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포커스] 유럽, ‘초저온요법’ 열풍

입력 2010.03.14 (12:46) 수정 2010.12.2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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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가 영하 100도라면 사람이 어떻게 될까요?

그런데 일부러 영하 100도보다 더 추운 방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근육의 힘을 키우고, 살을 빼고 또 부상이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입니다.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초저온요법’을 최재현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올해 23살의 '아벨레'씨,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독일 국가대표로 뛰었던 철인 10종 경기 선수입니다.

지난해부터 근력을 더 보강하기 위해 초저온 요법을 시작했습니다.

초저온 급-냉방 시설의 기온은 영하 백10도까지 내려갑니다.

거의 알몸 상태인 선수는 초저온 방의 이중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현재 온도는 영하 14도, 이내 영하 53도로 내려갔다가, 마침내 목표 온도, 113.2도에 도달합니다.

극도의 한기 속에서, 몸을 움직이고 걸으며 근육의 힘을 키웁니다.

<녹취> 포텔(아벨레 선수 코치) : "벌써 1분 지났다."

'아벨레' 선수가 초저온 방에서 머문 시간은 3분 남짓,

<녹취> "오늘은 어땠어? (아주 좋았어요.)"

선수가 나오자마자 의료진은 체온을 측정하며 몸의 상태를 살펴봅니다.

<녹취> 요흐(스포츠 과학 연구소 교수) : "보통 (33도에 달하는) 피부 온도가 10도, 또는 8도까지 내려가는데, 지금 선수의 체온은 20도 가까이 됩니다. 그만큼 체력이 좋다는 뜻이죠."

극저온 요법의 원리는 한 겨울철에 차가운 물로 뛰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초저온 방에서 신체의 피부 온도가 10도 안팎까지 떨어지면서 피하 혈관은 좁아집니다.

그만큼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근육에 공급되는 혈액과 산소의 양이 급증합니다.

혹한에 적응하기 위해 신체는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 등의 분비를 증가시키고, 이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근육의 힘이 증폭됩니다.

<인터뷰> 아벨레(철인 10종 경기 선수) : "정말 좋은 훈련입니다. 초저온 방 안에선 체온이 급격히 내려가지만, 일단 방에서 나오면, 몸속의 혈액이 빠르게 돌기 시작하면서, 온몸의 에너지가 폭발하듯 치솟는 느낌입니다."

효험이 있다고 얘기하는 선수와 의료진이 늘면서, 이 초저온요법은 약물을 쓰지 않는 천연 도핑이란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인터뷰> 위커트(독일올림픽스포츠협회 연구원) : "초저온 훈련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매일, 훈련 전후 한번 씩 극저온 방에 들어가는 것이 최적입니다. 그럴 경우 더욱 강도 높은 훈련뿐 아니라, 근력 향상에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베를린 청소년 축구단 역시, 효험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이곳을 찾았습니다.

앳된 얼굴에서 두려움도 엿보이지만, 올 시즌의 우승을 바라며 3분의 훈련 과정을 마쳤습니다.

<인터뷰> 필립(베를린 청소년 축구단/18살) : "처음 초저온 방에 들어갔을 땐 추위 때문에 깜짝 놀라서 숨이 막히는 것 같고, 움직이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금 지나서 적응이 되니까 정말 좋았습니다."

동유럽 국가들은 옛 공산권 시절, 운동선수의 근력강화를 위해 초저온 요법을 도입했습니다.

최근엔 스포츠 과학 연구소뿐만 아니라, 시내 헬스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지고 있습니다.

20대 독일 여성이 들어간 이 초저온 방은 영하 150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차가운 공기가 연기처럼 뿜어져 나옵니다.

<인터뷰> 모니카(독일 여성/25살) : "처음엔 잘 느끼지 못하다가, 조금 지나면 다리가 저린 것 같은 느낌이 밀려옵니다. 그래서 이렇게 계속 움직여 줘야 하고요, 그러면 한 3분은 계속할 수 있답니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쓰는 과정에, 자연스레, 감량의 효과를 얻습니다.

<인터뷰> 파파도풀루스(헬스장 대표) : "비록 초저온 방에서 견디는 시간은 3분 남짓이지만, 나오고 난 이후의 효과는 보통 6시간, 길게는 9시간까지 계속됩니다. 그래서 많게는 2천 칼로리까지 감량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또 피부가 수축하면서 탄력을 되찾는, 일거양득의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모니카(독일 여성/25살) : "지금까지 11번 들어갔었는데, 허벅지 둘레가 크게 줄었어요. 전엔 몸에 붙는 옷을 입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피부까지 좋아진 것 같고, 면역력도 나아진 것 같습니다."

유럽의 의료계에선 이런 초저온 요법을 대체 의학의 하나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이 환자는 영하 110도의 방에서 손목과 무릎의 관절염을 치료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클루테(관절염 환자) : “관절염 통증이 손과 무릎에 아주 심했어요. 하지만, 초저온 요법을 받은 이후 통증이 많이 나아진 것 같습니다."

극저온 상태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효소의 작용이 억제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달리 우리 몸을 활성화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손의 분비는 오히려 촉진됩니다.

코르티손이 적절하게만 분비된다면, 만성 통증과 염증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입니다.

<인터뷰> 루펜탈(의사) : “우리 신체는 영하 백10도의 극한 온도에서 아드레날린이나 코티존 등의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이런 호르몬 덕분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약물 처방을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

병원과 스포츠 과학 연구소, 그리고 헬스장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초저온 관련 시설은 5백여 곳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젠 레저 시설에까지 등장할 정도로 인깁니다. 실내 기온이 영하 백도 이상 내려가는 이 방은, 가족 나들이를 위해 설계됐습니다.

만 5살의 어린이부터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인터뷰> 포토키(의사) : “초저온요법'으로 면역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그러나 지나치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초저온 요법의 장점을 살리되, 남용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크라우제(의사) : "고혈압이나 심혈관계 질환, 혈액 순환 장애 등이 있는 사람은, 초저온 요법이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런 분들에겐 초저온 요법을 권하지 않습니다."

초저온 요법에 대한 유럽인의 관심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엔 치매와 파킨슨병의 예방, 혹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럽의 연구진이 이런 연구에 기대를 거는 건, 대체 의학, 초저온 요법이 가진 새로운 가능성 때문입니다.

혹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우리 몸이 보여주는 놀라운 잠재력이 의학과 스포츠 과학의 새 지평을 여는 단-초가 될지 관심이 모아 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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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포커스] 유럽, ‘초저온요법’ 열풍
    • 입력 2010-03-14 12:46:07
    • 수정2010-12-23 18:52:41
    특파원 현장보고
온도가 영하 100도라면 사람이 어떻게 될까요? 그런데 일부러 영하 100도보다 더 추운 방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근육의 힘을 키우고, 살을 빼고 또 부상이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입니다.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초저온요법’을 최재현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올해 23살의 '아벨레'씨,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독일 국가대표로 뛰었던 철인 10종 경기 선수입니다. 지난해부터 근력을 더 보강하기 위해 초저온 요법을 시작했습니다. 초저온 급-냉방 시설의 기온은 영하 백10도까지 내려갑니다. 거의 알몸 상태인 선수는 초저온 방의 이중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현재 온도는 영하 14도, 이내 영하 53도로 내려갔다가, 마침내 목표 온도, 113.2도에 도달합니다. 극도의 한기 속에서, 몸을 움직이고 걸으며 근육의 힘을 키웁니다. <녹취> 포텔(아벨레 선수 코치) : "벌써 1분 지났다." '아벨레' 선수가 초저온 방에서 머문 시간은 3분 남짓, <녹취> "오늘은 어땠어? (아주 좋았어요.)" 선수가 나오자마자 의료진은 체온을 측정하며 몸의 상태를 살펴봅니다. <녹취> 요흐(스포츠 과학 연구소 교수) : "보통 (33도에 달하는) 피부 온도가 10도, 또는 8도까지 내려가는데, 지금 선수의 체온은 20도 가까이 됩니다. 그만큼 체력이 좋다는 뜻이죠." 극저온 요법의 원리는 한 겨울철에 차가운 물로 뛰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초저온 방에서 신체의 피부 온도가 10도 안팎까지 떨어지면서 피하 혈관은 좁아집니다. 그만큼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근육에 공급되는 혈액과 산소의 양이 급증합니다. 혹한에 적응하기 위해 신체는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 등의 분비를 증가시키고, 이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근육의 힘이 증폭됩니다. <인터뷰> 아벨레(철인 10종 경기 선수) : "정말 좋은 훈련입니다. 초저온 방 안에선 체온이 급격히 내려가지만, 일단 방에서 나오면, 몸속의 혈액이 빠르게 돌기 시작하면서, 온몸의 에너지가 폭발하듯 치솟는 느낌입니다." 효험이 있다고 얘기하는 선수와 의료진이 늘면서, 이 초저온요법은 약물을 쓰지 않는 천연 도핑이란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인터뷰> 위커트(독일올림픽스포츠협회 연구원) : "초저온 훈련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매일, 훈련 전후 한번 씩 극저온 방에 들어가는 것이 최적입니다. 그럴 경우 더욱 강도 높은 훈련뿐 아니라, 근력 향상에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베를린 청소년 축구단 역시, 효험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이곳을 찾았습니다. 앳된 얼굴에서 두려움도 엿보이지만, 올 시즌의 우승을 바라며 3분의 훈련 과정을 마쳤습니다. <인터뷰> 필립(베를린 청소년 축구단/18살) : "처음 초저온 방에 들어갔을 땐 추위 때문에 깜짝 놀라서 숨이 막히는 것 같고, 움직이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금 지나서 적응이 되니까 정말 좋았습니다." 동유럽 국가들은 옛 공산권 시절, 운동선수의 근력강화를 위해 초저온 요법을 도입했습니다. 최근엔 스포츠 과학 연구소뿐만 아니라, 시내 헬스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지고 있습니다. 20대 독일 여성이 들어간 이 초저온 방은 영하 150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차가운 공기가 연기처럼 뿜어져 나옵니다. <인터뷰> 모니카(독일 여성/25살) : "처음엔 잘 느끼지 못하다가, 조금 지나면 다리가 저린 것 같은 느낌이 밀려옵니다. 그래서 이렇게 계속 움직여 줘야 하고요, 그러면 한 3분은 계속할 수 있답니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쓰는 과정에, 자연스레, 감량의 효과를 얻습니다. <인터뷰> 파파도풀루스(헬스장 대표) : "비록 초저온 방에서 견디는 시간은 3분 남짓이지만, 나오고 난 이후의 효과는 보통 6시간, 길게는 9시간까지 계속됩니다. 그래서 많게는 2천 칼로리까지 감량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또 피부가 수축하면서 탄력을 되찾는, 일거양득의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모니카(독일 여성/25살) : "지금까지 11번 들어갔었는데, 허벅지 둘레가 크게 줄었어요. 전엔 몸에 붙는 옷을 입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피부까지 좋아진 것 같고, 면역력도 나아진 것 같습니다." 유럽의 의료계에선 이런 초저온 요법을 대체 의학의 하나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이 환자는 영하 110도의 방에서 손목과 무릎의 관절염을 치료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클루테(관절염 환자) : “관절염 통증이 손과 무릎에 아주 심했어요. 하지만, 초저온 요법을 받은 이후 통증이 많이 나아진 것 같습니다." 극저온 상태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효소의 작용이 억제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달리 우리 몸을 활성화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손의 분비는 오히려 촉진됩니다. 코르티손이 적절하게만 분비된다면, 만성 통증과 염증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입니다. <인터뷰> 루펜탈(의사) : “우리 신체는 영하 백10도의 극한 온도에서 아드레날린이나 코티존 등의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이런 호르몬 덕분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약물 처방을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 병원과 스포츠 과학 연구소, 그리고 헬스장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초저온 관련 시설은 5백여 곳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젠 레저 시설에까지 등장할 정도로 인깁니다. 실내 기온이 영하 백도 이상 내려가는 이 방은, 가족 나들이를 위해 설계됐습니다. 만 5살의 어린이부터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인터뷰> 포토키(의사) : “초저온요법'으로 면역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그러나 지나치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초저온 요법의 장점을 살리되, 남용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크라우제(의사) : "고혈압이나 심혈관계 질환, 혈액 순환 장애 등이 있는 사람은, 초저온 요법이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런 분들에겐 초저온 요법을 권하지 않습니다." 초저온 요법에 대한 유럽인의 관심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엔 치매와 파킨슨병의 예방, 혹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럽의 연구진이 이런 연구에 기대를 거는 건, 대체 의학, 초저온 요법이 가진 새로운 가능성 때문입니다. 혹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우리 몸이 보여주는 놀라운 잠재력이 의학과 스포츠 과학의 새 지평을 여는 단-초가 될지 관심이 모아 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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