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 위해 ‘환자 돌리기’

입력 2008.09.03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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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신병원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사례를 고발하는 연속기획, 오늘은 일부 정신병원들이 돈벌이를 위해 환자를 멋대로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황당한 관행을 취재했습니다.

남승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김모 씨는 2년 전부터 정신 질환을 앓는 60대 친형을 대구 시내의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뒤 돌봐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형이 갑자기 환자 30여명과 함께 경북에 있는 다른 정신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인터뷰>환자 보호자 : "수리해야 되는데, 한 달 동안 가 있으면 다시 데리고 올 수 있다고 하더라고"

국가 인권 위원회의 조사결과 김씨 형이 새로 입원한 병원은 당시 정신보건법상 환자를 옮길 때 꼭 필요한 보호자 동의서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병원 측은 당시 보호자들로부터 일일이 동의서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고 항변합니다.

<인터뷰>병원 관계자 : "보호자가 있는 경우 다들 어렵게 생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연락은 다 하지만"

지난 5월 이모씨는 치매에 걸린 남편 김모씨를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그런데 이씨는 두 달 전 병원에 갔다가 남편의 병상이 빈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병원측이 전혀 알리지도 않은 채 남편을 다른 요양병원으로 옮긴 겁니다.

<인터뷰>이모 씨(환자 보호자) : "갔더니 환자가 없어졌어요. 그래서 간병인에게 물어봐도 그냥 화를 벌컥 내면서, 나는 모른다고 그래요"

병원 측은 김 씨를 보호자 없는 환자로 착각했다고 해명합니다.

<인터뷰>병원 관계자 : "저희 쪽에 간병인 일손이 다 딸려서, 남는 일손이 없어서 다른 병원을 알아보다가 전원 시키는 절차 과정에서 착오로 인해서"

이처럼 보호자 동의 없이 환자를 옮기는 건 병원의 잇속 챙기기가 주된 이유입니다.

정신 질환자의 75%는 저소득층으로 정부가 입원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의료 급여 대상자입니다.

그런데 입원뒤 6개월이 지나면 지원비가 6개월 단위로 3%, 4%씩 줄어듭니다.

이러다보니 병원들이 입원 뒤 반 년이 되기 전에 환자를 퇴원시켜 다른 병원에 보냈다가 얼마 있다 새 환자인 것처럼 다시 데려온다는 것입니다.

<인터뷰>전직 정신병원 간호사 : "6개월 다 됐어요, 그럼 다른 병원에 잠깐 한 1주일간 입원하는 거에요. 입원해놓고 다시 서류상으로는 새 환자죠. 다시 오니까, 1주일 있다가"

병원들이 운영상의 편의를 위해 환자를 돌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인터뷰>홍선미(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치료를 받는 환자의 입장이라기 보다는 병원의 운영상의 목적이 크다는 게 가장 큰 문제고, 환자의 치료나 보호의 질이 아닌 다른 의도에 의해 판단 됐다는"

인권위는 환자를 임의로 옮기는 정신의료기관에 대해 관할 기관들이 특별감사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남승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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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벌이 위해 ‘환자 돌리기’
    • 입력 2008-09-03 21:16:21
    뉴스 9
<앵커 멘트> 정신병원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사례를 고발하는 연속기획, 오늘은 일부 정신병원들이 돈벌이를 위해 환자를 멋대로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황당한 관행을 취재했습니다. 남승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김모 씨는 2년 전부터 정신 질환을 앓는 60대 친형을 대구 시내의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뒤 돌봐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형이 갑자기 환자 30여명과 함께 경북에 있는 다른 정신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인터뷰>환자 보호자 : "수리해야 되는데, 한 달 동안 가 있으면 다시 데리고 올 수 있다고 하더라고" 국가 인권 위원회의 조사결과 김씨 형이 새로 입원한 병원은 당시 정신보건법상 환자를 옮길 때 꼭 필요한 보호자 동의서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병원 측은 당시 보호자들로부터 일일이 동의서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고 항변합니다. <인터뷰>병원 관계자 : "보호자가 있는 경우 다들 어렵게 생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연락은 다 하지만" 지난 5월 이모씨는 치매에 걸린 남편 김모씨를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그런데 이씨는 두 달 전 병원에 갔다가 남편의 병상이 빈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병원측이 전혀 알리지도 않은 채 남편을 다른 요양병원으로 옮긴 겁니다. <인터뷰>이모 씨(환자 보호자) : "갔더니 환자가 없어졌어요. 그래서 간병인에게 물어봐도 그냥 화를 벌컥 내면서, 나는 모른다고 그래요" 병원 측은 김 씨를 보호자 없는 환자로 착각했다고 해명합니다. <인터뷰>병원 관계자 : "저희 쪽에 간병인 일손이 다 딸려서, 남는 일손이 없어서 다른 병원을 알아보다가 전원 시키는 절차 과정에서 착오로 인해서" 이처럼 보호자 동의 없이 환자를 옮기는 건 병원의 잇속 챙기기가 주된 이유입니다. 정신 질환자의 75%는 저소득층으로 정부가 입원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의료 급여 대상자입니다. 그런데 입원뒤 6개월이 지나면 지원비가 6개월 단위로 3%, 4%씩 줄어듭니다. 이러다보니 병원들이 입원 뒤 반 년이 되기 전에 환자를 퇴원시켜 다른 병원에 보냈다가 얼마 있다 새 환자인 것처럼 다시 데려온다는 것입니다. <인터뷰>전직 정신병원 간호사 : "6개월 다 됐어요, 그럼 다른 병원에 잠깐 한 1주일간 입원하는 거에요. 입원해놓고 다시 서류상으로는 새 환자죠. 다시 오니까, 1주일 있다가" 병원들이 운영상의 편의를 위해 환자를 돌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인터뷰>홍선미(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치료를 받는 환자의 입장이라기 보다는 병원의 운영상의 목적이 크다는 게 가장 큰 문제고, 환자의 치료나 보호의 질이 아닌 다른 의도에 의해 판단 됐다는" 인권위는 환자를 임의로 옮기는 정신의료기관에 대해 관할 기관들이 특별감사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남승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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