 보좌진간의 구분은 없습니다.
이 지하 요새는 핵전쟁 기간 비상 미의회가 외부 지원 없이 60일까지 버틸 수 있도록 식량을 저장해 뒀습니다.
대학 구내식당 규모의 식당은 물론 벙커의 철문부터 시작되는 130미터의 콘크리트 회랑 양 옆도 바로 이 같은 식량 저장고 역할을 합니다.
특히 16개 침상과 X레이 시설 등을 갖춘 병원 시설로 의원과 가족 보좌관 등 1100명을 이 기간 중 치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치료에도 불구하고 질병이나, 특히, 방사능 후유증 등으로 의원들이 사망했을 경우에 대비해, 화장시설까지 갖췄습니다.
이 지하 요새 시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상하원의 본회의장. 두 회의장은 평시 호텔의 회의용 행사장으로 사용되다가 비상시에는 본회의장으로 전환한다는 개념으로 지어졌습니다.
<인터뷰> 린다 워즈(벙커 안내 총책임자): “비밀 유지의 가장 좋은 방법은 평범한 곳에 숨기는 거죠? 평소 거버너스홀이라는 이름으로 이 방을 회의에도 빌려주곤 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이 지하 요새가 완벽한 방송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겁니다. 핵전쟁으로 모든 통신이 끊어진 와중에도, 국가가 기능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든 알려, 민심을 안정시키겠다는 포석입니다.
<인터뷰> 린 스완(벙커 시설 대외협력국장): "의원들은 이 방에서 TV 등을 통해 국가가 기능하고 있음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겁니다."
실제로 라디오와 TV를 위한 완벽한 스튜디오와 주조정실에다 각종 방송장비가 갖춰졌습니다.
미 의회가 기능하고 있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 스튜디오 배경도 이처럼 평상시 미 의회 건물로 했습니다.
특히, 계절에 맞춰 4 가지 배경까지 갖추는 등 핵전쟁이라는 초비상 시국의 민심까지 세심하게 고려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지하요새에서 이뤄진 방송은 바로 이 벙커 외부 땅속에 매설된 직경 75인치의 특수 송신 안테나로 외부에 전파됩니다.
핵전쟁에도 끄떡하지 않도록 철저한 위장과 보호장치가 돼 있습니다. 핵전쟁 때 미 의회가 고스란히 옮겨갈 이 지하 요새는 무려 30년간 철저히 관리되고 완벽한 준비 태세를 유지해 왔습니다.
문 하나를 열면, 다시 호화로운 최고급 호텔의 프론트와 로비. 이처럼 철저하게 지켜지던 비밀도 냉전 체제의 해체와 함께 지난 1992년 언론에 노출되면서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노출과 동시에 이 곳은 폐쇄돼, 기능을 다했지만 위기 상황을 대비한 미국의 계획은 변함이 없다는 설명입니다.
<인터뷰> 로버트 콘테(역사학자): "특히 911이후, 정부를 수습해 어떤 형태의 공격도 대비하도록 할, (비상 벙커의) 필요성이 더 커졌고 이건 결정적 요소라고 봅니다."
실제로 미국은 대통령과 군 수뇌부 의회 뿐 아니라, 미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와 사법 기관 등, 위기 상황 이후 국가 재건에 필요한 주요 기관을 옮겨놓은 지하 요새 시설과 계획이 이미 다 수립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역도 수도와 가까운 북 버지니아, 남 펜실베니아 지역에서부터 콜로라도까지 다양합니다. 핵전쟁이 났을 경우 대통령은 보잉 747을 개조한 특수군용기에서 군 지휘부와 전쟁을 지휘하며, 이같은 비행기는 4대로 그 중 하나는 언제나 대기 중이라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비록 냉전이 끝나고 핵전쟁의 위험은 낮아졌어도 결코 강도가 떨어지지 않는 미국의 위기관리 체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루지야 사태를 계기로 냉전 체제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만 냉전 체제가 인류에게 주는 가장 큰 공포는 바로 핵전쟁일 것입니다.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강대국들은 저마다 핵전쟁에 대비한 위기관리 체제를 갖춰놓았는데요.
미국의 경우, 정부는 물론 의회까지 통째로 옮길 수 있도록 대규모 지하 비밀 요새를 곳곳에 마련해 놓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비밀의 공간은 아니지만 주요 시설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한 핵전쟁 벙커를 이현주 특파원이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헬기로 1시간여 거리. 수영장과 온천 시설은 물론 방만 700개가 넘는 최고급 휴양시설이 나옵니다.
면적은 서울 대공원의 3배. 3개 코스의 골프장은 미 프로 골프 대회가 열렸을 정도로 최고를 자랑합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미국 수뇌부들이 단골이었다는 이곳은 전형적인 고급 휴양지입니다.
그러나 이는 겉으로 드러난 얼굴일 뿐, 이 호텔의 지하에는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얼굴이 있습니다.
고압전류 주의라는 경고문을 붙인, 평범해 보이는 안전문 너머의 세계입니다. 육중한 무게로 열리는 거대한 강철문과 함께 지하요새가 입을 벌립니다.
이른바, 핵전쟁 비밀 벙커. 핵전쟁이 났을 때 미국 상하원이 고스란히 옮겨져 이른바, 핵전쟁 비상 의회가 될 곳입니다.
<인터뷰> 린다 워즈(벙커 안내 총책임자):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정부 견제기능은 있어야 한다는 거죠. 특히 위기상황에서는 나라가 혼돈에 빠질수 있으니까요. 독재체제로 갈지도 모르구요.”
이 지하 요새 건설은 49년 전인 1959년 시작됐습니다. 마침 이 호텔이 짓기 시작한 신관 건물 공사로 철저히 위장한 채 2년 반 동안 계속됐습니다.
지하 20미터에, 핵충격을 견디도록 벽두께는 무려 1.5미터 쏟아 부은 콘크리트만 5 만톤이 넘습니다.
상하 양원 의원 535명을 비롯해 보좌관, 그리고 필요할 경우 의원의 가족 등, 천100명까지 수용할 지하 도시형 요새가 완공된 겁니다.
핵전쟁이 나면 모든 의원들이 처음 통과하는 문이 바로 이 철문입니다. 두께 약 50cm 무게는 25톤 한마디로 거대한 쇠덩어리입니다. 주변 50km에 핵폭탄이 투하돼도 끄떡없다는 얘깁니다.
문을 통과한 의원들은 예외 없이 옷을 모두 벗은 채 문 앞에 설치된 이 샤워기로 방사능 제거를 해야 합니다.
<인터뷰> 로버트 콘테(역사학자): “바로 이곳을 지나 기다란 샤워 터널을 지나는 거죠. 낙진은 이 샤워기가 떨어내주는 거구요.”
샤워가 끝나면 입고 온 넥타이와 정장은 모두 소각되고, 의원이든 보좌관이든 이른바 벙커 생활복으로 똑같이 갈아입어야 합니다.
<인터뷰> 로버트 콘테(역사학자): “이 창살문을 열고 옷을 받는 거죠.” (무슨 옷입니까?) “푸른 군복요, 일반 육군복 말입니다.”
옷을 갈아입은 의원들과 보좌진들은 숙소로 향합니다. 그런데 의원용 시설로 보기에는 너무나 옹색합니다. 신병 훈련소의 시설과 다름없습니다.
<인터뷰> “네, 실제로 육군공병대가 설계했죠. 완전 군작전용으로요.”
60개의 이층침대가 배치된 숙소는 18 곳에 분산돼 있습니다. 그 가운데 2곳은 여성용, 의원과 보좌진간의 구분은 없습니다.
이 지하 요새는 핵전쟁 기간 비상 미의회가 외부 지원 없이 60일까지 버틸 수 있도록 식량을 저장해 뒀습니다.
대학 구내식당 규모의 식당은 물론 벙커의 철문부터 시작되는 130미터의 콘크리트 회랑 양 옆도 바로 이 같은 식량 저장고 역할을 합니다.
특히 16개 침상과 X레이 시설 등을 갖춘 병원 시설로 의원과 가족 보좌관 등 1100명을 이 기간 중 치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치료에도 불구하고 질병이나, 특히, 방사능 후유증 등으로 의원들이 사망했을 경우에 대비해, 화장시설까지 갖췄습니다.
이 지하 요새 시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상하원의 본회의장. 두 회의장은 평시 호텔의 회의용 행사장으로 사용되다가 비상시에는 본회의장으로 전환한다는 개념으로 지어졌습니다.
<인터뷰> 린다 워즈(벙커 안내 총책임자): “비밀 유지의 가장 좋은 방법은 평범한 곳에 숨기는 거죠? 평소 거버너스홀이라는 이름으로 이 방을 회의에도 빌려주곤 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이 지하 요새가 완벽한 방송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겁니다. 핵전쟁으로 모든 통신이 끊어진 와중에도, 국가가 기능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든 알려, 민심을 안정시키겠다는 포석입니다.
<인터뷰> 린 스완(벙커 시설 대외협력국장): "의원들은 이 방에서 TV 등을 통해 국가가 기능하고 있음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겁니다."
실제로 라디오와 TV를 위한 완벽한 스튜디오와 주조정실에다 각종 방송장비가 갖춰졌습니다.
미 의회가 기능하고 있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 스튜디오 배경도 이처럼 평상시 미 의회 건물로 했습니다.
특히, 계절에 맞춰 4 가지 배경까지 갖추는 등 핵전쟁이라는 초비상 시국의 민심까지 세심하게 고려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지하요새에서 이뤄진 방송은 바로 이 벙커 외부 땅속에 매설된 직경 75인치의 특수 송신 안테나로 외부에 전파됩니다.
핵전쟁에도 끄떡하지 않도록 철저한 위장과 보호장치가 돼 있습니다. 핵전쟁 때 미 의회가 고스란히 옮겨갈 이 지하 요새는 무려 30년간 철저히 관리되고 완벽한 준비 태세를 유지해 왔습니다.
문 하나를 열면, 다시 호화로운 최고급 호텔의 프론트와 로비. 이처럼 철저하게 지켜지던 비밀도 냉전 체제의 해체와 함께 지난 1992년 언론에 노출되면서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노출과 동시에 이 곳은 폐쇄돼, 기능을 다했지만 위기 상황을 대비한 미국의 계획은 변함이 없다는 설명입니다.
<인터뷰> 로버트 콘테(역사학자): "특히 911이후, 정부를 수습해 어떤 형태의 공격도 대비하도록 할, (비상 벙커의) 필요성이 더 커졌고 이건 결정적 요소라고 봅니다."
실제로 미국은 대통령과 군 수뇌부 의회 뿐 아니라, 미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와 사법 기관 등, 위기 상황 이후 국가 재건에 필요한 주요 기관을 옮겨놓은 지하 요새 시설과 계획이 이미 다 수립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역도 수도와 가까운 북 버지니아, 남 펜실베니아 지역에서부터 콜로라도까지 다양합니다. 핵전쟁이 났을 경우 대통령은 보잉 747을 개조한 특수군용기에서 군 지휘부와 전쟁을 지휘하며, 이같은 비행기는 4대로 그 중 하나는 언제나 대기 중이라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비록 냉전이 끝나고 핵전쟁의 위험은 낮아졌어도 결코 강도가 떨어지지 않는 미국의 위기관리 체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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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08-08-31 08:01:38
- 수정2008-08-31 09:11:32

<앵커 멘트>
그루지야 사태를 계기로 냉전 체제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만 냉전 체제가 인류에게 주는 가장 큰 공포는 바로 핵전쟁일 것입니다.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강대국들은 저마다 핵전쟁에 대비한 위기관리 체제를 갖춰놓았는데요.
미국의 경우, 정부는 물론 의회까지 통째로 옮길 수 있도록 대규모 지하 비밀 요새를 곳곳에 마련해 놓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비밀의 공간은 아니지만 주요 시설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한 핵전쟁 벙커를 이현주 특파원이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헬기로 1시간여 거리. 수영장과 온천 시설은 물론 방만 700개가 넘는 최고급 휴양시설이 나옵니다.
면적은 서울 대공원의 3배. 3개 코스의 골프장은 미 프로 골프 대회가 열렸을 정도로 최고를 자랑합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미국 수뇌부들이 단골이었다는 이곳은 전형적인 고급 휴양지입니다.
그러나 이는 겉으로 드러난 얼굴일 뿐, 이 호텔의 지하에는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얼굴이 있습니다.
고압전류 주의라는 경고문을 붙인, 평범해 보이는 안전문 너머의 세계입니다. 육중한 무게로 열리는 거대한 강철문과 함께 지하요새가 입을 벌립니다.
이른바, 핵전쟁 비밀 벙커. 핵전쟁이 났을 때 미국 상하원이 고스란히 옮겨져 이른바, 핵전쟁 비상 의회가 될 곳입니다.
<인터뷰> 린다 워즈(벙커 안내 총책임자):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정부 견제기능은 있어야 한다는 거죠. 특히 위기상황에서는 나라가 혼돈에 빠질수 있으니까요. 독재체제로 갈지도 모르구요.”
이 지하 요새 건설은 49년 전인 1959년 시작됐습니다. 마침 이 호텔이 짓기 시작한 신관 건물 공사로 철저히 위장한 채 2년 반 동안 계속됐습니다.
지하 20미터에, 핵충격을 견디도록 벽두께는 무려 1.5미터 쏟아 부은 콘크리트만 5 만톤이 넘습니다.
상하 양원 의원 535명을 비롯해 보좌관, 그리고 필요할 경우 의원의 가족 등, 천100명까지 수용할 지하 도시형 요새가 완공된 겁니다.
핵전쟁이 나면 모든 의원들이 처음 통과하는 문이 바로 이 철문입니다. 두께 약 50cm 무게는 25톤 한마디로 거대한 쇠덩어리입니다. 주변 50km에 핵폭탄이 투하돼도 끄떡없다는 얘깁니다.
문을 통과한 의원들은 예외 없이 옷을 모두 벗은 채 문 앞에 설치된 이 샤워기로 방사능 제거를 해야 합니다.
<인터뷰> 로버트 콘테(역사학자): “바로 이곳을 지나 기다란 샤워 터널을 지나는 거죠. 낙진은 이 샤워기가 떨어내주는 거구요.”
샤워가 끝나면 입고 온 넥타이와 정장은 모두 소각되고, 의원이든 보좌관이든 이른바 벙커 생활복으로 똑같이 갈아입어야 합니다.
<인터뷰> 로버트 콘테(역사학자): “이 창살문을 열고 옷을 받는 거죠.” (무슨 옷입니까?) “푸른 군복요, 일반 육군복 말입니다.”
옷을 갈아입은 의원들과 보좌진들은 숙소로 향합니다. 그런데 의원용 시설로 보기에는 너무나 옹색합니다. 신병 훈련소의 시설과 다름없습니다.
<인터뷰> “네, 실제로 육군공병대가 설계했죠. 완전 군작전용으로요.”
60개의 이층침대가 배치된 숙소는 18 곳에 분산돼 있습니다. 그 가운데 2곳은 여성용, 의원과 보좌진간의 구분은 없습니다.
이 지하 요새는 핵전쟁 기간 비상 미의회가 외부 지원 없이 60일까지 버틸 수 있도록 식량을 저장해 뒀습니다.
대학 구내식당 규모의 식당은 물론 벙커의 철문부터 시작되는 130미터의 콘크리트 회랑 양 옆도 바로 이 같은 식량 저장고 역할을 합니다.
특히 16개 침상과 X레이 시설 등을 갖춘 병원 시설로 의원과 가족 보좌관 등 1100명을 이 기간 중 치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치료에도 불구하고 질병이나, 특히, 방사능 후유증 등으로 의원들이 사망했을 경우에 대비해, 화장시설까지 갖췄습니다.
이 지하 요새 시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상하원의 본회의장. 두 회의장은 평시 호텔의 회의용 행사장으로 사용되다가 비상시에는 본회의장으로 전환한다는 개념으로 지어졌습니다.
<인터뷰> 린다 워즈(벙커 안내 총책임자): “비밀 유지의 가장 좋은 방법은 평범한 곳에 숨기는 거죠? 평소 거버너스홀이라는 이름으로 이 방을 회의에도 빌려주곤 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이 지하 요새가 완벽한 방송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겁니다. 핵전쟁으로 모든 통신이 끊어진 와중에도, 국가가 기능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든 알려, 민심을 안정시키겠다는 포석입니다.
<인터뷰> 린 스완(벙커 시설 대외협력국장): "의원들은 이 방에서 TV 등을 통해 국가가 기능하고 있음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겁니다."
실제로 라디오와 TV를 위한 완벽한 스튜디오와 주조정실에다 각종 방송장비가 갖춰졌습니다.
미 의회가 기능하고 있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 스튜디오 배경도 이처럼 평상시 미 의회 건물로 했습니다.
특히, 계절에 맞춰 4 가지 배경까지 갖추는 등 핵전쟁이라는 초비상 시국의 민심까지 세심하게 고려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지하요새에서 이뤄진 방송은 바로 이 벙커 외부 땅속에 매설된 직경 75인치의 특수 송신 안테나로 외부에 전파됩니다.
핵전쟁에도 끄떡하지 않도록 철저한 위장과 보호장치가 돼 있습니다. 핵전쟁 때 미 의회가 고스란히 옮겨갈 이 지하 요새는 무려 30년간 철저히 관리되고 완벽한 준비 태세를 유지해 왔습니다.
문 하나를 열면, 다시 호화로운 최고급 호텔의 프론트와 로비. 이처럼 철저하게 지켜지던 비밀도 냉전 체제의 해체와 함께 지난 1992년 언론에 노출되면서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노출과 동시에 이 곳은 폐쇄돼, 기능을 다했지만 위기 상황을 대비한 미국의 계획은 변함이 없다는 설명입니다.
<인터뷰> 로버트 콘테(역사학자): "특히 911이후, 정부를 수습해 어떤 형태의 공격도 대비하도록 할, (비상 벙커의) 필요성이 더 커졌고 이건 결정적 요소라고 봅니다."
실제로 미국은 대통령과 군 수뇌부 의회 뿐 아니라, 미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와 사법 기관 등, 위기 상황 이후 국가 재건에 필요한 주요 기관을 옮겨놓은 지하 요새 시설과 계획이 이미 다 수립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역도 수도와 가까운 북 버지니아, 남 펜실베니아 지역에서부터 콜로라도까지 다양합니다. 핵전쟁이 났을 경우 대통령은 보잉 747을 개조한 특수군용기에서 군 지휘부와 전쟁을 지휘하며, 이같은 비행기는 4대로 그 중 하나는 언제나 대기 중이라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비록 냉전이 끝나고 핵전쟁의 위험은 낮아졌어도 결코 강도가 떨어지지 않는 미국의 위기관리 체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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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goodsa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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