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청소년들, ‘방학이 고행길’

입력 2010.01.1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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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방학'의 본래 의미는 '일정 기간 수업을 쉬는 일'인데요, 오히려 요즘 청소년들은 학기 중보다 방학 때 더 바쁜 것 같습니다.

방학때도 공부를 놓을 수 없다는데요, 최서희 기자, 공부하려고 집까지 떠나는 학생들이 많다구요?

<리포트>

네, 지방학생들은 서울로 원정을 오고요, 서울 학생들은 집을 떠나 지방의 기숙학원으로 향합니다.

학생들은 새 학기 학습과정을 미리 밟느라 방학인 것도 잊었는데요.

방학이 되면 더욱 고단하게 학습 수행을 한다는 청소년들을 만나봤습니다.

서울의 한 대형학원입니다.

방학을 맞아 고등학생들이 새학기의 학습을 미리 배우고 있습니다.

이른바 '윈터스쿨' 과정입니다.

이 학원 윈터스쿨 학생은 600여명, 이 가운데 30%는 모두 지방에서 온 원정 학생들입니다.

<인터뷰> 김명준(학원 부원장) : "전국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모이다 보니까 서로 경쟁하고 마음의 자극이 되다보니까 공부하는 분위기 때문에 오는 것 같습니다."

5주 동안 오전 9시부터 하루 8시간씩 수업하는데 내는 수강료는 150만 원 정도,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지방학생들이 서울 학원을 택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터뷰> 박성근(예비 고2학생) : "경북 청도에서 왔어요. 잘하는 학생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 제 위치가 전국에서 어느 정도 되는지도 알고 공부를 더 잘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인터뷰> 김건엽(예비 고2학생) : "부산에도 좋은 강사진이 많지만 서울에는 더 잘하시는 선생님이 많으시고 학생들도 지방 학생들보다 더 뛰어나니까..."

이 학원뿐만이 아닙니다.

인근 학원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녹취> 인근 학원 관계자 : "(전국) 곳곳에서 다 온다고 보시면 되요. 경상도, 전라도부터 시작해서 대구 학생들도 오고 대전 학생들도 오고...마산도 있고 제주도고 있고요."

이처럼 서울로 유학오는 지방학생들이 적지 않다보니 학원 근처에 있는 하숙형 기숙사인 이른바 학사에는 지방학생들이 대다수입니다.

자정이 다 된 시각, 대전에서 온 조원주 양은 서울의 우수학생들과 경쟁하려니 밤잠을 자는 것도 아깝습니다.

<녹취> "낯선 곳에 와서 혼자 공부하는 게 집중도 되고 그런 게 좋은 거 같아요."

창원에서 온 안상후 군도 마찬가지, 학원비에 학사비용, 용돈까지 합하면 300 만원을 훌쩍 넘지만 서울에서 공부하는 게 자극이 됩니다.

<인터뷰> 안상후(예비 고3학생) : "잘 하는 학생들이 많으니까 경각심 같은 것도 느껴지고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

반면 서울 학생들은 서울 외곽에 있는 기숙학원으로 향합니다.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한 기숙학원,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이지만 오전 6시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됩니다.

<녹취> "20회 구령 맞춰서 시작!"

오전 8시, 수업이 시작됐습니다.

중학교 3학년생인 이 학생도 새학기를 앞두고 서울에서 왔습니다.

<인터뷰> 문형원(예비 고1학생) : "놀거리 유혹도 없고 방해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고..."

이 기숙학원 수강생 중 절반 이상은 대부분 서울에서 온 예비 고1 학생들입니다.

<인터뷰> 장상덕(기숙학원 원장) : "겨울 특강에 참가한 학생수가 약 100여 명 되는데요 그 중 70여 명이 서울 및 수도권 지역 학생들입니다. 비율로 치면 70% 정도..."

외출금지에 그 흔한 엠피쓰리, 휴대전화도 안되는 엄한 규칙이 있지만 학생들은 오히려 약이 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전한울(예비 고1학생) : "이거 전자사전 충전기고요 불편하고 심심한데 대신 공부를 할 때는 이런 게 없는 게 더 좋아요."

학부모들은 방학에도 공부에 시달려야 하는 자녀가 안쓰럽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최윤영(학부모) : "저도 여기 보내기 전까진 노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지금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워낙 어렸을 때부터 다들 열심히 공부를 시키고 선행(학습)을 시키다 보니까 한 번 뒤쳐지면 잘 못 따라가겠더라고요."

수업에 자율학습까지 마치고 학생들은 자정이 다 되서야 잠을 청합니다.

고단한 하루의 연속이지만 학생들에게 방학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일뿐입니다.

<인터뷰> 박지윤(예비 고1학생) : "아침에 8시 쯤부터 11시 40분까지 공부하는 게 피곤하기도 하고 고행이기도 하지만 방학 동안에 짧은 기간동안 열심히 노력하면 제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방학이 되면 달콤한 휴식을 뒤로한 채 집을 떠나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들, 방학마다 벌어지는 요즘 학생들의 풍속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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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1-19 09: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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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방학'의 본래 의미는 '일정 기간 수업을 쉬는 일'인데요, 오히려 요즘 청소년들은 학기 중보다 방학 때 더 바쁜 것 같습니다. 방학때도 공부를 놓을 수 없다는데요, 최서희 기자, 공부하려고 집까지 떠나는 학생들이 많다구요? <리포트> 네, 지방학생들은 서울로 원정을 오고요, 서울 학생들은 집을 떠나 지방의 기숙학원으로 향합니다. 학생들은 새 학기 학습과정을 미리 밟느라 방학인 것도 잊었는데요. 방학이 되면 더욱 고단하게 학습 수행을 한다는 청소년들을 만나봤습니다. 서울의 한 대형학원입니다. 방학을 맞아 고등학생들이 새학기의 학습을 미리 배우고 있습니다. 이른바 '윈터스쿨' 과정입니다. 이 학원 윈터스쿨 학생은 600여명, 이 가운데 30%는 모두 지방에서 온 원정 학생들입니다. <인터뷰> 김명준(학원 부원장) : "전국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모이다 보니까 서로 경쟁하고 마음의 자극이 되다보니까 공부하는 분위기 때문에 오는 것 같습니다." 5주 동안 오전 9시부터 하루 8시간씩 수업하는데 내는 수강료는 150만 원 정도,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지방학생들이 서울 학원을 택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터뷰> 박성근(예비 고2학생) : "경북 청도에서 왔어요. 잘하는 학생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 제 위치가 전국에서 어느 정도 되는지도 알고 공부를 더 잘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인터뷰> 김건엽(예비 고2학생) : "부산에도 좋은 강사진이 많지만 서울에는 더 잘하시는 선생님이 많으시고 학생들도 지방 학생들보다 더 뛰어나니까..." 이 학원뿐만이 아닙니다. 인근 학원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녹취> 인근 학원 관계자 : "(전국) 곳곳에서 다 온다고 보시면 되요. 경상도, 전라도부터 시작해서 대구 학생들도 오고 대전 학생들도 오고...마산도 있고 제주도고 있고요." 이처럼 서울로 유학오는 지방학생들이 적지 않다보니 학원 근처에 있는 하숙형 기숙사인 이른바 학사에는 지방학생들이 대다수입니다. 자정이 다 된 시각, 대전에서 온 조원주 양은 서울의 우수학생들과 경쟁하려니 밤잠을 자는 것도 아깝습니다. <녹취> "낯선 곳에 와서 혼자 공부하는 게 집중도 되고 그런 게 좋은 거 같아요." 창원에서 온 안상후 군도 마찬가지, 학원비에 학사비용, 용돈까지 합하면 300 만원을 훌쩍 넘지만 서울에서 공부하는 게 자극이 됩니다. <인터뷰> 안상후(예비 고3학생) : "잘 하는 학생들이 많으니까 경각심 같은 것도 느껴지고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 반면 서울 학생들은 서울 외곽에 있는 기숙학원으로 향합니다.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한 기숙학원,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이지만 오전 6시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됩니다. <녹취> "20회 구령 맞춰서 시작!" 오전 8시, 수업이 시작됐습니다. 중학교 3학년생인 이 학생도 새학기를 앞두고 서울에서 왔습니다. <인터뷰> 문형원(예비 고1학생) : "놀거리 유혹도 없고 방해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고..." 이 기숙학원 수강생 중 절반 이상은 대부분 서울에서 온 예비 고1 학생들입니다. <인터뷰> 장상덕(기숙학원 원장) : "겨울 특강에 참가한 학생수가 약 100여 명 되는데요 그 중 70여 명이 서울 및 수도권 지역 학생들입니다. 비율로 치면 70% 정도..." 외출금지에 그 흔한 엠피쓰리, 휴대전화도 안되는 엄한 규칙이 있지만 학생들은 오히려 약이 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전한울(예비 고1학생) : "이거 전자사전 충전기고요 불편하고 심심한데 대신 공부를 할 때는 이런 게 없는 게 더 좋아요." 학부모들은 방학에도 공부에 시달려야 하는 자녀가 안쓰럽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최윤영(학부모) : "저도 여기 보내기 전까진 노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지금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워낙 어렸을 때부터 다들 열심히 공부를 시키고 선행(학습)을 시키다 보니까 한 번 뒤쳐지면 잘 못 따라가겠더라고요." 수업에 자율학습까지 마치고 학생들은 자정이 다 되서야 잠을 청합니다. 고단한 하루의 연속이지만 학생들에게 방학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일뿐입니다. <인터뷰> 박지윤(예비 고1학생) : "아침에 8시 쯤부터 11시 40분까지 공부하는 게 피곤하기도 하고 고행이기도 하지만 방학 동안에 짧은 기간동안 열심히 노력하면 제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방학이 되면 달콤한 휴식을 뒤로한 채 집을 떠나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들, 방학마다 벌어지는 요즘 학생들의 풍속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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