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입원 제도’ 악용

입력 2008.09.0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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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신병원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를 고발하는 연속기획, 오늘은 현행법을 악용해 멀쩡한 사람을 강제 입원시키는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서지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43살 김모 씨는 지난 5월 집에서 잠을 자다 끔찍한 일을 당했습니다.

건장한 남성 2명이 느닷없이 들이닥쳐 김 씨를 묶더니 정신 병원에 끌고간 것입니다.

<녹취> 김모 씨(가명) : "손을 뒤로 꺾어서 묶고요. 팔부러져도 괜찮으니까 확 제껴가지고..."

멀쩡한 김 씨를 정신 병원에 입원시킨 건 다름아닌 김 씨의 동거녀입니다.

동거녀는 김 씨가 물려받은 유산 천 7백여만 원을 가로챈 뒤 어디론가 잠적했습니다.

김 씨는 결국 실제 보호자인 누나의 도움으로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취재진이 한 민간 이송업체에게 환자 이송을 요청해봤습니다.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기도 전에, 대뜸 입원부터 시키라고 권유합니다.

<녹취> 민간이송업체 관계자 : "지금 가시면 입원부터 하시고...(상담 안하고 입원부터 해요?) 환자분은 입원하시면서 보호자는 상담하시는거에요."

이송된 곳은 경기도의 한 정신병원, 원장은 곧 산후우울증이라고 진단한뒤 입원하라고 권유합니다.

<녹취> 정신과 원장 : "입원하면서 안정하시면서 심리검사 하고 산후우울증이라는게 치료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입원 안하기로 했잖아요.)"

병원측은 본인 동의 없이도 입원을 시킬 수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정신과 원장 : "(본인이 거부해도 입원할 수 있어요?) 그럴만한 사유되면 입원시킬 수 있어요."

취재진은 또 다른 병원에 미성년자도 부모를 입원시킬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녹취> 병원관계자 : "(전에 대전에 있는 병원 알아봤는데 미성년자라서 안된다고 하셔서... 상관없어요. 다른 보호자가 주변에 없으니까 상관없으니 오셔도 된다고..."

현행법상 보호자 한사람의 동의만 있으면 손쉽게 가족을 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실제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정신 치료시설에서 치료받고 있는 환자 6만 5천 3백여 명, 본인 의사와 달리 강제 입원했다는 사람이 9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멀쩡한 채로 강제 입원했는 지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정백향(정신병원 피해자 모임대표) : "강제 입원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이런 잘못된 법에 의해서 단 한명의 억울한 피해자라도 발생을 해선 안됩니다."

어느날 갑자기 정신병원에 끌려간뒤 후유증에 평생 시달리는 사람들, 제도적인 허점 보완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서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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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 입원 제도’ 악용
    • 입력 2008-09-02 21:17:10
    뉴스 9
<앵커 멘트> 정신병원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를 고발하는 연속기획, 오늘은 현행법을 악용해 멀쩡한 사람을 강제 입원시키는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서지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43살 김모 씨는 지난 5월 집에서 잠을 자다 끔찍한 일을 당했습니다. 건장한 남성 2명이 느닷없이 들이닥쳐 김 씨를 묶더니 정신 병원에 끌고간 것입니다. <녹취> 김모 씨(가명) : "손을 뒤로 꺾어서 묶고요. 팔부러져도 괜찮으니까 확 제껴가지고..." 멀쩡한 김 씨를 정신 병원에 입원시킨 건 다름아닌 김 씨의 동거녀입니다. 동거녀는 김 씨가 물려받은 유산 천 7백여만 원을 가로챈 뒤 어디론가 잠적했습니다. 김 씨는 결국 실제 보호자인 누나의 도움으로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취재진이 한 민간 이송업체에게 환자 이송을 요청해봤습니다.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기도 전에, 대뜸 입원부터 시키라고 권유합니다. <녹취> 민간이송업체 관계자 : "지금 가시면 입원부터 하시고...(상담 안하고 입원부터 해요?) 환자분은 입원하시면서 보호자는 상담하시는거에요." 이송된 곳은 경기도의 한 정신병원, 원장은 곧 산후우울증이라고 진단한뒤 입원하라고 권유합니다. <녹취> 정신과 원장 : "입원하면서 안정하시면서 심리검사 하고 산후우울증이라는게 치료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입원 안하기로 했잖아요.)" 병원측은 본인 동의 없이도 입원을 시킬 수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정신과 원장 : "(본인이 거부해도 입원할 수 있어요?) 그럴만한 사유되면 입원시킬 수 있어요." 취재진은 또 다른 병원에 미성년자도 부모를 입원시킬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녹취> 병원관계자 : "(전에 대전에 있는 병원 알아봤는데 미성년자라서 안된다고 하셔서... 상관없어요. 다른 보호자가 주변에 없으니까 상관없으니 오셔도 된다고..." 현행법상 보호자 한사람의 동의만 있으면 손쉽게 가족을 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실제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정신 치료시설에서 치료받고 있는 환자 6만 5천 3백여 명, 본인 의사와 달리 강제 입원했다는 사람이 9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멀쩡한 채로 강제 입원했는 지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정백향(정신병원 피해자 모임대표) : "강제 입원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이런 잘못된 법에 의해서 단 한명의 억울한 피해자라도 발생을 해선 안됩니다." 어느날 갑자기 정신병원에 끌려간뒤 후유증에 평생 시달리는 사람들, 제도적인 허점 보완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서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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