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에이즈 경각심 높인다

입력 2009.03.2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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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국내에서 한 에이즈 환자의 무분별한 성행위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습니다만 동남아 최대의 에이즈 감염국인 태국도 국가적 안전망이 부실해 감염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체인구의 약 2%, 백 10 만 명이 에이즈 환자인데다 해마다 만 천여 명이 새로 에이즈에 감염되면서 이른바 에이즈 마을이 20여개가 생겨 났다고 하는데요. 에이즈 환자들에게는 차별이나 냉대없는 도피처가 되고, 일반인들에게는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태국의 에이즈 마을을 김철민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국 중부 내륙 오지인 롭부리 지방.

외부인들에겐 원숭이 관광으로 더 유명한 곳입니다.
여기서 시골길을 따라 약 백 km 를 더 들어가면 한적한 농촌 마을이 나옵니다.
겉으론 평범해 보이는 이 시골 마을엔 외부인들 출입이 엄격히 제한돼 있습니다.
에이즈 환자들만 모여사는 일명 에이즈 마을입니다 마을 내부엔 학교와 병원, 유치원,식당 등 주민들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들이 갖춰져 있습니다.
이 마을에서 6 년째 살고 있는 사와이 씨는 에이즈 환자입니다. 운전기사였던 사와이씨는 6 년전 윤락 여성을 통해 에이즈에 감염됐습니다. 당시엔 에이즈에 감염된 걸 몰랐기 때문에, 결국 부인에게 전염됐고, 6 살배기 아들은 선천성 에이즈 환자가 됐습니다. 에이즈 가족이란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자 이웃들의 따가운 눈총과 냉대를 견디지 못하고 이곳으로 들어왔습니다.

<인터뷰> 사와이 (AIDS 환자) : "밖에선 저를 모두 싫어했습니다. 직장 동료들도 제가 AIDS 환자란 걸 알기 때문에 다들 싫어했죠“

이 마을엔 사와이 씨처럼 가족 모두가 에이즈에 걸린 이른바 에이즈 가족 50 여 가구 백 여명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밭을 일구고 소를 키우며 외부인들처럼 각자 생업을 갖고 자립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똑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처지라서 차별이나 냉대없이 화목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인터뷰> 위라왓 (AIDS 환자) : "여기 사람들은 다 친절합니다.무슨 문제가 생기거나 아프면 서로 도와주죠“

마을안 학교에선 초롱 초롱 호기심에 빛나는 학생들이 학업에 열중입니다.이들중 상당수는 에이즈 환자인 엄마에게 수직 감염된 선천성 에이즈 환자들입니다. 올해 11 살인 수치라 양 역시 태어날 때부터 에이즈에 걸렸습니다. 5 년째 이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왕따나 차별같은 것은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수치라 (선천성 AIDS 환자) : "여긴 친구도 많고, 도와주는 분들도 많아서 좋아요 "

수치라 양은 3 년전 엄마 아빠가 모두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수치라 양 같은 에이즈 고아들을 이 마을에선 심심찮게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에이즈 고아들은 마을안에 마련된 고아원에서 공동 생활을 합니다. 3 살배기 코흘리개부터 18 살 고등학생까지 약 80 여명의 에이즈 고아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가 모두 에이즈로 숨진 에이즈 고아 80 여명 가운데 약 60 여명이 선천성 에이즈 환자들입니다.

<인터뷰> 워라수다 (고아원장) : "어떤 애들은 친척들이 데려 와서 버리고 갔고, 어떤 애는 AIDS 환자인 부모와 같이 왔다가, 부모가 먼저 죽었어요 "

이들은 정기적으로 항바이러스 약물을 먹지 않으면 건강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매 끼니때마다 이렇게 규칙적으로 항 바이러스 약물을 복용해야 합니다.

<인터뷰> 영양사 : "AIDS 환자들은 발효음식이나 해산물,소고기,내장 등 자극성 음식은 먹을 수 없어요"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 약물 공급, 3 박자가 고루 갖춰지지 않으면 금새 면역력이 떨어져 치명적인 에이즈 합병증에 걸리게 됩니다.

이렇게 규칙적인 운동과 약물 공급으로 10 년 넘게 정상인처럼 사는 어린이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7-8 년을 넘기지 못한다고 합니다.

상태가 심각한 환자들은 마을 인근 사원에 마련된 병원에서 따로 요양 치료를 받습니다. 에이즈 바이러스가 신체 곳곳에 침투해 치명적인 합병증을 앓고 있는 에이즈 말기 환자들이 대부분입니다. 거동조차 힘들고 숨쉬기도 힘겨워 보일 정도로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이 앙상한 뼈대를 드러낸 채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습니다.

<인터뷰> 솜차이 (AIDS 말기 환자) : "열이 나서 목욕도 못해요. 늘 머리가 아프고, 온 몸이 가려워요"

이곳에서 극진한 간호와 약물치료를 통해 다시 건강이 호전되는 기적적인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에이즈 때문에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40 대 주부 시리위몬 씨는 여느 정상인 못지 않게 얼굴에 화색이 돌았습니다. 규칙적인 생활과 낙천적인 생각을 통해 에이즈를 잘 극복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시리위몬 (AIDS 환자) : "규칙적인 식사와 충분한 휴식, 희망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해요"

최근엔 에이즈 환자인 새 남자친구를 사귀었고, 곧 결혼도 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렇게 시름 시름 앓다가 이내 숨을 거두게 됩니다.

지난 10 여년간 여기서 생을 마감한 에이즈 환자들이 만 명이 넘습니다. 숨진 에이즈 환자들은 모두 화장을 하게 되며, 유골들은 이렇게 사당에 안치해 놓습니다.

또 일부 시신은 살아 생전 본인 동의를 받아, 미이라를 만들어 놨습니다. 에이즈 환자들 미이라를 전시하는 이유는 외부인들에게 에이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섭니다. 일주일에 수 백 명씩 외부 방문객들이 단체 관람을 하며 에이즈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인터뷰> 위라퐁 (관람객) : "왜 좀 더 조심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AIDS 에 걸리면 주변 인간관계에 많은 문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

이 마을 주민들은 주거와 식사, 교육과 의료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경비가일체 무료입니다. 마을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경비는 외부인들의 기부금을 통해 충당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규칙적으로 제공하는 각종 항바이러스 약물들도 모두 외부의 민간구호 단체에서 기부한 것들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최악의 불경기탓에 외부에서 제공되는 기부금품이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세계적인 불황의 그림자가 이 마을 주민들에겐 곧바로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인터뷰> 아롱콧 스님 (마을 설립자) : "마을 운영을 위해 한 달에 1 억 5 천만원 정도 돈이 듭니다. 시민들께서 기부를 많이 하시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태국엔 현재 약 백 10 만명의 에이즈 환자가 있습니다. 태국 전체 인구의
약 2 % 가 에이즈 환자입니다. 현재 이 마을에 입소를 기다리는 에이즈 환자가 수 천명이 넘습니다. 대부분은 가족,친지, 이웃들에게 철저히 버려진 채 쓸쓸히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에이즈는 이제 통제가 가능한 난치병에 불과하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러나 이는 부유한 나라의 일부 혜택받은 환자들에게나 해당되는 얘깁니다. 에이즈는 여전히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질병 가운데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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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국 에이즈 경각심 높인다
    • 입력 2009-03-22 09:18:20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최근 국내에서 한 에이즈 환자의 무분별한 성행위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습니다만 동남아 최대의 에이즈 감염국인 태국도 국가적 안전망이 부실해 감염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체인구의 약 2%, 백 10 만 명이 에이즈 환자인데다 해마다 만 천여 명이 새로 에이즈에 감염되면서 이른바 에이즈 마을이 20여개가 생겨 났다고 하는데요. 에이즈 환자들에게는 차별이나 냉대없는 도피처가 되고, 일반인들에게는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태국의 에이즈 마을을 김철민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국 중부 내륙 오지인 롭부리 지방. 외부인들에겐 원숭이 관광으로 더 유명한 곳입니다. 여기서 시골길을 따라 약 백 km 를 더 들어가면 한적한 농촌 마을이 나옵니다. 겉으론 평범해 보이는 이 시골 마을엔 외부인들 출입이 엄격히 제한돼 있습니다. 에이즈 환자들만 모여사는 일명 에이즈 마을입니다 마을 내부엔 학교와 병원, 유치원,식당 등 주민들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들이 갖춰져 있습니다. 이 마을에서 6 년째 살고 있는 사와이 씨는 에이즈 환자입니다. 운전기사였던 사와이씨는 6 년전 윤락 여성을 통해 에이즈에 감염됐습니다. 당시엔 에이즈에 감염된 걸 몰랐기 때문에, 결국 부인에게 전염됐고, 6 살배기 아들은 선천성 에이즈 환자가 됐습니다. 에이즈 가족이란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자 이웃들의 따가운 눈총과 냉대를 견디지 못하고 이곳으로 들어왔습니다. <인터뷰> 사와이 (AIDS 환자) : "밖에선 저를 모두 싫어했습니다. 직장 동료들도 제가 AIDS 환자란 걸 알기 때문에 다들 싫어했죠“ 이 마을엔 사와이 씨처럼 가족 모두가 에이즈에 걸린 이른바 에이즈 가족 50 여 가구 백 여명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밭을 일구고 소를 키우며 외부인들처럼 각자 생업을 갖고 자립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똑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처지라서 차별이나 냉대없이 화목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인터뷰> 위라왓 (AIDS 환자) : "여기 사람들은 다 친절합니다.무슨 문제가 생기거나 아프면 서로 도와주죠“ 마을안 학교에선 초롱 초롱 호기심에 빛나는 학생들이 학업에 열중입니다.이들중 상당수는 에이즈 환자인 엄마에게 수직 감염된 선천성 에이즈 환자들입니다. 올해 11 살인 수치라 양 역시 태어날 때부터 에이즈에 걸렸습니다. 5 년째 이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왕따나 차별같은 것은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수치라 (선천성 AIDS 환자) : "여긴 친구도 많고, 도와주는 분들도 많아서 좋아요 " 수치라 양은 3 년전 엄마 아빠가 모두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수치라 양 같은 에이즈 고아들을 이 마을에선 심심찮게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에이즈 고아들은 마을안에 마련된 고아원에서 공동 생활을 합니다. 3 살배기 코흘리개부터 18 살 고등학생까지 약 80 여명의 에이즈 고아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가 모두 에이즈로 숨진 에이즈 고아 80 여명 가운데 약 60 여명이 선천성 에이즈 환자들입니다. <인터뷰> 워라수다 (고아원장) : "어떤 애들은 친척들이 데려 와서 버리고 갔고, 어떤 애는 AIDS 환자인 부모와 같이 왔다가, 부모가 먼저 죽었어요 " 이들은 정기적으로 항바이러스 약물을 먹지 않으면 건강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매 끼니때마다 이렇게 규칙적으로 항 바이러스 약물을 복용해야 합니다. <인터뷰> 영양사 : "AIDS 환자들은 발효음식이나 해산물,소고기,내장 등 자극성 음식은 먹을 수 없어요"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 약물 공급, 3 박자가 고루 갖춰지지 않으면 금새 면역력이 떨어져 치명적인 에이즈 합병증에 걸리게 됩니다. 이렇게 규칙적인 운동과 약물 공급으로 10 년 넘게 정상인처럼 사는 어린이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7-8 년을 넘기지 못한다고 합니다. 상태가 심각한 환자들은 마을 인근 사원에 마련된 병원에서 따로 요양 치료를 받습니다. 에이즈 바이러스가 신체 곳곳에 침투해 치명적인 합병증을 앓고 있는 에이즈 말기 환자들이 대부분입니다. 거동조차 힘들고 숨쉬기도 힘겨워 보일 정도로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이 앙상한 뼈대를 드러낸 채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습니다. <인터뷰> 솜차이 (AIDS 말기 환자) : "열이 나서 목욕도 못해요. 늘 머리가 아프고, 온 몸이 가려워요" 이곳에서 극진한 간호와 약물치료를 통해 다시 건강이 호전되는 기적적인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에이즈 때문에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40 대 주부 시리위몬 씨는 여느 정상인 못지 않게 얼굴에 화색이 돌았습니다. 규칙적인 생활과 낙천적인 생각을 통해 에이즈를 잘 극복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시리위몬 (AIDS 환자) : "규칙적인 식사와 충분한 휴식, 희망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해요" 최근엔 에이즈 환자인 새 남자친구를 사귀었고, 곧 결혼도 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렇게 시름 시름 앓다가 이내 숨을 거두게 됩니다. 지난 10 여년간 여기서 생을 마감한 에이즈 환자들이 만 명이 넘습니다. 숨진 에이즈 환자들은 모두 화장을 하게 되며, 유골들은 이렇게 사당에 안치해 놓습니다. 또 일부 시신은 살아 생전 본인 동의를 받아, 미이라를 만들어 놨습니다. 에이즈 환자들 미이라를 전시하는 이유는 외부인들에게 에이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섭니다. 일주일에 수 백 명씩 외부 방문객들이 단체 관람을 하며 에이즈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인터뷰> 위라퐁 (관람객) : "왜 좀 더 조심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AIDS 에 걸리면 주변 인간관계에 많은 문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 이 마을 주민들은 주거와 식사, 교육과 의료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경비가일체 무료입니다. 마을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경비는 외부인들의 기부금을 통해 충당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규칙적으로 제공하는 각종 항바이러스 약물들도 모두 외부의 민간구호 단체에서 기부한 것들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최악의 불경기탓에 외부에서 제공되는 기부금품이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세계적인 불황의 그림자가 이 마을 주민들에겐 곧바로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인터뷰> 아롱콧 스님 (마을 설립자) : "마을 운영을 위해 한 달에 1 억 5 천만원 정도 돈이 듭니다. 시민들께서 기부를 많이 하시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태국엔 현재 약 백 10 만명의 에이즈 환자가 있습니다. 태국 전체 인구의 약 2 % 가 에이즈 환자입니다. 현재 이 마을에 입소를 기다리는 에이즈 환자가 수 천명이 넘습니다. 대부분은 가족,친지, 이웃들에게 철저히 버려진 채 쓸쓸히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에이즈는 이제 통제가 가능한 난치병에 불과하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러나 이는 부유한 나라의 일부 혜택받은 환자들에게나 해당되는 얘깁니다. 에이즈는 여전히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질병 가운데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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