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자, ‘수도원 체험’ 기행

입력 2009.12.20 (07:47) 수정 2009.12.20 (08:2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보통 사람들에게 알려진 수도원은 접근하기 어려운 신비의 영역이죠.



일반인에게는 개방하지 않는 천주교의 수도원이 국내 최초로 기혼자들에게 문을 열어 화제입니다.



2박 3일의 수도원 체험, 김양순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조용한 수도원의 뜰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섭니다.



마흔이 넘은 중년의 나이,



앞으로 사흘 동안 수도원 생활을 체험하기 위해 들어온 이들입니다.



세속의 옷을 벗고 수도승의 복장인 수도복을 입고



<녹취> 정진태(서울 삼성동) : "처음 입어봐서 얼떨떨한데요. 이러다가 신부가 되는 건 아닌지 하하"



외부와의 연락수단은 잠시 내려놓습니다.



어둡고 조용한 수도원. 말소리는 물론 발소리도 내기 어려운 공간에서 허락된 것은 묵상과 기도뿐입니다.



주어진 잠자리는 몸뚱이만 간신히 누일 만큼 폭이 좁은 침대와 단출한 책상이 전부.



불편함도 때로는 약이 됩니다.



새벽 5시 반, 수사가 치는 징소리는 사람들은 잠을 깨우고...



어둠 속에서 찬 공기를 가르는 것은 성당의 종소리와 사람들의 인기척뿐입니다.



<녹취> 정현주 : "(잘 주무셨어요?) 푹 잤습니다. 정말 한 번도 안 깨고 잤네요."



불교계에서 저변확대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템플 스테이 이후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수도원도 기혼자들에게까지 활짝 문을 열었습니다.



<인터뷰> 이석진(그레고리오 수사신부) : "마음에 핀이 하나 꽂혀있으면 왠지 모르게 행동할 때 아프거든요. 그걸 찾아주는 겁니다."



그래서 마음을 온전히 털어놓는 고해 성사는 신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영혼을 맑게 하는 기분입니다.



<인터뷰> 우영자(서울 삼성동) : "들어갔다 나올 때......들어갈 때는 마음이 착잡하지만 나올 때는 마음이 평화롭고."



기도와 묵상, 그리고 미사와 산책으로 사흘의 시간을 보낸 사람들.



<인터뷰> 노인순(부부 참가자) : "아이 아빠가 성격이 급했는데요. 억수로 너그러워졌습니다."



올해도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온 우리들.



일상을 벗어난 체험의 시간은 종교와 종파를 초월해 현대인들에게 내가 누구인가 물음을 던지며 반성과 용서 그리고 배려의 마음을 선물로 선사합니다.



KBS 뉴스 김양순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기혼자, ‘수도원 체험’ 기행
    • 입력 2009-12-20 07:47:12
    • 수정2009-12-20 08:29:29
    일요뉴스타임
<앵커 멘트>

보통 사람들에게 알려진 수도원은 접근하기 어려운 신비의 영역이죠.

일반인에게는 개방하지 않는 천주교의 수도원이 국내 최초로 기혼자들에게 문을 열어 화제입니다.

2박 3일의 수도원 체험, 김양순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조용한 수도원의 뜰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섭니다.

마흔이 넘은 중년의 나이,

앞으로 사흘 동안 수도원 생활을 체험하기 위해 들어온 이들입니다.

세속의 옷을 벗고 수도승의 복장인 수도복을 입고

<녹취> 정진태(서울 삼성동) : "처음 입어봐서 얼떨떨한데요. 이러다가 신부가 되는 건 아닌지 하하"

외부와의 연락수단은 잠시 내려놓습니다.

어둡고 조용한 수도원. 말소리는 물론 발소리도 내기 어려운 공간에서 허락된 것은 묵상과 기도뿐입니다.

주어진 잠자리는 몸뚱이만 간신히 누일 만큼 폭이 좁은 침대와 단출한 책상이 전부.

불편함도 때로는 약이 됩니다.

새벽 5시 반, 수사가 치는 징소리는 사람들은 잠을 깨우고...

어둠 속에서 찬 공기를 가르는 것은 성당의 종소리와 사람들의 인기척뿐입니다.

<녹취> 정현주 : "(잘 주무셨어요?) 푹 잤습니다. 정말 한 번도 안 깨고 잤네요."

불교계에서 저변확대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템플 스테이 이후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수도원도 기혼자들에게까지 활짝 문을 열었습니다.

<인터뷰> 이석진(그레고리오 수사신부) : "마음에 핀이 하나 꽂혀있으면 왠지 모르게 행동할 때 아프거든요. 그걸 찾아주는 겁니다."

그래서 마음을 온전히 털어놓는 고해 성사는 신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영혼을 맑게 하는 기분입니다.

<인터뷰> 우영자(서울 삼성동) : "들어갔다 나올 때......들어갈 때는 마음이 착잡하지만 나올 때는 마음이 평화롭고."

기도와 묵상, 그리고 미사와 산책으로 사흘의 시간을 보낸 사람들.

<인터뷰> 노인순(부부 참가자) : "아이 아빠가 성격이 급했는데요. 억수로 너그러워졌습니다."

올해도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온 우리들.

일상을 벗어난 체험의 시간은 종교와 종파를 초월해 현대인들에게 내가 누구인가 물음을 던지며 반성과 용서 그리고 배려의 마음을 선물로 선사합니다.

KBS 뉴스 김양순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