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용역 직원 ‘끈질긴 악연’

입력 2009.02.13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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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연속기획 두번째 순서입니다.
오늘은 철거민과 용역직원들은 왜 끝없이 충돌하는지, 노태영 기자가 그 원인을 살펴봅니다.

<리포트>

해머를 몇 번 내리치자 벽이 힘없이 무너집니다.

안에서 다급한 고함 소리가 들립니다.

철거용역이 들어오더니 몸싸움이 벌어지고 철거민을 향해 주먹이 날아듭니다.

<녹취> 철거민 : "들어오자마자 앞에 보인 사람을 일격을 가하면서 들어왔어요. 땅에 한 번 쓰려졌는데 쓰러진 사람을 짓밟는 것까지는 기억이 나요."

용산구에서는 10여 년 전에도 물대포와 화염병이 오가는 등 이번 참사와 비슷한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철거민들과 용역 사이의 이런 마찰은 서울올림픽을 앞둔 80년대 후반 민간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그리고 20년, 용역업체와 조합, 시공사 등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갈등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우선 철거용역업체로서는 세입자들을 빨리 내몰수록 용역비를 빨리 받을 수 있습니다.

<녹취> 용역업체 직원 : "(돈)을 타내려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야 기성이 나오거든요. 돈이. 우리도 처자식이 있고."

철거 속도에 예민하기는 조합 측도 마찬가집니다.

재개발이 시작되면 조합은 조합운영비와 세입자 대책비, 조합원 이주비 등을 은행 등으로부터 빌려야만 합니다.

철거가 늦어질수록 이자비용이 늘어납니다.

<녹취> 조합 관계자 : "그때가 언젠데 아직 철거를 못하고 있느냐는 전화가 (조합원들로부터) 계속 오는데..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만..."

조합과 시공사를 축으로 수익성을 쫓을 수 밖에 없는 민간 위주의 재개발 방식이 문제되는 이윱니다.

<인터뷰> 참여연대(김남근 변호사) : "강남 대체용의 재개발, 경기 부양식의 재개발을 추구하다보니 수익성만 좇게 된다."

각 이해주체들이 개발사업의 속도와 효율성에만 집중하는 상황속에서 용역업체와 철거민들의 격렬한 충돌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KBS 뉴스 노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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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거민-용역 직원 ‘끈질긴 악연’
    • 입력 2009-02-13 21:17:09
    뉴스 9
<앵커 멘트>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연속기획 두번째 순서입니다. 오늘은 철거민과 용역직원들은 왜 끝없이 충돌하는지, 노태영 기자가 그 원인을 살펴봅니다. <리포트> 해머를 몇 번 내리치자 벽이 힘없이 무너집니다. 안에서 다급한 고함 소리가 들립니다. 철거용역이 들어오더니 몸싸움이 벌어지고 철거민을 향해 주먹이 날아듭니다. <녹취> 철거민 : "들어오자마자 앞에 보인 사람을 일격을 가하면서 들어왔어요. 땅에 한 번 쓰려졌는데 쓰러진 사람을 짓밟는 것까지는 기억이 나요." 용산구에서는 10여 년 전에도 물대포와 화염병이 오가는 등 이번 참사와 비슷한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철거민들과 용역 사이의 이런 마찰은 서울올림픽을 앞둔 80년대 후반 민간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그리고 20년, 용역업체와 조합, 시공사 등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갈등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우선 철거용역업체로서는 세입자들을 빨리 내몰수록 용역비를 빨리 받을 수 있습니다. <녹취> 용역업체 직원 : "(돈)을 타내려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야 기성이 나오거든요. 돈이. 우리도 처자식이 있고." 철거 속도에 예민하기는 조합 측도 마찬가집니다. 재개발이 시작되면 조합은 조합운영비와 세입자 대책비, 조합원 이주비 등을 은행 등으로부터 빌려야만 합니다. 철거가 늦어질수록 이자비용이 늘어납니다. <녹취> 조합 관계자 : "그때가 언젠데 아직 철거를 못하고 있느냐는 전화가 (조합원들로부터) 계속 오는데..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만..." 조합과 시공사를 축으로 수익성을 쫓을 수 밖에 없는 민간 위주의 재개발 방식이 문제되는 이윱니다. <인터뷰> 참여연대(김남근 변호사) : "강남 대체용의 재개발, 경기 부양식의 재개발을 추구하다보니 수익성만 좇게 된다." 각 이해주체들이 개발사업의 속도와 효율성에만 집중하는 상황속에서 용역업체와 철거민들의 격렬한 충돌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KBS 뉴스 노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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