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온상’ 재개발 지역 사람들 불안·공포

입력 2010.03.1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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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 동네는 괜찮을지...

김길태 사건을 보며 재개발 지역 주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떨었습니다.

'범죄 무방비 도시'로 방치되는 현실을 임재성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천의 한 재개발 지역, 황량한 모습의 빈집들이 남아 있고, 대낮에도 인적이 드문 이곳이 9살 인화와 5살 혜인이 자매가 살고 있는 동넵니다.

한창 뛰어놀 나이지만, 직장에 나간 엄마 아빠와의 약속 때문에 두 자매는 절대 대문 밖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인화(9살) : "(밖에서 왜 못 놀게 하시는데?) 나쁜 사람들이 많아서..."

두 자매가 사는 집 주변에서는 지난 한 달 동안 네 차례나 화재가 났고, 도둑이 든 집도 열 곳이 넘습니다.

<인터뷰> 임봉이(주민) : "상대방이 오면 제가 피해 섰다가 그 사람이 지나가야만 올라가는 공포심을 가지고 살아요."

밤은 더욱더 두려운 시간입니다.

많은 눈이 내리는 버스 정류장, 집으로 오는 딸을 기다리는 아주머니는 부산의 김길태 사건이 이곳 주민들에겐 남의 일이 아니라며 불안감을 드러냅니다.

<인터뷰> 고경숙(주민) : "(직접 데리러 나오신 이유가 있어요?) 저희 동네에서도 어떤 집 딸을 납치하려던 일이 있었나 봐요. 딸을 가진 부모로서 불안하더라고요."

마치 쫓기듯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가는 주민, 빌라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쇠사슬로 문을 잠그기 시작합니다.

<인터뷰> 임귀화(주민) : "(왜 잠그시는 거예요?) 여기가 재개발 지역이라 지금 혼자만 살고 있거든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생활을 할 수 없어요. 무섭고..."

주변의 빈집들에서는 술병과 라면 봉지 등 누군가 머물렀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전체 건물의 80%가 빈집인 이 지역의 경우, 성폭행과 납치 미수, 절도 등 강력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한 여중생이 집단 성폭행을 당했고 같은 해 여름에는 한 부녀자가 밤길에 강도를 당하나는 등 강력범죄가 잇따랐습니다.

주민들은 치안의 사각지대에 버려져 있다는 소외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인터뷰> 심경애(주민) : "(경찰)소용없어요. 10시만 넘으면 사람이 안 다녀요. 순찰자 한번 씩 왔다 가면 그만인데 뭐..."

동네에 있는 치안센터, 낮에는 경찰관 2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밤에는 문을 닫습니다.

그나마 두 곳이던 치안센터 중 한곳은 지난해에 문을 닫았습니다.

3만 명에 이르던 주민이 재개발 때문에 6천 명으로 줄었다는 게 이유입니다.

<녹취> 경찰 : "(왜 치안센터가 문을 닫았죠?) 재개발 때문에 없어진 거죠. 어차피 다시 헐고 다시 지을 것이니까."

이런 재개발지역은 수도권에만 80여 곳, 전국으로는 200곳에 이릅니다.

이들 재개발 지역 주민들은 제2, 제3의 김길태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며 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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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의 온상’ 재개발 지역 사람들 불안·공포
    • 입력 2010-03-11 21:59:20
    뉴스 9
<앵커 멘트> 우리 동네는 괜찮을지... 김길태 사건을 보며 재개발 지역 주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떨었습니다. '범죄 무방비 도시'로 방치되는 현실을 임재성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천의 한 재개발 지역, 황량한 모습의 빈집들이 남아 있고, 대낮에도 인적이 드문 이곳이 9살 인화와 5살 혜인이 자매가 살고 있는 동넵니다. 한창 뛰어놀 나이지만, 직장에 나간 엄마 아빠와의 약속 때문에 두 자매는 절대 대문 밖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인화(9살) : "(밖에서 왜 못 놀게 하시는데?) 나쁜 사람들이 많아서..." 두 자매가 사는 집 주변에서는 지난 한 달 동안 네 차례나 화재가 났고, 도둑이 든 집도 열 곳이 넘습니다. <인터뷰> 임봉이(주민) : "상대방이 오면 제가 피해 섰다가 그 사람이 지나가야만 올라가는 공포심을 가지고 살아요." 밤은 더욱더 두려운 시간입니다. 많은 눈이 내리는 버스 정류장, 집으로 오는 딸을 기다리는 아주머니는 부산의 김길태 사건이 이곳 주민들에겐 남의 일이 아니라며 불안감을 드러냅니다. <인터뷰> 고경숙(주민) : "(직접 데리러 나오신 이유가 있어요?) 저희 동네에서도 어떤 집 딸을 납치하려던 일이 있었나 봐요. 딸을 가진 부모로서 불안하더라고요." 마치 쫓기듯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가는 주민, 빌라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쇠사슬로 문을 잠그기 시작합니다. <인터뷰> 임귀화(주민) : "(왜 잠그시는 거예요?) 여기가 재개발 지역이라 지금 혼자만 살고 있거든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생활을 할 수 없어요. 무섭고..." 주변의 빈집들에서는 술병과 라면 봉지 등 누군가 머물렀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전체 건물의 80%가 빈집인 이 지역의 경우, 성폭행과 납치 미수, 절도 등 강력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한 여중생이 집단 성폭행을 당했고 같은 해 여름에는 한 부녀자가 밤길에 강도를 당하나는 등 강력범죄가 잇따랐습니다. 주민들은 치안의 사각지대에 버려져 있다는 소외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인터뷰> 심경애(주민) : "(경찰)소용없어요. 10시만 넘으면 사람이 안 다녀요. 순찰자 한번 씩 왔다 가면 그만인데 뭐..." 동네에 있는 치안센터, 낮에는 경찰관 2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밤에는 문을 닫습니다. 그나마 두 곳이던 치안센터 중 한곳은 지난해에 문을 닫았습니다. 3만 명에 이르던 주민이 재개발 때문에 6천 명으로 줄었다는 게 이유입니다. <녹취> 경찰 : "(왜 치안센터가 문을 닫았죠?) 재개발 때문에 없어진 거죠. 어차피 다시 헐고 다시 지을 것이니까." 이런 재개발지역은 수도권에만 80여 곳, 전국으로는 200곳에 이릅니다. 이들 재개발 지역 주민들은 제2, 제3의 김길태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며 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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