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굴업도, 자연박물관을 골프장으로?

입력 2009.06.25 (22:05) 수정 2009.06.2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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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화산 폭발로 형성된 서해 굴업도.
아름답기도 하지만 멸종 위기종이 많아 섬 전체가 '자연박물관'으로 불립니다.
그런데 한 기업이 골프장 등을 짓겠다고 나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용태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굴업도, 사람이 누워있는 모습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여의도의 절반 크기로 대부분 해안이 가파른 절벽입니다.

절벽 한쪽에 매가 둥지를 틀었습니다.

막 솜털을 벗은 새끼들에 취재진이 다가가자 어미 매가 바짝 머리 위로 날며 경고음을 보냅니다.

멸종위기종인 매 20여 마리가 살고 있어 국내 최대 서식처로 꼽힙니다.

<인터뷰> 이승기(한국녹색회 정책실장): "그만큼 게네들이 잡아먹을 수 있는 여러가지 먹이사슬이 충분히 있다는 이야기니까, 생태계가 매우 건강한 거죠."

굴업도 북쪽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섬과 섬이 모래사장으로 연결됐습니다.

검은 머리 물떼새가 여유롭게 쉬고 있습니다.

모래 언덕에 둥지를 틀고 알도 낳았습니다.

모래 위에 보이는 깔때기 모양의 작은 구멍은 개미귀신이 파 놓은 개미지옥입니다.

개미가 미끄러지자 개미귀신이 순식간에 잡아챕니다.

개미는 온 힘을 다해 바동거리지만 점점 모래 속에 끌려 들어갑니다.

섬 전체에 개미귀신이 살고 있어 국내 최대 규모 서식첩니다.

멸종위기종인 먹구렁이도 민가 근처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낼 정도로 여기서는 흔합니다.

굴업도는 해안 지형도 독특합니다.

절벽 한쪽이 동그랗게 파여 있습니다.

파도가 아니라 바다의 염분으로 바위가 서서히 녹아내린 지형입니다.

이런 해식와가 150미터가량 대규모로 형성돼 있습니다.

<인터뷰> 이상영(관동대 지형학 교수) : "이렇게 소금기에 의해서 침식된 지형은 여기가 세계적으로 유일할 거고 우리나라에서도 더더욱 유일한 거죠."

해안 사구 뒤쪽에 형성된 사구 습지도 국내에선 드문 곳입니다.

다양한 수생곤충과 민물고기가 살고 있습니다.

섬 주변의 수심이 백 미터로 서해에서 가장 깊은데다가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섬이라서 독특한 기후와 지형 그리고 생태계가 형성됐습니다.

<인터뷰>이상영(교수/ 관동대) : "풀 하나, 작은 돌 하나하나에도 자연사의 역사와 학술적 가치가 모두 다 배어 있어가지고 하나하나 다 모든 것이 자연사 유적입니다."

하지만, 최근 한 기업이 섬의 98%를 매입해서 골프장과 호텔, 요트장 등 위락단지를 만들겠다고 나섰습니다.

<인터뷰> 나영훈(씨엔아이레저산업 부장) : "이왕이면 쾌적하고, 토지이용 계획 자체도 개발지향보다는 보존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생태 해양관광단지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저희들이 더욱 찾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개발 계획대로라면 산이 최대 30미터가량 잘려나가고 섬의 절반이 골프장으로 변합니다.

<인터뷰> 이승기(한국녹색회 정책실장) : "보시다시피 전부 절벽이고 벼랑이잖아요. 벼랑 이외 부분은 전부 깍아내게 됩니다. 그러면 거기에 살고 있는 모든 생태계는 완전히 무너지고 지형도 완전히 변화되는 거죠."

개발업체는 관광지로 개발할 경우 생산유발효과가 6천억 원을 넘는다며 인허가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지금 당장 경제성만 따진다면 저 산을 깎고 숲을 베어서 골프장을 짓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다가 정작 소중한 것을 영원히 잃게 되는 것은 아닌지, 이 자연이 우리 인간을 위해서만 있는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KBS 뉴스 용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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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해 굴업도, 자연박물관을 골프장으로?
    • 입력 2009-06-25 21:14:19
    • 수정2009-06-25 22: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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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화산 폭발로 형성된 서해 굴업도. 아름답기도 하지만 멸종 위기종이 많아 섬 전체가 '자연박물관'으로 불립니다. 그런데 한 기업이 골프장 등을 짓겠다고 나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용태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굴업도, 사람이 누워있는 모습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여의도의 절반 크기로 대부분 해안이 가파른 절벽입니다. 절벽 한쪽에 매가 둥지를 틀었습니다. 막 솜털을 벗은 새끼들에 취재진이 다가가자 어미 매가 바짝 머리 위로 날며 경고음을 보냅니다. 멸종위기종인 매 20여 마리가 살고 있어 국내 최대 서식처로 꼽힙니다. <인터뷰> 이승기(한국녹색회 정책실장): "그만큼 게네들이 잡아먹을 수 있는 여러가지 먹이사슬이 충분히 있다는 이야기니까, 생태계가 매우 건강한 거죠." 굴업도 북쪽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섬과 섬이 모래사장으로 연결됐습니다. 검은 머리 물떼새가 여유롭게 쉬고 있습니다. 모래 언덕에 둥지를 틀고 알도 낳았습니다. 모래 위에 보이는 깔때기 모양의 작은 구멍은 개미귀신이 파 놓은 개미지옥입니다. 개미가 미끄러지자 개미귀신이 순식간에 잡아챕니다. 개미는 온 힘을 다해 바동거리지만 점점 모래 속에 끌려 들어갑니다. 섬 전체에 개미귀신이 살고 있어 국내 최대 규모 서식첩니다. 멸종위기종인 먹구렁이도 민가 근처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낼 정도로 여기서는 흔합니다. 굴업도는 해안 지형도 독특합니다. 절벽 한쪽이 동그랗게 파여 있습니다. 파도가 아니라 바다의 염분으로 바위가 서서히 녹아내린 지형입니다. 이런 해식와가 150미터가량 대규모로 형성돼 있습니다. <인터뷰> 이상영(관동대 지형학 교수) : "이렇게 소금기에 의해서 침식된 지형은 여기가 세계적으로 유일할 거고 우리나라에서도 더더욱 유일한 거죠." 해안 사구 뒤쪽에 형성된 사구 습지도 국내에선 드문 곳입니다. 다양한 수생곤충과 민물고기가 살고 있습니다. 섬 주변의 수심이 백 미터로 서해에서 가장 깊은데다가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섬이라서 독특한 기후와 지형 그리고 생태계가 형성됐습니다. <인터뷰>이상영(교수/ 관동대) : "풀 하나, 작은 돌 하나하나에도 자연사의 역사와 학술적 가치가 모두 다 배어 있어가지고 하나하나 다 모든 것이 자연사 유적입니다." 하지만, 최근 한 기업이 섬의 98%를 매입해서 골프장과 호텔, 요트장 등 위락단지를 만들겠다고 나섰습니다. <인터뷰> 나영훈(씨엔아이레저산업 부장) : "이왕이면 쾌적하고, 토지이용 계획 자체도 개발지향보다는 보존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생태 해양관광단지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저희들이 더욱 찾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개발 계획대로라면 산이 최대 30미터가량 잘려나가고 섬의 절반이 골프장으로 변합니다. <인터뷰> 이승기(한국녹색회 정책실장) : "보시다시피 전부 절벽이고 벼랑이잖아요. 벼랑 이외 부분은 전부 깍아내게 됩니다. 그러면 거기에 살고 있는 모든 생태계는 완전히 무너지고 지형도 완전히 변화되는 거죠." 개발업체는 관광지로 개발할 경우 생산유발효과가 6천억 원을 넘는다며 인허가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지금 당장 경제성만 따진다면 저 산을 깎고 숲을 베어서 골프장을 짓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다가 정작 소중한 것을 영원히 잃게 되는 것은 아닌지, 이 자연이 우리 인간을 위해서만 있는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KBS 뉴스 용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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