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여핵생’ 유괴에 취약

입력 2010.03.11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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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부산 여중생 살해 사건이 아니어도 그 전부터 딸 있는 부모 마음을 철렁하게 하는 사건들이 툭하면 터져 나오곤 했는데요.

유괴 사건을 종합해보니 특히 여성 피해자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범행도 집을 포함한 주변 지역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박원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2006년 2월 11살 허모 양은 여느 때처럼 동네 신발 가게 앞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가게 주인이 선물을 주겠다며 허 양을 불러들인 뒤 참혹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인터뷰> 김OO(당시 피의자) : "신발이 공짜니까 호기심에 아저씨 진짜 공짜에요? 그래서 가져가라고 했습니다."

범인을 강력히 처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그때 뿐이었습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강력 성범죄 사건은 이듬해 제주에서, 또 안양에서 잇달아 터졌습니다.

지난해'조두순 사건'에 이어 김길태 사건까지 딸 가진 부모들은 하루라도 맘 편한 날이 없을 정도입니다.

범죄분석가들은 이런 범행들을 아동 청소년 유괴 범죄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고 있습니다.

형사정책연구원이 최근 아동·청소년 유괴 사건의 피해자 4백15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 91%가 여성으로 나타났습니다.

피해자 가운데는 성폭행이나 추행을 당한 경우가 39%로 가장 많았고, 19%는 성매매 까지 강요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대목은 범죄가 일어난 장소입니다.

특별한 곳이 아니었는데요,

아동과 청소년 피해자 모두 세 명 중 한 명 꼴로는 집 또는 집 바로 근처에서 유괴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김길태 사건에서 보듯 빈집이 많은 재개발 지역도 범죄에 취약한 지역입니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고 사실상 치안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다는 약점을 이용한것입니다.

인천의 한 재개발지역에선 최근 맞벌이 부모들이 친척들에게까지 부탁해 자녀의 하교 길을 챙기고 있습니다.

<인터뷰>지연아(학생의 고모) : "부산여중생도 그렇고, 너무 불안해서…"

저녁마다 초조한 심정으로 귀가하는 딸을 기다리는 게 일상이 된 주민도 있습니다.

<인터뷰>고경숙(주민) : "(왜 나오신 거예요?) 납치 미수 성폭행에 불안한 일이 많아서.."

더구나 이런 재개발 지역은 전국에 2백여 곳에 이르고 있어 제2, 제3의 김길태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하루 평균 다섯 명의 어린이가 성범죄 피해를 입고 있는 우리나라.

치안을 강화하고 성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뒤따르지 않는한 제2,제3의 사건을 예방하는 것 역시 요원한 일일것입니다.

KBS 뉴스 박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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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 여핵생’ 유괴에 취약
    • 입력 2010-03-11 20:29:44
    뉴스타임
<앵커 멘트> 부산 여중생 살해 사건이 아니어도 그 전부터 딸 있는 부모 마음을 철렁하게 하는 사건들이 툭하면 터져 나오곤 했는데요. 유괴 사건을 종합해보니 특히 여성 피해자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범행도 집을 포함한 주변 지역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박원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2006년 2월 11살 허모 양은 여느 때처럼 동네 신발 가게 앞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가게 주인이 선물을 주겠다며 허 양을 불러들인 뒤 참혹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인터뷰> 김OO(당시 피의자) : "신발이 공짜니까 호기심에 아저씨 진짜 공짜에요? 그래서 가져가라고 했습니다." 범인을 강력히 처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그때 뿐이었습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강력 성범죄 사건은 이듬해 제주에서, 또 안양에서 잇달아 터졌습니다. 지난해'조두순 사건'에 이어 김길태 사건까지 딸 가진 부모들은 하루라도 맘 편한 날이 없을 정도입니다. 범죄분석가들은 이런 범행들을 아동 청소년 유괴 범죄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고 있습니다. 형사정책연구원이 최근 아동·청소년 유괴 사건의 피해자 4백15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 91%가 여성으로 나타났습니다. 피해자 가운데는 성폭행이나 추행을 당한 경우가 39%로 가장 많았고, 19%는 성매매 까지 강요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대목은 범죄가 일어난 장소입니다. 특별한 곳이 아니었는데요, 아동과 청소년 피해자 모두 세 명 중 한 명 꼴로는 집 또는 집 바로 근처에서 유괴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김길태 사건에서 보듯 빈집이 많은 재개발 지역도 범죄에 취약한 지역입니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고 사실상 치안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다는 약점을 이용한것입니다. 인천의 한 재개발지역에선 최근 맞벌이 부모들이 친척들에게까지 부탁해 자녀의 하교 길을 챙기고 있습니다. <인터뷰>지연아(학생의 고모) : "부산여중생도 그렇고, 너무 불안해서…" 저녁마다 초조한 심정으로 귀가하는 딸을 기다리는 게 일상이 된 주민도 있습니다. <인터뷰>고경숙(주민) : "(왜 나오신 거예요?) 납치 미수 성폭행에 불안한 일이 많아서.." 더구나 이런 재개발 지역은 전국에 2백여 곳에 이르고 있어 제2, 제3의 김길태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하루 평균 다섯 명의 어린이가 성범죄 피해를 입고 있는 우리나라. 치안을 강화하고 성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뒤따르지 않는한 제2,제3의 사건을 예방하는 것 역시 요원한 일일것입니다. KBS 뉴스 박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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