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기획부동산, 국민 세금이 든든한 버팀목?

입력 2009.10.2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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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쓸모없는 땅을 쪼개서 비싸게 파는 기획부동산... 왜 불법이 뿌리뽑히지 않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직원 임금을 사실상 국가가 주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송명훈 기자의 심층취재입니다.

<리포트>

기획부동산들이 밀집한 서울 테헤란로.

전화로 투자를 권유하는 '텔레마케터' 모집을 위해 기획부동산들이 전단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텔레마케터가 부족할만큼 성업중이라는 이야깁니다.

<녹취>기획부동산 텔레마케터 모집자 : "(몇명 정도 모집해요?) 모집이야 늘 하죠. 영업이니까"

그러나 기획부동산 내부 풍경은 성업 이미지와 사뭇 다릅니다.

한 텔레마케터가 몇 달째 밀린 급여를 달라고 업체 사장에게 사정합니다.

<녹취>임금 체불된 텔레마케터 : "(8월말일에 주신다고 사장님이 적어주셨잖아요.) 지금 회사 문닫게 생겼는데, 노동청에 고발하는게 낫지, 회사에서 못줄 상황이면 국가에서라도 주니까."

자기가 줘야 할 임금을 국가에서 받아 가라고 큰소리치는데, 체당금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체당금은 파산한 회사를 대신해 국가가 근로자에게 체불 임금 일부를 보전해 주는 제도입니다.

이처럼 기획부동산 업주가 월급을 안준다고 버티면 텔레마케터는 임금 대신 체당금을 타가는 일은 업계에선 상식처럼 통합니다.

<녹취>체당금 중복 수령자 : "(주변에 체당금 탄 사람 많죠?) 네. 신청하면 주로 많이 나오데요."

실제 서울지방노동청 강남지청이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기획부동산 텔레마케터에게 지급한 체당금은 무려 118억원, 같은 기간 전체 체당금의 25 % 수준입니다.

기획부동산의 특성상 평균 6개월 정도면 문을 닫고 사라지다보니, 업주는 임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이런 일에 익숙해진 텔레마케터는 골치 아픈 업주를 상대하는 대신 체당금에 의지하게 됩니다.

체당금 제도를 텔레마케터들이 유독 많이 이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녹취>기획부동산 사장 : "노동부에 신고해라 신고해서 체당금을 받아가던지 아니면 우리가 벌금을 내든지 할테니까 일단 신고해라 그게 어떻게 보면 서로 편리한 수단이거든요."

텔레마케터들도 업주로부터 힘들게 체불 임금을 받아내려 하지 않고, 상습적으로 회사를 옮기며 체당금을 챙기고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체당금을 타 간 텔레마케터는 모두 4천600 여 명인데, 이 가운데 4분의 1이 두 번 이상 체당금을 받았고, 다섯 번이나 타 간 사람도 있습니다.

결국 불법을 일삼는 기획부동산에게 국민 세금인 체당금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이곳 테헤란로에만 200 여 개의 기획부동산이 있는데, 수많은 기획부동산의 인건비를 사실상 국가가 내주고 있는 셈입니다.

노동부는 이런 폐해를 알고 있지만 검찰이 텔레마케터를 근로자로 보고 있기 때문에 체당금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고 푸념합니다.

<인터뷰>김종철(노동부 임금복지과장) : "근로형태로 볼때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구요 따라서 체당금 지급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지만 반면에 검찰은 사업주 처벌의 관점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노동부는 체당금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체당금 지급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법무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송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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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기획부동산, 국민 세금이 든든한 버팀목?
    • 입력 2009-10-27 21:16:37
    뉴스 9
<앵커 멘트> 쓸모없는 땅을 쪼개서 비싸게 파는 기획부동산... 왜 불법이 뿌리뽑히지 않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직원 임금을 사실상 국가가 주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송명훈 기자의 심층취재입니다. <리포트> 기획부동산들이 밀집한 서울 테헤란로. 전화로 투자를 권유하는 '텔레마케터' 모집을 위해 기획부동산들이 전단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텔레마케터가 부족할만큼 성업중이라는 이야깁니다. <녹취>기획부동산 텔레마케터 모집자 : "(몇명 정도 모집해요?) 모집이야 늘 하죠. 영업이니까" 그러나 기획부동산 내부 풍경은 성업 이미지와 사뭇 다릅니다. 한 텔레마케터가 몇 달째 밀린 급여를 달라고 업체 사장에게 사정합니다. <녹취>임금 체불된 텔레마케터 : "(8월말일에 주신다고 사장님이 적어주셨잖아요.) 지금 회사 문닫게 생겼는데, 노동청에 고발하는게 낫지, 회사에서 못줄 상황이면 국가에서라도 주니까." 자기가 줘야 할 임금을 국가에서 받아 가라고 큰소리치는데, 체당금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체당금은 파산한 회사를 대신해 국가가 근로자에게 체불 임금 일부를 보전해 주는 제도입니다. 이처럼 기획부동산 업주가 월급을 안준다고 버티면 텔레마케터는 임금 대신 체당금을 타가는 일은 업계에선 상식처럼 통합니다. <녹취>체당금 중복 수령자 : "(주변에 체당금 탄 사람 많죠?) 네. 신청하면 주로 많이 나오데요." 실제 서울지방노동청 강남지청이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기획부동산 텔레마케터에게 지급한 체당금은 무려 118억원, 같은 기간 전체 체당금의 25 % 수준입니다. 기획부동산의 특성상 평균 6개월 정도면 문을 닫고 사라지다보니, 업주는 임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이런 일에 익숙해진 텔레마케터는 골치 아픈 업주를 상대하는 대신 체당금에 의지하게 됩니다. 체당금 제도를 텔레마케터들이 유독 많이 이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녹취>기획부동산 사장 : "노동부에 신고해라 신고해서 체당금을 받아가던지 아니면 우리가 벌금을 내든지 할테니까 일단 신고해라 그게 어떻게 보면 서로 편리한 수단이거든요." 텔레마케터들도 업주로부터 힘들게 체불 임금을 받아내려 하지 않고, 상습적으로 회사를 옮기며 체당금을 챙기고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체당금을 타 간 텔레마케터는 모두 4천600 여 명인데, 이 가운데 4분의 1이 두 번 이상 체당금을 받았고, 다섯 번이나 타 간 사람도 있습니다. 결국 불법을 일삼는 기획부동산에게 국민 세금인 체당금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이곳 테헤란로에만 200 여 개의 기획부동산이 있는데, 수많은 기획부동산의 인건비를 사실상 국가가 내주고 있는 셈입니다. 노동부는 이런 폐해를 알고 있지만 검찰이 텔레마케터를 근로자로 보고 있기 때문에 체당금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고 푸념합니다. <인터뷰>김종철(노동부 임금복지과장) : "근로형태로 볼때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구요 따라서 체당금 지급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지만 반면에 검찰은 사업주 처벌의 관점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노동부는 체당금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체당금 지급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법무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송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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