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토막난 펀드…투자자 “내 돈 어떡해”
입력 2008.10.27 (08:44)
수정 2008.10.2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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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신 분들 파란 색만 봐도 경기 일으킨다고 하던데요, 이제는 분노를 넘어 화낼 힘마저 없어졌다고 말들 합니다.
이사 비용, 자녀 학비를 마련하려고 펀드 열풍에 떠밀려 들어갔다가 원금마저 날려버린 서민들의 허탈감을 들어봤습니다.
정지주 기자! 3-40%의 원금 손실은 양반이라구요?
<리포트>
네, 속이 타 들어간다는 표현이 딱 맞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부터 펀드 열풍이 불면서 이미 1가구 1펀드 시대를 훌쩍 뛰어넘었는데요, 그러다보니 이번에 손해를 보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대부분 결혼이나 이사, 노후보장에 대비해,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펀드를 들었던 사람들은, 원금조차 반토막이 나면서 막막한 심정입니다.
이 중에는, 원금이 확실히 보장되고 안전한 상품이라는 금융회사 측의 과대광고에 속았다고 분통을 터트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요, 이 때문에 인터넷 사이트에는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카페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안산에 사는 안모씨는 지난 2005년 처음으로 펀드에 가입했습니다. 펀드나 주식에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예금처럼 안전하고 원금이 다 보장된다는 은행 직원의 말에 안심하고 가입했다고 합니다.
<녹취> 안○○ (펀드가입자) : “저 같은 경우는 나중에 미래에 집을 옮기려고 집을 넓힐 때 쓰려고 모았던 돈이죠.”
하지만 올해 상반기부터 손실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뒤늦게 펀드를 해지했지만 이미 원금은 반토막이 난 뒤였습니다.
<녹취> 안○○ (펀드가입자) : “4,500만 원에 가입해서 2,500만 원 받았어요. 반이 다 나간 거죠. 이거는 말도 안 된다, 어떻게 이렇게 빠질 수가 있느냐...”
은행이 가입을 권유할 때 말해줬던 것과 전혀 다른 상황에 안씨는 화를 내며 항의했지만, 무성의한 답변만 돌아왔다고 합니다.
<녹취> 안○○ (펀드가입자) :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나가는 거예요. 소송해서 찾아가라, 피해보셨으면 소송해서 찾아가라...”
알뜰살뜰 모은 돈이 한 순간에 사라진 상황에, 정씨의 부인도 허탈할 뿐입니다.
<녹취> 손00 (펀드가입자 부인) : “남들 유명상표 옷 사 입을 때 애들 단 한 번 유명상표 옷 사 준 적 없었고, 애들 아빠 옷 살 때 몇만 원 이상 쓰는 걸 이해를 못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 돈 가지고 애들이나 잘 먹이고 애들 좋은 옷 사 입히고 여행 갔으면 즐겁게나 살았겠다...”
한모씨도 같은 상품에 가입했다 큰 손해를 봤습니다. 원금이 거의 다 사라지다시피 했는데, 가족들은 모르는 일이라 혼자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습니다.
<녹취> 한○○ (펀드가입자) : “1,400만 원 정도 입금해서 190만 원 정도 남았어요. 여러 통장에 있던 거 모아서 중간에 깬 것도 있고, 여기에 들려고. 가족이 몰라요. 말을 못하고 있죠.”
이사비용을 마련하려고 펀드에 가입했다는 한씨. 한씨 역시, 확정금리가 적용되고 원금손실이 전혀 없는 안전한 상품이라는 은행 직원 말을 믿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막상 돈을 찾으려 하자 지금 돈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대신 대출을 권했는데, 이것이 더 한씨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녹취> 한○○ (펀드가입자) : “(들어간 펀드 금액을) 담보로 해서 대출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더 황당했던 거는 이게 알고 보니까 담보대출이 아니라 신용대출로 자기들이 바꿨더라고요.”
원금을 잃고, 대출이자까지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인 한씨는, 환매조차 할 수 없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녹취> 한○○ (펀드가입자) : “계속 신경 쓰이고 잠도 잘 안 오고, 어느 때는 너무 황당해서 헛웃음만 나와요, 미친 사람처럼. 우리 같은 사람들 어떻게 살아야 할지, 푼푼이 모아서 진짜...”
현재 한씨와 안씨는, 해당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런 식으로 금융회사의 과대광고 때문에 손실을 봤다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는 10여개나 됩니다.
우리나라에 펀드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쯤이죠. 현재 국내외 주식형 펀드 계좌수는 1784만여개로, 이미 1가구 1펀드 시대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펀드 때문에 손해를 본 사람은 부지기수인데요,
결혼 자금을 모으려고 펀드를 시작한 신봉숙씨는, 반토막난 펀드를 보면 한숨밖에 나오는 게 없습니다.
<인터뷰> 신봉숙 (펀드가입자) : “지금 거의 한 3~40% 정도 하락한 거 같아요. 지금 너무 막막해요. 지금 결혼자금이고, 따로 적금 든 게 없고 펀드로만 들어 있거든요. 이 수익률이 떨어지면 제 결혼자금도 문제고 앞으로 생활자금이나...”
올해 초 회사 생활을 시작한 김모씨는, 월급에서 생활비만 제외한 나머지 돈을 펀드와 주식, 적금에 나눠 넣었습니다. 분산 투자를 한 덕분에, 상대적으로 손실이 크진 않지만, 그래도 환매시기를 놓쳤다는 생각에 속이 상합니다.
<녹취> 김○○ (펀드가입자) : “제가 많은 돈을 버는 게 아니니까 그냥 목돈 식으로 나중에 결혼할 수도 있고 돈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그걸 모으려고... 짜증이 나죠. 좀 답답하고, 후회가 많이 되죠.”
김씨와 이씨는, 처참하게 떨어진 수익률에 차마 환매도 못하고, 증시가 좋아지길 바랄 뿐이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지난 주 금요일, 코스피 지수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1000대가 깨졌고, 코스닥 지수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주식 투자를 오래 해 왔다는 이모씨는 이런 상황은 처음 본다며 혀를 찼습니다.
<녹취> 이○○ (주식 투자자) : “(IMF 때 보다) 더 심각합니다. 공포에요. 한 4천만 원을 가지고 왔는데 2천1~2백만 원 정도 밖에 안 남았어요.”
객장은 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겨 썰렁했습니다. 대신 고객들의 항의로 전화통에 불이 나고 있었는데요,
<녹취> 증권사 직원 : “(고객들이) 뭐라고 하실 거 같아요? 돈 많이 손해 보셨는데 욕하시겠죠, 저희한테. 미친X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증권사 직원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증권회사 2년차인 임모씨는, 본인이 투자한 돈이 반토막이 난 것도 속상하지만 그보다 영업 스트레스가 더 크다고 합니다.
<녹취> 임○○ (증권사 직원) : “저희는 이렇게 장이 빠져도 손 놓고 있을 수가 없잖아요. 일정 부분 회사에서 요구하는 실적을 올려야 하는 부분도 있고, 저희는 아무래도 실적베이스라고 해서 임금체계가 결정되는 부분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증권사에 대규모 감원설까지 돌면서 임씨는 회사에 나가는 것 자체가 고역일 정도라는데요,
<녹취> 임○○ (증권사 직원) : “진짜 직장 문을 닫고 싶을 정도의 그런 분위기라서... (요즘) 증권사 다닌다는 것을 숨기고 싶어요.”
각종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는 손실을 입었다고 하소연하거나 환매 여부를 묻는 개인 투자자들의 글이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결혼 자금을 위해, 이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자식들 학자금 때문에, 노후 대책용으로... 앞날을 대비하기 위해 월급을 쪼개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 하지만 주식 폭락과 함께 원금조차 반토막이 나면서, 마음속에 품었던 꿈조차 무너지고 말았는데요, 게다가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해, 서민들의 삶은 한층 더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요즘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신 분들 파란 색만 봐도 경기 일으킨다고 하던데요, 이제는 분노를 넘어 화낼 힘마저 없어졌다고 말들 합니다.
이사 비용, 자녀 학비를 마련하려고 펀드 열풍에 떠밀려 들어갔다가 원금마저 날려버린 서민들의 허탈감을 들어봤습니다.
정지주 기자! 3-40%의 원금 손실은 양반이라구요?
<리포트>
네, 속이 타 들어간다는 표현이 딱 맞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부터 펀드 열풍이 불면서 이미 1가구 1펀드 시대를 훌쩍 뛰어넘었는데요, 그러다보니 이번에 손해를 보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대부분 결혼이나 이사, 노후보장에 대비해,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펀드를 들었던 사람들은, 원금조차 반토막이 나면서 막막한 심정입니다.
이 중에는, 원금이 확실히 보장되고 안전한 상품이라는 금융회사 측의 과대광고에 속았다고 분통을 터트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요, 이 때문에 인터넷 사이트에는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카페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안산에 사는 안모씨는 지난 2005년 처음으로 펀드에 가입했습니다. 펀드나 주식에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예금처럼 안전하고 원금이 다 보장된다는 은행 직원의 말에 안심하고 가입했다고 합니다.
<녹취> 안○○ (펀드가입자) : “저 같은 경우는 나중에 미래에 집을 옮기려고 집을 넓힐 때 쓰려고 모았던 돈이죠.”
하지만 올해 상반기부터 손실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뒤늦게 펀드를 해지했지만 이미 원금은 반토막이 난 뒤였습니다.
<녹취> 안○○ (펀드가입자) : “4,500만 원에 가입해서 2,500만 원 받았어요. 반이 다 나간 거죠. 이거는 말도 안 된다, 어떻게 이렇게 빠질 수가 있느냐...”
은행이 가입을 권유할 때 말해줬던 것과 전혀 다른 상황에 안씨는 화를 내며 항의했지만, 무성의한 답변만 돌아왔다고 합니다.
<녹취> 안○○ (펀드가입자) :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나가는 거예요. 소송해서 찾아가라, 피해보셨으면 소송해서 찾아가라...”
알뜰살뜰 모은 돈이 한 순간에 사라진 상황에, 정씨의 부인도 허탈할 뿐입니다.
<녹취> 손00 (펀드가입자 부인) : “남들 유명상표 옷 사 입을 때 애들 단 한 번 유명상표 옷 사 준 적 없었고, 애들 아빠 옷 살 때 몇만 원 이상 쓰는 걸 이해를 못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 돈 가지고 애들이나 잘 먹이고 애들 좋은 옷 사 입히고 여행 갔으면 즐겁게나 살았겠다...”
한모씨도 같은 상품에 가입했다 큰 손해를 봤습니다. 원금이 거의 다 사라지다시피 했는데, 가족들은 모르는 일이라 혼자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습니다.
<녹취> 한○○ (펀드가입자) : “1,400만 원 정도 입금해서 190만 원 정도 남았어요. 여러 통장에 있던 거 모아서 중간에 깬 것도 있고, 여기에 들려고. 가족이 몰라요. 말을 못하고 있죠.”
이사비용을 마련하려고 펀드에 가입했다는 한씨. 한씨 역시, 확정금리가 적용되고 원금손실이 전혀 없는 안전한 상품이라는 은행 직원 말을 믿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막상 돈을 찾으려 하자 지금 돈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대신 대출을 권했는데, 이것이 더 한씨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녹취> 한○○ (펀드가입자) : “(들어간 펀드 금액을) 담보로 해서 대출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더 황당했던 거는 이게 알고 보니까 담보대출이 아니라 신용대출로 자기들이 바꿨더라고요.”
원금을 잃고, 대출이자까지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인 한씨는, 환매조차 할 수 없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녹취> 한○○ (펀드가입자) : “계속 신경 쓰이고 잠도 잘 안 오고, 어느 때는 너무 황당해서 헛웃음만 나와요, 미친 사람처럼. 우리 같은 사람들 어떻게 살아야 할지, 푼푼이 모아서 진짜...”
현재 한씨와 안씨는, 해당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런 식으로 금융회사의 과대광고 때문에 손실을 봤다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는 10여개나 됩니다.
우리나라에 펀드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쯤이죠. 현재 국내외 주식형 펀드 계좌수는 1784만여개로, 이미 1가구 1펀드 시대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펀드 때문에 손해를 본 사람은 부지기수인데요,
결혼 자금을 모으려고 펀드를 시작한 신봉숙씨는, 반토막난 펀드를 보면 한숨밖에 나오는 게 없습니다.
<인터뷰> 신봉숙 (펀드가입자) : “지금 거의 한 3~40% 정도 하락한 거 같아요. 지금 너무 막막해요. 지금 결혼자금이고, 따로 적금 든 게 없고 펀드로만 들어 있거든요. 이 수익률이 떨어지면 제 결혼자금도 문제고 앞으로 생활자금이나...”
올해 초 회사 생활을 시작한 김모씨는, 월급에서 생활비만 제외한 나머지 돈을 펀드와 주식, 적금에 나눠 넣었습니다. 분산 투자를 한 덕분에, 상대적으로 손실이 크진 않지만, 그래도 환매시기를 놓쳤다는 생각에 속이 상합니다.
<녹취> 김○○ (펀드가입자) : “제가 많은 돈을 버는 게 아니니까 그냥 목돈 식으로 나중에 결혼할 수도 있고 돈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그걸 모으려고... 짜증이 나죠. 좀 답답하고, 후회가 많이 되죠.”
김씨와 이씨는, 처참하게 떨어진 수익률에 차마 환매도 못하고, 증시가 좋아지길 바랄 뿐이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지난 주 금요일, 코스피 지수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1000대가 깨졌고, 코스닥 지수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주식 투자를 오래 해 왔다는 이모씨는 이런 상황은 처음 본다며 혀를 찼습니다.
<녹취> 이○○ (주식 투자자) : “(IMF 때 보다) 더 심각합니다. 공포에요. 한 4천만 원을 가지고 왔는데 2천1~2백만 원 정도 밖에 안 남았어요.”
객장은 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겨 썰렁했습니다. 대신 고객들의 항의로 전화통에 불이 나고 있었는데요,
<녹취> 증권사 직원 : “(고객들이) 뭐라고 하실 거 같아요? 돈 많이 손해 보셨는데 욕하시겠죠, 저희한테. 미친X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증권사 직원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증권회사 2년차인 임모씨는, 본인이 투자한 돈이 반토막이 난 것도 속상하지만 그보다 영업 스트레스가 더 크다고 합니다.
<녹취> 임○○ (증권사 직원) : “저희는 이렇게 장이 빠져도 손 놓고 있을 수가 없잖아요. 일정 부분 회사에서 요구하는 실적을 올려야 하는 부분도 있고, 저희는 아무래도 실적베이스라고 해서 임금체계가 결정되는 부분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증권사에 대규모 감원설까지 돌면서 임씨는 회사에 나가는 것 자체가 고역일 정도라는데요,
<녹취> 임○○ (증권사 직원) : “진짜 직장 문을 닫고 싶을 정도의 그런 분위기라서... (요즘) 증권사 다닌다는 것을 숨기고 싶어요.”
각종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는 손실을 입었다고 하소연하거나 환매 여부를 묻는 개인 투자자들의 글이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결혼 자금을 위해, 이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자식들 학자금 때문에, 노후 대책용으로... 앞날을 대비하기 위해 월급을 쪼개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 하지만 주식 폭락과 함께 원금조차 반토막이 나면서, 마음속에 품었던 꿈조차 무너지고 말았는데요, 게다가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해, 서민들의 삶은 한층 더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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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08-10-27 08: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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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신 분들 파란 색만 봐도 경기 일으킨다고 하던데요, 이제는 분노를 넘어 화낼 힘마저 없어졌다고 말들 합니다.
이사 비용, 자녀 학비를 마련하려고 펀드 열풍에 떠밀려 들어갔다가 원금마저 날려버린 서민들의 허탈감을 들어봤습니다.
정지주 기자! 3-40%의 원금 손실은 양반이라구요?
<리포트>
네, 속이 타 들어간다는 표현이 딱 맞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부터 펀드 열풍이 불면서 이미 1가구 1펀드 시대를 훌쩍 뛰어넘었는데요, 그러다보니 이번에 손해를 보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대부분 결혼이나 이사, 노후보장에 대비해,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펀드를 들었던 사람들은, 원금조차 반토막이 나면서 막막한 심정입니다.
이 중에는, 원금이 확실히 보장되고 안전한 상품이라는 금융회사 측의 과대광고에 속았다고 분통을 터트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요, 이 때문에 인터넷 사이트에는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카페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안산에 사는 안모씨는 지난 2005년 처음으로 펀드에 가입했습니다. 펀드나 주식에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예금처럼 안전하고 원금이 다 보장된다는 은행 직원의 말에 안심하고 가입했다고 합니다.
<녹취> 안○○ (펀드가입자) : “저 같은 경우는 나중에 미래에 집을 옮기려고 집을 넓힐 때 쓰려고 모았던 돈이죠.”
하지만 올해 상반기부터 손실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뒤늦게 펀드를 해지했지만 이미 원금은 반토막이 난 뒤였습니다.
<녹취> 안○○ (펀드가입자) : “4,500만 원에 가입해서 2,500만 원 받았어요. 반이 다 나간 거죠. 이거는 말도 안 된다, 어떻게 이렇게 빠질 수가 있느냐...”
은행이 가입을 권유할 때 말해줬던 것과 전혀 다른 상황에 안씨는 화를 내며 항의했지만, 무성의한 답변만 돌아왔다고 합니다.
<녹취> 안○○ (펀드가입자) :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나가는 거예요. 소송해서 찾아가라, 피해보셨으면 소송해서 찾아가라...”
알뜰살뜰 모은 돈이 한 순간에 사라진 상황에, 정씨의 부인도 허탈할 뿐입니다.
<녹취> 손00 (펀드가입자 부인) : “남들 유명상표 옷 사 입을 때 애들 단 한 번 유명상표 옷 사 준 적 없었고, 애들 아빠 옷 살 때 몇만 원 이상 쓰는 걸 이해를 못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 돈 가지고 애들이나 잘 먹이고 애들 좋은 옷 사 입히고 여행 갔으면 즐겁게나 살았겠다...”
한모씨도 같은 상품에 가입했다 큰 손해를 봤습니다. 원금이 거의 다 사라지다시피 했는데, 가족들은 모르는 일이라 혼자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습니다.
<녹취> 한○○ (펀드가입자) : “1,400만 원 정도 입금해서 190만 원 정도 남았어요. 여러 통장에 있던 거 모아서 중간에 깬 것도 있고, 여기에 들려고. 가족이 몰라요. 말을 못하고 있죠.”
이사비용을 마련하려고 펀드에 가입했다는 한씨. 한씨 역시, 확정금리가 적용되고 원금손실이 전혀 없는 안전한 상품이라는 은행 직원 말을 믿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막상 돈을 찾으려 하자 지금 돈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대신 대출을 권했는데, 이것이 더 한씨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녹취> 한○○ (펀드가입자) : “(들어간 펀드 금액을) 담보로 해서 대출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더 황당했던 거는 이게 알고 보니까 담보대출이 아니라 신용대출로 자기들이 바꿨더라고요.”
원금을 잃고, 대출이자까지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인 한씨는, 환매조차 할 수 없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녹취> 한○○ (펀드가입자) : “계속 신경 쓰이고 잠도 잘 안 오고, 어느 때는 너무 황당해서 헛웃음만 나와요, 미친 사람처럼. 우리 같은 사람들 어떻게 살아야 할지, 푼푼이 모아서 진짜...”
현재 한씨와 안씨는, 해당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런 식으로 금융회사의 과대광고 때문에 손실을 봤다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는 10여개나 됩니다.
우리나라에 펀드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쯤이죠. 현재 국내외 주식형 펀드 계좌수는 1784만여개로, 이미 1가구 1펀드 시대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펀드 때문에 손해를 본 사람은 부지기수인데요,
결혼 자금을 모으려고 펀드를 시작한 신봉숙씨는, 반토막난 펀드를 보면 한숨밖에 나오는 게 없습니다.
<인터뷰> 신봉숙 (펀드가입자) : “지금 거의 한 3~40% 정도 하락한 거 같아요. 지금 너무 막막해요. 지금 결혼자금이고, 따로 적금 든 게 없고 펀드로만 들어 있거든요. 이 수익률이 떨어지면 제 결혼자금도 문제고 앞으로 생활자금이나...”
올해 초 회사 생활을 시작한 김모씨는, 월급에서 생활비만 제외한 나머지 돈을 펀드와 주식, 적금에 나눠 넣었습니다. 분산 투자를 한 덕분에, 상대적으로 손실이 크진 않지만, 그래도 환매시기를 놓쳤다는 생각에 속이 상합니다.
<녹취> 김○○ (펀드가입자) : “제가 많은 돈을 버는 게 아니니까 그냥 목돈 식으로 나중에 결혼할 수도 있고 돈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그걸 모으려고... 짜증이 나죠. 좀 답답하고, 후회가 많이 되죠.”
김씨와 이씨는, 처참하게 떨어진 수익률에 차마 환매도 못하고, 증시가 좋아지길 바랄 뿐이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지난 주 금요일, 코스피 지수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1000대가 깨졌고, 코스닥 지수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주식 투자를 오래 해 왔다는 이모씨는 이런 상황은 처음 본다며 혀를 찼습니다.
<녹취> 이○○ (주식 투자자) : “(IMF 때 보다) 더 심각합니다. 공포에요. 한 4천만 원을 가지고 왔는데 2천1~2백만 원 정도 밖에 안 남았어요.”
객장은 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겨 썰렁했습니다. 대신 고객들의 항의로 전화통에 불이 나고 있었는데요,
<녹취> 증권사 직원 : “(고객들이) 뭐라고 하실 거 같아요? 돈 많이 손해 보셨는데 욕하시겠죠, 저희한테. 미친X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증권사 직원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증권회사 2년차인 임모씨는, 본인이 투자한 돈이 반토막이 난 것도 속상하지만 그보다 영업 스트레스가 더 크다고 합니다.
<녹취> 임○○ (증권사 직원) : “저희는 이렇게 장이 빠져도 손 놓고 있을 수가 없잖아요. 일정 부분 회사에서 요구하는 실적을 올려야 하는 부분도 있고, 저희는 아무래도 실적베이스라고 해서 임금체계가 결정되는 부분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증권사에 대규모 감원설까지 돌면서 임씨는 회사에 나가는 것 자체가 고역일 정도라는데요,
<녹취> 임○○ (증권사 직원) : “진짜 직장 문을 닫고 싶을 정도의 그런 분위기라서... (요즘) 증권사 다닌다는 것을 숨기고 싶어요.”
각종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는 손실을 입었다고 하소연하거나 환매 여부를 묻는 개인 투자자들의 글이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결혼 자금을 위해, 이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자식들 학자금 때문에, 노후 대책용으로... 앞날을 대비하기 위해 월급을 쪼개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 하지만 주식 폭락과 함께 원금조차 반토막이 나면서, 마음속에 품었던 꿈조차 무너지고 말았는데요, 게다가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해, 서민들의 삶은 한층 더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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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주 기자 jjche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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