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해수욕장, 세금으로 해변 파괴

입력 2009.07.0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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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년 전 잇따라 조성된 남해안 인공해수욕장. 지금은 쓰레기장이나 다름 없습니다.

세금 들여 멀쩡한 해변만 망가뜨린 셈인데, 이영진 기자가 현장 고발합니다.

<리포트>

한국의 두바이를 표방하며 지난해 조성한 해남의 인공해수욕장입니다.

1.2km 갯벌에 모래를 부었습니다.



불과 1년이 지난 지금, 백사장이 갯벌로 변했습니다.

모래는 비와 파도에 쓸려나가고 대신 흙이 쌓인 겁니다.

흙 위엔 파래가 곳곳에 덮였습니다.

파래 밑에는 유기물이 층층이 쌓여 악취를 내며 썩어갑니다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해 쌓은 수중보는 오히려 갯벌 형성을 도왔습니다.

<인터뷰>장진호(목포대 교수) : "밀물이 들어와서 수중보 때문에 갇혀서 유속이 감소하다보니까 물속 부유물질이 급격히 가라앉아서 뻘이 태생된 거죠."

한국관광공사는 타당성 조사를 충분히 했다고 하지만 보고서에는 갯벌 형성 가능성에 대해 언급조차 없습니다.

<인터뷰>한국관광공사 서남지사장 : "지질조사, 해양조사 용역결과도 나와있어요. 괜찮은 걸로 나와있는데 처음 시도하다보니까 조사가 미진했던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

이런 해수욕장 조성에 83억 원이 쓰였습니다.

여수시도 인공해수욕장을 만든다며 해안 360미터를 아예 마룻바닥처럼 만들었습니다.

수입한 목재 값만 12억 원이 들었습니다.

그 위에 30억 원어치 모래를 부었지만 대부분 쓸려나가고 흔적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예상치 못한 해파리 떼도 극성인데다 해류를 따라 양식장 부산물들과 생활쓰레기까지 밀려옵니다.

여수시는 모래가 아래쪽으로 이동했을 뿐이기 때문에 그 위에 모래를 더 부으면 된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김태옥(여수시 공영개발과장) : "모래유실 등의 문제가 있지 않을까 반 정도 모래를 포설 후 변화를 지켜보고 있는 중."

남해안의 인공해수욕장은 충분한 연구 없이 자연환경을 바꿨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눈으로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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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 해수욕장, 세금으로 해변 파괴
    • 입력 2009-07-08 21:22:40
    뉴스 9
<앵커 멘트> 1년 전 잇따라 조성된 남해안 인공해수욕장. 지금은 쓰레기장이나 다름 없습니다. 세금 들여 멀쩡한 해변만 망가뜨린 셈인데, 이영진 기자가 현장 고발합니다. <리포트> 한국의 두바이를 표방하며 지난해 조성한 해남의 인공해수욕장입니다. 1.2km 갯벌에 모래를 부었습니다. 불과 1년이 지난 지금, 백사장이 갯벌로 변했습니다. 모래는 비와 파도에 쓸려나가고 대신 흙이 쌓인 겁니다. 흙 위엔 파래가 곳곳에 덮였습니다. 파래 밑에는 유기물이 층층이 쌓여 악취를 내며 썩어갑니다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해 쌓은 수중보는 오히려 갯벌 형성을 도왔습니다. <인터뷰>장진호(목포대 교수) : "밀물이 들어와서 수중보 때문에 갇혀서 유속이 감소하다보니까 물속 부유물질이 급격히 가라앉아서 뻘이 태생된 거죠." 한국관광공사는 타당성 조사를 충분히 했다고 하지만 보고서에는 갯벌 형성 가능성에 대해 언급조차 없습니다. <인터뷰>한국관광공사 서남지사장 : "지질조사, 해양조사 용역결과도 나와있어요. 괜찮은 걸로 나와있는데 처음 시도하다보니까 조사가 미진했던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 이런 해수욕장 조성에 83억 원이 쓰였습니다. 여수시도 인공해수욕장을 만든다며 해안 360미터를 아예 마룻바닥처럼 만들었습니다. 수입한 목재 값만 12억 원이 들었습니다. 그 위에 30억 원어치 모래를 부었지만 대부분 쓸려나가고 흔적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예상치 못한 해파리 떼도 극성인데다 해류를 따라 양식장 부산물들과 생활쓰레기까지 밀려옵니다. 여수시는 모래가 아래쪽으로 이동했을 뿐이기 때문에 그 위에 모래를 더 부으면 된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김태옥(여수시 공영개발과장) : "모래유실 등의 문제가 있지 않을까 반 정도 모래를 포설 후 변화를 지켜보고 있는 중." 남해안의 인공해수욕장은 충분한 연구 없이 자연환경을 바꿨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눈으로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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